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 - 프랑스 노철학자가 전하는 삶의 가치와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
로제 폴 드루아 지음, 최린 옮김 / 센시오 / 2021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은 프랑스 노철학자 로제 폴 드루아가 전하는 삶의 가치와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이라는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본 적이 있을 법한 질문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 세상과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함축적이고 시적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내 삶에 남아 있는 시간이 단 한 시간밖에 없다면'이라는 갑자기 인생에 불쑥 끼어든 생각을 상상하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원해야 하는지, 어떤 흔적을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질문을 떠올린다.
저자는 나에게 남은 삶이 단 한 시간 밖에 없다면, 준엄하게 정해진 단 한 시간이 나에게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언제가 시간이 있다고 믿고, 죽음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스스로를 위로하고, 언젠가를 상상하며 이야기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지나가는 1초는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리는 시간이며, 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저자는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을 직시하며 죽음 앞에서 동요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며 침착하게 긴장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죽음과 관련된 지금까지의 일들 중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몇 가지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죽음의 과정과 결과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 속의 존재에 대한 이 이야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빠져 있고, 공백과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 너무 많습니다. 쓸데없고 비상식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참고 견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삶의 이야기를 다시 쓰고, 거기에 일관성과 구조를 부여하고, 엉성하기 그지없지만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게 합니다. 이런 어려움에서 우리를 구하는 것은 그 이야기의 미래를 쓰려는 열망입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를 그 미래에 우리는 빠져 있습니다."
저자는 인생은 끊임없이 두근두근 뛰고, 고동치고, 오고 가지만,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앞에서 마주볼 수 없는 것은 태양과 죽음만이 아니라 이유는 다르지만 인생도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왜냐하면 인생은 박동처럼 간격이자 틈이며, 그 외에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을 볼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그 안에, 그 박동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산을, 지는 해를 바라보듯이, 갈매기가 나는 모습이나 말이 달리는 걸 관찰하듯이, 인생을 바라볼 수 있으려면 그 바깥에 있어야 합니다. 밖에서 주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안에, 항상 박동의 가운데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저자는 행복은 연속적이고, 어떤 굴곡도 없이 안정적이며, 조금의 결함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고 말한다. 완전한 행복은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으며, 천상의 황홀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결코 퇴색하지 않은 절정의 상태가 아니다. 행복이란 그저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것, 완전히 하찮은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황홀함과 비탄, 환희와 고독, 간질거리는 것과 역겨운 것, 이 모든 것이 언제나 두서없이 얽혀 잇는 것, 그것이 삶이라고 전한다.
"인생의 어두운 측면이라는 것도 환상일 뿐이며, 불합리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오늘날 많은 이들이 완전하고, 순수하며, 절대적이고, 완벽한 행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 것일까요? 왜 그렇게 된 것일까요?
왜냐하면 우리는 존재를 통합하고, 다양성을 단일함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 눈으로 한쪽 면만을 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완전하게 통합되어 있는 하나의 덩어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자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단 한 시간뿐이라면 돌피, 쇼터, 그리고 몇몇 다른 사람들처럼 정신을 잃고 호흡과 리듬의 균열이 일어나는 것 같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들이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들었던 것처럼 생각하고, 그들이 절규하며 음표를 외친 것처럼 문장을 쓰고, 그들이 침묵을 찢어버린 것처럼 나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한 시간도 안 되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들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을 느낀다.
"내 삶이 단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면, 나는 죽음에 대항하기 위한 방편으로 글쓰기를 선택할 것입니다. 이것은 보잘것없는 술책입니다. 제한적이고 불완전하며, 안타깝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효율적이거나 완전히 무기력한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내가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명확하게 이해한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글쓰기가 시간을 봉인할 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정지된 채 움직이지 않는 것은 시간이 아닙니다. 시간은 계속 이어지고, 그 흐름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아주 작은 행위, 삶의 파편, 우리의 작은 몸짓까지 결정체로 남습니다. 그것들은 유일합니다. 일반적인 것이란 없습니다. 일반적인 것은 살아남지 못합니다. 유일한 것만이 영속합니다."
저자는 서로 상반되고, 대조를 이루며 대립하고, 긴장관계에 있는 것들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텅 비어' 보일 수도 있고, 우리가 '좋다'고 판단한 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나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기억한다고 이야기한다. 쾌락과 고통은 마치 부와 가는, 용기와 비겁함, 사랑과 증오처럼 서로 얽혀 있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 반대되는 것들은 결코 낯선 영역에 있지 않다. 세상은 빛과 어둠이 얽혀서 돌아간다.
"선하고, 용감하고, 유쾌하고, 밝은 사람도 내리막길을 갈 때는 악하고, 비겁하고, 슬프고, 우울한 면이 나타납니다. 삶과 세상을 정확하고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중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은 저절로 갖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부분 사물의 한쪽 면만 보고, 세계의 한쪽 면만 생각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어둡게' 보고, 또 다른 사람은 '모든 것을 장밋빛'으로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삶이 증오, 슬픔, 절망으로 가득하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오직 기쁨과 행복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두 가지 시각을 놓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자는 우리는 죽음을 단 한 번 경험하며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할 기회는 없다고 말한다. 또한 죽음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의미에서든, 어떤 방식이든, 훈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책 <내게 남은 시간이 한 시간뿐이라면>은 자신이 죽은 후에도 이 문장들을 읽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써내려가며 삶의 통찰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을 통해 독자에게 삶과 죽음의 철학적 본질을 일깨우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인생이란 풍성하게 넘쳐흐르는 것, 영원히 범람하는 것이라고 말할 겁니다.
인생은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두드러지고,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말할 겁니다.
지치고, 황폐해지고, 소모된 것처럼 느껴질 때 삶으 스스로 다시 에너지를 채워나갈 거라고 말할 겁니다.
삶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언제나 선택되고, 보존되고, 찾아지고, 암중모색하며, 잘못되고, 파괴적이고, 느려지는 모든 것에 맞선다고 말해줄 겁니다. (...)
나에게 남은 시간이 몇 초밖에 없다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어느 정도 말하고, 불필요한 찌꺼기와 독기를 싹 쓸어버린 다음, 문장을 정리하고 경험과 생각을 압축해서, 깨지기 쉽고 불확실하고 우스꽝스럽지만, 신뢰가 가는 법칙의 파편들을 구성할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나름대로, 정리를 하고, 주석을 달고, 계속 움질일 여지를 남길 겁니다. 그러고 나면 나는 거의 마지막에 도달해 있을 것입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