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무늬영원

노랑무늬영원
불도마뱀
Fire Salamander

모든 일에는 교훈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그런 자세로 살아왔다. 서른세 살이 될 때까지 악운이나 과오 앞에서 언제나 침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든 통찰하고 교훈을 얻으려는 그 습관 덕분이었다.


난 언제나 그렇게,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감당해내려 하는 어리석음이 단점이었어. 순간적인 판단력도 부족했어. 항시 냉철하여, 때로는 잔인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교훈이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나는 그때 알았다.
인생은 학교가 아니다. 반복되는 시험도 아니다. 내 왼손은 으스러져버렸고, 그게 끝이었다. 배울 것도 반성할 것도 없었다.
어떤 의미도 없었다. 


첫 불운은 조용히 다른 불운을 불러왔다. - P216

마치 모든 인간적인 감정들이 내 몸을 타고 흘러서 연민이라는 깔때기를 타고 몸 밖으로 떨어져 내린 뒤 돌아오지 않는 것과 같은 씁쓸한 경험이었다. - P228

그러나 닳아간다. 타이어가 닳는 것처럼, 이런저런 일들을 몸으로 겪으면서, 그와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그렇게 조금씩, 닳아간다는 것을 의식 못 하면서
조금씩, 바퀴가 미끄러워진다. 미끄러워지고, 미끄러워져서,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 - P245

만일 내가 그 남자와 수작을 나눴다면 이렇게 밝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와 나눈 것은 침묵이었다. 비장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그저 침묵.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깊이 새겨진 몸의 따스함. - P270

어떤 인간이든, 자신이 사랑하는 것만을 소유할 수 있는 거지. 앞뒤의 맥락은 지워지고 그 말만 기억에 새겨져 있다. 나는 이제 그 말을 이해한다. 남편이 사랑스럽지 않아진 것이 아니라, 내 사랑이 메말랐다. 내 사랑이 마르자 삶이 사막이 되었다. 내 사랑이 말라서, 나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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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HAKUNAMATATA > [오늘의 한문장]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Blu 세트 - 전2권 (에쿠니 가오리 다이어리 3종 중 색상 랜덤 증정)

좋은 영화, 좋은 소설은 시간이 얼마가 지나도 그 감동이 더 깊어진다는 것에 이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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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bao 福宝🐼
매일매일이 행복했을까
어느정도로 느낄 수 있을까
자이언트 판다 지능이 60~70 정도라니 동무는 되겠네 😂

사진은 평이하고 글도 매우 단순
QR 》 YouTube 로

귀가길 (전철역 스마트)도서관에서 대여하고 익일 출근길에 반납할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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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아서 블레어의 스페인 내전 참전기
[피의 전선에서, 노동자의 전선에서, 인류를 위해 싸우다 ]

조지 오웰의 첫소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을 빨리 읽어보고 싶은데 책을 구하지 못해서....
어쨌든.... 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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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돌

[먹빛 하늘이 서서히 밝아집니다.
이렇게 푸른빛이 실핏줄처럼 어둠의 틈으로 스며들 때면,
내 몸속의 피도 다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내 의지,
내 기억, 아니, 나라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워집니다.] p153

-왼손

내안에 두 인격이 버젓이 산다.
의식과 무의식 교집합 안의 내 기억, 내 의지, 내 본능을 달래고 가두려는 오른 손과 풀어 놓아주려는 왼 손.
결국은 더 짐승(¿)에 가까운 것이 세다.

사월 중순의 밤바람은 소슬했다. 그가 기댄 나무둥치는 차가웠고, 그의 마음은 무겁고 산란했다. 그는 이날 오후 수차례 몰래 들여다보았던 왼손을 눈높이로 들어 올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제나와 같은 손이었다. 잔주름이 많은 손금, 남자치고 가늘고 긴 손가락들, 바싹 깎인 손톱들. 기다리던 버스가 다가올 때까지 그는 왼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P166

그의 왼손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그가 막 돌아서려던 찰나였다.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셨다. 커다랗게 치켜뜬 눈에 밤 불빛들이 술렁였다. 그의 왼손은 번지듯 뺨에서 미끄러져 그녀의 섬세한 콧날을, 이마를, 눈두덩을 어루만졌다.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을 때에야 그의 왼손은 짧게 떨며 멈췄다. - P170

알고 있었어.
.....뭘?
네가 날 좋아하는 거.
그런데 왜.....
왜 줄곧 모르는 척했냐구?
그녀는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
고백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만 날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니까. - P174

가장 나쁜 것은, 왼손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그것이 무슨 일을 하려 하는지 그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빠져나오려는 왼손 때문에 쩔쩔매는 사이 전화벨이 울리고, 고객이 찾아왔다. 왼손을 책상 아래로 숨기기 위해 그는 안간힘을 다했다. 단단한 끈으로라도 왼손을 묶고 싶었다. 


햇빛이 불투명하게 투과되는 유리를 더듬더듬 어루만지던 그의 왼손이 마치 틈을 찾는 듯 창과 창의 이음새를 따라 간절히 뻗어 갔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그것의 움직임이 격해지려 하는 순간,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자리로 되돌아왔다.


꿈틀거리는 왼손과 그것을 거세게 붙든 오른손. - P181

이젠 그만. 더 움직이지 마. 파랗게 솟아오른 왼손의 정맥들을 오른손으로 쓸어내리며, 그는 마치 잘 아는 사람에게 말하듯 낮게 중얼거렸다. - P184

그의 왼손이 햇빛 속으로 뻗어 올라갔다. 갓 돋아난 연둣빛 갈참나무 잎사귀들이 그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잎사귀들 중 하나에 왼손이 닿았다. 무엇인가 왼손 속으로 스며든 것 같은 감각에 그는 손을 끌어내려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바람이었나.
당겼던 고무줄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듯 왼손이 잎사귀들 속으로 떠올랐다. 잎사귀와 가지 들 틈으로 조용히 흔들리는 왼손은 마치 연푸른 물속을 유영하는 것 같았다. - P185

당신과 함께 사는 거 불행했어. 당신은 아이도 사랑하지 않고, ㆍ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만 보잖아. 지난 몇 년간 나한테 당신은 현금 지급기 같은 거였고, 난 당신한테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기계 같은 거였지.


죽은 듯이..... 내 감정 따윈 없는 셈 치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상태를 유지하려고도 했어. 하지만 오늘 아침 깨달았어.


더 이상은 버티고 싶지 않다고.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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