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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못하는 사람들 - 우리의 인간다움을 완성하는읽기와 뇌과학의 세계, 2024 세종도서
매슈 루버리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5월
평점 :
읽기를 너무나 즐기는 1인이라서 이 책의 제목에 완전 끌렸다. 이 책은 '읽지 못하는 사람들'로 들여다 본 놀라운 읽기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 속의 사람들은 보통의 방식이 아니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 눈 앞에서 글자들이 춤을 추는 사람, 15초 만에 책 두 페이지를 외우지만 뜻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글자에서 환각을 보거나 치킨너겟의 맛을 느끼는 사람, 방금 읽은 문장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책을 읽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사람 등등. 언뜻 보면 독자라고 할 수 없는 이들을 이야기를 읽다보면 누구라도 우리가 말하는 읽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사실 오늘의 시대는 평범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 시대에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 이야기를 하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왜냐면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책 읽기'는 더 이상 자연스러운 행동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은 어쩜 놀라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읽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감사해야 하며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담긴 여러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읽기의 형태와 방법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읽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모든 행위들은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가장 먼저 '난독증'에 대한 이야기한다. 단어 인식과 해독 문제를 의학계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본다. 그리고 난독증 독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수기를 담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난독증의 수기에는 필연적으로 '멍청이'라는 말이 너무나 많이 나온다는 거다. 읽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괴롭혔으며 수치심으로 고통 받게 하였는지를 하나씩 살펴볼 때마다 우리 사회가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이들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읽기가 어렵다고 과연 부끄러워해야만 하는 걸까? 전혀 그럴 필요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난독증 환자들은 오랫동안 인지차이를 숨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리고 난독증의 환자들에게는 보이는 활자유동성에 대한 해결책으로 거울로 글자를 비춰보는 거울읽기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는 결코 효과적인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빈치 역시 글자를 쓸때 거울쓰기를 사용하여서 그가 실제로 난독증이었거나 혹은 신경다양적 독자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거울쓰기가 난독증의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
이 책에서 여러 증상으로 보이는 책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데 제일 먼저 눈에 띄이는 것은 바로 난독증의 시선으로 바라본 모습이다. 이렇게 글자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면 읽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 책은 이렇듯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해 읽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읽기가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지각, 언어처리, 주의력, 해독, 이해 등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단계 중 하나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읽기는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난독증, 실독증, 과독증, 공감각, 환각, 치매 같은 신경질환으로 인해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읽기에 대해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읽기를 배우거나 반대로 그만 읽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 읽기 능력을 잃고, 독특한 읽기 방법을 찾고, 다시 읽기 위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읽기 이후의 삶에 적응해 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읽기에 새로운 시선을 향하게 한다. 사람들이 너무 읽지 않아서 앞으로 문제일 꺼라는 기사들만 보다가 이토록 읽기를 위해 애쓰는 이가 있다는 게 새로웠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읽기에만 몰입했던 내가 얼마나 한쪽으로만 치우쳐져 있었는지를다시금 깨달아본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전형적인 독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가 이 세상에 존재함을, 모두는 비전형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읽기로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어떤 읽기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