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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관리하면 당신도 잘 살 수 있습니다 - 눈뜨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들이 곁에 두고 읽어야 할 우울증・기분장애 관리 가이드
수전 J. 누난 지음, 류초롱 옮김, 양용준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7월
평점 :

<기분을 관리하면 당신도 잘 살 수 있습니다>는 기분장애를 겪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가장 핵심적이며 일상적인 기분 관리법을 제시한 워크북 형식의 기분장애 관리 지침서다. 수전 J. 누난 박사는 오랜 시간 우울증을 겪어온 당사자이자 의사로서 환자들을 치료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 책을 구성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들, 예를 들면 제대로 자고, 제대로 먹고, 몸을 움직이는 일 같은 것도 기분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 책에서는 워크북 형식을 빌려 자신의 힘으로 그 일들을 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평범하고 쉬워 보이는 일들이지만, 이 같은 일상 속 생활습관 관리는 치료의 시작이 될 수 있다.
1~3장에서는 기분장애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왜 체계적인 생활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중요한지, 우울증 또는 양극성장애의 증상은 어떠한지, 무엇이 치료를 방해하는지 등을 살펴본다. 4~8장에서는 본격적인 기분장애 관리법을 다룬다. 치료진과 함께하는 상담치료,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에 대한 이해를 돕고, 본래의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기저선 설정하는 개념을 익히며, 기분장애 관리의 최종 목표를 확실히 다짐으로써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다. 9장과 10장을 통해서는 스트레스 대처법, 마음챙김, 고통 감내 또는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법 등을 제시함으로써 힘든 시기를 포기하지 않고 잘 건너 꾸준히 기분을 관리함으로써 우울증을 겪고 있더라도 일상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준다.
기분장애는 주요우울장애와 양극성장애를 포함하는 정신질환의 한 종류이다. 이 질병들은 생물학적 근거가 있으며 치료 가능한 뇌의 상태로, 우리의 사고와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내적 자아의 한 부분인 기분 또는 마음의 상태에 발생한 장애다.
"우울증과 함께 사는 것은 당신과 당신의 가족, 친구들 모두에게 아주 괴롭다. 우울증은 하루쯤 '기분이 울적'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슬픈 기분을 한참 넘어선다. 우울증에는 깊은 절망감, 신체적이고 정서적인 아픔과 괴로움이 따른다. 거의 마비에 가까울 만큼,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삶을 영위하고 즐기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많다. 시간과 날들이 끝나지 않는 것 같고,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하다. 우울증에 걸리면, 세상이 암울한 회색빛으로 변하고, 삶의 어두운 모습들만 눈에 들어온다. 죄책감을 느끼거나 무가치하다고, 아무 희망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괜한 짜증이 당신이 주변 일에 가장 흔이 보이는 반응일지 모른다. 전에 좋아하던 것들에 흥미를 잃고 어떤 즐거움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저자는 기분장애가 오래 가거나 삽화가 반복되면, '당신이라는 사람 또는 그동안 당신이던 사람'에 대한 기억이 마음속에서 옅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우울증에 삶을 맡긴 채 증상들 속에 떠밀려 다니는 기분을 느끼기는 쉽다. 삶이 그저 슬프고 비참한 감정으로 가득해지고 인생을 점령해버린 증상들을 감당하기 위해 매일 노력할 뿐이다. 다른 것들을 위한 시간이나 에너지, 관심은 거의 사라져버린다.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를 앓는 일부 사람들은 '이건 내가 아니다, 내 모습이 낯설다'고 느낀다. 당신도 평소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러면 질병 전의 당신이 누구였고 어떤 모습이었는지, 매일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무엇에 관심 있었는지, 또는 무엇이 당신을 미소 짓게 했는지를 잊게 된다. 누군가 그 이야기를 꺼내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전의 취향, 관심사, 성취,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한 감각도 잊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질병 증상의 압도적인 힘 아래에 잠시 덮여 있을 뿐이다."
저자는 우울증이 곧 당신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울증은 생물학적 질병이고, 여러 증상의 합이다. 그것이 당신을 규정하지 못한다. 당신은 당신의 우울증 이상이며, 증상들의 합 이상이다. 당신에게는 독특한 성격과 특질(친절함이나 유머감각 등), 기술, 능력, 성취가 있다. 당신에게는 글이나 스포츠, 컴퓨터, 원예 능력이나 기술이 있을지 모른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 동생, 동료일 수도 있다. 저자는 기분장애를 겪으면 분명히 삶이 달라지지만, 결국은 더 긍정적인 방식으로 끝맺는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겪는다고 이야기한다.
"우울증에 사로잡히는 것을 피하는 방법은 이 병을 앓고 있을 때에도 자신에 대한 기본 감각과 일, 관계, 활동, 관심사, 즉 당신을 당신으로 만들어 주는 것들, 자기 인생의 가닥들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친구나 가족들에게 당신이 누구인지를 계속 상시시켜주고 당신을 붙잡아달라고 도움을 청해야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처럼 오래 가는 질병에서는 회복, 또는 '좋은 상태'를 오히려 이상하고 부련하게 느낄 수 있따고 말한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좋아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회복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오랫동안 기분장애에 빠져 있으면, 그 질병 때문에 자신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우울한 행동에 적응되어 익숙해지기도 한다. 기분장애를 경험하는 데 익숙해지면, 이 우울한 생각과 행동이 새로운 '정상적'인 감각을 구성하게 된다. 그러면 '좋은'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상하고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조차 있다. 하지만 저나는 회복의 과정에서 당신은 우울한 증상과 생각들을 자신과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으로 바꾸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고, 그를 통해 삶에 더 자신 있게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기분장애에서의 회복은 한번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고, 두려워할 일도 아니다. 미국 물질남용 및 정신보건 서비스국은 그것을 '개인이 건강과 안녕을 개선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며,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는 상태에 닿기 위해 노력하는 변화의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회복은 자신의 발전이 어떤 모습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정해나가는 지속적인 과정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회복은 또한 당신이 지금 아는 익숙한 질병과 삶을 떠나서, 아마도 불확실하고 낯설 '잘 삶의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이 두려울 수 있다.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고, 예전의 우울한 자아로 되돌아가고 싶을 수도 있다. 앞으로 무엇이 다가올지, 특히 우울증이 시작되기 전에 자신이 어땠는지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더욱 알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상황을 유지하면서 더 편안한 기분을 느끼고, 더 익숙한 우울증에 머무르려 한다.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기를 권고한다."
저자는 무언가를 골똘히 반복해서 생각하는 상태인 반추는 고통의 해결책이 아닌 근권에 주의의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한다. 과거의 실패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곱씹고, 자신이 무능하다거나 무가치하다는 느낌에 초점을 맞추는 시간이다. 반추가 위험한 것은 더 큰 불안과 우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상황을 분명하게 돌아보는 능력을 손상시키고 문제해결을 방해할 수 있다.
"반추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첫 번째 단계는 그것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하고, 당신에게 떠오른 생각들이 생산적이지 않으며 진흙 속에 빠진 바퀴를 돌리는 기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뇌에서 일어나는 '반추 과정'을 막아보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다른 활동들, 취미나 음악 감상 따위로 정신을 돌리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다. 힘들었지만 결국 괜찮은 결과가 나온 일들을 떠올려보면 더 좋다. 그것들을 적어서 성공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실제 사례들을 마련해둔다. 차근차근 삶에서 이런 긍정적인 사건들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다음으로 할 일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파악하고 적는 것이다. 당신을 괴롭히는 침투적인 생각들이 문제일 수 있다.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고, 무슨 자원이 필요한지, 누군가의 지원을 얻어야 하는지 적어본다. 해결법을 계획할 때에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측정 가능한 작은 단계들을 만든다."
기저선이란, 당신이 우울하거나 조증이거나 불안하지 않고 건강할 때의 느낌을 말한다. 그것은 당신이 한 사람으로서 누구인가에 대한 감각이다. 저자는 기저선은 당신의 관심사, 취향, 성취 등을 반영하며, 우울증이 당신을 집어삼켜서 기저 자아의 흔적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한다. 삶 속에 우울증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저자는 우울증을 관리할 때에는 당신의 증상들과 당신의 진짜 모습 사이의 차이를 이해해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당신이 지켜야 할 건강한 자아를 기저선으로 삼으면 회복기간에 중요한 도움이 된다. 이것이 당신이 목표로 삼아야 할 모습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기저선과 연결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1단계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2단계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3단계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의 효과적인 관리는 정서적 균형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돌보고 질병 관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회복하고 잘 유지한다는 점은 연구결과에 꾸준히 나타난다. 질병을 관리한다는 것은 질병에 대해 공부하고 당신의 증상들에 대처하기 위해 특정한 방법, 전략, 기술들을 날마다 사용한다는 뜻이다. 우울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증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검토하고, 문제해결 기법을 사용하고, 적응하며, 부정적인 행동을 피해야 한다. 효율적인 관리에는 자기돌봄에 관심을 기울이고, 건강한 생활습관과 식단을 지키며, 신체운동을 하고, 의사가 개발한 치료개발을 따르는 것도 포함된다.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이를 닦자. 깨끗하고 좋은 옷을 차려입고, 하루 종일 잠옷만 입고 있지 않는다. 머리를 자르거나 손톱 관리를 받으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이런 활동들은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우울할때에는 하기 힘든 일들이다. 그리고 아마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자기 몸을 돌보아야 자신에 대해서도 더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성취를 이뤄낸 자신을 인정해주자."
우리는 종종 개인적 믿음, 과거 경험, 상황에 대한 개인적 이해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석한다. 사건에 대한 생각이나 해석이 어떻게든 부정확하거나 왜곡되어 있다면, 당신이 경험하는 감정이 고통을 일으킬지 모른다. 저자는 바로 이것이 우울증에서 일어나며, 왜곡된 사고와 해석을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비판적으로 검토하면 당신이 느끼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강렬한 감정에 대한 반응을 수정하는 방법을 배우면 고통의 강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골치 아픈 상황에 대해서 과도하게 '분노'하거나 통제력을 잃은 느낌을 받는 대신에, 슬픔이나 적당한 화만 느낄 수도 있다. 이밖에도 "해야 한다"로 끝나는 문장을 말하는 것은 당신이나 타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지를 정하는 완고한 규칙들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진술들은 그저 바람 정도인 것도 의무적이고 경직된 규범, 도덕적 명령으로 바꾼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 "나는 ___ 해야 했다"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을 담고 있다. "해야 한다"를 "하고 싶다" 또는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꿔서 대응하는 것이 좋다.
이 책에서 저자는 힘든 시기를 지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효율적인 대처 전략을 써서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스트레스가 우울증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이 줄어든다. 이를 위해서는 '도움을 구하기, 포기하지 않기, 현재 가능한 것들로 최선을 다하기,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부정확한 가정이나 해석을 밀어내고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사실을 확인하기, 선택 가능한 대책을 적기, 지지 증거와 반대 증거를 검토하기, 대안적인 접근법과 다른 사고방식을 시도하기, 예측하고 생삿하고 미리 계획하기, 수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하기, 단호해지기, 자신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기, 필요할 때는 거절하기, 체계적으로 생활하기, 통제 가능한 것은 통제하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 균형을 잡고 우선순위를 세우기,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기, 무리하지 않기, 하루의 계획을 세우기, 자신의 몸을 잘 돌보기, 자신을 배려하고 존중하기, 현재 순간에 집중하기, 자기위로를 활용하기, 자기 자신을 인정해주기, 스스로 보상을 주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피해 안전하게 지내기,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뒤따를 결과들을 고려하기, 유발요인과 위험징후를 주의하기, 고통 감내를 개발하기'가 있다.
저자는 우울증을 잘 관리할 때 핵심적인 또 다른 요소는 고립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가족들 친구들, 다른 사회적 관계들을 유지함으로써 해낼 수 있다. 누군가와 최근에 연락을 한 지 오래되었다면, 수화기를 들고 먼저 전화를 건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당신이 우울할 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어색하거나 불편할까 봐 겁이 나서 정화를 걸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당신이 먼저 연락해서 당신을 붙들어 줄 관계들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분 장애 관리란 그 질병에 관해 배우고 증상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는 뜻이다. 저자는 기분 장애의 증상들을 다루기 위해서 이 책에 나온 방법과 전략, 기술을 매일 사용해보라고 말한다. 질병 관리를 위해서는 증상을 관찰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검토하며, 문제해결 기술을 사용하고, 적응하고, 부정적인 행동을 피해야 한다. 저자는 시간을 들여 연습한다면 이 책에서 살핀 모든 단계들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을 돌보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회복과 유지의 가능성이 높다는 저자의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