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오 씨, 날다 - 임복순 동시집
임복순 지음, 도아마 그림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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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 속 셔틀 콕을 타고 날아오는 아이의 모습이 왠지 기분 좋게 만들며 눈길을 잡아끈다. 이 책은 2011년 창비 어린이 신인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임복순 시인의 두번째 동시집으로 다정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어린이의 고유하고 천진한 모습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아이와 어른의 경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풍경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눈 오는 날 애벌레를 보고 싶다면>에서는 롱패딩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애벌레로 표현하고 있다. 눈 오는 날 운동장으로 가면 꼬물거리는 애벌레를 볼 수 있다고 시작되는 이 시는 어른들은 큰 애벌레, 아이들은 작은 애벌레라 칭한다. 그리고 까만 롱패딩을 입은 이들은 까만 애벌레, 하얀 롱패딩을 입은 이들은 하얀 애벌레로 칭하며 이들이 운동장에서 노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귀여운 노란 롱패딩을 입은 이는 노란 애벌레로 이 시의 포인트가 되어준다. 이렇게 '롱패딩=애벌레'를 연상하면서 동시를 읽다보면 눈이 오는 날 운동장서 신나게 노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눈 앞에 펼쳐져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손금>이라는 시에 담긴 시인의 손금을 자신있게 봐주는 현지의 이야기에서 시인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며 배려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자신있게 생명선, 운명선, 결혼선까지 좋다고 말하는 현지에게 자신은 이미 결혼을 했다고 말해야 말지를 고민하는 시인의 마음에서 아이의 천진함과 그런 아이를 배려하고 있는 시인의 시선을 고스란히 느껴본다. 아이들의 천진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켜주는 시인의 시선이야 말로 이 동시집이 가진 큰 매력이 아닐까.


그리고 표제작인 <김단오 씨, 날다>에서는 날아오르다 떨어지는 셔틀콕에서 '김단오'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이렇게 이름을 쓴 사람을 셔틀콕 생산자라 칭하는 시인의 세심한 시선은 이 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그리고 괄호를 통해 (셔틀콕 생산자 김단오)를 안아 주는 듯이 표현함으로써, 왠지 김단오씨를 응원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여기 저기서 날아오르는 김단오 씨,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오르길 나 또한 응원해 본다.


이 동시집의 저자인 임복순 시인은 시인이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이다. 그렇다보니 시인은 사랑스런 아이들의 천진함과 순진무구함을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고 생생하게 담아 내었다. 이 모든 시선들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응원하는 시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나도 모르게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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