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말야

엄마가 말하고는 했지.
"네가 추우면 나도 추워"
맞아.
아니.
"네가 추우면 나는 더 추워."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디게 갈린 얼음처럼 식탁 위에는 서걱거리는 침묵이 감돌았다]10


밍이 갑자기 중국어를 사용했다. 다른 사람 없이 둘만 있을 때,
그들은 항상 한국어로 대화했다. 스무 살 때부터 그래왔다. 그건 둘 사이에 내재된 레지스탕스의 윤리강령 같은 것이었다. 어떤 외부,어떤 타인으로부터도 분리된 둘만의 감옥,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있다는 맹목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암시. 그러나 밍의 중국어는 가차없는 현실을 상기시켰다.  - P48

뭘 먹다 왔는지 입가가 조금 번들거렸다. 오 분 정도 화장실에 다녀온 연인을 대하는 것처럼 그가 씩 웃었다. - P49

사랑하는 사람이 혼신의 힘을 다하여 그녀가 모르는 무언가에 몰두해 있는 모습은 아득한 공포로 다가왔다. 주인공의 죽음이 묘사된 맨 뒷장을 조바심치며 미리 들춰본 느낌. 옥영의 막연한 예감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껴가는 법이 없었다. - P52

병명을 듣자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그의 고통이 적어도 엄살은 아니었음이 증명된 셈이었다. 그는 실체 없는 불안에는 도저히 설득당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 P61

유지는 오래도록 궁금했다. 왜 그는 사라지고 말 것을 선물했을까. 없어진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순간들은 뿔뿔이 흩어져버리지만, 짧고 서툰 첫번째 연애편지가 기억의 서랍 맨 아래칸에 영원히 남아 있는 것처럼.  - P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큐멘터리:연출된 다큐멘터리
은근 흥미롭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원을 키울 수 없어 자신을 레고 인형처럼 작아졌다 상상하고 울창한 숲을 상상하며 압도당하는 그녀의 상상력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 그 상상력이 보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깨어난다
다시 눈을 뜬다

이 세상에서 하루를 더 산다



다시 눈을 뜬다

이 세상에서 하루를 더 산다 - P72



어쩌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런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나에게도 희망은 있어



살아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희망을 상상하는 일

그런 것을 희망이라고 불러도 된다면희망은 있어

- P76

햇빛이 잎사귀들을 통과할 때 생겨나는 투명한 연둣빛이 있다. 그걸 볼 때마다 내가 느끼는 특유의 감각이 있다. 식물과 공생해온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리라 짐작되는, 거의 근원적이라고 느껴지는 기쁨의 감각이다. - P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