수학의 힘 - 인생의 무기가 되는 12가지 최소한의 수학도구
올리버 존슨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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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 속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과연 결국 수학적인 것만이 살아남는 것일까? 수학이라고 하면 다들 어렵고 딱딱하며 일상 생활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일상 곳곳에 수학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수학은 우리가 마주하는 거의 모든 문제를 아주 쉽고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해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교과서적인 순서에 상관없이 일상생활에서 수학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12가지 도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담고 있는 그래프, 지수로그 등 몇 가지 친숙한 수학개념으로 복잡한 청구서와 주식 차트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확률를 지배하는 큰 수의 법칙과 베이즈 정리는 내기에서 본전을 지키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책에는 수식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간단한 그림과 표만으로 수학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수학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은 백마디의 말보다 적절한 그래프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의 구조를 파악하는 기술로 대표되는 그래프에 관한 이야기를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성의 없어 보일 정도로 간단하고 단순한 그래프 한 줄로 이자와 보험료, 축구선수 이적료, 박테리아 증식 등등 온갖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프는 데이터를 시각화하여 어떠한 사실을 토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학 모델을 찾아서 미래의 수치를 예측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는데 그것은 지나치게 정확한 그래프의 함정이다. 경우의 수가 많이 주어지면 컴퓨터는 제한된 기간의 데이터를 설명하는 그럴듯한 곡선 하나를 찾아낸다. 그런 곡선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일 수 있으며 미래값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이를 보여주는 악명 높은 사례로 미국에서 팬데믹이 발발한 초기에 전직 미국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 그런 곡선을 하나 제시한 적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서 '쿠빅 핏'이라고 부른 이 모델은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수가 '2020년 5월 15일에 반드시 0에 이른다'고 했지만 현실과는 완전 동떨어진 예측이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우주국 국장 이츠하크 베이스라엘은 6차 다항식을 이용하여 코로나바이러스가 70일 뒤에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모델 역시 현실에 부합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데이터의 시각화를 하는 방법으로 그래프는 충분히 큰 의미가 있으나 수학 모델을 너무 믿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단기적으로는 매우 매력적인 모델이라 할지라도 어떤 예측이든 타당한지 알아보기 위해 일종의 '냄새 검사(상황의 진위성 등을 판단하기 위한 시험의 은유적인 표현)'를 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박테리아나 인구 증가 같은 생물학적 문제, 시간에 따라 돈이 불어나는 금융과 경제 문제, 차세대 컴퓨터의 성능 향상 등을 설명하는 데 아주 적합한 지수함수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지수적인 증가를 통해 상황을 보다 잘 읽어낼 뿐만 아니라 예측까지 가능하게 만드니 데이터를 읽어내는 기술로는 딱인 듯 싶다. 하지만 지수적 증거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고, 현실에서는 제한 조건들이 존재하다보니 예측이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지수적 증가가 예측에 있어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않음을 명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지수적 붕괴를 표현하는 데에는 로그스케일을 사용하면 되고 이를 통해 영국의 팬데믹 전개 양상을 이해한 점 역시 최근에 우리가 겪어던 일들을 시각화하여 보여주다보니 꽤 흥미로웠다. 팬데믹부터 금융시장, 심지어 축구선수의 이적료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사안을 살필 때 복리로 곱해지는 증가와 지수의 위력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해보니 지수와 로그가 다만 어려운 수치로만 보이진 않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이 책에서는 먼저 데이터를 구조를 파악하게 만드는 그래프, 뉴스 등에서 나오는 숫자를 이해하는 방법,지수적 증가와 로그스케일, 세상의 변화를 포착하는 방정식을 이야기함으로써 수치가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수치에 담긴 메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2부에서는 무작위성을 이야기하는데 먼저 인간의 활동에서 나타는 무작위성의 핵심 개념과 무작위성과 예측 가능성이 어떻게 함께 존재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신뢰구간과 같은 통계 개념과 확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중요한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마권업자가 정하는 승산 개념을 통해 확률의 또다른 관점을 소개하며 확률이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3부에서는 오늘날 세상을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핵심적이고 최종적인 분야를 다룬다. 정보와 불확실성이라는 개념은 일상적 의사소통과 미디어 소비의 많은 부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며 엔트로피라는 양을 이용하여 수학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다. 정보가 어떻게 잘못된 정보로 변질 되는지, 주식시장과 팬데믹의 진행과정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심지어 정보 자원 하나를 두고 어떻게 경쟁을 벌어지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바로 수학을 기본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주 단순한 수학적 규칙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나에게 필요한 것을 빠르게 찾게 할 뿐만 아니라 위험에 대배한 성공 확률을 높이고, 미래을 예측하게 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12가지의 수학적 도구 모두를 내것화 한다면 아마도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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