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들썩들썩 보건실의 하루
첼시 린 월리스 지음, 앨리슨 파렐 그림, 공경희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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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프거나 무언가가 불편할 때 우리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건실로 가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학창시절 어디를 다치거나 어딘가가 불편하면 보건실로 쪼르르 달려 갔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한 초롱꽃 초등학교 보건실의 왁자지껄 우당탕탕한 하루의 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다. 몸과 마음에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내밀어 주는 각각의 아이들에게 딱 맞는 위로의 손길을 너무 잘 담아낸 이 책은 보는 것만으로 왠지 다정한 손길이 닿은 듯이 따스해지는 마법을 부린다.


이 책의 이야기는 초롱꽃 초등학교의 보건실에서 근무하는 피트리 선생님의 출근 장면으로 시작된다. 기분 좋게 보건실로 출근한 피트리 선생님은 먼저 커다락 열쇠를 문을 열고 들어간 뒤, 수납장 위를 박박 닦고, 바닥을 쓱쓱 쓸어 밤새 쌓인 먼지를 제거한다. 그리고 약품을 확인하고, 침대에 소독약을 칙칙 뿌려 소독한 뒤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수업은 8시에 시작하지만 메이블은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8시가 되기도 전에 제일 먼저 보건실을 찾은 메이블. 메이블은 어디가 불편한 걸까? 들어오자 마자 메이블은 선생님에게 아프다며, 온몸이 덜덜 떨리고 기운도 없다고 말한다. 동생들은 늘 메이블을 마지막에 깨우기에 메이블이 먹을 만한 것은 없다. 메이블에게 남은 것은 빵 부스러기와 팬케이크 조각만 있을 뿐. 그러니 메이블의 배속에선 지금도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런 메이블의 이야기를 다들은 선생님은 보건실 일지에 메이블의 증상과 상태에 대해 '간식 필요, 배고픔'이라고 적어두었다. 이 책의 오른쪽 편에 보건실 방문 일지를 두고 아이들이 한 명씩 올 때마다 선생님은 적은 칸이 늘어가는 구성으로 이야기를 진행 시키고 있다. 어쩜, 아이들의 상태와 증상을 이리 잘 캐치하시는 지, 보건실 방문일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씩 보건실을 찾아오는 아이들. 첫번째로 온 메이블을 뒤로 얼굴에 물감이 묻어 창피한 버트, 이빨이 흔들려 안달이 난 찰리, 집이 그리워 외로운 거스, 줄줄 흘러나오는 콧물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그레타, 팔꿈치가 부딪힌 후 통증으로 억울하고 화가 난 베니 등등. 어느새 초롱꽃 초등학교의 보건실은 하나 둘 늘어난 방문객들로 문전 성시를 이루고, 보건실 방문 일지 역시 꽉 차버렸다.


보살핌이 필요하여 보건실을 찾은 아이들과 선생님을 진정 시키는 피트리 선생님. 과연 선생님은 어떠한 치료를 보건실 방문객들에게 처치할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잠시 후 보건실을 찾은 각기 다른 증상의 방문객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귀담아 들은 피트리 선생님은 모두에게 딱 맞는 처방을 내리기 시작한다. 그 많은 처방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바로 마음의 병, 외로움으로 힘든 거스에게 '엄마의 사랑'이 담긴 하트 메모지를 전하며 꼭 안아주는 장면이다. 어떤 환자가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고, 다정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꼭 맞는 처방을 내려주는 피트리 선생님이야 말로 학교에서 가장 필요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피트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하나씩 보다 보니 중학교 3학년 시절, 고입을 앞두고서 중압감에 자주 아팠던 내가 찾아갈 때마다 다정하게 대해주신 중학교 시절 보건실 선생님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하는 입시의 중압감에 힘들었던 우리에게 선생님은 때로는 보건실에서 쉴 수 있게 해 주셨고, 때로는 달콤한 사탕으로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시곤 했다. 그래서 인지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보건실 단골 학생이었고, 고입을 치루고 난 뒤에는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두통과 복통으로부터 자유로와 질 수 있었다. 아마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의 피트리 선생님과 같은, 나의 중학교 시절 보건실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들이 존재하시기 때문에 버겁고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숨통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두를 정신없이 돌보아 주었던 피트리 선생님에게도 위로가 필요한 순간 반려견 나비가 선생님의 곁을 지키는 장면은 또 뭉클한 감동은 선사한다. 그래,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다정한 손길을 내밀며 서로의 버팀목, 숨통이 되어주며 살아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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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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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이야기꾼 기욤뮈소의 책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실수를 저지르고 절망의 문턱에 다다라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과 환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흐름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책을 손에 절대 놓지 못하는 굉장한 흡입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이 책은 십 수년 전에 출간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이미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새롭게 교정 작업을 거치고 새로운 표지로 옷을 갈아입고 재출간된 책이다. 뜻하지 않게 잘못을 저지르고 위축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특히 더 따스한 위로가 되어줄 듯 싶다.


이 책의 이야기는 2006년 12월, 크리스마스 날 저녁 맨해튼 한복판의 모건 도서관에 열리는 연주회의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는 니콜의 모습과 도서관에서 5미터 쯤 떨어진 지하 터널 속의 예전의 안온했던 삶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허름하고 불결한 모습으로 술을 찾아 마시는 마크의 모습이 대비되어 묘사되면서 시작된다. 연주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니콜은 남자친구 에릭의 차를 타러 걸어가다 강도와 마주하게 된다. 에릭은 니콜을 구하는 커녕 들고 있던 지갑과 휴대폰을 순수히 건네고 니콜을 향해 칼이 날아오는 데도 그냥 보고만 있다. 그런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어디선가 노숙자가 나타나 맞서 싸우는데..노숙자는 강도와 맞서다 칼을 맞은 듯 했다. 그리고 노숙자를 가만히 살펴보니, 그는 바로 니콜의 남편 마크였다. 니콜과 마크에겐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런 상황으로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일까? 사실 마크와 니콜은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커플이자 부부였으며, 그야말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가정을 이루어었다. 이들 부부의 딸 라일라 실종되고 난 뒤 삶은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라일라의 아빠 마크 해서웨이는 라일라가 실종되고 난 뒤 큰 충격에 휩싸이며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던 마크 가족은 하루 아침에 우울하고 어두운 좌절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마크는 라일라를 찾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만 끝내 찾아내지 못한다. 의사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는 슬픔과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 책의 처음 장면에서 묘사된 것과 같이 알코올에 찌들어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 신세로 전략하고야 만다. 반면 바이올리니스트인 그의 아내 니콜은 가까스로 고통을 견디어내며 계속 무대에 올라 바이올린 연주를 이어가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한꺼번에 잃은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


절망 속에서 빠져 있는 그에게 어느 날 니콜에게서 음성 메세지가 온다. 그는 라일라의 시체를 찾았다느 소리일까 두려워하며 니콜의 메세지를 듣는데, 라일라가 살아있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절망 속에서 죽은 듯이 삶을 이어가던 그의 삶에 순식간에 변화가 찾아온다. 라일라가 살아있다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라일라가 사라졌던 쇼핑몰 근처에서 발견된 라일라. 5년이라는 세월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라일라는 말을 잃어버렸다. 라일라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크는 라일라를 만나기 위해 급하게 로스엔젤레스로 가고 잃어버린 딸을 만나 비행기를 타고서 집으로 돌아오고자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마크가 만나게 된 두 사람, 먼저 마크와 라일라의 옆자리에 앉은 소녀 에비. 에비는 유일한 희망인 심장이식수술을 기다리던 에비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의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또 한사람은 억만장자의 상속녀 앨리슨. 운명처럼 한 비행기에서 만나게 된 세 사람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은 과연 마크에게, 에비와 앨리슨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궁금해서,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크, 에비, 앨리슨 세 사람의 이야기와 동시에 진행되는 마크와 마크의 절친 커너에 관한 과거 이야기. 시카고의 지독한 빈민가에서 너무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들의 이야기들은 이 책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이 얼마나 절망 속에서 처참한 삶을 버텨내었는지를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어떠한 계기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 그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 더욱 그들의 이야기 속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과 반전 앞에서 저자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 꾼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 속에 관통되는 하나의 메세지, 가장 큰 복수는 용서라는 말. 오래오래 깊은 여운과 함께 가슴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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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못하는 사람들 - 우리의 인간다움을 완성하는읽기와 뇌과학의 세계
매슈 루버리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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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를 너무나 즐기는 1인이라서 이 책의 제목에 완전 끌렸다. 이 책은 '읽지 못하는 사람들'로 들여다 본 놀라운 읽기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 속의 사람들은 보통의 방식이 아니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 눈 앞에서 글자들이 춤을 추는 사람, 15초 만에 책 두 페이지를 외우지만 뜻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글자에서 환각을 보거나 치킨너겟의 맛을 느끼는 사람, 방금 읽은 문장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책을 읽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사람 등등. 언뜻 보면 독자라고 할 수 없는 이들을 이야기를 읽다보면 누구라도 우리가 말하는 읽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사실 오늘의 시대는 평범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 시대에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 이야기를 하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왜냐면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책 읽기'는 더 이상 자연스러운 행동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은 어쩜 놀라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읽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감사해야 하며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담긴 여러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읽기의 형태와 방법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읽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모든 행위들은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가장 먼저 '난독증'에 대한 이야기한다. 단어 인식과 해독 문제를 의학계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본다. 그리고 난독증 독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수기를 담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난독증의 수기에는 필연적으로 '멍청이'라는 말이 너무나 많이 나온다는 거다. 읽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괴롭혔으며 수치심으로 고통 받게 하였는지를 하나씩 살펴볼 때마다 우리 사회가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이들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읽기가 어렵다고 과연 부끄러워해야만 하는 걸까? 전혀 그럴 필요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난독증 환자들은 오랫동안 인지차이를 숨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리고 난독증의 환자들에게는 보이는 활자유동성에 대한 해결책으로 거울로 글자를 비춰보는 거울읽기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는 결코 효과적인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빈치 역시 글자를 쓸때 거울쓰기를 사용하여서 그가 실제로 난독증이었거나 혹은 신경다양적 독자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거울쓰기가 난독증의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


이 책에서 여러 증상으로 보이는 책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데 제일 먼저 눈에 띄이는 것은 바로 난독증의 시선으로 바라본 모습이다. 이렇게 글자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면 읽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 책은 이렇듯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해 읽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읽기가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지각, 언어처리, 주의력, 해독, 이해 등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단계 중 하나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읽기는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난독증, 실독증, 과독증, 공감각, 환각, 치매 같은 신경질환으로 인해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읽기에 대해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읽기를 배우거나 반대로 그만 읽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 읽기 능력을 잃고, 독특한 읽기 방법을 찾고, 다시 읽기 위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읽기 이후의 삶에 적응해 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읽기에 새로운 시선을 향하게 한다. 사람들이 너무 읽지 않아서 앞으로 문제일 꺼라는 기사들만 보다가 이토록 읽기를 위해 애쓰는 이가 있다는 게 새로웠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읽기에만 몰입했던 내가 얼마나 한쪽으로만 치우쳐져 있었는지를다시금 깨달아본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전형적인 독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가 이 세상에 존재함을, 모두는 비전형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읽기로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어떤 읽기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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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의 만화 한국사 2 근현대편 - 역사의 흐름이 한눈에 읽히는 최태성의 만화 한국사 2
최태성 지음, 김연큐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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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한국사를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최태성의 만화 한국사> 2권이다. 이 책은 '꿈'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50년 동안 짧지만 파라만장했던 근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신분제로부터 자유로와지길 꿈꾸었던 개항기, 식민지로부터의 독립을 꿈꾸었던 일제강점기와 독재와 가난을 더이상 대물림하지 않길 바랬던 현대에 이르기까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자신의 청춘을 바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앞선 시대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함께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바로 '흥선대원군'이다. 서구 열강들이 제국주의를 앞세워 식민지를 건설하던 폭력과 억압의 시대 19세기에 조선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때 꺼져가는 불꽃을 살려보겠다고 개혁의 칼날을 들고 나타난 사람이 바로 흥성대원군으로 흥선대원군이 꺼내든 개혁의 정책은 왕권강화와 민생 안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비변사를 축소하고, 경복궁을 증건했으며, 서원을 정리한다. 그리고 민생 안정을 위해 양전사업과 호포제, 사창제를 실시하고자 한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의 정책은 국각 기강 확립과 민생 안정에는 어느 정도 기여를 하나 양반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그는 무릎을 꿇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이 책은 만화 형식으로 표현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귀여운 최태성 선생님의 캐릭터를 통해 마치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것과 같이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특히 이 책은 한국사에서 많이 헷길리는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꿀팁도 곳곳에서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개항기에 너무나 헷갈리는 연도와 이름 간의 관계를 '갑을병정 = 4567'이라는 법칙만 기억하면 된다고 말한다.


'갑을병정=4567'이므로 병인양요는 1866년 병인년에 일어난 것이 사건인 것이다. 그리고 병인양요가 일어나기 직전에 평양에서는 제너널 서면호 사건이 일어나고, 제너넬 셔면호 침몰 5년 뒤에 1971년 신미년에 신미양요가 일어난다. 그리고 한편 신미양요가 일어나기 3년 전인 1868년에는 오페르트에 의해 남연군 묘 도굴 미수 사건이 일어났다. 따라서 시간의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병인박해 - 제너널 셔먼호 사건 - 병인 양요(1866년) - 남연군 묘 도굴 미수 사건(1868년) - 신미양요(1871)년이 되겠다. 이러한 순서대로 사건들을 기억하는 것은 사건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는 하게 할 뿐만 아니라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기 만든다. 그리고 이 책에서 알려준 것처럼 기억해보면 보다 쉽게 이해되고 기억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최태성 선생님이 직접 강의를 하듯이 헷갈리기 쉽고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사를 정말 쉽고 재밌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예를 들어, 갑신정변을 주도하였으나 1874년 갑신정변 실패 후 1885년 미국으로 망명한 서재필에게 10년 후 조선 정부가 한 귀국제의는 아이들에게 친근한 카카오톡 대화 형식을 이용하여 설명하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아관파천을 계기로 러시아 영사관에 피신한 고궁에게 한 환궁 상소는 오늘날의 인터넷 홈페이지 속 게시판과 댓글로 표현함으로써 쉽고 재밌게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딱딱하고 어렵고, 개념을 이해하기 힘든 한국사를 남녀노소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밌게 만화로 풀어내어 설명해 줌으로써 역사는 더이상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리고 처참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권을 다시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던 의병의 이야기와 안중근 열사의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편안하고 안락한 현실을 위해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너무나 유명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처럼 이 책 속에 나오는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섰던 을사오적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지만 역사 속에 이름도 없이 사라진 수많은 이들을 기억하는 것 역시, 우리가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을 기억하듯이 나라를 잃어버린 경술국치일, 1910년 8월 29일도 함께 기억해야 하며 역사를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역사를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고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보다 많은 이들이 <최태성의 만화 한국사> 1,2권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역사를 잊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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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할머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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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작가의 신작이라 더더욱 기대가 되었던 책이다. 이 책은 표지 그림 속 그냥 보는 것만으로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당근할머니와 돼지 손주의 이야기를 아주 평화로우면서도 재미나게 담고 있다. '할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그 넉넉한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아기 돼지가 아빠와 엄마가 멀리 결혼식에 가게 되어 할머니 집에 잠깐 가있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할머니 집에 간다고 들뜬 아기 돼지는 좋아하는 날개를 등에 달고 머리핀을 꼽고 가방 속에 동전도 챙겨 넣는다.


할머니를 만나자 마자 반갑게 뛰어가는 아기 돼지. 오로지 둘만의 세상인냥 행복한 토끼 할머니와 아기 돼지. 우리집의 풍경과도 너무 닮아서 더욱 웃음이 난다. 할머니와 손주들이 재회를 할 때면 나는 그저 배경이 되고야 마는 그런 풍경 말이다. ㅎㅎ


그리고 이어지는 할머니의 손길에 더욱 통통해진 개, 닭, 소와 말들 모습에 완전 빵 터져버렸다. 어쩜 이리도 잘 표현하여 담았는지. 할머니의 손길은 마법처럼 우리 모두를 통통하게 만드는데 이 책 속에서도 예외는 없다. "뭐 다 잘 먹으면 좋지."라고 말하며 웃는 당근 할머니의 모습은 딱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라서 더 사랑스럽고 좋다. 그리고 할머니 품에 폭 안긴 아기 돼지도 너무 사랑스럽다.


아기 돼지는 할머니 집에서 동물들과 함께 신나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커다란 복숭아, 블루베리 등이 잘 자란 할머니네 마당에서 뛰어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뿐 만 아니라 할머니가 만들어 준 맛난 간식도 먹고, 할머니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일장에 놀러도 간다. 다양한 먹거리와 사람들로 가득한 오일장의 풍경은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읽는 재미로 장면 하나 하나의 제각각의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더욱 재밌다. 오일장에서 할머니와 맛난 간식도 사먹고, 사물놀이패와 함께 덩실덩실 춤도 추고, 할머니의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며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아기 돼지와 당근 할머니. 이들의 모습들을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행복해진다.


할머니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 돼지도 당근 할머니도 당근을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일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서 서로 같은 것을 좋아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 아기 돼지와 토끼 할머니의 사이는 더욱 견고해진다.


이 책 속에 담긴 토끼 할머니와 아기 돼지의 모습은 딱 우리네 할머니와 손주손녀들의 모습이다. 할머니의 손길이 닿은 것들은 모두 다 오통통하고 크게 자라는 것도, 이태껏 많이 먹여놓고도 저녁을 안 먹어서 어쩌냐 걱정하는 것도, 손주가 집에 갈때 차 안에 커다란 당근을 챙겨 주는 것 등등 모든 게 우리의 할머니의 모습 그대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장면 하나하나가 다 너무 좋으며 따스하다. 그리고 이 책은 친정 엄마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보여 공감되었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던 나의 모습도 보여서 더욱 좋다. 할머니의 딸로 자라 할머니가 늘 그리운 내가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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