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고난 이야기꾼 기욤뮈소의 책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실수를 저지르고 절망의 문턱에 다다라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과 환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흐름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책을 손에 절대 놓지 못하는 굉장한 흡입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이 책은 십 수년 전에 출간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이미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새롭게 교정 작업을 거치고 새로운 표지로 옷을 갈아입고 재출간된 책이다. 뜻하지 않게 잘못을 저지르고 위축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특히 더 따스한 위로가 되어줄 듯 싶다.


이 책의 이야기는 2006년 12월, 크리스마스 날 저녁 맨해튼 한복판의 모건 도서관에 열리는 연주회의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는 니콜의 모습과 도서관에서 5미터 쯤 떨어진 지하 터널 속의 예전의 안온했던 삶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허름하고 불결한 모습으로 술을 찾아 마시는 마크의 모습이 대비되어 묘사되면서 시작된다. 연주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니콜은 남자친구 에릭의 차를 타러 걸어가다 강도와 마주하게 된다. 에릭은 니콜을 구하는 커녕 들고 있던 지갑과 휴대폰을 순수히 건네고 니콜을 향해 칼이 날아오는 데도 그냥 보고만 있다. 그런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어디선가 노숙자가 나타나 맞서 싸우는데..노숙자는 강도와 맞서다 칼을 맞은 듯 했다. 그리고 노숙자를 가만히 살펴보니, 그는 바로 니콜의 남편 마크였다. 니콜과 마크에겐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런 상황으로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일까? 사실 마크와 니콜은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커플이자 부부였으며, 그야말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가정을 이루어었다. 이들 부부의 딸 라일라 실종되고 난 뒤 삶은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라일라의 아빠 마크 해서웨이는 라일라가 실종되고 난 뒤 큰 충격에 휩싸이며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던 마크 가족은 하루 아침에 우울하고 어두운 좌절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마크는 라일라를 찾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만 끝내 찾아내지 못한다. 의사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는 슬픔과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 책의 처음 장면에서 묘사된 것과 같이 알코올에 찌들어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 신세로 전략하고야 만다. 반면 바이올리니스트인 그의 아내 니콜은 가까스로 고통을 견디어내며 계속 무대에 올라 바이올린 연주를 이어가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한꺼번에 잃은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


절망 속에서 빠져 있는 그에게 어느 날 니콜에게서 음성 메세지가 온다. 그는 라일라의 시체를 찾았다느 소리일까 두려워하며 니콜의 메세지를 듣는데, 라일라가 살아있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절망 속에서 죽은 듯이 삶을 이어가던 그의 삶에 순식간에 변화가 찾아온다. 라일라가 살아있다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라일라가 사라졌던 쇼핑몰 근처에서 발견된 라일라. 5년이라는 세월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라일라는 말을 잃어버렸다. 라일라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크는 라일라를 만나기 위해 급하게 로스엔젤레스로 가고 잃어버린 딸을 만나 비행기를 타고서 집으로 돌아오고자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마크가 만나게 된 두 사람, 먼저 마크와 라일라의 옆자리에 앉은 소녀 에비. 에비는 유일한 희망인 심장이식수술을 기다리던 에비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의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또 한사람은 억만장자의 상속녀 앨리슨. 운명처럼 한 비행기에서 만나게 된 세 사람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은 과연 마크에게, 에비와 앨리슨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궁금해서,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크, 에비, 앨리슨 세 사람의 이야기와 동시에 진행되는 마크와 마크의 절친 커너에 관한 과거 이야기. 시카고의 지독한 빈민가에서 너무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들의 이야기들은 이 책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이 얼마나 절망 속에서 처참한 삶을 버텨내었는지를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어떠한 계기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 그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 더욱 그들의 이야기 속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과 반전 앞에서 저자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 꾼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 속에 관통되는 하나의 메세지, 가장 큰 복수는 용서라는 말. 오래오래 깊은 여운과 함께 가슴 속에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