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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딸들 -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소피 카르캥 지음, 임미경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글쓰는 딸들 #소피 카르캥 #미디어 창비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심리학자 마리즈 바양과 함께 심리학적 관점에서 자매 사이를 살펴본 <자매 사이 : 여성성의 문제>를 펴낸 바 있던 스랑스의 기자이자 작가인 소피 카르캥이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중심으로 프랑스 대표 여성 작가들의 삶을 그려낸 책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인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의 삶과 작품 속 어머니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이 담겼다. 이 세 사람에게는 시대에 맞선 여성이라는 점과 삶과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친 어머니의 존재가 공통적인 점이다.
어머니는 딸을 사랑한다. 그러나 사랑의 방식은 다양하다. 세 딸들과 그들의 어머니의 이야기로 3부작 전기를 보는 듯이다. 심리학을 토대로 뒤라스의 인도차이나 메콩 삼각주라는 곳에서의 삶, 시몬 드 보부아르의 벨에포크 시대의 파리, 콜레트의 뿌르고쿠 돌판과 생소뵈르 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소설같은 느낌이다. 딸로써 각자의 삶의 방식으로 살았지만 뒤라스의 어머니 마리 도나디외는 성마르고 편파적이며 현실감각이 없는 이상주의에 가까운 인물이고, 콜레트의 어머니 시도는 섬세한 사람이면서 집요하기도 한 인물이다. 프랑수아즈 드 보부아르의 어머니는 두딸 엘렌과 시몬에게 권위적이며 지배력과 권력의자가 강한 어머니로 비춰진다.
딸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에 서툴렀던 어머니들로 인해 세 명의 여성 작가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며 어머니와의 거리두기에 노력하고, 각자 글쓰기로서 피난처를 얻고자 했다. 고통스럽지만 글쓰기를 통해 절박한 요구로부터 태어난 작가들이 되었다. 세 작가가 글쓰기를 꿈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어머니였고, 그렇게 작가들의 그들만의 고유한 문체를 갖게 된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어머니를 글쓰기의 출발점으로 글쓰기 여정에 함께하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지나온 과거의 기억과 딸로서 살아온 삶의 굴곡을 되돌아 보게 한다.
글쓰기는 고독 속에서 자신과 만나는 과정이다. 혼자만의 시간과 고독과 대면할 때 글쓰기가 이루어진다. 글쓰기는 세 작가에게 어머니와 화해할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는 사실과 어머니를 떠나 자신의 삶을 살기로 홀로서기를 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나의 어머니는 어떤 관계로 서로에서 삶의 일부가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한 사람의 삶에 어머니가 미치는 심리적 관계와 아프고 치역하지만 글쓰기와 작가라는 삶을 꿈꾸고 살아간 세 명의 여성 작가들의 삶을 통해 그들의 문학 작품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단순히 결핍과 푝력, 소통의 부족의 문제를 넘어 삶이라는 현실 속에서 글쓰기는 새로운 연대를 찾고, 두려움과 마주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지적인 작업을 통해 자기표현과 치유의 과정이자 구원의 손길과 같은 삶의 탈출구이자 수단이기도 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한다. 한 인간으로 각자의 삶의 현실에서 어머니와 수십년간 엮어내려간 기쁨, 슬픔, 애정, 원망, 배반과 화해의 과정이 작품과 글쓰기에 대한 태도를 통해 추적한 작가들의 삶이 지금의 모녀의 관계를 객과화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는 답이 없지만, 다큐멘터리같은 이 책을 통해 어머니로부터 나온 글쓰기의 욕망이 여성의 소통의 출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글쓰는 딸로 나와 타인과의 화해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