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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할머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안녕달 작가의 신작이라 더더욱 기대가 되었던 책이다. 이 책은 표지 그림 속 그냥 보는 것만으로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당근할머니와 돼지 손주의 이야기를 아주 평화로우면서도 재미나게 담고 있다. '할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그 넉넉한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아기 돼지가 아빠와 엄마가 멀리 결혼식에 가게 되어 할머니 집에 잠깐 가있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할머니 집에 간다고 들뜬 아기 돼지는 좋아하는 날개를 등에 달고 머리핀을 꼽고 가방 속에 동전도 챙겨 넣는다.
할머니를 만나자 마자 반갑게 뛰어가는 아기 돼지. 오로지 둘만의 세상인냥 행복한 토끼 할머니와 아기 돼지. 우리집의 풍경과도 너무 닮아서 더욱 웃음이 난다. 할머니와 손주들이 재회를 할 때면 나는 그저 배경이 되고야 마는 그런 풍경 말이다. ㅎㅎ
그리고 이어지는 할머니의 손길에 더욱 통통해진 개, 닭, 소와 말들 모습에 완전 빵 터져버렸다. 어쩜 이리도 잘 표현하여 담았는지. 할머니의 손길은 마법처럼 우리 모두를 통통하게 만드는데 이 책 속에서도 예외는 없다. "뭐 다 잘 먹으면 좋지."라고 말하며 웃는 당근 할머니의 모습은 딱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라서 더 사랑스럽고 좋다. 그리고 할머니 품에 폭 안긴 아기 돼지도 너무 사랑스럽다.
아기 돼지는 할머니 집에서 동물들과 함께 신나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커다란 복숭아, 블루베리 등이 잘 자란 할머니네 마당에서 뛰어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뿐 만 아니라 할머니가 만들어 준 맛난 간식도 먹고, 할머니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일장에 놀러도 간다. 다양한 먹거리와 사람들로 가득한 오일장의 풍경은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읽는 재미로 장면 하나 하나의 제각각의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더욱 재밌다. 오일장에서 할머니와 맛난 간식도 사먹고, 사물놀이패와 함께 덩실덩실 춤도 추고, 할머니의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며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아기 돼지와 당근 할머니. 이들의 모습들을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행복해진다.
할머니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 돼지도 당근 할머니도 당근을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일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서 서로 같은 것을 좋아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 아기 돼지와 토끼 할머니의 사이는 더욱 견고해진다.
이 책 속에 담긴 토끼 할머니와 아기 돼지의 모습은 딱 우리네 할머니와 손주손녀들의 모습이다. 할머니의 손길이 닿은 것들은 모두 다 오통통하고 크게 자라는 것도, 이태껏 많이 먹여놓고도 저녁을 안 먹어서 어쩌냐 걱정하는 것도, 손주가 집에 갈때 차 안에 커다란 당근을 챙겨 주는 것 등등 모든 게 우리의 할머니의 모습 그대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장면 하나하나가 다 너무 좋으며 따스하다. 그리고 이 책은 친정 엄마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보여 공감되었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던 나의 모습도 보여서 더욱 좋다. 할머니의 딸로 자라 할머니가 늘 그리운 내가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