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하던 개가 떠났다 -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한 반려일기
도란 지음 / 설렘(SEOLREM) / 2023년 3월
평점 :
<사랑하던 개가 떠났다>는 반려견을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펫로스 증후군'을 겪던 저자가 다시 반려생활을 하며 이별의 아픔을 갈무리하는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강아지 여름이를 잃고 긴 우울과 슬픔의 펫로스 증후군을 15년동안 경험한 저자는 모카를 키우며 펫로스 증후군을 이겨냈다. 현재는 집에 있는 강아지가 보고 싶어 늘 일찍 귀가하는 일상, 따끈한 체온에 푹 빠져 함께 뒹굴거리는 반려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과 우울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모든 반려인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이 책은 '1장 너를 만나 행복한 반려인이 되었어, 2장 울고 웃으며 우리는 함께 자랐어, 3장 우리가 언젠가 이별한다면'이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언젠가 나를 앞서 떠나갈 개 한 마리, 다시금 내게 상실과 슬픔을 떠넘길 존재인 개를 다시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아픈 존재의 죽음을 잊고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자고 마음을 다잡고, 반려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개를 키울 수 있을까.
잊을 수 없는 반려동물의 죽음. 그리고 죽음이 주는 공포와 우울감을 15년간 앓았던 나. 죽음을 잊지 못한다면 혹은 인정하지 못한다면 결코 새 생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구멍 난 인생.
긴 세월 펫로스 증후군에 빠져 허우젹거렸다는 사실을 아프게 인정할 수밖에 없던 시점에서 남편과 지인들은 내게 힘이 되는 말을 건넸다."
저자는 개를 몸집과 생김새로 선택하는 것, 인간의 기준과 취향으로 가족을 고르는 건 서글픈 일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선택받지 못한 강아지가 불우한 대우를 받는다면 더욱 슬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저자는 개를 입양할 때도 외모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강아지를 모카라고 이름 짓고 "크면 큰 대로 잘 살아 보자. 몸집이 크면 장점도 있지 않겠니?"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실상 나는 긴 세월 펫로스 증후군을 앓았던 유약한 사람이고 부실한 면이 넘치는 흔한 인간이기에 개의 크기나 외모로 흠집을 낼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모카는 내가 못생겼다고, 좀 통통한 것 같다고, 얼굴이 너무 동그랗다고 불만을 갖지 않는다. 서로의 외모에 군소리하지 않는 사이, 인간사회에서는 통하지 않을 그 심플한 유대관계가 우리 사이에 시작되고 있었다."
저자는 모카의 발바닥은 과일의 속살처럼 연하던 신생아 시절에서 조금 단단해졌다고 말한다. 부드러운 가족 혹은 단단한 복숭아의 촉감이다. 저자는 모카의 발바닥을 어루만지면 단단함이 쌓여간다고 느끼고, 제법 단단해진 발바닥에는 수없이 많은 날을 맨발로 걸으며 쌓아간 모카만의 시간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시간의 흐름에 좋은 점도 있다. 과거보다 시행착오를 덜 겪기도, 경험이 쌓여 능숙해지는 것들이 많아지기도 한다. 나이를 먹었더니 국가에서 내 건강을 걱정하며 검진표를 보내주는 것도 나름 좋다. 어제보다 오늘 더 단단해져 나와 산책로를 걷는 모카의 발바닥도 그러할 것이다. 최소한 과일 속살 같던 어린 시절보다 덜 다칠 테니 말이다. 그러한 세상의 진리를 내 옆의 모카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거라 짐작해본다."
저자는 돈 한 푼 벌어오지 않는 식구라도 모카는 내게 지출보다 훨씬 큰 애정과 즐거움을 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아프거나 지친 기색이 있으면 냉큼 달려와 곁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살펴보고, 앓아눕기라도 하면 침대 곁에 앉아 내내 지켜본다고 이야기하낟. 매일 아침 처음 만난 듯 반갑게 맞아주고, 한 번씩 고즈넉하게 찾아오는 외로움은 따수운 체온으로 쫓아버린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모카는 집밖에 낯선 기색이 느껴지면 경계하며 자신을 지켜주려 들고, 생각이 못한 애교로 웃음 함량을 최고치로 이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굳이 계싼하자면 모카에게 드는 비용에 비해 자신이 얻는 게 훨씬 많다고 말한다. 결국 반려생활은 사람과 반려동물 양쪽 다 득을 보는 일상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모카와 살면서 이제야 자신은 본연의 화해법을 곁에서 보고 배운다고 말한다. 저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용서와 화해, 그 단순하고 순연한 유대 감각을 38년짜리 인생이 1년까지 견생에게 배우는 신비한 오늘이라고 이야기한다.
"반려동물들의 화해는 달랐다. 사람이 터득하지 못한 평화의 기초를 동물인 모카는 본능처럼 꿰고 있었다. 다리가 잠깐 아팠지만 자신에게 해를 입힌 상대를 즉시 용서했고 용서에 '뒤끝'이나 '계산' 따윈 없었다.
모카는 용서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에 충실하게 있는 그대로 상대를 용서하고 다시 함께 어울릴 수 있었다. 그러니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개보다 월등하고 늘 용서만 하는 존재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분명 유대 감각에 있어 모카는 나보다 월등했다."
저자는 만약을 반려동물을 잃었던 자신을 지독하게 아프게 했고, 모카를 키우며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제약이 되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확실한 건 만약에 너무 많은 지분을 주지 않아야 펫로스 증후군을 덜 아프게 앓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만약에 빠져들지 않는 반려인은 성숙한 새 사랑의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한 차례 지독한 펫로스 증후군을 앓고, 다시 반려생활을 시작한 나는 '만약'의 블랙홀의 위험을 안다. 만약은 반려견을 잃고 슬픔에 빠진 반려인을 구해주지 않는다. 무지개다리 건너편에서 반려동물을 데려오지도 못한다. 먼저 떠난 아이를 추억하며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길 바라는 펫로스의 정도가 있다면, 그 정도를 벗어나 길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게 '만약'의 블랙홀이다.
어떤 만약도 죽은 여름이를 살리지 못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고 생각할 수 있는 '만약'이 있다면 경우의 수는 몇 개 없다.
'만약 내가 우울함을 떨쳐내지 못하면 강아지별에 간 우리 강아지도 슬퍼하겠지?'
'만약 세상을 떠난 우리 강아지가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가정으로 찾아올까? 그렇다면 다음에 키울 강아지에게도 최선을 다해야지.'"
저자는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생활을 선택한 이상 견뎌내야 하는 아픔이라고 말한다. 그 아픔만 제외한 반려생활은 없다. 냉혹한 세상의 이치는 떠나보내기 전엔 도무지 헤아릴 수 없고, 그저 깊은 심연 속에서 우리의 이별을 기다리고 있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2년 8개월 차의 모카와 마흔을 앞둔 나, 그리고 남편이 있다. 우리는 함께 나이 들고 있으며, 나이 듦이란 개와 사람 모두에게 죽음을 향해 걸어 나가는 성장 과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을 향해 하루 더 다가간 우리의 삶은 언젠가 모카를 먼저 떠나보내야 하고 다시 펫로스 증후군을 앓게 될 가능성이 크다. 펫로스 증후군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반려생활의 마무리는 다시 펫로스일 수밖에 없다. 남편의 농담과 달리 우리 존재는 불사가 아니다.
펫로스란 반려동물을 잃는 것이다. 사람보다 생이 짧은 반려동물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우리를 기다리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반려동물을 '잃는다'고 말하지 않으려 한다. 힘껏 사랑했던 반려동물을 먼너 떠나보냄을 잃는다의 Loss가 아니라 기억하는 리멤버 펫(Remember pet)이자, 마음속에서 영원히 아끼로 사랑하는 펫 러브(Pet love)가 분명하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는 우리의 숙명이 해피엔딩이길 바란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