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 불안, 걱정, 회피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위한 뇌 회복 훈련
샐리 M. 윈스턴.마틴 N. 세이프 지음, 박이봄 옮김 / 심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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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좋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안내서다. 40여 년간 수천 명을 치료한 불안장애 전문가인 저자는 뇌 과학과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불안과 걱정, 회피의 사이클에 빠지는 원인과 여러 유형을 분석하고 만성적인 망설임과 예기불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이 책은 '1장 예기불안, 2장 만성적인 망설임, 3장 우리 뇌가 잘못된 경보에 반응하는 방식, 4장 불안, 걱정, 회피의 사이클, 5장 불안에 사로잡힌 사고, 6장 완벽주의, 확실성에 대한 갈망, 후회에 대한 두려움, 7장 치유를 향한 사고방식과 메타인지적 관점, 8장 내려놓음과 전념, 9장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10장 유연함과 자신감'이라는 10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예기불안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자 좋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 또는 시작한 일들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어려운 결정, 행동, 또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을 때 느끼는 불안이기도 한다. 또한 어떤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지에 대한 혼자 창의적으로 상상해낸 걱정을 사실인 양 믿을 때 생기는 감정이다. 저자는 예기불안은 마치 위험을 예측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더 이상 나아가지 말라는, 아니면 적어도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한다는 경고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만성적인 망설임을 겪는 사람들은 결정하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성향을 지속적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즉 선택을 못하는 것이 자신의 일반적인 태도와 방식으로 굳어진 경우이다. 저자는 만성적인 망설임은 성격 특성이 아니라 개성될 수 있는 행동 문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이야기한다.

"만성적인 망설임을 보이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모든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결정을 못한다. 반면 또 다른 일부는 생활의 어떤 측면에서는 선택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만성적인 망설임 때문에 결단력이 마비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는 적극적이고 결단력이 있지만 연애 문제에서는 소극적이며 선택을 잘 못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아니면 일상생활에서는 자신감 있는 부모의 모습을 보이지만, 미용실을 고르는 일이나 휴가 장소를 정하는 일은 어려워할 수 있다."

저자는 만성적으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한 가지 특징은 행동하지 않았을 때 얻는 대가를 유독 인식하지 못하는 점이라고 말한다. 잘못된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상상하는 일에 빠지거나, 무엇이 딱 알맞은 행동인지 알아내는 데 너무 몰도한 나머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서 손실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행동하지 않았을 때 역시 부정적인 대가가 뒤따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어떤 일을 할 기회가 남아 있는 시기를 놓치는 것,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갇혀 나아가지 못하는 것, 또래, 친구, 가족 들에 뒤쳐지는 것, 타인을 실망시키는 것, 자기 비난과 부끄러움을 낳는 것 등이 있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느끼는 예기불안은 종종 '만약 ~하면?'이라는 형태로 시작된다. 또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은 뭔가 다르게 행동했기를 바라는 '~했으면 좋았을 텐데'와 같은 생각이나 감정을 피하려는 시도 때문이다. 즉 행동하면 어떻게든 후회할 것 같다고 느낀다. 그 결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행동하지 않을 때에는 일시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 속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동안 행동하지 않는 것 자체에 대한 평가는 미루로 따지지 않는다."

저자는 감정이 솟구치는 뇌의 부위를 '편도체'라고 하는데, 편도체는 변연계에 속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변연계는 뇌의 영역 중에서 느끼고 반응하는 부위에 해당한다. 저자는 편도체는 오로지 예, 아니오만 판단할 수 있으며, 편도체의 기능에는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는 섬세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바로 가능성과 확률의 세계를 이분법적 경보시스템의 언어로 옮겼을 때 일어나는 결과다. 경보시스템은 커지든지 꺼지든지 둘 중 하나다.

"편도체는 뇌의 경보센터다. 이 경보센터는 위험에 처했을 때 경고를 보내 몸과 마음이 위협에 반응할 수 있게 준비시키려는 진화적 목적이 있다. 아마도 들어본 적이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투쟁-도피-경직 반응이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가 예기불안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어떤 방법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0으로 낮출 수 있다 할지라도, 결정할 때 겪는 어려움과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저자는 사람들이 종종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불안을 유발하는 활동이나 선택에서 손을 떼는 일을 합리화하곤 하지만 이런 합리화는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불안 각성 자체는 사실 심신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니며 위험하지도 않고 피할 필요도 없다. 또한 예기불안을 피하는 것 역시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방법이 아니다. 저자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어떻게 매번 상상력에 사로잡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불안 각정이 일어날 때 이에 대해 취해야 할 새로운 태도를 배우고, 자신의 불안한 감정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시켜 나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스트레스 피하기는 예기불안을 극복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회피가 될 뿐이다. 그리고 회피는 유연한 삶을 살아가고 도전에 직면해 자신감을 키울 기회를 제한한다. 다시 말해 모든 형태의 불안은 스트레스에 민감한 영향을 받지만 스트레스가 원인은 아니다."

저자는 회피의 유형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부터 미묘하고 찾아내기 어려운 경우까지 다양하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회피 방식이 어떤 유형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회복을 향해 가는 첫 번째 발걸음이다. 그것이 행동적 회피(행동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일들)인지 아니면 경험적 회피(불안이 발생할 때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들)든지 관계없이 말이다.

저자는 회피는 거의 즉각적으로 불안한 감정을 완화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매우 강력한 회피 욕구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회피를 통해 얻는 불안의 완화를 일시적이다. 불안의 감소가 그에 앞서는 회피 충동과 예기불안을 부적 강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회피는 예기불안의 영향력이 커지게 만드는 동시에 스스로가 가진 통제력은 줄어들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두려움 경험을 통과하는 일을 회피하면, 당신은 자신이 충분히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고, 버스에 탈 수 있었고, 두려워했던 일이 사실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할 기회를 잃는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스스로 믿는 것보다 자신이 더 강하고, 현명하고, 능력 있고, 유연하며, 실수를 해도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어떤 자기에 갔을 때 즉석에서 상황에 적응할 수 있고,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으며, 후회, 난처함, 거절을 당하더라도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한다고 말한다. 절대로 자신감을 쌓을 수 없다.

"자신에 대한 잘못된 가정을 부정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지 못한 채, 당신은 예전 기억과 상상에만 의존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뇌가 항상 지나던 오래된 경로만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를 벗어나 성장하고자 한다면 회피를 회피해야 한다."

저자는 예기불안은 가만히 내버려두었을 때 오히려 진정된다고 말한다. 만약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거나 해결하고자 애를 쓰면, 즉 계속 반추하거나 회피하면 예기불안은 더욱 심해진다. 저자는 빨리 진정해야 한다는 절박감과 압박을 느끼는 가운데 예기불안을 가라앉히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마치 "빨리 잠들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어"라고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만큼이나 역설적이고 불합리한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예기불안 문제가 만성적인 망설임의 기저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고, 망설임 역시 종종 예기불안을 악화시키고 부채질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만성적인 망설임은 완벽주의, 확실성에 대한 갈망,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세 가지 문제 때문에 심화된다고 이야기한다.

"완벽주의는 회색지대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두 가지 비교 대상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조금 더 괜찮거나 조금 더 나쁜 정도의 차이가 아니다. 하나는 완벽하게 옳고 하나는 완전히 틀리다. 따라서 스스로의 선택과 성취도 똑같이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본다. 자신의 선택과 성취를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거나 형편없다고 본다. 이런 태도가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면 내부적, 외부적으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면 자신의 성취에서 조금도 즐거움이나 만족을 얻지 못한다."

저자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이 자신을 짓누를 때, 넋을 놓거나 탈진한 것처럼 무기력해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고 말한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은 동기와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어떤 내면의 감흥이 일어나 다시 한 번 움직일 수 있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문제는 동기와 자신감이 발달하는 순서가 그와는 반대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현실에서는 언제나 행동이 자신감, 동기보다 앞에 온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의 뇌는 더 자주 하는 행동에 더 큰 편안함과 자신감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갈 동기를 갖두록 설계되어 있다.

저자는 '매타인지적' 관점의 핵심은 자신의 인지에 대한 의식이며, '자신의 의식에 대해 의식하는' 상태를 포함하는 개념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메타인지적 관점을 가지면 본질적으로 동일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 회피하고 싶은 충동, 결정의 어려움이 다양한 표면적 문제로 나타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메타인지는 자신이 품고 있는 마음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 자기 마음이 경험하는 것들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그리고 생각, 기억, 감각, 감정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 등을 망라한다. 그것은 관점을 넓히고, 뒤로 물러나 스스로를 관찰하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어떤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라고 할 때, 생각하는 '나'를 생각 자체와 나누어 확인할수 있는 능력이다."

저자는 치유를 향한 사고방식이 불안을 쳐부수는 기법이 아니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는 불안을 제거하려는 어떤 시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무심코 불안한 감정과 맞서 싸우면, 이런 투쟁에 동반되는 조바심과 절박감이 생길 뿐 아니라 노력의 역설이라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불안이 없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변에 앉아 파도를 바라볼 때 그 가운데 어떤 파도가 특별하고, 더 빠르고, 더 커지기를 희망하거나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처럼 무언가를 의도하지 않는 것이다. 사고 방식의 전환은 모든 일이 그대로 존재하는 가운데, 그저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일이다."

저자는 예기불안 문제에 있어서는 반복해서 자기 위안을 시도하고, 의심과 망설임을 해결하려 하고, 걱정을 떨쳐 버리려 할수록 내면의 갈등은 더욱 심각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뿐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걱정하는 목소리와 거짓 위안 사이의 대화는 오래 머무를수록 불안이 더 심해지고 지속되게 만들기 때문에 둘 사이의 대화에서 벗어나는 길을 지혜로운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지혜로운 마음은 그 자체로 예기불안과 만성적인 망설임을 제거하지 않으며, 불안이나 의심을 완화하지도 않는다. 지혜로운 마음은 치유를 향한 사고방식으로 전환하고 애쓰기를 멈추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중요한 것은 걱정하는 생각의 내용이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생각이 어떤 식으로 떠오르고 느껴지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데, 걱정하는 생각은 보통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끔찍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걱정하는 목소리와 거짓 위안 사이의 내적 대화는 파국적 상상의 내용 안으로 계속 얽혀 들어가 헤어나오지 못한다. 생각의 내요잉 아닌, 바로 이런 얽혀 들어감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다. 지혜로운 마음이 일으키는 메타인지적인 전환은 바로 그런 생각의 내용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과정을 바라보는 것이다."

저자는 회복을 위한 관점의 전화에는 거리를 두고 자신의 정서적 삶을 관찰하는 접근과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회복을 위한 사고방식의 전환에는 판단하지 않고 자신을 너그럽게 바라보는 자세, 불안을 일으키는 도전적인 경험을 멀리하지 않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태도를 일컫는 기꺼이 임하는 마음, 그리고 치유를 향한 내려놓음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스스로가 상상 속의 미래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만약'이 아닌 '지금' 자신의 상태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자신과 걱정하는 목소리를 부드럽게 분리시키고 바로 지금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현재의 순간으로 돌아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생각의 무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감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치유를 향한 내려놓음은 지혜로운 마음 가까이에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지혜로운 마음은 불안과의 줄다리기를 거부하고, 상상력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는 것을 삼가고, 파국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상상을 하지 않는다. 또한 치유를 향한 내려놓음의 태도는 건강한 상식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를 가지면 파국적 사고와 상상 속의 위험에 휘말리지 않으며, 의심이 들 때 이를 사실이나 예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전념하기가 더 쉬워진다.

저자는 예기불안에서 회복되면 매사에 좀 더 유연하고, 완벽주의를 덜 추구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불확실성과 의구심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결정도 더 단순해진다. 또한 저자는 후회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가능성 때문에 마비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끝없는 조사, 자신을 안심시켜줄 만한 것들을 찾는 일, 주저함은 서서히 사라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최선을 다해 짐작한 미래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회복은 불안을 일으키는 상상의 내용과 자신을 분리시키고 불안한 생각, 감각, 감정이 나타나도 동요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과거에 느꼈던 불편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기억 때문에 스스로 멈추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회복은 절대로 불안을 일으키는 상상을 하지 않거나 선택을 망설이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걱정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뜻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거짓 경고나 다른 불안 증상이 나타날 때 낙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회복 과정의 한 부분으로 여겨야 한다. 또한 저자는 이런 일이 일어날 때 '왜' 그런지 묻는 질문에 빠져 길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자동반사적인 각성과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불안한 상상을 그냥 자신이 경험하는 일들의 배경에 존재하도록 허락해도 괜찮다. 그런 상상의 내용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할 수 있다면, 당신은 애쓰지 않아도 된다. 또한 저자는 그 모든 것을 스스로가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었고, 아직 회복중에 있으며, 자신의 뇌 회로가 재배선 되고 있는 중이라는 증거로 받아들ㄹ이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에서 불안이 느껴지는 경험을 직면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무사히 통과해내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일만큼 자신감을 키우고 앞으로 나아갈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없다는 글이 인상적이다. 따라서 예기불안을 이해하는 일과 더불어 행동이 뒤따라야만 동기, 자신감,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며, 우리가 거절당하지 않고, 실수하지 않고,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보장도 없지만 자신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독수리처럼,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 상황을 다룰 만한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스스로가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자신감을 키우는 일은 없다.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드라도 행동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비로소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매번 회피하고 싶은 충동을 극복해낼 때마다 우리는 자신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만들어나간다. 그런 태도를 바탕으로 현재의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고, 불안을 느끼는 자신에게 친절할 수 있으며, 불안한 감정을 느끼더라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예기불안과 만성적인 망설임은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힐 수 없다. 그런 문제가 나타난다 해도 우리가 그들에게 힘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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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 2 - 죽음에 대한 인문학이야기 : 문학 속 인물편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통합의료인문학문고 5
최성민 외 지음,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기획 / 모시는사람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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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등장하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깊이 성찰할 수 있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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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 2 - 죽음에 대한 인문학이야기 : 문학 속 인물편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통합의료인문학문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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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일어나지만 유일하게 나의 죽음만은 직접 경험할 수 없다. '어떤 죽음'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다양한 죽음의 양상을 살펴보아 죽음을 직시하고 성찰함으로써 더 존엄한 삶에 대해, 생명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하는 책이다.

<어떤 죽음 2>는 '문학 속 인물'의 죽음을 다룬다.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신화, 설화, 소설, 시 속에서 발견되는 죽음은 죽음에 대한 현미경적인 접근에서부터 거시적인 안목까지를 간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나의 죽음을 다면적으로 인식하며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에서는 죽음을 마주하며 예감하며 시를 쓰는 김혜순, 허수경 시인의 시, 소설 최인훈의 <광장>, 박상연의 <DMZ>가 그리는 분단의 비극적 골짜기에서의 죽음의 의미,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카프카의 <변신>,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의 자본주의 시대의 비극적 죽음 외에 <제망매가> 등이 그리는 '요절', SF문학이 그리는 미래세계에서의 죽음의 의미, 고대 그리스 신화나 서사시에서의 죽음의 의미를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 김학중은 2019년에 <죽음의 자서전>으로 그리핀 시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의 시들을 통해 '여성의 몸과 죽음의 근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학중은 죽음이 우리 존재의 사건적 상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 데이터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김혜순 시인이 죽음을 바라보는 진지한 성찰을 이야기한다. 김혜순의 시는 '죽음'이 우리를 진정한 대지로 인도하는 애도의 길임을 깨닫게 한다.

"김혜순은 이러한 지금 여기에 '죽음'을 엄숙하고 진지하게 바라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죽음은 우리가 가볍게 처리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죽음'은 우리가 함부로 대해 온 이 세계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공감이며 포옹이다. '죽음'은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우리 존재의 근원적인 지점들을 어둠 속에서 포옹하게 한다. 그것이 김혜순의 시인 것이다."

김학중은 허수경은 시에서 '죽음'의 공간을 가시화하면서 그 공간에서 단 한번도 서로 동일한 시간을 살지 못한 여러 다른 나 자신의 해후와 대화를 표현하고 그 모든 것들을 긍정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기 애도의 행위를 수행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여 '죽음'은 삶을 마지막에 이르러 긍정하고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으로 손을 흔들어주는 작별인사임이 드러난다. 허수경이 노래한 '죽음'은 그런 점에서 단순한 생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고, 오히려 다음에 올 새로운 존재들이 삶을 환대하도록 이끄는 거대한 제의라는 김학중의 글이 눈길을 끈다.

이 책에서 우찬제는 카프카의 <변신>을 이야기하며 '자본세 시대의 죽음의 상상력과 불안'에 대한 글을 전한다. 우찬제는 아버지가 진 빚더미로 인해 고통받다가 벌레로 변신하여 비극적으로 죽어 간 '그레고르'의 이야기를 담은 <변신>에서 빚진 자의 운명적 소외와 환멸적 우수의 풍경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결국 카프카의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자본주의 경제의 희생양에 불과하다. 돈을 벌 수 있을 때 그는 가게에서는 믿음직한 세일즈맨이었고, 가정에서는 사랑받는 아들이요 오빠였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벌레가 된 그는 철저한 소외자이며, 해충에 불과할 따름이다. 더 이상 가족의 일원일 수도 없었으며, 특히 아버지의 가학적 공격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변신 전후에 보이는 이 같은 가족 구성원 간의 부조리한 행위,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횡포, 소외 등의 밑바탕에 돈의 문제가 깔려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아들과 오빠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돈을 사랑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실존적 상황,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단지 돈볼이 수단으로만 세일즈맨을 치부한 비인간적인 고용주의 태도, 욕망하는 기계인 자본주의의 거침없는 톱니바귀...... 이 정도라면 사랑의 상황이라기보다는 벌레의 상황이라고 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책에서 최성민은 다양한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른 죽음과 애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 중에서 이제 겨우 어린이집을 다닐만큼 어린 아이 영우를 잃은 한 부부의 이야기를 남편의 목소리로 전하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 <입동>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다. 최성민은 김애란의 소설 <입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상처가 얼마나 깊고 큰 것인지, 주변의 의례적인 위로조차 얼마나 힘겨운 것으로 다가오는 것인지를 절실하게 표현해 놓고 있다고 말한다. 죽음이란 한 생명체의 소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죽음에 대해 조심스럽게 성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최성민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끔찍할 정도로 아픈 슬픔의 마음을 우리는 종종 '단장'의 슬픔이라 표현한다.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슬픔이라는 의미이다. 슬픔 중에 가장 고통스럽게 아픈 것이라는, 가족의 죽음, 그중에서도 자식의 이른 죽음이 안겨주는 슬픔의 크기는 단장의 슬픔이라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아마도 동서고금의 작가들이 시와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 안에서 자식의 죽음을 다시 표현해 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슬픔을 승화시켜 낸 결과일 것이다. 독자들은 그것을 읽으며 또 한번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며, 슬픔을 정화하고 아픔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요절이라는 죽음은 특히나 비통하고 슬플 수밖에 없다. 그 상실감은 잊으려고 한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고,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애도는 슬픔을 다시 불러내는 것이고, 죽음을 다시 성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다시, 우리의 삶을 위해서, 위로하는 일이다. 사람은 모두가 죽을 것이므로, 우리는 이에 공감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 책에서 이상덕은 그리스와 트로이아는 서로 다른 문화였을 테지만, 호메로스가 아마도 하나의 문화로 혼동하여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기원전 8세기 당시 사람들이 영웅들의 장례에 시신을 화장했고, 뼈를 골라내어 황금 항아리에 담아 화장한 자리에 놓고 봉분을 쌓아 무덤을 만들었다고 믿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덕은 영웅들의 죽음은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자 한 완고함 때문에 영예롭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신들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운명에 놓인 것이면서도 이를 담대하게 받아들임에도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의 슬픔은 여전하다고 말하는 이상덕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어떤 죽음 2>는 다양한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통찰을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외면하기보다는 죽음이 우리에게 남기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문학 작품이 전하는 의미를 통해 생각해볼 수 기회가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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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단어 수집 - 나의 계절을 어루만지는 마음의 단어들
김민지 지음 / 사람in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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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시인이 경험한 삶이 녹아드는 단어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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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단어 수집 - 나의 계절을 어루만지는 마음의 단어들
김민지 지음 / 사람in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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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단어 수집>은 김민지 시인의 눈으로 단어를 바라보며 그 의미를 새롭게 헤아린 책이다. 번지는 마음으로, 선명한 마음으로, 열리는 마음으로, 움트는 마음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마음의 단어들을 담았다. 그때그때 만끽하고 싶은 계절을 떠올리며 읽어도 좋고, 언제든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좋다. 이 책은 평범한 단어도 섬세한 누군가의 눈으로 보면 이전과 전혀 다른 단어가 된다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

"살면서 몇 개의 단어를 쓸지 알 수 없지만, 하나의 단어를 깊이 체득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볼 수 있는 삶의 국면이 있다. 110개의 단어가 걸칠 옷을 만드는 동안 원단을 제공해준 삶에 특별히 고맙단 인사를 전하고 싶다."



김민지 시인은 '뭉근함'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뭐든 꾸준히 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뭉근한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끈기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끈기가 없다면 부스러기 같은 시간을 흩날리고 다니는 기분이 든다는 김민지 시인의 글이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김민지 시인은 중북이나 약불에서 계속 익혀야 하는 무언가처럼 사소한 것을 지속하는 삶을 살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과일잼을 만들 때 과육들이 형체를 잃어가는 것처럼 긴 시간 초조한 감정들을 스스로 진득하게 졸여낸 사람들이 전해주는 잔잔한 에너지. 그 가치를 체득한 사람들은 점도 높은 삶을 살아간다."

김민지 시인은 '멍'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속에서 맺힌 피처럼 멍의 모양을 한 채 번지는 무표정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한다. 김민지 시인은 표정 없는 표정도 결국 표정일 텐데, 익히 알고 기대하는 표정이 없다고 해서 무표정이라 표현하는 건 그 표정을 깊게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일지로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이의 무표정은 서서히 빠져가는 파란 멍의 가장자리처럼 노랗게 번져 있었고, 이따금 어둠을 둘러싼 안개처럼 핏기 없이 창백한 무표정을 짓는 이도 있었다."

김민지 시인은 '편지'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도 마음에 맴도는 이야기, 정성이 가득한 편지에는 진심의 굴레가 담긴다고 말한다. 김민지 시인은 그 굴레를 벗어나선 좀처럼 읽히기 어려운 감정들이 놓여 있따고 이야기한다. 멀어진 진심은 시간에 온전히 종속되어 흘러갈 뿐이라는 김민지 시인의 글이 인상적이다.

"말로 해도 될 이야기를 굳이 편지로 전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 사람은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일까. 편지로 전해져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 사람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누군가에게 편지처럼 정성스러운 것을 주고 싶은 사람일까."

김민지 시인은 '수줍음'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어려워하는 것과 적대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김민지 시인은 내성적이어도 수줍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김민지 시인은 대체로 수줍어하는 사람들은 매사 어려워하면서 애를 먹는 게 티가 나고, 그 과정에서 사랑스러움이 묻어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어려워한다는 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김민지 시인의 글에 공감한다.

이 책에서 김민지 시인이 '위로'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글이 깊은 위안을 준다. 같은 아픔과 슬픔을 경험한 이들이 전하는 위로야말로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위로가 아닐까?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가 전해주는 응원만큼 적절한 위로가 있을까. 앞서 겪었다는 이유로 어느 순간 어떤 부분에서 무슨 말과 도움이 필요할지 잘 알고 있는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만큼은 부디 건강하고 무탈했으면" 해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챙겨주는 어떤 사람. 어떤 사람의 어떤 위로가 봄기운처럼, 혼자 간직한 억울함을 나른하게 한다. 함께 일렁일 수 있는 게 슬픔의 가치라는 듯, 슬픈 일이 있을 때 함께해준 사람들. 기쁘고도 슬픈 마음이 노인이 어린아리를 보고 짓는 미소처럼 시간이 지나간 주름의 길을 다시 내준다. 고생이 많았던 만큼 보람도 많았다고 함께 이야기해 줄 사람들과 있는 날이 봄날이다."

김민지 시인이 '알람'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은 인간의 정신을 깨우는 소리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담아내어 흥미롭다. 특히 김민지 시인이 우리를 잠든 세상을 깨우기 위해 태어난 알람이라고 비유하는 글은 우리들이 외면하고 있는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눈길을 끈다.

"우리 모두는 잠든 세상을 깨우기 위해 태어난 알람인지도 몰라.

우리를 한꺼번에 울릴 만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슬픔이 세상을 맑게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일 때,

잊지 말고 함께 깨어나자."

김민지 시인은 '죄'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수록 중증에 해당하는 삶의 병. 자신이 저지른 죄에 있어서 아파하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의 마음 속 거울과 같은 양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면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글로 인상적이다.

김민지 시인은 '장면'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공유할 수 있는 장면은 풍경, 초상, 정물, 추상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김민지 시인은 하나하나 모든 장면 가운데 종국에 파노라마처럼 이어질 장면들은 어떤 것이며, 그 모르는 끝을 향해 오직 자신을 위해 개봉될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이렇게 수두룩한 장면들을 스치며 새기고 있는 오늘이라고 이야기한다.

"풍경은 주로 몸소 날씨가 계절을 느꼈을 때 눈으로 깊게 담는다. 바쁜 날들 속에서 늘 치여 있는 듯한 기분으로는 주변을 둘러볼 재간이 없다. 길을 걸을 때 바닥과 정면만 응시하지 않고 하늘을 한 번만 올려다봐도 조급함이 많이 누그러진다.

정물은 주변을 둘러싼 크고 작은 것들.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을 다해 들여다볼수록 동력이 깃들어 다각도에서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어제오늘 같은 자리에 줄곧 놓여 있떤 어떤 것을 생각의 디딤돌 삼아 다른 차원에 다녀오기도 한다.

추상은 앞서 말한 장면들이 뒤섞이거나 번져갈 때, 혹은 나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기운이나 기분 같은 것들이 맴돌거나 하루를 휘저을 때 불쑥 생겨나는 그림이다."

김민지 시인은 '열매'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열매를 헤아려본다고 말한다. 김민지 시인은 나 자신을 수용하고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들을 생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나를 수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열매라고 믿음으로써 나 자신을 수용하게 되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다.

"좋아질 거라는 믿음의 씨앗이 내 안에 있는 것처럼 굴어야 한다. 나는 열매이고, 그것을 증명하는 일은 오직 내가 열매라고 믿는 일뿐이라는 듯. 그 일이 아닌 또 다른 일을 할 때도 예전보다 덜 초조한 마음이길.

그 자체로 말간 존재이길 바란다."

김민지 시인은 '질문'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만드는 질문들, 원래 알던 나를 더 좋아지게 만드는 질문들, 좋아하던 것들을 되찾아주는 질문들, 삶의 허를 찌르는 질문들을 스스로 꺼내고 나면 모든 게 다시 모인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게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는 질문의 힘을 이야기하는 김민지 시인의 글이 질문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보여준다.

"질문이 계속된다는 건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는 방증이다. 피상적인 관심만으로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없다. 좋은 질문은 엉켜 있던 생각을 풀어준다. 좋은 인터뷰 내용만 읽고 있어도 생각이 술술 풀린다. 종종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할 대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를 동시에 자처하면 좋다."

김민지 시인은 '갈피'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갈피는 계획도시처럼 구획을 나누어 관리하고 싶은 분주한 생각이 그 근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김민지 시인은 "마음대로 가보자" 하는 추진력과 함꼐 그때그때 수습할 일들을 수습해 나아가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답은 없다. 미리 준비해 볼 필요도 있겠지만 계획 없이 자유롭게 준비하며 터득해 가는 삶도 있는 거니까.

그 과정에서 얻은 필살의 비결을 책의 가름끈이나 책갈피로 삼아, 읽고 있는 인생의 한 페이지에 놓으면 된다."

김민지 시인은 '그림'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한 폭의 그림, 한 편의 시, 그 위에 여러 겹의 층처럼 쌓인 사람들의 시선이 쉽게 납작해지기 쉬운 세상 속 유일한 구원처럼 느껴질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림이 그림 속에만 있지 않고 여기저기 있다는 사실에 새삼 안도하는 순간이 있다. 실제로 그림이 아닌데 그림 같다고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게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그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 있어서 얼마나 근사한 마음의 폭을 갖기도 하는지 체감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그 행복이 시 쓰기로 채워지기도 한다. 직접 쓴 시를 누군가가 읽고 마음속으로 다채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시를 더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김민지 시인은 '귤'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수록 엉망이 되는 경험을 좀처럼 피할 수 없었고, 그 경험을 멍든 귤처럼 골라내기 바빴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즉시 소화하려는 마음보다 중요한 건 오래하는 것, 마음이 급해도 귤은 하나씩 떨어뜨려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글을 마감까지 미뤘다가 한꺼번에 쓰지 않는 것으로 목표를 바로잡았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김민지 시인은 '재'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글이 안 써질 때마다 종이 인센스에 불을 붙인 뒤 춤을 추는 취미가 생겼다고 말한다. 그리고 김민지 시인은 종이를 태우는 동안 내 안을 수놓던 새하얀 여백도 사라지고 피어오르는 연기 같은 오묘한 동작이 연쇄적으로 어떤 효과를 일으켰는지 이내 몇 줄이 써지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글을 쓰는 것을 '재가 되는 것'에 비유하는 김민지 시인의 글이 인상적이다.

"글을 쓸수록 미온적인 자세를 지양하게 된다. 하나의 재가 될 때까지 나의 글도 촛불 같은 춤을 익히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것처럼 글을 쓰고 나면 살아 있는 기분이 드니까."

<마음 단어 수집>은 다채로운 단어들을 김민지 시인의 섬세한 시선을 담은 글로 만나볼 수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마음에 드는 단어를 깨끗한 종이에 옮겨 적고, 스스로 생각하는 단어의 본 모습을 적어보라는 김민지 시인의 말처럼, 자신의 삶에 스며든 단어들을 만나서 글로 써보는 아름다운 경험을 시도해 보면 좋을 것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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