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자 행상인 특유의 그의 입심은 기가 꺾이고 말았다. 그는 구경꾼들과 거리를 유지해야겠다는 듯, 그렇게 해서 이렇게 길바닥에서 장사를 벌이는 것이 본래의 자기 신분에 비해 매우 격이 떨어지는 일임을 나에게 이해시키려는 듯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 P9

그의 쓸쓸한 미소는 그가 사선으로 메고 있는 가방만큼이나 놀라웠다. - P15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봄이다. 매번 봄은 바다 밑에서 갑자기 솟구치는 큰 파도처럼 다가오고 그때마다 나는 이러다가 바다 저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한다. - P42

그녀의 어조는 빌쿠르가 남들 눈에 더 품위 있어 보이려고 애쓰던 시절 ‘하층민 말투‘라고 칭하던 그런 어조였다. - P44

낙담한 표정이 그녀의 눈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 역시 느끼고 있는 낙담의 표정이.
그녀가 나에게 눈길을 던지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달라질 판이었다.
(...) "걱정할 필요 없어." - P46

그녀의 향수 냄새가 방안의 냄새보다 더 진해졌다. 내게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짙은 향수 냄새.
그것은 우리를 서로에게 비끄러매어 주는 고리처럼 감미롭고도 음울한 그 무엇이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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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가 깔끔하다. 그리고 차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의 특징인가?

˝ 우리가 서로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사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내가 누군가에게 기억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살아낸 것이 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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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ion Wagon 1988
八零后出生的韩塞与他共享太多啦!
張雨生 < 我的未来不是夢>
張国荣,譚咏麟,辛晓琪。。。。
“虛惊一場”

丁丁大哥。。。

"넌 아직 참 순진하구나. 사회부엔 뇌물이 없을 거라고? 사회부의 뇌물은 봉투에 넣을 수 없을 만큼 많아서 보통 카드에 직접 넣어주지. 네가 사람들에게 가서 폭로하면 그들은 널 신고할 거야."
"난 그런 의미가 아냐. 그런데 정말 엄숙하고 진지하게 뉴스를 만드는 사람은 없을까?"
"있어. 왜 없겠어. 각 팀마다 몇 명은 있지."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 있어?" "퇴직했어." - P177

현실이 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마. 어두운 밤을 검정색만으로 물들이지도 마. 네 자신을 만들어. 현실은 네가 상상하는 것처럼 강하지 않아. 종이 위의 호랑이일 뿐.....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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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솔_ 피커딜리 서커스근처

여러가지 복합적 이유와 원치도 않는 길어진 설 연휴의 시작과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수 많은 인파들과는 먼 거리를 두고 눈발이 날리는 창밖도 애써 외면한 채 이불속에서 외롭게 돌돌말리던 아침, 김솔 작가가 내 우울을 돌돌말아 19층 창밖으로 휙~ 던져준 소설이다.
세상에서 제일 아니 제이 재미있는 작가 빌 브라이슨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겠다. 이렇게 재밌고 유쾌픈(?)소설이라니.

타이베이 출신 루 첸과 벨기에 출신 장 크리스토프 드니 그리고 하마드 세와 라는 시에라리온으로 부터 영국에 흘러들어온 바이 부레와 맥도날드 햄버거 값에 지불된 화장실이용권에 얽힌 소설

인간의 운명이 기회와 선택 사이 미묘한 미끄러짐과 절묘한 그 종착점에 따라 새옹지마라고 치부하기엔 신묘막측한 우연인지 섭리인지 ‘마침!‘ 롤러코스터 타듯 *신의 곳간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데....

이 소설은 밑줄긋기가 위험해요
왜냐구?
소설 전문이 밑줄감이라서.



*신의 곳간이란 인간의 항문의 다른 말이다.

바이 부레는 비로소 자신의 항문 속에다 숨길 수 있는 것만큼만 자신이 지닐 수 있는 재산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템네 족에게 신의 곳간이란 신이 허락한 분량만큼의 재산을 숨길 수 있는 곳으로 이해되지 않았을까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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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 2015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작품 수록
한강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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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기억이란 매번 말과 시간을 통과할 때마다 살금살금 움직이고 자리를 바꾸도록 구성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권여선_이모>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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