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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 2 - 죽음에 대한 인문학이야기 : 문학 속 인물편 ㅣ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통합의료인문학문고 5
최성민 외 지음,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기획 / 모시는사람들 / 2023년 2월
평점 :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일어나지만 유일하게 나의 죽음만은 직접 경험할 수 없다. '어떤 죽음'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다양한 죽음의 양상을 살펴보아 죽음을 직시하고 성찰함으로써 더 존엄한 삶에 대해, 생명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하는 책이다.
<어떤 죽음 2>는 '문학 속 인물'의 죽음을 다룬다.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신화, 설화, 소설, 시 속에서 발견되는 죽음은 죽음에 대한 현미경적인 접근에서부터 거시적인 안목까지를 간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나의 죽음을 다면적으로 인식하며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에서는 죽음을 마주하며 예감하며 시를 쓰는 김혜순, 허수경 시인의 시, 소설 최인훈의 <광장>, 박상연의 <DMZ>가 그리는 분단의 비극적 골짜기에서의 죽음의 의미,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카프카의 <변신>,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의 자본주의 시대의 비극적 죽음 외에 <제망매가> 등이 그리는 '요절', SF문학이 그리는 미래세계에서의 죽음의 의미, 고대 그리스 신화나 서사시에서의 죽음의 의미를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 김학중은 2019년에 <죽음의 자서전>으로 그리핀 시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의 시들을 통해 '여성의 몸과 죽음의 근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학중은 죽음이 우리 존재의 사건적 상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 데이터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김혜순 시인이 죽음을 바라보는 진지한 성찰을 이야기한다. 김혜순의 시는 '죽음'이 우리를 진정한 대지로 인도하는 애도의 길임을 깨닫게 한다.
"김혜순은 이러한 지금 여기에 '죽음'을 엄숙하고 진지하게 바라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죽음은 우리가 가볍게 처리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죽음'은 우리가 함부로 대해 온 이 세계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공감이며 포옹이다. '죽음'은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우리 존재의 근원적인 지점들을 어둠 속에서 포옹하게 한다. 그것이 김혜순의 시인 것이다."
김학중은 허수경은 시에서 '죽음'의 공간을 가시화하면서 그 공간에서 단 한번도 서로 동일한 시간을 살지 못한 여러 다른 나 자신의 해후와 대화를 표현하고 그 모든 것들을 긍정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기 애도의 행위를 수행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여 '죽음'은 삶을 마지막에 이르러 긍정하고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으로 손을 흔들어주는 작별인사임이 드러난다. 허수경이 노래한 '죽음'은 그런 점에서 단순한 생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고, 오히려 다음에 올 새로운 존재들이 삶을 환대하도록 이끄는 거대한 제의라는 김학중의 글이 눈길을 끈다.
이 책에서 우찬제는 카프카의 <변신>을 이야기하며 '자본세 시대의 죽음의 상상력과 불안'에 대한 글을 전한다. 우찬제는 아버지가 진 빚더미로 인해 고통받다가 벌레로 변신하여 비극적으로 죽어 간 '그레고르'의 이야기를 담은 <변신>에서 빚진 자의 운명적 소외와 환멸적 우수의 풍경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결국 카프카의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자본주의 경제의 희생양에 불과하다. 돈을 벌 수 있을 때 그는 가게에서는 믿음직한 세일즈맨이었고, 가정에서는 사랑받는 아들이요 오빠였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벌레가 된 그는 철저한 소외자이며, 해충에 불과할 따름이다. 더 이상 가족의 일원일 수도 없었으며, 특히 아버지의 가학적 공격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변신 전후에 보이는 이 같은 가족 구성원 간의 부조리한 행위,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횡포, 소외 등의 밑바탕에 돈의 문제가 깔려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아들과 오빠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돈을 사랑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실존적 상황,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단지 돈볼이 수단으로만 세일즈맨을 치부한 비인간적인 고용주의 태도, 욕망하는 기계인 자본주의의 거침없는 톱니바귀...... 이 정도라면 사랑의 상황이라기보다는 벌레의 상황이라고 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책에서 최성민은 다양한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른 죽음과 애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 중에서 이제 겨우 어린이집을 다닐만큼 어린 아이 영우를 잃은 한 부부의 이야기를 남편의 목소리로 전하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 <입동>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다. 최성민은 김애란의 소설 <입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상처가 얼마나 깊고 큰 것인지, 주변의 의례적인 위로조차 얼마나 힘겨운 것으로 다가오는 것인지를 절실하게 표현해 놓고 있다고 말한다. 죽음이란 한 생명체의 소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죽음에 대해 조심스럽게 성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최성민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끔찍할 정도로 아픈 슬픔의 마음을 우리는 종종 '단장'의 슬픔이라 표현한다.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슬픔이라는 의미이다. 슬픔 중에 가장 고통스럽게 아픈 것이라는, 가족의 죽음, 그중에서도 자식의 이른 죽음이 안겨주는 슬픔의 크기는 단장의 슬픔이라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아마도 동서고금의 작가들이 시와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 안에서 자식의 죽음을 다시 표현해 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슬픔을 승화시켜 낸 결과일 것이다. 독자들은 그것을 읽으며 또 한번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며, 슬픔을 정화하고 아픔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요절이라는 죽음은 특히나 비통하고 슬플 수밖에 없다. 그 상실감은 잊으려고 한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고,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애도는 슬픔을 다시 불러내는 것이고, 죽음을 다시 성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다시, 우리의 삶을 위해서, 위로하는 일이다. 사람은 모두가 죽을 것이므로, 우리는 이에 공감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 책에서 이상덕은 그리스와 트로이아는 서로 다른 문화였을 테지만, 호메로스가 아마도 하나의 문화로 혼동하여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기원전 8세기 당시 사람들이 영웅들의 장례에 시신을 화장했고, 뼈를 골라내어 황금 항아리에 담아 화장한 자리에 놓고 봉분을 쌓아 무덤을 만들었다고 믿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덕은 영웅들의 죽음은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자 한 완고함 때문에 영예롭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신들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운명에 놓인 것이면서도 이를 담대하게 받아들임에도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의 슬픔은 여전하다고 말하는 이상덕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어떤 죽음 2>는 다양한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통찰을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외면하기보다는 죽음이 우리에게 남기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문학 작품이 전하는 의미를 통해 생각해볼 수 기회가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