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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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월스트리트와 IT업계에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빅데이터를 연구한 수학자 캐시 오닐은 [대량살상수학무기]를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알려진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사실은 편향적이며 취약계층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녀는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책 <셰임 머신>에서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통해 외모, 가난, 젠더, 피부색, 정치적 입장 등 다방면에 걸쳐 왜곡된 수치심이 구조하되고 이를 정치적,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 수치심 머신을 고발한다. 그리고 수치심 머신을 역이용해 혐오와 불신으로 분열된 사회를 치유할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1부 수치심은 돈이 된다, 2부 혐오는 어디서 시작되고 확산되는가, 3부 정의감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수치심은 본질적으로 우리 내면에 품고 다니는 것이다. 이는 신체, 건강, 습관, 도덕 등 관련 규범에서 파생하는 감정이다. 내가 기준에 못 미친다고 자각할 때, 또는 같은 반 친구나 동료, 슈퍼볼 광고가 기준에서 지나치게 벗어났다고 생각할 때, 수치심이 우리를 덮친다. 어떤 때는 그저 기분이 나쁜 정도겠지만 수치심으로 깊은 상처를 받으면 자아가 공허해지고, 인간 존엄성을 부정당한 기분이 들며, 내 존재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수치심이 날리는 잔인한 펀치다."



<셰임 머신>의 저자 캐시 오닐은 어린 시절부터 뚱뚱함이 콤플렉스였으며, 날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과 그러지 못한 스스로의 간극에 의한 수치심을 오랫동안 체험해왔다. 체중 감량 실패를 수없이 반복하며 다이어트 업계가 사람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자각했다. 이후 알고리즘의 차별 문제를 탐구하며 비만뿐만 아니라 빈곤, 중독자 등 취약계층의 삶이 어떻게 플랫촘을 통해 조직적으로 소비되고 조롱당하는지 목격했다. 그 미난이 자신의 비만을 대하는 시선과 놀랍게도 흡사하며, 그들 도한 암울한 삶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사회 균열의 근원에 왜곡된 수치심이 있고 이를 알고리즘이 극대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사회를 계급화하고 통제하는 도구로써 수치심과 디지털 플랫폼, 알고리즘의 상관관계를 파헤친다.

저자는 약물 중독 문제의 경우, 사회는 피해자를 비난하고 이들을 타인으로 밀어내는 쪽을 훨씬 편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은 가치관이 독특해서 어리석고 끔찍한 선택을 하는 자들로 분류했다. 저자는 이는 중독자를 '타자화'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피해자를 낙오자로 취급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가족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낙인은 수치심을 낳는다. 낙인은 가치 있는 자와 아닌 자를 알려주는 사회적 신호이기 때문이다. 각종 기관과 정부가 낙인찍는 역할을 자처할 때, 한 사람의 가치를 예단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온 세상이 내게 쓸모없다고 말하면, 나 자신도 거기에 동조해버린다."

"약물 중독에는 깊은 수치심이 따라오므로 중독자는 도움을 선뜻 요청하지 못한다. 피해자의 일탈행위에 집착하는 사회는 치료법이든 대체 약물이든 보통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는다. 대신 그들을 감옥으로 보낸다. 대형 제약회사부터 민간 교도소까지 상장 회사들을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가 수치심 때문에 거부하지 못하는 제안을 하는 식으로, 암울한 현실에서 이윤을 취하고 자신들의 제국을 영원히 번성시킨다. 사이비 재활시설은 이른바 노동 치료를 통해 비극적 현실을 잔인한 희극으로 바꾸는데, 어떤 시설은 기간제 노역과 비슷하게 운영된다. 모든 것이 수치심의 악순환을 불러오고, 업체들의 배를 불린다. 표적 고객의 수치심이 커질수록 업체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진다."

저자는 미국에서 빈곤층은 가장 힘이 약하다고 말한다. 제도적 수치힘에 빠진 이들을 실패를 거듭한다. 또 이들은 신세를 망친 것도 너고 비참한 선택을 한 것도 너라는 이야기를 지겹도록 듣는다. 저자는 정부 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있어도 신청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까다로운 신청 절차를 거치다 보면 인간적인 모욕을 느끼기 때문이다. 낮은 자산 상태, 급료, 실패 경험, 낙담, 굴욕을 문서화하여 낱낱이 입증해야 한다. 저자는 체중과 중독의 대한 조롱처럼, 가난에 대한 조롱도 해로운 악순환을 낳는다고 말한다. 가난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문제를 숨기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수치심 때문에 생기며, 상황을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가난이라는 수치심을 없애려면 사회는 빈곤층을 아무 조건 없이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은 이들에게 가난이라는 수치심은 물질적 고통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 그러나 예산이나 엑셀 스프레드시트에 달러는 기록할 수 있어도 감정은 그럴 수 없다. 감정은 형체가 없고 주관적이어서 종종 무시된다. 그러다 보니 복지정책이 수치심을 자극하는 엔진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은 신체와 정신이라는 두 가지 면에서 고통받는다. 의식주와 교통비 같은 기본적인 생활수단이 부족한 데다, 자신의 처지에 비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수치심은 이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한다. 하루하루 다급한 문제가 터지는 상황에서 다음 달이나 내년에 대한 계획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난을 설명하는 문화적 요인이 뚜렷해도, 약자를 탓하는 주류 담론을 섬세한 시각으로 뒤집기는 힘들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부유층은 일하는 사람만 도와야 한다는 조건을 계속 내건다. 그러고 패스트푸드점과 대형소매점에서 받는 치욕스러운 저임금을 얼마 안 되는 수당으로 보조한다. 이런 식으로 사회는 일하는 빈곤층을 다람쥐 쳇바퀴에서 계속 굴린다. 빈곤층은 자동차가 고장 나거나 아이가 아플 때 쓸 여윳돈도 없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쓴다. 우리 사회는 일하지 않는 빈곤층을 극빈한 상태로 몰아넣는다. 한마디로 실패한 사람이 대가를 치르고 현재의 불행을 받아들이게 한다.

이는 근시한적이고 동시에 비도덕적이다. 이를 바꾸는 핵심 방법은 남을 비난하려는 우리의 온갖 본능에 반하더라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돕고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도 남들처럼 주거지와 의료서비스, 식료품을 얻고 아이를 돌볼 수 있으며,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들에게 생필품을 준다는 이유로 공무원들 앞에서 굽실거리게 하거나 각종 요건을 먼저 갖추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건강관리 산없에서 가장 왜곡된 곳은 노화를 감추기 위해, 더 나아가 노화를 늦추거나 뒤집기 위해 방대한 제품과 서비스를 쏟아내는 분야라고 말한다. 이 산업은 노화가 심각한 불행이라고 강조한다. 나이가 들면 허약하고, 추하고,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감이 떨어지며, 측은하고, 산송장과 같다고 본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거대한 수치심 머신은 비만, 약물, 중독, 가난, 허약함을 이용하기 위해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을 비난하고, 그 과정에서 힘과 시장 지분을 얻는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저지르는 존엄성 침해를 자각하려고 애쓰는 것이 수치심 머신을 해체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수치심은 각각의 사회적 실패에 작용하지만, 동시에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기능을 한다. 우리는 각종 사회 문제를 겪을 때, 다음과 같이 안이한 충고를 자주 듣는다. '그런 끔찍한 선택만 하지 않았어도 지금처럼 고통받지 않을 텐데. 그러니 그들 잘못이다.' 이렇게 수치심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보면 매번 시선을 돌리고, 다리 밑에서 노숙자를 만나면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면서 우리는 이들의 안전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을 존중하고 포용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우세한 수치심 머신을 떠받드는 규범을 영구화함으로써 현재의 유감스러운 현실이 지속되도록 도와준다. 뚱뚱하고 가난하고 중독된 자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이 잘못된 선택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인정해버리면, 우리 역시 그 문제의 일부가 된다."

저자는 바디튠으로 보정한 수영복 사진을 공유하는 것부터 트위터에 정의로운 척 소신 발언을 올리는 것까지, 이 모든 온라인 활동은 거짓과 망상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이런 행동은 세상을 달리 규정하는 것, 그리고 나의 수치심을 다른 사람을 통해 해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게다가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좋아요', '공유하기', 이모티콘으로 공감을 표시하므로, 우리는 이런 반응에 현호되기 쉽다. 저자는 수치심 네트워크는 우리를 부지런히 끌어들여, 그 안에서 사회구조에 균열을 내고, 그때마다 잠깐씩 고양되는 기분을 느끼며 옹졸한 권력감이나 분노, 복수심 같은 감정에 중독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나한테 관심을 주는 듯한 소규모 커뮤니티에 상주하며 과도한 감정에 몰입하지만, 그 감정을 기계적으로 자극하는 허술한 시스템은 눈치채지 못한다. 그 시스템은 바로 영속적으로 굴러가는 수치심 머신이다.

저자는 수치심 네트워크를 끝없이 최적화한 한 가지 결과가, 이른바 캔슬 문화의 급증이라고 말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발판으로 한 이 흐름은 거대한 마을 의해가 동네 주민에게 말이든 행동이든 온갖 훈수를 두는 상황과 비슷한다. 사람들은 이런 공격이 사회적 순기능을 한다며 쉽게 정당화하고, 공개적 망신은 사회를 더 건전한 길로 이끌 수 있다고 여긴다. 저자는 동시에 개인에게 퍼붓는 온라인 조롱은 범죄와 처벌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을 제시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공정성을 논하는 핵심적인 질문이면서 동시에 수치심 전략에 대한 질문이다. 온라인에서의 맹비난처럼 무기화된 수치심은 분노에 찬 저항운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충동적 비난을 자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도덕성을 과시하는 트윗이 정작 근본 분제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현대적 의미에서 관계 끊기는 종교적 배척과 비슷하다. 즉 신앙을 떠났다는 이유로 친구 혹은 이웃이었던 사람과 말도 안 하고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이런 태도에 선의를 내세우기도 한다. 사회에서 인종주의를 추방하고, 여성을 존중하며, 성 정체성을 밝힌 사람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말이다. 그 과정은 여러모로 네티즌 수사대의 활동과 닮았다. 아마추어 탐정들은 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샅샅이 살핀다. 소프트웨어로도 이 작업을 수행한다. 그러다 말이든 행동이든 허물이 될만한 증거를 찾으면 팔로워를 총동원해 실수한 사람을 공격한다. 결국 그 사람이 해고되거나 사임하게 하고, 평생 낙인을 찍는다."

저자는 비만, 가난, 약물 중독, 인종차별 등 어떤 문제를 겪고 있든, 아니면 뭔가를 이루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든, 우리는 각기 다른 수치심의 차원에서 저마다 선택과 마주한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어느 한 영역에서는 확고한 자세를 보이며 이를 지키려고 애쓰는 반면, 다른 영역에서는 매우 풀어진 태도를 보인다. 저자는 어느 날 오후, 인종 차별 반대 시위에서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과 대치하며 용감히 싸우던 사람이, 잠시 짬을 내 접속한 트위터에서는 독설을 마구 내뱉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한쪽에서는 낙인찍기에 반대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낙인찍기에 몰두하는 등 우리는 수치심에 관한 한 점잖으면서 동시에 무자비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오늘날 수치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은 기업 가치가 수조 달러에 달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그중에서도 구글과 페이스북이 가장 주목받는다고 말한다. 이 기업들은 인터넷 이용 기록을 추적해 표적 광고를 하고, 우리에게 디지털 주홍 글씨를 붙이며, 진실이든 허구든 가장 수익성 있는 단편적 정보를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저자는 수치심은 억눌린 생각과 무언의 두려움에 숨어 있다고 말한다. 비밀은 수치심의 서식지이자 온상지다. 저자는 수치심에 맞서려면 진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수치심 머신을 정면으로 응시해야만 이를 해체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는 대대적인 청산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상황을 다른 시각에서 이해하려면 우리는 냉정하게 초당파적 진실을 수용하면서 나름의 화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투 운동이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여성들은 수치심과 피해자 의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증언에 나서기도 했다."

"수치심 머신과 치르는 전쟁의 다음 단계는 혈세가 들어가는 공공서비스 부문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다. 공공서비스가 가난하고 불우하며 중독에 시달리는 자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매 순간 이들에게 수치심을 주지는 않는지, 현실에서 이러한 존엄성 침해가 어느 정도이고 신뢰에 바탕을 둔 제도는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거의 모든 사회 문제는 수치심을 주지 않고도 해결할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저렴한 공공주택으로 수백만 서민에게 거주 공간을 마련해 주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또 마약에 중독된 이들을 향한 경찰의 무작위 몸수색을 없애고 중독자 쉼터에 들어가게 하면 이들의 존엄성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개인 차원에서 우리는 떼로 몰려가 약자를 비하하는 부적절한 행동을 삼가고, 친구나 이웃 나아가 인류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수치심에 대한 자각력을 길러 이를 세심하게 사용한다면, 그리고 공유 규범을 강제하는 목적으로만 이를 활용한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비롯해 우리가 아는 사람들의 인생이 밝아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더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수치심 렌즈를 끼고 일상을 구석구석 살피는 것이라고 말한다. 언제 수치심이 생기는지, 어떤 소통방식이 수치심을 낳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난민을 무시하는 이민국 직원의 태도, 열두 살 난 딸에게 뚱뚱하다고 무안 주는 엄마의 행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저자는 다음 과제는 수치심을 낳는 행동을 포착한 다음 이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신앙심을 비웃는 행동이 사회에서 자주 본 모습을 따라 한 것인지, 개인의 상처나 불만에서 나온 행동인지, 아니면 일종의 개종 전략인지 살펴본다. 또 이들이 사제에게 학대당한 피해자를 비난하는지 아니면 교회를 향해 비판하는 것인지, 또 그런 비난으로 누가 이득을 보는지, 그 이득이 돈인지 지위인이 관계의 우위인지를 따져본다. 답은 명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질문을 머릿속에 인지해야 우리의 행동도 달라진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머릿속에 수치심 항목을 만들어 놓아야 무례한 댓글, 추잡한 비교행위, 남을 폄하하려는 리트윗, 불가능한 기대치 등 자존감을 꺽는 행동을 자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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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쫌 아는 10대 - 프로이트 vs 니체 : 내 안의 불안은 어디에서 왔을까? 철학 쫌 아는 십대 2
이재환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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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니체를 통해 10대에게 불안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여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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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쫌 아는 10대 - 프로이트 vs 니체 : 내 안의 불안은 어디에서 왔을까? 철학 쫌 아는 십대 2
이재환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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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TV나 유튜브에서 '불안 장애'나 '공황 장애', '우울증'에 대해 꽤 많이 다루고 있다. 우울하거나 불안하면 마치 내가 정상이 아닌 것 같고, 내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상담을 원하는 청소년들 역시 늘고 있다. 특히 과도한 학업과 급격한 감정의 기복, 대인관계에서 오는 고민에 시달리는 십 대에게 불안은 어쩌면 당연한 감정일지 모른다.

<불안 쫌 아는 10대>는 '불안하다는 감정에 불안을 느끼는' 십 대에게 필요한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를 두 철학자들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풀어낸 책이다.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해부해서 불안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프로이트와,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불안할 때 이를 극복하고 긍정하는 태도를 들려주는 니체의 철학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흥미진진한 대화를 통해 두 철학자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이유와 의미, 대처법까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책은 '1장 우리는 모두 불안한 인간, 2장 당신의 욕망을 변신시켜 드립니다, 무의식, 3장 내 안의 욕망 덩어리를 다스리는 법, 4장 love yourself, 불안을 막는 주문, 5장 나만의 가치를 가진 초인이 되라고?, 6장 다시 '나'로 태어나더라도 후회 없게 살아 보기, 7장 어린아이처럼 살라고?, 8장 나만의 가치를 찾아 건강한 몸 만들기'라는 8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프로이트에게 의식은 정말 작은 부분에 불과하고 우리 정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무의식이니까 '나'는 사실 무의식, 즉 생각하지 않는 곳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프로이트가 말하려고 한 것은 우리가 무의식이 있는 건 알지만 정확하게 무의식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른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불안을 이해하려면 무의식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무의식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인데, 이것을 통제하려고 하는 게 의식이고, 그래서 우리에게 불안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생각, 이걸 '의식'이라고 해. 빙산에서 물 밖으로 나온 부분이 의식이야. 그런데 프로이트는 이 의식이 인간의 정신 중에서 빙산의 끝부분, 방금 한 말로 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어. 그러니까 의식은 빙산에서 정말 작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 바닷물 밑에 잠겨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부분, 엄청난 크기의 빙산이 바로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의식은 사실 우리 정신에서 얼마 되지 않고 나머지 대부분은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어."

"한편으로는 불안이 우리가 잘 살고 있다는 표식이라고도 할 수 있어. 통제되지 않은 에너지가 어느 정도는 관리되고 있다는 거니까. 또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어. 무의식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니까, 불안도 인간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거야. 지난번에 선생님이 불안한 걸 불안해하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나니? 누구나 무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불안할 수밖에 없으니까 나만 불안하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저자는 특히 어릴 때 경험한 충격적인 기억은 우리가 감당하기 힘드니까 보통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경험을 했을 때의 장면은 보통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는데, 그 장면과 연결된 감정은 억압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그 감정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저자는 예를 들어, 거미나 개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어릴 때 뭔지는 모르지만 극심한 공포를 경험했는데 그 경험의 장면이나 기억은 무의식 속으로 사라지고, 공포의 감정은 계속 남아 있으니까 이 감정이 거미나 개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초자아는 우리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몰아붙이는 힘이라고 말한다. 이드가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이라면 이 욕망을 통제하는 것이 자아고, 자아보다 더 큰 통제를 하는 것이 초자아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아 이상은 자신의 현재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기보다 자신이 되고 싶은 이상적인 나의 모습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거나 인정받으려면 스스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 아니면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자아 이상이다. 저자는 초자아는 우리가 그런 모습을 갖추도록 몰아붙이는 역하을 하고, 높은 기준에 못 미치는 것 같으니 내가 형편없는 사람이나느 생각이 들어 자존감도 낮아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항상 주눅이 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런 이상적인 모습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더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 정신의 에너지, 리비도가 다른 사람이나 사물 등 바깥에 있는 대상으로 향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오면 나르시시즘이 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이나 대상을 사랑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다른 대상이나 사람도 사랑하고 나도 사랑하는 건 우리 정신의 에너지를 균형있게 투자하는 것이니 좋은 일이지만, 나만 사랑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리비도가 나한테 집중되면 다른 사람이나 대상에 투자해야 할 에너지가 줄어들 테고 그러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시큰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이면 누구나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면 누구나 조금씩 불안을 갖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런 불안을 '실존적 불안'이라고 하며, 말 그대로 인간으로 존재하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불안으로, 이러한 불안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불안한 것을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지금은 아주 유명한 철학자 대접을 받고 있지만 니체가 살아 있을 때만 해도 힘든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니체는 5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뿐만 아니라 30대에는 병 때문에 직업을 잃고 요양을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돌아다녀야 했다. 게다가 자기가 쓴 책이 잘 안 팔려서 자기 돈으로 책을 내기도 했고, 45세 때에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는 상태가 되었고,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야 했다.

저자는 니체는 자신의 삶을 극복한 사람, 운명애를 실천한 사람을 '초인'이라고 불렀다고 말한다. 초인은 말 그대로 초월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초인이 된다는 것과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극복한다는 것이 만화 속에 나오는 영웅처럼 멋진 사람, 완벽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운명애를 실천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부족하더라도 그걸 인정하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결점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결점을 그대로 인정하고 가능하면 더 개선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저자는 초인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불안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냥 자신을 사랑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2병이 보통 센 척하는 거잖아? 이것도 어떻게 보면 불안해서 그런 것일 수 있어. 내가 약하다는 걸 알면 친구들이 나를 안 좋아하는 건 아닐가 불안해서 센 척하는 거지. 또 주위에 보면, 다른 사람 칭찬하는 걸 못 견뎌하는 사람도 있잖아. 그것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경우야. 다른 사람이 칭찬받으면 왠지 자기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받는 느낌을 받으니까 다른 사람을 칭찬하지 못하는 거야. 또 다른 예로, 내가 공부를 잘하거나 외모를 잘 꾸미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것 같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외모를 가꾸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다른 방식으로 센 척하는 것일 수 있어. 근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과 비교할 이유도 없거든. 니체는 이런 게 다 운명애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할 거야."

저자는 니체는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자신의 삶을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한다. 자기 삶을 예술 작품으로 만든다는 것은 곧 삶에서 내가 드러내고 싶은 가치가 드러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니체가 이야기한 운명애를 실천한 초인이 되려면 자신의 운명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한 지향점이 바로 가치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삶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면 가치는 멀리서 보이는 등대, 혹은 반짝이는 별과 같다. 저자는 초인은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이것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예술가처럼 자기가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실패한 삶을 살까 봐 불안해하잖아? 그런데 니체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거야. 아까 다빈이가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면서 주눅들거나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내가 잘 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할 거야,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 결국 나는 나만의 가치를 가진 예술 작품으로 살면 되니까."

저자는 니체의 영원 회귀 개념이 우리가 삶의 가치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의 말은 우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잘못했다고 비난하는 그런 신은 죽었으니까 죄책감 가지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니체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비교하거나 곁눈질하지 말고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이야기한다. 내 인생의 가치를 찾는 것도, 이렇게 살면 이번 생은 망하는 것도 아닐까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도 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죄책감을 가지고 불안함을느끼는 것이 특별히 잘못된 것은 아니고 누구나 인간은 조금씩 죄책감,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말해. 그렇지만 프로이트와 니체 두 사람 모두 공통적으로 죄책감이나 불안감은 우리가 잘못했거나 잘못되었기 때문에 갖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지."

"니체는 우리에게 너무 높은 기준을 제시하면서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죄책감을 주고 불안하게 만드는 그런 존재는 이제 사라졌으니까, 내 삶의 기준은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단다. 요즘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라"라는 말도 많이 하잖아. 그 말이 사실은 니체가 하고 싶었던 말이야."

저자는 니체가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낙타는 자기가 왜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묵묵히 무거운 짐의 존재를 견디는 존재라고 말한다. 인간 정신의 가장 낮은 단계인 낙타는 자기가 왜 짐을 지는지도 모르면서 주인이 시키니까 지는 것이다. 저자는 왜 그런 규범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면서 그저 그 규범대로 살아가는 상태를 니체가 비유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인간정신의 두 번째 단계인 사자는 용기 있게 그 짐을 벗어 던지긴 했는데 그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이 나한테 강요하는 가치대로 살지 말아야겠다고 용기는 냈지만 나의 가치가 뭔지는 아직 못 찾은 상태이다. 외부에서 강요한 가치를 받아들일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삶에서 이루고 싶은 나만의 가치는 없는 상태가 사자다. 그리고 인간정신의 마지막 단계는 어린아이다. 어린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할 뿐만 아니라 놀이로 만든다. 내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불안해하지도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하면서 즐겁게 논다. 어린아이는 바로 운명애를 실천하는 사람인 것이다.

저자는 니체가 "너는 너 자신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니체도 '나'는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이때 나 자신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흥미로운 점은 니체는 '나'는 먼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안에 있는 힘들이 어떻게 배치되고 결정되느냐에 따라서 나중에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프로이트는 우리 정신 안에 무의식, 전의식, 의식이 있고, 또 이드, 자아, 초자아로 나눌 수 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무의식이나 이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그런 욕망이기도 하고. 또 프로이트가 '리비도'라고 부르는 우리 정신의 마그마도 있었잖아. 그러니까 우리 안에는 다양한 힘들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지. 마찬가지로 니체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니체는 내 안에 엄청나게 많은 '충동'이 있다고 이야기했어. 그리고 이 충동이라는 것은 우리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거라고도 했고.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 안에는 많은 힘들이 있는 거야."

"예를 들어 보자. 어떤 날은 왠지 혼자 영화를 보고 싶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친구들하고 신나게 놀고 싶을 때도 있잖아? 니체는 그게 사실은 내 안에 있는 충동 혹은 힘들이 하고 싶은 것들이 매번 각자 달리서 그렇다는 거야. 그리고 '감수성이 넘칠 때의 나'와 '친구들하고 신나게 놀 때의 나'가 다르다는 의미야. 재영이 안에는 이렇게 다양한 힘들이 존재하고, '나'라는 것은 이러한 힘들의 배치에 따라서 끊임없이 바뀐다고 할 수 있겠지."

저자는 모두 다 자신의 모습인데, 스스로를 규정짓는 고정관념이 있으니까 나에게 다른 모습이나 평소에 원하지 않던 것을 바라면 "이건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거나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내가 뭔가 잘못 되어 가고 있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나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니체는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고, 그 다양한 모습 중에서 어떤 모습이 나타나느냐에 따라 '나'가 다르게 결정된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불안 쫌 아는 10대>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간이면 누구나 불안할 수 있다는 프로이트의 말도 잘 생각해보고, 자신의 가치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니체의 말도 곱씹어 보면서 즐겁게, 가치 있게 생활하기를 희망한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선생님과 학생이 대화하는 장면들로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어 청소년들이 불안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청소년 도서로 흥미롭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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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개가 떠났다 -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한 반려일기
도란 지음 / 설렘(SEOLREM)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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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개가 떠나고 새로운 반려견을 만나면서 경험하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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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개가 떠났다 -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한 반려일기
도란 지음 / 설렘(SEOLREM)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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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개가 떠났다>는 반려견을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펫로스 증후군'을 겪던 저자가 다시 반려생활을 하며 이별의 아픔을 갈무리하는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강아지 여름이를 잃고 긴 우울과 슬픔의 펫로스 증후군을 15년동안 경험한 저자는 모카를 키우며 펫로스 증후군을 이겨냈다. 현재는 집에 있는 강아지가 보고 싶어 늘 일찍 귀가하는 일상, 따끈한 체온에 푹 빠져 함께 뒹굴거리는 반려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과 우울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모든 반려인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이 책은 '1장 너를 만나 행복한 반려인이 되었어, 2장 울고 웃으며 우리는 함께 자랐어, 3장 우리가 언젠가 이별한다면'이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언젠가 나를 앞서 떠나갈 개 한 마리, 다시금 내게 상실과 슬픔을 떠넘길 존재인 개를 다시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아픈 존재의 죽음을 잊고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자고 마음을 다잡고, 반려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개를 키울 수 있을까.

잊을 수 없는 반려동물의 죽음. 그리고 죽음이 주는 공포와 우울감을 15년간 앓았던 나. 죽음을 잊지 못한다면 혹은 인정하지 못한다면 결코 새 생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구멍 난 인생.

긴 세월 펫로스 증후군에 빠져 허우젹거렸다는 사실을 아프게 인정할 수밖에 없던 시점에서 남편과 지인들은 내게 힘이 되는 말을 건넸다."

저자는 개를 몸집과 생김새로 선택하는 것, 인간의 기준과 취향으로 가족을 고르는 건 서글픈 일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선택받지 못한 강아지가 불우한 대우를 받는다면 더욱 슬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저자는 개를 입양할 때도 외모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강아지를 모카라고 이름 짓고 "크면 큰 대로 잘 살아 보자. 몸집이 크면 장점도 있지 않겠니?"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실상 나는 긴 세월 펫로스 증후군을 앓았던 유약한 사람이고 부실한 면이 넘치는 흔한 인간이기에 개의 크기나 외모로 흠집을 낼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모카는 내가 못생겼다고, 좀 통통한 것 같다고, 얼굴이 너무 동그랗다고 불만을 갖지 않는다. 서로의 외모에 군소리하지 않는 사이, 인간사회에서는 통하지 않을 그 심플한 유대관계가 우리 사이에 시작되고 있었다."

저자는 모카의 발바닥은 과일의 속살처럼 연하던 신생아 시절에서 조금 단단해졌다고 말한다. 부드러운 가족 혹은 단단한 복숭아의 촉감이다. 저자는 모카의 발바닥을 어루만지면 단단함이 쌓여간다고 느끼고, 제법 단단해진 발바닥에는 수없이 많은 날을 맨발로 걸으며 쌓아간 모카만의 시간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시간의 흐름에 좋은 점도 있다. 과거보다 시행착오를 덜 겪기도, 경험이 쌓여 능숙해지는 것들이 많아지기도 한다. 나이를 먹었더니 국가에서 내 건강을 걱정하며 검진표를 보내주는 것도 나름 좋다. 어제보다 오늘 더 단단해져 나와 산책로를 걷는 모카의 발바닥도 그러할 것이다. 최소한 과일 속살 같던 어린 시절보다 덜 다칠 테니 말이다. 그러한 세상의 진리를 내 옆의 모카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거라 짐작해본다."

저자는 돈 한 푼 벌어오지 않는 식구라도 모카는 내게 지출보다 훨씬 큰 애정과 즐거움을 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아프거나 지친 기색이 있으면 냉큼 달려와 곁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살펴보고, 앓아눕기라도 하면 침대 곁에 앉아 내내 지켜본다고 이야기하낟. 매일 아침 처음 만난 듯 반갑게 맞아주고, 한 번씩 고즈넉하게 찾아오는 외로움은 따수운 체온으로 쫓아버린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모카는 집밖에 낯선 기색이 느껴지면 경계하며 자신을 지켜주려 들고, 생각이 못한 애교로 웃음 함량을 최고치로 이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굳이 계싼하자면 모카에게 드는 비용에 비해 자신이 얻는 게 훨씬 많다고 말한다. 결국 반려생활은 사람과 반려동물 양쪽 다 득을 보는 일상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모카와 살면서 이제야 자신은 본연의 화해법을 곁에서 보고 배운다고 말한다. 저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용서와 화해, 그 단순하고 순연한 유대 감각을 38년짜리 인생이 1년까지 견생에게 배우는 신비한 오늘이라고 이야기한다.

"반려동물들의 화해는 달랐다. 사람이 터득하지 못한 평화의 기초를 동물인 모카는 본능처럼 꿰고 있었다. 다리가 잠깐 아팠지만 자신에게 해를 입힌 상대를 즉시 용서했고 용서에 '뒤끝'이나 '계산' 따윈 없었다.

모카는 용서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에 충실하게 있는 그대로 상대를 용서하고 다시 함께 어울릴 수 있었다. 그러니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개보다 월등하고 늘 용서만 하는 존재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분명 유대 감각에 있어 모카는 나보다 월등했다."

저자는 만약을 반려동물을 잃었던 자신을 지독하게 아프게 했고, 모카를 키우며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제약이 되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확실한 건 만약에 너무 많은 지분을 주지 않아야 펫로스 증후군을 덜 아프게 앓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만약에 빠져들지 않는 반려인은 성숙한 새 사랑의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한 차례 지독한 펫로스 증후군을 앓고, 다시 반려생활을 시작한 나는 '만약'의 블랙홀의 위험을 안다. 만약은 반려견을 잃고 슬픔에 빠진 반려인을 구해주지 않는다. 무지개다리 건너편에서 반려동물을 데려오지도 못한다. 먼저 떠난 아이를 추억하며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길 바라는 펫로스의 정도가 있다면, 그 정도를 벗어나 길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게 '만약'의 블랙홀이다.

어떤 만약도 죽은 여름이를 살리지 못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고 생각할 수 있는 '만약'이 있다면 경우의 수는 몇 개 없다.

'만약 내가 우울함을 떨쳐내지 못하면 강아지별에 간 우리 강아지도 슬퍼하겠지?'

'만약 세상을 떠난 우리 강아지가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가정으로 찾아올까? 그렇다면 다음에 키울 강아지에게도 최선을 다해야지.'"

저자는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생활을 선택한 이상 견뎌내야 하는 아픔이라고 말한다. 그 아픔만 제외한 반려생활은 없다. 냉혹한 세상의 이치는 떠나보내기 전엔 도무지 헤아릴 수 없고, 그저 깊은 심연 속에서 우리의 이별을 기다리고 있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2년 8개월 차의 모카와 마흔을 앞둔 나, 그리고 남편이 있다. 우리는 함께 나이 들고 있으며, 나이 듦이란 개와 사람 모두에게 죽음을 향해 걸어 나가는 성장 과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을 향해 하루 더 다가간 우리의 삶은 언젠가 모카를 먼저 떠나보내야 하고 다시 펫로스 증후군을 앓게 될 가능성이 크다. 펫로스 증후군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반려생활의 마무리는 다시 펫로스일 수밖에 없다. 남편의 농담과 달리 우리 존재는 불사가 아니다.

펫로스란 반려동물을 잃는 것이다. 사람보다 생이 짧은 반려동물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우리를 기다리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반려동물을 '잃는다'고 말하지 않으려 한다. 힘껏 사랑했던 반려동물을 먼너 떠나보냄을 잃는다의 Loss가 아니라 기억하는 리멤버 펫(Remember pet)이자, 마음속에서 영원히 아끼로 사랑하는 펫 러브(Pet love)가 분명하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는 우리의 숙명이 해피엔딩이길 바란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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