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들썩들썩 보건실의 하루
첼시 린 월리스 지음, 앨리슨 파렐 그림, 공경희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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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프거나 무언가가 불편할 때 우리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건실로 가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학창시절 어디를 다치거나 어딘가가 불편하면 보건실로 쪼르르 달려 갔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한 초롱꽃 초등학교 보건실의 왁자지껄 우당탕탕한 하루의 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다. 몸과 마음에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내밀어 주는 각각의 아이들에게 딱 맞는 위로의 손길을 너무 잘 담아낸 이 책은 보는 것만으로 왠지 다정한 손길이 닿은 듯이 따스해지는 마법을 부린다.


이 책의 이야기는 초롱꽃 초등학교의 보건실에서 근무하는 피트리 선생님의 출근 장면으로 시작된다. 기분 좋게 보건실로 출근한 피트리 선생님은 먼저 커다락 열쇠를 문을 열고 들어간 뒤, 수납장 위를 박박 닦고, 바닥을 쓱쓱 쓸어 밤새 쌓인 먼지를 제거한다. 그리고 약품을 확인하고, 침대에 소독약을 칙칙 뿌려 소독한 뒤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수업은 8시에 시작하지만 메이블은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8시가 되기도 전에 제일 먼저 보건실을 찾은 메이블. 메이블은 어디가 불편한 걸까? 들어오자 마자 메이블은 선생님에게 아프다며, 온몸이 덜덜 떨리고 기운도 없다고 말한다. 동생들은 늘 메이블을 마지막에 깨우기에 메이블이 먹을 만한 것은 없다. 메이블에게 남은 것은 빵 부스러기와 팬케이크 조각만 있을 뿐. 그러니 메이블의 배속에선 지금도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런 메이블의 이야기를 다들은 선생님은 보건실 일지에 메이블의 증상과 상태에 대해 '간식 필요, 배고픔'이라고 적어두었다. 이 책의 오른쪽 편에 보건실 방문 일지를 두고 아이들이 한 명씩 올 때마다 선생님은 적은 칸이 늘어가는 구성으로 이야기를 진행 시키고 있다. 어쩜, 아이들의 상태와 증상을 이리 잘 캐치하시는 지, 보건실 방문일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씩 보건실을 찾아오는 아이들. 첫번째로 온 메이블을 뒤로 얼굴에 물감이 묻어 창피한 버트, 이빨이 흔들려 안달이 난 찰리, 집이 그리워 외로운 거스, 줄줄 흘러나오는 콧물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그레타, 팔꿈치가 부딪힌 후 통증으로 억울하고 화가 난 베니 등등. 어느새 초롱꽃 초등학교의 보건실은 하나 둘 늘어난 방문객들로 문전 성시를 이루고, 보건실 방문 일지 역시 꽉 차버렸다.


보살핌이 필요하여 보건실을 찾은 아이들과 선생님을 진정 시키는 피트리 선생님. 과연 선생님은 어떠한 치료를 보건실 방문객들에게 처치할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잠시 후 보건실을 찾은 각기 다른 증상의 방문객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귀담아 들은 피트리 선생님은 모두에게 딱 맞는 처방을 내리기 시작한다. 그 많은 처방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바로 마음의 병, 외로움으로 힘든 거스에게 '엄마의 사랑'이 담긴 하트 메모지를 전하며 꼭 안아주는 장면이다. 어떤 환자가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고, 다정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꼭 맞는 처방을 내려주는 피트리 선생님이야 말로 학교에서 가장 필요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피트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하나씩 보다 보니 중학교 3학년 시절, 고입을 앞두고서 중압감에 자주 아팠던 내가 찾아갈 때마다 다정하게 대해주신 중학교 시절 보건실 선생님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하는 입시의 중압감에 힘들었던 우리에게 선생님은 때로는 보건실에서 쉴 수 있게 해 주셨고, 때로는 달콤한 사탕으로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시곤 했다. 그래서 인지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보건실 단골 학생이었고, 고입을 치루고 난 뒤에는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두통과 복통으로부터 자유로와 질 수 있었다. 아마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의 피트리 선생님과 같은, 나의 중학교 시절 보건실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들이 존재하시기 때문에 버겁고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숨통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두를 정신없이 돌보아 주었던 피트리 선생님에게도 위로가 필요한 순간 반려견 나비가 선생님의 곁을 지키는 장면은 또 뭉클한 감동은 선사한다. 그래,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다정한 손길을 내밀며 서로의 버팀목, 숨통이 되어주며 살아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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