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날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4
카롤린 라마르슈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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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질주하는 개를 마주하는 여섯 명의 인물들의 독백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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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날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4
카롤린 라마르슈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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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림원 출판사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네 번째 책인 '카롤린 라마르슈의 데뷔작' <개의 날>은 출간된 1996년 벨기에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빅토르로셀상을 수상하며 문단과 평단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지어낸 가족 이야기로 신문 잡지에 사연을 보내는 트럭 운전사, 더는 교회에 오지 않는 여성 신도를 찾아 헤매는 노신부, 상처받기 전에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려는 미녀, 집에서 쫓겨나 직장과 친구도 잃고 매일 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성애자 남성,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스스로 버려졌다고 여기는 과부와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준 아버지를 잃고 폭실증에 걸린 딸. "누군가 나를 버렸다"는 가깝고도 아득한 고통의 기억 속에서 도로 위, 질주하는 익명의 개를 목격한 목격한 여섯 인물은 '미친 개, 길 잃은 개, 질주하는 개'에게서 죽음의 기회를 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독백은 오로지 삶만을 되뇌고 있다. 극에 달한 고통을 기점으로 뒤집히는 삶과 죽음, 어쩌면 인생은 그런 부활의 연속 뿐일지도 모른다.



'트럭 운전사 이야기'는 지어낸 가족 이야기로 신문 잡지에 사연을 보내는 트럭 운전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번 날, 고속도로에서, 버려진 개가 중앙분리대를 달려가고 있었다."로 시작하는 편지를 '가족신문'에 보내려고 글을 쓴다. 그의 직업은 트럭 운전사이지만 그는 허구의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아내와 아이들이 떠난 트럭 운전사가 고속도로에서 질주하는 개를 보며 자신과 동일시하여 바라보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트럭운전사가 '가족신문'에 편지를 쓴 이유는 사람들 앞에서 울고 싶었던 심정 때문이다. 그는 개 이야기를 들은 그들이 얼마나 슬퍼할지에 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다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지 않고 아내는 떠났기 때문에, 나에게는 창조하는 것조차도 일이다. 어쩌면 그 개도 내가 창조해낸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트럭을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려서 사람들에게 큰 몸짓으로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시속 백이십 내지 백사십 킬로미터로 달려오다가 순순히 속도를 줄였다. 그들은 무슨 사고라고 났는 줄 알았나보다. 더구나 그들은 트럭 운전사들이 트럭에 타고 있거나 트럭 옆에 있을 때 트럭 운전사들을 존중한다. 따라서 그들은 개라고 상상하든, 아니면 사고라고 생각하든 간에 속도를 늦췄다. 그러나 나는 중앙분리지대를 따라 미친 듯이 달려가는 개를 분명히 보았다. 그것은 지붕 위에서 본 베갯잇처럼 하나의 관찰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트럭을 세웠던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뒤로 되돌아가지 않는 것, 죽으러 가는 짐승의 눈을 더 이상 보지 않는 것, 책임을 회피하는 것, 정직하고 가벼워지는 것은 쉽다. 그리고 신문들은 그런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볍고 정직한 채식주의자이며, 버려진 동물들에 관해서, 그리고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을 시켜야 하는 아이들에 관해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트럭 운전사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나는 이 개가 고속도로에 버려지기 전에 어떤 개였을지를 상상해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것은 한 인생을 꾸며내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 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존재이며, 상상 속의 삶이 아닌 실제의 어떤 삶을 살아왔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그 녀석이 버려지기 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꾸며낼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버지와 함께 아코디언 연주를 배웠다면, 또는 단지, 내 노래가 아버지에게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서 아버지 곁에서 노래를 부를 수만 있었어도, 어떤 가족 이야기를 꾸며내서 신문사에 투고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나는 트럭을 몰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 그라스마이스 씨와 그의 아들을 종종 생각한다. 나는 결코 내 아버지를 생각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절대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봤자 아무 소용 없을 테니까."

'천사와의 싸움'은 더 이상 교회에 오지 않는 여신도를 찾아 헤매는 노신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노신부는 고속도로에서 버려진 개와 그 개의 미친 듯한 질주를 보며 "그들 사이에 하느님의 얼굴이 있다. 한 마리의 늙고 미친 짐승, 그에게 광명을 주던 시력을 잃은 한 마리 개, 천사에게 버림받아 물도 빵도 먹지 못하는 성 로쉬가 바로 그 얼굴이다."라고 독백한다.

"내 정신과 육신은 인간으로서의 여러 가지 유혹과 싸웠다. 한편 내 마음은 빛을 잃고, 나무들이 자신의 차가운 수액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주여, 내 이름은 무엇입일까?"라는 기도를 간직하고 있다.

나는 이제 그것을 깨달았다. 지난 월요일에 고속도로에서 개를 본 순간, 나를 기다리는 이름이 섬광처럼 내 머리에 떠올랐다. 미친 개, 길 잃은 개, 질주하는 개, 뒤쫓고 있는 죽음, 그것이 바로 나다."

"오늘날, 미온적인 사람들은 외로워지고, 정열적인 사람들의 열정은 히스테리와 유사하다. 거세된 인간성. 아무튼 내게는 교구의 신도들이 있고, 그들은 어쩌면 나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인지도 모른다."

"그 개는 죽어서 분해되었을 것이고, 지금은 도로변에 일부가 남아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다가갈 수 없는 고통스러운 고독과 엄청난 절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출구는 죽음인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 중 누구도 그것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마리의 개. 버려진 한 마리의 개. 버린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쫓아버리고 싶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필요없게 느껴지고 지나치게 부담스럽고, 신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니, 차라리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실은 전부가 아니지만, '전부'는 존재하며, 그것을 증명해주는 구체적인 얼굴, 즉 여자의 얼굴, 금지된 얼굴이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우리는 그를 다시 소유하고자 하며 시선으로 그를 삼켜버리려 하고, 성체의 빵처럼 구체화하려 하고, 성사의 샘물을 다시 마시고자 할 것이다."

"죽은 뒤 영혼이 다른 육체에 깃드는 것은 사실이다. 영적으로는 아닐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그렇다. 우리의 인생은 그런 부활의 연속일 뿐이다. 지난 월요일 고속도로에서 그 개가 내 시야에 불쑥 나타남으로써 드러난 부활은 어쩌면 그에 앞서 나타났던 부활들처럼 내 몫의 고통과 경이인지도 모른다. 나도 그 개처럼 죽음에 맞서서 혼자 가리라. 죽음을 침착하게 수용하는 이미지보다 훨씬 더 잘 늙음을 정의해준 미친 질주. 그것이 내포한 눈먼 폭력과 더불어 죽음이 언젠가 내게 다가오리라. 왜냐하면 내 나이에는 '엘리 엘이 라마 사박다니'를 충분히 심사숙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스승도 신도 심지어는 인생의 초기에서처럼 천사의 그림자조차도 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된다. 우리가 이스라엘이 되려는 순간에 야곱일 때, 거기에는 아무런 구원도 없다. 하찮은 호소를 뭉개버리기 위해 도로변에 모인 몇몇 사람 외에는."

'생크림 속에 꽂혀 있는 작은 파라솔'은 상처받기 전에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려는 미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여성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개를 보았을 때 사랑하는 남자를 생각했다. 여성은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너는 달리기 시작했겠지. 눈멀고 귀먹어서 죽음을 향해 달려가겠지. 고통의 망치가 관자놀이를 두르리고, 눈멀게 하겠지."라고 독백한다. 자신이 태어난 후 우울증으로 고통받던 어머니가 리에브라는 이름의 네덜란드인 유모를 두었고, 헌신적으로 자신을 돌보던 유모는 교통사고를 당한 오빠를 돌보기 위해서 자신의 곁을 떠났고,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또다시 버려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별하려는 여성은 개가 자신의 내부에서 일깨워놓은 것은 "사랑이 끝나는 것은 내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여성은 사랑을 우정으로 대체하는 말은 이상한 접목이며, 그것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바람이 잔잔해지면, 나는 파도 속으로 뛰어든다. 태풍이 부는 날은 차라리 쉽다. 쉽다기보다는 덜 어렵다고 해야겠다. 무한한 사랑이란 것도 그런 식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야만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따면 우리가 거기에 몸을 맡길 것인가? 바람 부는 날, 나는 대체로 물에 쉽게 들어간다. 즉시 추위가 나를 휩싸고 호흡이 멎는 한편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비명을 지르고 팔다리를 마구 휘젓는다. 고통스러운 나머지 물 밖으로 나가고픈 유혹과 다시 한번 그 과정을 알기 위해 전보다 더 헤엄을 치려는 욕망 사이에서 싸운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취기가 오르는 짧은 순간이다. 그 순간에는 혈액순환이 활발해져서 우리를 흥분상태로 몰고 간다. 그러나 곧 추위라는 환각제가 약효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행복감이 밀려오고, 그것은 너무 강렬한 것이라서 거기에 끝없이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탈진할 때까지 그 행복에 빠져들다가 죽을 수도 있다. 요점은 적당한 순간에 거기서 빠져 나오는 것이다."

"한 가지 오해가 있었다. 너는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많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왔다. 나는 사랑을 받고, 강렬한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데, 너는...... 사냥중이고, 최면상태이고, 희망과 절망으로 경직되어 있고......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나는 고속도로에서 그 개를 본 이후 그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 개이며, 너는 그 개의 주인이다. 나는 그 개를 위해 울었다. 얼마나 어리석을 짓인가! 동점심일까 아니면 절망의 이면일까. 학살을 은폐하기 위한 교훈적 감정이다. 언젠가 누군가 나를 버렸다. 사랑. 사랑은 항상 당신들을 버린다. 아무리 짧은 순간의 사랑이라 하더라도. 아니다. 사랑은 처음부터, 환희의 순간에도 당신들을 버린다. 그때 이미, 태양은 우물 속에 가라앉고, 검은물 아래 버려진 개가 있는 것이다."

""오, 무한한 사랑이여! 나의 이성과 유머와 생명조차도 파괴하는 자, 연가의 쓰레기처리장, 숭고하면서도 텅 빈 쓰레기통...... 나는 영원히 너를 혐오한다!" 난 갑자기 담뱃불을 짓이겨 끄고, 너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생크림 속에 작은 파라솔이 꽂히고 초코시럽이 흘러넘치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주문하고 싶어졌다."

'자전거를 타고'는 집에서 쫓겨나 직장과 친구도 잃고 매일 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성애자 남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남성은 파티에서 가까운 친구들에게 실직 사실을 알리고,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것까지 고백했지만, 남성의 절망과 고뇌의 비명은 그들에게 침묵으로 발현된다. 남성은 고속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질주하는 개로 인해서 자전거에서 넘어져 부상을 당하고, 죽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짐승처럼 호흡하는 상처 하나를 얻고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생각을 정리한다. 남성은 자전거를 타고 고속도로로 나옴으로써 "나 자신을 희생시키면서 즐기는 것도, 세상에 정면으로 승리감에 도취된 경멸을 보내는 것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 "이제부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는 친구들의 무능함에 자신도 무능함으로 답하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성은 나약함으로 인해 자살을 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고속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아주 오랫동안 참을성 있게 달렸다. 하지만 남성은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그 개가 마치 자신의 눈앞에서 자발적인 죽음으로의 질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나타났고, 그래서 자신은 넘어졌다고 이야기한다.

"'천장의 거미 한 마리'가 가장 내면적이고, 가장 확실한 나의 현실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의 화신 같은, 물기과 기름기가 없는 이 벌레와의 대면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울증은 아직 광기의 형태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나는 아직 미치지 않았지만 곧 정말로 미쳐버릴 것이다. 아무튼 광기는 그 표현방식에 있어 집을 짓는 거미와 비유할 수 있다. 그것은 천천히, 실을 분비하기 위한 휴지기를 가지며 집을 짓는다. 광기에서 문제되는 것은 실이 아니라 흔적의 거대한 혼선이라는 것을 제외하고 둘은 같다. 그 혼선은 일시적 소강상태를 거치지만 폭풍우를 피할 수 없다."

""한번 궤도를 벗어나면 영원히 그 모양이라고요. 누군가 당신을 다시 궤도 위에 올려놓을 거라고 믿어봤자 소용없어요. 얼마 안 가서 우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될 사람들, 즉 루프 부인 같은 사람에게 걸려들고 말아요. 그리고 당신들도, 당신들도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요. 그리고 나 역시 아무도 필요없어요. 아무도!""

"달리는 것은 하나의 일이며, 나의 내면에 무언가를 철저하게 건설하는 행위다. 나는 아직 그 무언가의 정체를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그것은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앞에 서 있는 방파제의 도도함과 부서지기 쉬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거친 파도가 이는 바다도 아니고, 즉각적인 위험도 없이 습관처럼 단조롭게, 고속도로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이 모든 차량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달리고 있는가?"

"그 후 나는 더 이상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상처는 아물었다. 어제 상처의 딱지가 떨어졌고, 상처 가장자리 피부에는 주름이 잡혔다. 마치 매끄러운 한 가닥의 실이, 지갑의 아가리를 연상시키는 자줏빛 새살 주변으로, 피부를 모아놓은 것 같았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이 상처를 간직하게 될 것 같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모두들 그렇듯이, 나도 팔십쯤까지 살지 않을까. 다들 그렇듯이, 나도 매일매일 죽음의 개념에 저항할 것이다. 내가 받는 고통이 이 시대의 실업자들이 참아내는 고통 이상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 이상은 아니다. 사냥개 떼에게 쫓기는 토끼처럼 미친 듯이 달려가는 개. 다만 사냥개가 없고, 아무도 추적하지 않고, 당사자만 있다. 우리고 꼭 그런 식이다. 완벽한 건강을 갖고 아주 편리한 일상적인 지식을 갖춘 젊은이인 우리들은 숨이 차도록 달린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를 추적하지 않으며 가장 친구들조차도 우리를 찾지 않는다. 직업상의 이동의 필요가 냉혹한 힘으로 이동시키는 자동차들 안에 우리를 위한 자리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무엇을 쫓고 있는 것인가?"

'별 수 없음'은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스스로 버려졌다고 여기는 과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은 본 적이 없는 개 한 마리가 고속도로에서 앞을 가로질러 갔고, 이후 마침내 어머니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여성은 개에게 시선을 주기를 피함으로써, 딸인 안이 힘을 되찾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버려진 여자. 지불해야 할 계산서, 갈아야 할 퓨즈, 교육해야 할 아이, 결단을 내려야 할 중대사항 따위와 함께 나를 혼자 남겨두고 간 그에게 분노를 느낀다.니코의 시선이 내게 머물지 않았던 이 아주 짧은 기간 동안의 추억에 특히 화가 난다. 나는 우리의 신념이 사라져버렸던, 우리에게 힘이 부족했던 이 기간을, 사후에라도 결정적으로 메워넣을 힘을 어디선가 찾아야 했다."

"내가 집에서 갑자기 니코의 죽음이라는 대지진을 만났을 때, 대지진은 갑자기 니코의 생명을 앗아갈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제 누가 나를 웃길 것인가? 안은 분명 아니야. 나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 애는 가장 없는 가장의 힘없는 어린 여자아이에 불과해. 나는 곧이어 이런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그런 생각은 아마 그 애가 지금 먹는 것들 때문인 것 같다. 그 애는 옛날에 니코와 함께 웃던 자리,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이상한 노래들 중 하나를 불어대며, 그와 함께 그것을 부르던 추억을 잊기 위한 것처럼 마구 먹어댔다. 안은 항상 이상했다. 나는 차라리 그 애가 빨리 결혼하기를 바랐다. 누군가가 안이 지나치게 먹는 것을 금해주고 그 애의 은밀한 생각을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그렇다, 나를 사랑했던 니코처럼 그 애를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그 애로부터 나를 해방해줘야 할 것이다."

"어쩌면 고속도로에서 개를 본 날, "별수 없잖아"라고 말했을 때, 방법을 찾아냈는지 모른다. 좀 더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진정한 본질에 눈뜨게 하지 위해 내가 꼭 해야 할 말이고 그녀가 꼭 들어야 할 말이었다. 그녀는 버려진 짐승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어머니를 거부하는 열렬한 처녀였다. 그녀가 내게 던지던 그 시선이란! 내가 접근할 수 없는 하늘, 저 높은 곳에, 그 애의 아빠가 나타난 것이 분명했다. 나에게는 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상복 입은 여자들로 이루어진 울타리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변했다. 내가 본 적이 없는 어떤 개 한 마리가 내 앞을 가로질러 갔고, 이후 나는 마침내 어머니가 되었다. 나에게 시선을 주기를 피함으로써, 안이 힘을 되찾게 해주었다. 이후, 그녀는 혼자다. 왜냐하면 내 내부의 모든 것이 평정을 되찾고 '별 수 없잖아'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영원한 휴식'은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준 아버지를 잃고 폭식증에 걸린 딸의 이야기를 담았다. '별 수 없음'이 어머니의 시선에서 바라본 독백이라면, '영원한 휴식'은 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독백으로 흥미롭다.

"이따금, 나는 엄마와 함께 있을 때 나의 죽음을 상상한다. 그녀 앞에서 식사를 하거나 그녀와 함께 아우디를 타고 있을 때, 나는 아빠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것처럼 나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나의 장례식에서는 아무도 슬퍼하지 않고, 아무도 나를 아쉬워하지 않는다. 엄마조차도. 어쩌면 그녀는 만족할지도 모른다. 그녀에게는 나의 죽음이 사소한 문제일 테니까."

"엄마는 왜 개 주인이 개가 없어졌는데도 그녀는 슬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 말은 내가 죽더라도 그녀는 슬퍼하지 않을 거라는 말이겠지. 그녀는 피 같은 것은 질색이기 때문에 냉정해지고 싶은 거야. 그녀는 아빠 때문에 피를 충분히 보았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의 피를 볼 생각은 없을 거야. 내 생각으로는, 개 주인이 개를 찾아 나설 것이고, 그 동물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모르고 있는 한 마음이 편치 못할 것 같았다.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음 속에서, 나는 죽은 개를 향해 걸어가서, 개를 뒤집고 그 이름을 확인할 것이다. 이름은 안. 그 개는 암컷이며 이름은 나와 같다. 다시 시작하자. 안이 죽었다는 말이다. 누군가가 나타나서, 그 개는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개, 영리하고 세련된 짐승이라고 내게 알려줄 것이다. 그는 울 것이고, 현실을 믿지 않으려 할 것이고, 안의 죽음에 관해 책을 쓸 것이다."

"이제 나는 녀석과 마찬가지로 힘센 근육을 가지고 있다. 놀라운 본능이 나를 안내하고, 나는 그 개가 무사히 살아날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울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약하지도 않고 벙어리도 아니다. 나는 강철 같은 근육을 가지고 있으며, 아무리 달려도 숨이 차지 않는 폐활량을 가지고 있고, 나를 지옥으로부터 구해낼 의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인내심이 강해서 어떤 출구가 보일 때까지 달릴 수 있다. 나는 확고한 본능의 명령에 따라서 달리기 때문에 놀라움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면서 고속도로를 벗어날 것이고 사람들은 소리를 지를 것이다. 나의 달리는 동작은 아름다울 것이다. 긴 근육, 늘씬하고 긴 다리 근육, 영리하고 침착한 얼굴, 내재해 있는 조용한 힘.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나는 죽든 살든 변함없는 결심으로 달린다. 나는 내 주인, 내 생의 반려자를 찾아 달린다. 그는 나를 영원히 사랑하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찾아다니고, 아빠가 스핑크스의 자세로 앞으로 뻗은 길고 가느다란 두 팔로 만들어놓은 터널 속으로, 천국이든 지옥이든 어디에서건, 곧 들어올 것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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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시선 - 여성의 눈으로 파헤치는 그림 속 불편한 진실
이윤희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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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시선>은 여성의 시선에서 미술의 역사와 고전으로 내려오는 그림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오거나 이미 익숙해져 간과해왔던 의문을 다시 끄집어낸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미술 작품 속에서 여성이 표현되는 방식을 지적하면서, 여성 미술가가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인 한계와 더불어 이를 넘어서고자 노력했던 여성 미술가의 작품을 살펴본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부터 중세의 교회 건축 조각,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 뿐만 아니라 근현대 작가들의 회화, 퍼포먼스 작품까지 고루 담아내, 미술 영역에서 여성이 어떻게 표현되어 왔는지 그리고 여성 미술가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역전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 책은 '1장 의문: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 2장 시선: 왜 여성은 언제나 구경거리가 되는가, 3장 누드: 미술 작품에는 왜 벗은 여자들이 많을까, 4장 악녀: 여성은 남성을 괴롭히는 악한 존재인가, 5장 혐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영웅적 행위가 될 수 있는가, 6장 허영: 거울 앞의 여성은 아름다움에 눈먼 존재인가, 7장 모성: 현실의 어머니가 언제나 고요하며 아름다울 수 있는가, 8장 소녀: 소아성애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9장 노화: 노년의 이미지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공평한가, 10장 위반: 현실의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10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에밀리 메리 오즈번의 작품 <이름도 없고 친구도 없는>에서는 공공장소에 나와 일하는 19세기 여성이 감당해야 했던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말한다. 그림 속의 여성이 처한 어려움은 그림을 팔아 살아가는 가난한 화가로서의 고충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사회에 나온 여성들이 불필요하게 감내해야 하는 음험한 시선에서 오는 고통 역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상 화가는 '보는' 직업이다. 특히 추상미술이 출현하기 이전인 19세기까지 화가의 일이란 대상을 '응시'하여 자신의 세계관과 감성으로 재현하는 작업이었다. 에밀리 메리 오즈번의 그림 속 주인공인 여성 화가 역시 정물이건 풍경이건 대상을 관찰하고 이를 화폭에 옮기는, 다시 말해 '바라보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공공장소로 나서는 순간 그는 '바라봄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저자는 미술사 대부분의 시기 동안 그림을 주도적으로 관람하고 비평적 언사를 표현해온 관객은 남성이었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화가들은 남성 관객의 입맛에 맞는 주제와 소재를 선택해왔다. 심지어 화가에게 적극적으로 그림을 주문하는 이들 역시 권력층 남성이 압도적이었다. 저자는 이를 보면 그동안 여성 누드화가 그렇게나 많이 제작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화가가 남성이기도 했지만, 시장이 남성 관객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누드'라는 서양미술 속의 개념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보편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미술 작품속에서도 남성 누드는 행동하는 주체이지만, 여성 누드는 시선의 대상이 된다. 주체와 대상의 불평등한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저자는 천사처럼 선한 여자와 천하의 몹쓸 악자라는, 여성에 대한 이분법적 구도는 유래가 깊다고 말한다. 미술의 역사 속에서도 숭배해야 할 여인과 경계해야 할 여인은 구분되어 있었다. 저자는 남성과 마찬가지로 실제의 여성은 선하거나 악하다는 단순한 카테고리로는 이분화되지 않지만, 유달리 악한 여자들의 이야기와 이미지가 예술에 많이 등장하는 시기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팜프파탈이라 불렀던 치명적인 여인들은 아름답고도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나타나 남성을 유혹하여 곤경에 빠뜨리고 살해했다. 구약성경이나 신화 속에서 선한 역할을 담당했거나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았던 인물까지도 모두 악녀로 변신하여 남성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저자는 달리 보자면 이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이끌어가는 인물들이었고, 갑자기 이들이 미술의 수면 위로 끌어올려진 것은 당시의 시대적 변화의 양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19세기는 가정에 속박되어 있던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와 배움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고 학위를 따기 시작하는 시대였다. 의사 면허를 받거나 물리학자가 되기 시작했으며, 남편에게 먼저 이혼을 요구하고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사회적 책무에 눈을 떠 참정권을 요구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19세기에 등장한 이러한 신여성은 남성에게 대단히 골칫거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의 권리를 말하는 여성들을 보며 남성들은, 기존에 보아 왔던 여성들과는 다른 종류의 생경하고 생생한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여성들에게 한번 걸리면 패가망신의 지금길이라는 위험 또한 감지했을 것이다. 남성 예술가들은 그러한 두려움을 온갖 유형의 팜므파탈 이야기에 실어 날랐다."

저자는 모성은 잉태의 순산으로부터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모성이 넘치는 행복한 어머지'라는 이념은 계몽주의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즉, 여성이 어머니가 되어야 비로소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통념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저자는 추상적으로 그려지던 모성의 실체는 실제적인 출산과 육아의 경험을 말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살과 피를 얻는다고 이야기한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출산과 양육은 신체가 뒤흔들리는 경험이고, 그럼에도 기쁨을 동반하며, 아이들을 위해 세상에 맞서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특히 이 책에서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직시하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 <헨리 포드 병원>과 <나의 탄생>에 관해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출산이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중요한 인생의 변곡점이고 나아가 그것이 사회적인 의미이기도 하다면 왜 화가들은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을까. 그 이유가 미술 작품이 지켜야 할 사회적, 종교적 지점 때문이라면, 그 한계를 교모히 넘나들며 포르노에 가까운 에로티시즘을 구현한 작품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화가들이 출산이라는 사건을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개의 화가가 남성이었으며, 출산은 그들이 직접 겪는 사건이 아니었다. 또한 출산은 비명과 유혈이 난무하는 고통의 현장이었으므로 그 사건을 굳이 그림으로까지 그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 화가들은 출산을 자신의 일생 가운데 중요한 사건으로 경험하거나 다른 여성의 경험을 나누며, 출산의 신체적, 심리적 고통의 장면들을 미술 작품 안으로 불러왔다."

"벌거벗은 채 공장 대지에 홀로 누어 있는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아기의 죽음을 애도하고, 피를 흘리며 자신의 신체가 겪은 일을 여러 사물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칼로는 간절하게 생명을 탄생시키고자 했지만, 오히려 자기 자신이 죽을 뻔했고 아기를 살리지 못했다. 많은 여성이 경험했을 법한 이러한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미술 작품 속에 표현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이 장면을 해석하기 위한 또 하나의 단서로 침대 머리에 걸린 그림을 보자. 그림 속에는 성모 마리아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마리아는 입을 벌리고 고통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으며 목에는 두 개의 단검이 들이밀어져 있다. 프리다 칼로는 <나의 탄생>에서 출산이 죽음을 무릎쓰는 경험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한 의미로 성모 마리아라는 신적 존재를 출산하는 어머니와 함께 고통받는 여성으로 그리고 어머니를 자신을 낳고자 죽음에 가까이 갔던 여성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출산이란 이렇게 고통스러운 경험이니 아이를 낳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림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아이를 낳고 어머니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프리다 칼로의 이 그림들은 실제 출산의 경험을 여성의 시각으로 매우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는 의미가 있다. 임신과 출산은 인간이 가진 본능이겠으나, 이를 단순하게 행복이라는 이념으로 포장하지 않고 실제적인 경험을 통해 바라보고자 한 것이다. '출산의 신비'가 아니라 생과 사를 넘나드는 여성의 실존적 경험인 출산을 그림으로써 말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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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관리하면 당신도 잘 살 수 있습니다 - 눈뜨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들이 곁에 두고 읽어야 할 우울증・기분장애 관리 가이드
수전 J. 누난 지음, 류초롱 옮김, 양용준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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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관리하면 당신도 잘 살 수 있습니다>는 기분장애를 겪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가장 핵심적이며 일상적인 기분 관리법을 제시한 워크북 형식의 기분장애 관리 지침서다. 수전 J. 누난 박사는 오랜 시간 우울증을 겪어온 당사자이자 의사로서 환자들을 치료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 책을 구성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들, 예를 들면 제대로 자고, 제대로 먹고, 몸을 움직이는 일 같은 것도 기분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 책에서는 워크북 형식을 빌려 자신의 힘으로 그 일들을 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평범하고 쉬워 보이는 일들이지만, 이 같은 일상 속 생활습관 관리는 치료의 시작이 될 수 있다.

1~3장에서는 기분장애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왜 체계적인 생활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중요한지, 우울증 또는 양극성장애의 증상은 어떠한지, 무엇이 치료를 방해하는지 등을 살펴본다. 4~8장에서는 본격적인 기분장애 관리법을 다룬다. 치료진과 함께하는 상담치료,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에 대한 이해를 돕고, 본래의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기저선 설정하는 개념을 익히며, 기분장애 관리의 최종 목표를 확실히 다짐으로써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다. 9장과 10장을 통해서는 스트레스 대처법, 마음챙김, 고통 감내 또는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법 등을 제시함으로써 힘든 시기를 포기하지 않고 잘 건너 꾸준히 기분을 관리함으로써 우울증을 겪고 있더라도 일상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준다.

기분장애는 주요우울장애와 양극성장애를 포함하는 정신질환의 한 종류이다. 이 질병들은 생물학적 근거가 있으며 치료 가능한 뇌의 상태로, 우리의 사고와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내적 자아의 한 부분인 기분 또는 마음의 상태에 발생한 장애다.

"우울증과 함께 사는 것은 당신과 당신의 가족, 친구들 모두에게 아주 괴롭다. 우울증은 하루쯤 '기분이 울적'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슬픈 기분을 한참 넘어선다. 우울증에는 깊은 절망감, 신체적이고 정서적인 아픔과 괴로움이 따른다. 거의 마비에 가까울 만큼,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삶을 영위하고 즐기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많다. 시간과 날들이 끝나지 않는 것 같고,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하다. 우울증에 걸리면, 세상이 암울한 회색빛으로 변하고, 삶의 어두운 모습들만 눈에 들어온다. 죄책감을 느끼거나 무가치하다고, 아무 희망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괜한 짜증이 당신이 주변 일에 가장 흔이 보이는 반응일지 모른다. 전에 좋아하던 것들에 흥미를 잃고 어떤 즐거움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저자는 기분장애가 오래 가거나 삽화가 반복되면, '당신이라는 사람 또는 그동안 당신이던 사람'에 대한 기억이 마음속에서 옅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우울증에 삶을 맡긴 채 증상들 속에 떠밀려 다니는 기분을 느끼기는 쉽다. 삶이 그저 슬프고 비참한 감정으로 가득해지고 인생을 점령해버린 증상들을 감당하기 위해 매일 노력할 뿐이다. 다른 것들을 위한 시간이나 에너지, 관심은 거의 사라져버린다.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를 앓는 일부 사람들은 '이건 내가 아니다, 내 모습이 낯설다'고 느낀다. 당신도 평소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러면 질병 전의 당신이 누구였고 어떤 모습이었는지, 매일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무엇에 관심 있었는지, 또는 무엇이 당신을 미소 짓게 했는지를 잊게 된다. 누군가 그 이야기를 꺼내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전의 취향, 관심사, 성취,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한 감각도 잊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질병 증상의 압도적인 힘 아래에 잠시 덮여 있을 뿐이다."

저자는 우울증이 곧 당신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울증은 생물학적 질병이고, 여러 증상의 합이다. 그것이 당신을 규정하지 못한다. 당신은 당신의 우울증 이상이며, 증상들의 합 이상이다. 당신에게는 독특한 성격과 특질(친절함이나 유머감각 등), 기술, 능력, 성취가 있다. 당신에게는 글이나 스포츠, 컴퓨터, 원예 능력이나 기술이 있을지 모른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 동생, 동료일 수도 있다. 저자는 기분장애를 겪으면 분명히 삶이 달라지지만, 결국은 더 긍정적인 방식으로 끝맺는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겪는다고 이야기한다.

"우울증에 사로잡히는 것을 피하는 방법은 이 병을 앓고 있을 때에도 자신에 대한 기본 감각과 일, 관계, 활동, 관심사, 즉 당신을 당신으로 만들어 주는 것들, 자기 인생의 가닥들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친구나 가족들에게 당신이 누구인지를 계속 상시시켜주고 당신을 붙잡아달라고 도움을 청해야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처럼 오래 가는 질병에서는 회복, 또는 '좋은 상태'를 오히려 이상하고 부련하게 느낄 수 있따고 말한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좋아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회복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오랫동안 기분장애에 빠져 있으면, 그 질병 때문에 자신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우울한 행동에 적응되어 익숙해지기도 한다. 기분장애를 경험하는 데 익숙해지면, 이 우울한 생각과 행동이 새로운 '정상적'인 감각을 구성하게 된다. 그러면 '좋은'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상하고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조차 있다. 하지만 저나는 회복의 과정에서 당신은 우울한 증상과 생각들을 자신과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으로 바꾸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고, 그를 통해 삶에 더 자신 있게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기분장애에서의 회복은 한번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고, 두려워할 일도 아니다. 미국 물질남용 및 정신보건 서비스국은 그것을 '개인이 건강과 안녕을 개선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며,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는 상태에 닿기 위해 노력하는 변화의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회복은 자신의 발전이 어떤 모습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정해나가는 지속적인 과정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회복은 또한 당신이 지금 아는 익숙한 질병과 삶을 떠나서, 아마도 불확실하고 낯설 '잘 삶의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이 두려울 수 있다.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고, 예전의 우울한 자아로 되돌아가고 싶을 수도 있다. 앞으로 무엇이 다가올지, 특히 우울증이 시작되기 전에 자신이 어땠는지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더욱 알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상황을 유지하면서 더 편안한 기분을 느끼고, 더 익숙한 우울증에 머무르려 한다.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기를 권고한다."

저자는 무언가를 골똘히 반복해서 생각하는 상태인 반추는 고통의 해결책이 아닌 근권에 주의의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한다. 과거의 실패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곱씹고, 자신이 무능하다거나 무가치하다는 느낌에 초점을 맞추는 시간이다. 반추가 위험한 것은 더 큰 불안과 우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상황을 분명하게 돌아보는 능력을 손상시키고 문제해결을 방해할 수 있다.

"반추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첫 번째 단계는 그것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하고, 당신에게 떠오른 생각들이 생산적이지 않으며 진흙 속에 빠진 바퀴를 돌리는 기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뇌에서 일어나는 '반추 과정'을 막아보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다른 활동들, 취미나 음악 감상 따위로 정신을 돌리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다. 힘들었지만 결국 괜찮은 결과가 나온 일들을 떠올려보면 더 좋다. 그것들을 적어서 성공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실제 사례들을 마련해둔다. 차근차근 삶에서 이런 긍정적인 사건들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다음으로 할 일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파악하고 적는 것이다. 당신을 괴롭히는 침투적인 생각들이 문제일 수 있다.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고, 무슨 자원이 필요한지, 누군가의 지원을 얻어야 하는지 적어본다. 해결법을 계획할 때에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측정 가능한 작은 단계들을 만든다."

기저선이란, 당신이 우울하거나 조증이거나 불안하지 않고 건강할 때의 느낌을 말한다. 그것은 당신이 한 사람으로서 누구인가에 대한 감각이다. 저자는 기저선은 당신의 관심사, 취향, 성취 등을 반영하며, 우울증이 당신을 집어삼켜서 기저 자아의 흔적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한다. 삶 속에 우울증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저자는 우울증을 관리할 때에는 당신의 증상들과 당신의 진짜 모습 사이의 차이를 이해해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당신이 지켜야 할 건강한 자아를 기저선으로 삼으면 회복기간에 중요한 도움이 된다. 이것이 당신이 목표로 삼아야 할 모습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기저선과 연결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1단계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2단계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3단계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의 효과적인 관리는 정서적 균형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돌보고 질병 관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회복하고 잘 유지한다는 점은 연구결과에 꾸준히 나타난다. 질병을 관리한다는 것은 질병에 대해 공부하고 당신의 증상들에 대처하기 위해 특정한 방법, 전략, 기술들을 날마다 사용한다는 뜻이다. 우울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증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검토하고, 문제해결 기법을 사용하고, 적응하며, 부정적인 행동을 피해야 한다. 효율적인 관리에는 자기돌봄에 관심을 기울이고, 건강한 생활습관과 식단을 지키며, 신체운동을 하고, 의사가 개발한 치료개발을 따르는 것도 포함된다.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이를 닦자. 깨끗하고 좋은 옷을 차려입고, 하루 종일 잠옷만 입고 있지 않는다. 머리를 자르거나 손톱 관리를 받으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이런 활동들은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우울할때에는 하기 힘든 일들이다. 그리고 아마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자기 몸을 돌보아야 자신에 대해서도 더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성취를 이뤄낸 자신을 인정해주자."

우리는 종종 개인적 믿음, 과거 경험, 상황에 대한 개인적 이해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석한다. 사건에 대한 생각이나 해석이 어떻게든 부정확하거나 왜곡되어 있다면, 당신이 경험하는 감정이 고통을 일으킬지 모른다. 저자는 바로 이것이 우울증에서 일어나며, 왜곡된 사고와 해석을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비판적으로 검토하면 당신이 느끼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강렬한 감정에 대한 반응을 수정하는 방법을 배우면 고통의 강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골치 아픈 상황에 대해서 과도하게 '분노'하거나 통제력을 잃은 느낌을 받는 대신에, 슬픔이나 적당한 화만 느낄 수도 있다. 이밖에도 "해야 한다"로 끝나는 문장을 말하는 것은 당신이나 타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지를 정하는 완고한 규칙들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진술들은 그저 바람 정도인 것도 의무적이고 경직된 규범, 도덕적 명령으로 바꾼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 "나는 ___ 해야 했다"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을 담고 있다. "해야 한다"를 "하고 싶다" 또는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꿔서 대응하는 것이 좋다.

이 책에서 저자는 힘든 시기를 지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효율적인 대처 전략을 써서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스트레스가 우울증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이 줄어든다. 이를 위해서는 '도움을 구하기, 포기하지 않기, 현재 가능한 것들로 최선을 다하기,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부정확한 가정이나 해석을 밀어내고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사실을 확인하기, 선택 가능한 대책을 적기, 지지 증거와 반대 증거를 검토하기, 대안적인 접근법과 다른 사고방식을 시도하기, 예측하고 생삿하고 미리 계획하기, 수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하기, 단호해지기, 자신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기, 필요할 때는 거절하기, 체계적으로 생활하기, 통제 가능한 것은 통제하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 균형을 잡고 우선순위를 세우기,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기, 무리하지 않기, 하루의 계획을 세우기, 자신의 몸을 잘 돌보기, 자신을 배려하고 존중하기, 현재 순간에 집중하기, 자기위로를 활용하기, 자기 자신을 인정해주기, 스스로 보상을 주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피해 안전하게 지내기,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뒤따를 결과들을 고려하기, 유발요인과 위험징후를 주의하기, 고통 감내를 개발하기'가 있다.

저자는 우울증을 잘 관리할 때 핵심적인 또 다른 요소는 고립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가족들 친구들, 다른 사회적 관계들을 유지함으로써 해낼 수 있다. 누군가와 최근에 연락을 한 지 오래되었다면, 수화기를 들고 먼저 전화를 건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당신이 우울할 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어색하거나 불편할까 봐 겁이 나서 정화를 걸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당신이 먼저 연락해서 당신을 붙들어 줄 관계들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분 장애 관리란 그 질병에 관해 배우고 증상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는 뜻이다. 저자는 기분 장애의 증상들을 다루기 위해서 이 책에 나온 방법과 전략, 기술을 매일 사용해보라고 말한다. 질병 관리를 위해서는 증상을 관찰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검토하며, 문제해결 기술을 사용하고, 적응하고, 부정적인 행동을 피해야 한다. 저자는 시간을 들여 연습한다면 이 책에서 살핀 모든 단계들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을 돌보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회복과 유지의 가능성이 높다는 저자의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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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미술관 - 잃어버린 감각과 숨결이 살아나는 예술 여행
강정모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유럽의 도시와 함께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을 여행하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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