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을 안아 주는 심리학 -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
가토 다이조 지음, 이용택 옮김 / 이너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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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한 심리를 알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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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을 안아 주는 심리학 -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
가토 다이조 지음, 이용택 옮김 / 이너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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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을 안아 주는 심리학>은 내적 불안을 이루는 요소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주며,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불안 요소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스스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마침내 괜찮아질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1장 인간은 어째서 불안에 시달리게 되었는가?, 2장 '현실적 불안'과 '신경증적 불안', 3장 불안보다 불행이 좋다, 4장 유사 성장과 숨겨진 적의, 5장 불안과 분노의 깊은 관계, 6장 불안에서 도망치는 '소극적 해결', 7장 극복을 위한 '적극적 해결'이라는 7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남들은 물론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하니까 불안해진다고 말한다. 믿을 구석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저자는 요즘 세상에는 머무를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은 걱정 없고 마음 편한 장소를 필사적으로 찾아다닌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욕구를 채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일정한 노력과 수행이 필요한 전통적인 종교 대신 그 집단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해졌습니다.'라고 말해주는 신흥 종교에 빠져 버리고 만다고 전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관심을 주고받으면서 마음의 버팀목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입니다. 마음의 버팀목이 있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에 나설 수 있지만, 마음의 버팀목이 없다면 격한 분노와 불안의 감정만 치솟습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행이 아니라 불안이며, 사람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아니라 행복이 아니라 안심이라고 말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에너지는 사실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에너지일 뿐이다. 저자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라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보다 더 강한 것이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사람이 필요 이상의 큰돈을 원하는 이유도 돈이 있으면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그것은 곧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진짜 감정을 무효화하는 것 역시 불안이라고 말한다. 불안의 범위는 깊고 넓어서 우리의 진짜 감정을 점점 모른척 하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진짜 감정이 아닌 거짓 감정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또한 저자는 불안에 의해 자신의 진정한 감정, 소망, 생각이 지워져버리면, 배려나 친밀감 등의 감정도 사라져 간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실패라는 체험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불안한 것처럼, "남들의 시선이 불안의 원점이다"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자신을 잃은 채 사실이 아닌 감정으로 살다 보면 '남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신경 쓰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착한 척 행동하거나 남들의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남들의 의견에만 묻어갑니다. 이는 남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상적인 불안입니다.

이렇게 거짓 감정으로 남들을 대하다 보면 오히려 남들과의 관계가 끊어지고 맙니다. 아무와도 이어져 있지 않다는 감정은 인간에게 견디기 힘든 공포입니다."

저자는 불안의 원인 중 하나는 숨겨진 분노와 적의라고 말한다. 이것은 그 사람이 무의식중에 지니고 있는 것이지, 의식적인 것은 아니다. 자신은 적의로 가득 찬 세상에 홀로 무력한 상태로 내던져져 있다고 느낀다. 즉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세상에 대한 무의식적 분노나 적의가 불안의 원인이지만 본인은 그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안심을 소망하지만, 불안하기 때문에 화를 내며, 그 불안은 상대와 진심으로 이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은 자신답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 쉽게 빠지는 심리 상태라고 말한다. 즉 불안한 사람은 자신답지 않은 삶을 오랫동안 강요당하며 살아온 셈이다. 불안하다는 것은 적신호이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면 '이게 뭘까?',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거지?'라고 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불안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라는 신호이며, 삶의 방식을 바꾸면 인생의 앞길이 한층 넓어진다. 그러므로 저자는 불안은 매우 훌륭한 기회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매슬로가 말하는 '유사 성장'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장은 기본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유사 성장은 진정한 성장이 아니라 거짓 성장이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무시하면 유사 성장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는 다양한 욕구가 있지만 그런 욕구를 억누르고 부모님 말씀만 잘 따르는 아이로 자라면,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다 충족된 것처럼 느끼고, 자신을 속여간다. 저자는 부모의 말을 잘 듣고, 선생님의 지시를 잘 따르고, 학교에 지각하지 않고 잘 다니면 일단은 모범 학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라는 대로 하는 학생은 유사 성장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얼핏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전혀 성장하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 외에 인생의 의미는 아무것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자신답게 사는 것'이 유일한 의무인 이유는 그러한 사람만이 진정으로 남의 행복을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답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은 남의 불행을 기뻐한다. 자신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적의를 깨닫는 것은 진정한 행복의 출발점이 된다.

"유사 성장을 한 사람은 남보다 뛰어난 자신을 보여 주기 위해서만 노력합니다. 이는 곧 불행해지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행해지고 싶지 않으면 그런 노력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불행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남보다 우월해지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려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경계심이 강해서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기도 힘들어합니다."

"유사 성장한 사람은 실존적인 욕구 불만 상태입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존 부분은 텅 비어 있습니다. '실존'은 살아 있는 의미, 삶의 보람, 생활의 의욕 같은 것을 가리킵니다. 먹고사는 문제인 '생존'과는 정반대에 위치하는 용어입니다.

유사 성장한 사람은 그러한 부분에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비록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본능적인 충동을 막는 데 실패하고 소외감을 느낍니다. 겉으로는 훌륭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인생에 적극적이기 못합니다. 속으로는 심각한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삶에 실망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사 성장한 사람이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의무가 아닙니다. 시련에 맞설 용기가 부족할 뿐입니다. '소외감'이라는 것은 자신이 자신답지 않다는 감각입니다.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부모가 되면 자녀를 굉장히 권위주의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그런 부모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사실 집착일 뿐입니다. 집착을 사랑이라고 둘러대고 있을 뿐입니다.

진정한 자신과 마주할 위험에서 벗어나려 하면 존재감 상실, 실존적 욕구 불만, 초조함 등 이른바 불안 증상이 나타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불행하기 때문에 남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도 생기지 않습니다."

저자는 오늘날의 사회는 예전에 비하면 사회적으로 풍족한 환경이지만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는 이유는 인간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일하는 능력만을 높이려고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만으로는 사회에 적응해서 살아가기가 힘들다. 이것이 자신답게 살아갈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부모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사람은 남들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자신답게 사는 것을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고 그것 때문에 갈등을 겪기 때문에 남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을 스스로 기르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복종과 의존으로 극복하려고 합니다.

어떤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은 그 문제 자체가 고민이 아니라, 조금 더 기본적인 부분에서 자신의 존재가 의지하고 있는 세상 자체에 불안을 느끼는 것입니다. 사소한 일이나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로 화내거나 낙담하는 이유는 그 일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 불안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적이고, 자신은 그 적진 깊숙한 곳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잘못된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불안에 빠진다고 말한다. 부적절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불안이 한층 강해진다. 저자는 남들의 기대가 아니라 자신의 잠재적 능력에 주목하고 역경에 맞서 성장의 기회로 삼는 사람은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어려움에 대처할 힘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리면 자신의 한계를 파악할 수 없게 됩니다. 진정한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적절한 목표를 세울 수도 없습니다. 그저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행동할 뿐 일이 풀리지 않습니다. 진정한 자신을 느낄 수 없게 되면 불안해지고, 불안해지면 또다시 진정한 자신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악순환에 빠지고 마는 것입니다. 자신답게 살아가다 보면 역경에 부딪히고 한계를 깨닫게 됩니다. 그 한계를 받아들이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력이 키워집니다. 또한 자신에게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결코 비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자부심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육체적으로는 점점 어른이 되지만 심리적으로는 어느 단계에서 성숙이 멈춰 있다면 정신 연령과 실제 연령의 격차가 벌어진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은 큰 불안을 안고 있다. 일정한 성장 단계를 거치지 않고 생활해 왔기 때문에 기본적 불안을 품고 있는 것이다. 잠재적으로 적의를 느끼는 세상과 직면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 비난을 받은 것도 아닌데 마치 비난을 받은 것처럼 느끼는 망상을 가진 사람은 노력할수록 더 비난받는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적으로 돌려 버리기 때문에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월함을 추구하려는 노력과 동료 의식을 키우려는 노력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다고 말한다. 우월함을 추구할수록 마음속 깊은 곳에는 고독한 불안이 더해진다. 그러므로 저자는 불안의 원인 중 첫째인 '숨겨진 적의'와 둘째인 '자신다움의 상실'은 전혀 별개가 아니라 본질적인 곳에서 이어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성장해 나가지만 불안한 사람은 공동체 안에서 좌절을 느낍니다. 정상적인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자신이 적진 한복판에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적의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자신이 안전을 지키려면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남보다 우월해져야 자신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으니 내면에 웅장한 자화상을 지니고 거기에 매달립니다."

저자는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소극적 해결'과 '적극적 해결'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안에 맞서서 극복하기보다는, 불안에서 도망치고 불안을 일시적으로 자신의 의식에서 지우는 방법인 소극적 해결을 선택한다. 그러면 불안한 생각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임시변통이며 회피일 뿐 올바른 해결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카렌 호나이가 말한 불안의 소극적 해결의 네 가지 방법으로 합리화하기, 부정하기, 불안한 장소로부터 도망치기, 의존증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인간은 의존과 자립의 갈등을 거쳐 성장해 나가지만, 소극적 해결로는 자립하기가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소극적 해결은 자아 가치의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그런 목적조차 이루지 못한다.

"사람들은 불안할수록 현실에 매달리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현 상황과는 상관없는 이유를 외부에서 찾아와서 현실을 합리화해 버리는 것입니다."

"합리화는 불안의 객관화입니다. 외부에서 불안의 씨앗을 억지로 찾아내기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본질적인 해결책을 얻지 못합니다. 합리화를 계속하다 보면 자신의 내면이 약해집니다. 그리고 내면이 약해지면 더더욱 합리화로 도망치게 됩니다. 그렇게 합리화를 통해 마음의 갈등에서 도피하다 보면 점점 더 불안해지고 현실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합리화하면 당장에는 심리적으로 편해집니다. 의식적인 수준에서는 아무 일도 없이 평탄하게 지나가지만, 장래에 그것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에 어떤 문제가 있는데도 아무 문제 없다고 우기는 현실 부정은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방어적 태도입니다. 자아 가치의 붕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삶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능력을 빼앗습니다. 왜냐하면 이 현실 부정을 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실 부정을 하면 현실적인 불안이 어떻게 되느냐가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합리화를 반복하고 현실을 부정하다 보면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귀찮아하게 됩니다.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져서 남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합니다."

저자는 불안의 적극적 해결법 중 첫 번째는 믿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한 헌신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가 있으면 불안과 마주했을 때 그 불안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저자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믿고 있는 목표를 위해, 남의 기대가 아니라 나의 소망을 위해 묵묵히 행동하는 것이 불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자세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불안을 극복하는 적극적 해결법 중 두 번째는 의식 영역의 확대라고 말한다. 불안의 소극적 해결법 중 하나가 '현실 부정'이었는데, '의식 영역의 확대'는 그것과 정반대의 관계이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의식 영역을 확대한다는 것은 곧 무의식의 힘을 의식화하는 것이다. 무의식의 의식화는 불행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데 필수이다. 무의식의 영역에 여러 가지 문제를 가두고 외면하며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솔직하다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솔직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에 대해 견디기 힘든 감정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안의 감정을 무의식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고 느낍니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허세를 부리고, 현실을 부정합니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원하는 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 그 상황을 솔직하게 받아들인다면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그 상황을 삐딱하게 해석하고 현실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원하는 만큼 인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솔직하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인지, 행복하기 때문에 솔직해지는 것인지, 그 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솔직한 사람의 인생은 행복의 선순환이 얼마나 살아가기 편하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현실을 부정하느냐, 현실의 자신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의 과제를 해결하느냐, 못하느냐가 갈립니다.(...)

하지만 현실의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자기실현을 할 수 없습니다. 현실을 마주하는 것은 힘들지만, 고민을 해결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의식의 확대에는 '왜?'라는 물음이 필수입니다. 행운으로 향하는 문은 '왜?'라는 물음에서 생겨난다고 기억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 그 사람과 헤어지게 되었을까?

왜 지금 나는 이렇게 괴로운 것인가?

나는 왜 이렇게 불쾌한가?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가?

내가 왜 이렇게 의존심이 강한가?

'왜' 그런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무의식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불안의 해결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자신과 솔직히 마주할 힘이 갖추어집니다."

저자는 신경증적인 불안은 그 사람의 인격에 무언가 좋지 않은 상황이 있어났다는 경고라고 말한다. 그 불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느냐, 소극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크게 달라진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왜 스스로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말하는 자기 멸시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는가?', '문제가 되는 인간관계는 어떤 것인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식으로 자신을 재교육하는 것이다. 저자는 '잘못된 가치관을 익혀 버린' 근원을 더듬어가는 것이 곧 인격의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이 무섭다. 나는 살아가는 의미를 잃어버렸다.'라는 현실을 인정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인정할 수 있다면, 아들러의 말마따나 '고통은 해방과 구원으로 향하는 문'입니다. 인정함으로써 롤로 메이가 말하는 '의식 영역의 확대'가 생겨나고, 카렌 호나이가 말한 '내면과 자유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인생을 버릴 수 있겠지만, 인생은 당신을 버리지 않습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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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의 기술 - 느낌을 표현하는 법
마크 도티 지음, 정해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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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의 기술>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미국 시인이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마크 도티의 책이다. 그는 시 속의 구체적인 단어와 감각, 묘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하며 언어의 아름다움이 발생하는 과정을 파헤친다. 감각적인 해설을 통해 시에 정신적으로 참여하고 이해함으로써, 독자는 묘사뿐 아니라 시를 읽는 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의 시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이 시에서 풍부한 디테일은 물고기가 하나의 상징이 되지 않고 생명을 가진 존재로 남아 있게 해 주고, 이 시가 우리에게 해석을 제공하려 할 때조차 물고기의 불가해성이 온전하게 유지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시는 독특하고 반복할 수 없는 순간을 구체화하고 언어를 이용하여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표현하기 위한 양식을 만들어 낸다고 이야기한다. 비숍의 시는 우리를 활기 있고 자유롭게 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감각을 회복시켜 준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모든 출중한 시는 고유한 지각적인 특징을 세상에 새긴다. 보는 것을 표현하려는 비숍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보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한 정밀한 묘사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특유의 감성이 있다. 시는 성문이다. 출중한 시에서는 특정한 누군가가 말을 하면 그의 존재가 분명해진다."

"물아적 집중은 정확히 예술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순간에 몰두하고 현재에 자신을 쏟아붓는 것. 디킨슨이 말하는 것처럼, "의식이나 불멸처럼 날짜가 따로 없는" 것이다. 그것이 예술 작품과 아이들 놀이의 공통점이다. 둘 다, 전력을 다해 완전히 몰입하여 현재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험이다.

본질적으로 <물고기>에서 서사는 일곱 행 뿐이다. 시작할 때 처음 여섯 줄은 우리를 장면 속으로 데려간다.

나는 엄청난 물고기를 잡아서

배 옆에 매달아 두었다

물에 반쯤 담근 채로

낚싯바늘이 입 한쪽에 박힌 채로.

물고기는 싸우지 않았다."

저자는 세상에 대한 갈망, 즉 자신이 본 것을 음미하고 명명하고 주장하고 가져올 필요는 묘사의 연료가 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리가 묘사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끔찍하거나 억압적이거나 가슴 아픈 경우도 흔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언어는 이에 대한 갈망이며, 모든 것을 먹어치우길 원한다고 이야기한다. 퇴색하고 무너지는 세계도, 심지어 비참까지도.

저자는 예술적 기질과 다른 기질을 구분 짓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산다는 것이 특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무언가라는 근본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이것(이 몸, 이 사회, 이 인간의 법들과 사회적 기대들의 집합)은 마땅히 그래야 하며, 어떻게 다를 수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놀랍고 조금 부럽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세상이 기묘하거나 자신이 기묘하거나, 또는 둘 다 기묘하다는 믿는 것은 모든 창조적인 가능성을 낳는 의심의 창문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 시대의 미국에서 시인이라는 것, 포장해서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는 것에 흥미를 갖는 것, 시가 주는 근본적으로 무용한 사색의 기쁨을 즐기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묘하다. 기묘함이란 평소에 같은 일이나 단단한 땅에서 발견되는 견고한 정체성이 아닌, 문제의 세계를 뜻한다."

저자는 묘사의 도덕성이 있다면, 그것은 묘사를 거부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작가가 말을 보태려고 시도함으로써 자칫 그 심각성을 절하하게 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나는 몇 가지를 설명한다>에서 스페인 내전 중에 파시스트에 의한 스페인 사회의 파괴를 목격하지만 묘사하기를 주저한다고 이야기한다. 다음과 같이 네루다의 <나는 몇 가지를 설명한다>의 시의 가장 잘 알려진 부분은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비유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죄스럽고 그 심각성을 절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직유를 거부하는 네루다의 시는 아무것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래서 아무것도 아이들의 잃어버린 목숨의 등가물로서 유사성의 공간에 집어넣을 수 없다고 암시하는 듯 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거리 전체에 아이들의 피가

그저 아이들의 피처럼 달린다."

이 책에서 저자가 "힘들을 서로 반대로 당기는 양극성은 글쓰기를 생생하게 만든다. 그것이 어느 하나의 초점보다 우리에게 더 실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현실은 항상 하나 이상의 끌림, 하나 이상의 강한 당김이 작용하는 장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최고의 묘사는 세상의 이중적 본성, 이를테면 모든 밝음의 언저리에 존재하는 그림자, 도덕성의 어둑한 구석에서 기다리고 있는 유머를 인정한다."고 말하는 글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는 자연의 존재와 인공의 존재를 병치하는 직유로 시인 휘트먼이 풀잎을 묘사하는 글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시는 풀잎은 유혹의 의식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서 일부러 떨어뜨린 뭔가와 연결 짓는다는 점에서 기억할 만한 묘사라고 말한다. 저자는 휘트먼의 풀잎은 의도적으로 직조한 천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우리를 유혹하려고 이용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창조주를 말하다가 갑자기 잃어버린 손수건 귀퉁이에 수놓아진 작은 모노그램으로 넘어가는 규모의 변화 때문에, 그 이미지는 더욱 놀랍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단일한 비유적 표현 내에서 식물과 인공물, 딱딱한 것과 부드러운 것, 작고 거대한 것을 연결하는 방식은 사고가 형성되는 구역인 정신에서나 만날 듯한 요소들의 의외의 부딪힘을 통해 언어에 활력을 주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말한다.

"아니면 주님의 손수건인지도 모른다.

일부러 떨어뜨린 향기로운 선물이자 기념물.

귀퉁이에 주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 우리가 보고

누구의 것인가를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저자는 묘사는 필연적으로 불완전하고, 그 사실을 인정할 때 묘사는 더 감동적이고 더 정확해진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시의 과제는 언어의 모든 측면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그 속에서 우리가 그러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미묘한 차이와 힘들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비유적 표현을 탁월하게 다루는 사람, 같은 것과 다른 것을 연결하는 언어의 경향을 최대한 풍부한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사람일 필요가 있다. 비유는 시에서 가장 정교한 경지에 이른다. 간결하게 압축하고 의미로 인해 생기가 넘치고 동시에 여러 방향을 가리킨다. 그리고 직유와 은유는 의미라는 케이크 위에 입혀진 당의처럼 단순히 장식적인 장치가 아니다. 비유적 표현은 그저 의미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한 방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비유는 경험의 질감을 전달하고 경험을 탐구하며 의미를 찾기 위한 시의 주요 도구 중 하나다."

저자는 묘사에서 진실성이란 지각의 진실에 대한 충실함, 다시 말해 앎의 과정에 대한 관심과 헌신일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감각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재평가이며 세상을 판단하고 다시 판단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묘사의 작업이 앎의 과정을 면밀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면, 특이한 표현도 익숙한 방식의 표현과 마찬가지로 진실할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따지고 보면 시는 의외의 것들에서 즐거움을 찾고 우리의 눈과 귀를 새롭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가. 러시아의 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가 주장한 것처럼, 현실을 낯설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술 작품이다. 낯설게 하기는 무시하거나 대체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슈플로프스키의 설명에 따르면, 예술 작품은 우리를 지각의 과정으로 되돌려 놓고 우리에게 눈앞에 있는 것들의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하는 본성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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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해도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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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작가 리처드 파워스의 확장된 세계관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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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해도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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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의 작가 리처드 파워스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소설 '오버스토리'가 얼마 남지 않은 원시림을 구하기 위해 모여든 아홉 명의 삶을 뿌리부터 가지 끝까지 펼쳐내며 인간 본성과 자연의 세계를 탐구한 대서사시였다면 이 책은 '힘 없는 개인을 통해서 아득한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이야기'다. 책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은 은 독자가 쉽게 이입할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을 따라 이야가 전개되어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작가 리처드 파워스의 메시지를 한층 호소력 있게 전한다.

외계 생명체를 찾는 우주생물학자 시오는 아내 얼리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아홉 살 아들을 혼자 키우게 된 싱글대디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가진 아들 로빈은 사랑했던 엄마와 반려견을 차례로 잃은 후 그 증세가 더 심해졌다. 가족의 추억이 깃든 스모키산맥으로 야영을 다녀온 직후, 로빈은 학교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온병으로 때려 다치게 한 일로 정학을 당한다. 엄마의 죽음이 단순 사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말에 격분한 것이다. 시오는 도로 위로 뛰어든 주머니쥐를 피하다 생긴 사고였다고 아들에게 설명해 주지만, 당시 아내가 로빈의 여동생을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은 숨긴다. 그러던 어느 날, 조류학자가 꿈인 로빈은 동물권활동가였던 엄마가 생전에 하고자 했던 일을 돕겠다며 파머스 마켓에 나가 판매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지구상에서 멸종된 생명체들이 아이의 손끝에서 마법처럼 정교하게 되살아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로빈은 점점 그림에 몰두하며 학업에 관심을 잃어간다.

학교에서는 로빈에게 향정신성 약물치료를 권하지만 시오는 거부한다. 아홉 살 어린아이에게 약물이 어떤 효과를 미칠지 두렵고, 그게 해결책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으며, 아들의 별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시오는 아내의 친구였던 신경과학자 ‘마틴 커리어’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는 로빈에게 실험 단계에 있는 ‘디코디드 뉴로피드백’ 치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AI를 이용해 타인의 감정 지문을 그대로 경험하도록 훈련하는 이 기술은 실제로 나와 있지만, 소설은 한 발자국을 더 나아가 상상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이 기술이 사람을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으로. 로빈은 이 훈련을 통해 어머니의 생전 두뇌 활동 패턴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차츰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진다.



이 책의 첫 장면에서 시오가 아홉 살인 아들 로빈과 함께 미합중국 동부에 마지막으로 남은 어둠의 땅 중 한 곳의 가장자리에서 덱 위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또한 우주 생물학자 시오의 아들인 로빈의 두 번째 소아과 의사는 로빈을 자페 '스펙트럼'에 넣고 싶어했지만, 시오는 인생 자체가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진 무질서이고, 우리 모두가 연속적인 무지개 속 특정 주파수로 진동할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시오는 아내였다면 그 의사들에게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가 너무나 아름다운 방식으로 부족하죠.'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토록 훌륭한 어둠은 흔치 않았다. 한 곳에 이렇게 많은 어둠이 모이면 도리어 하늘이 환하게 켜졌다. 우리는 빌린 오두막집 위에 이리저리 뻩은 나무 틈 사이로 망원경을 댔다. 로빈이 접안렌즈에서 눈을 뗐다. 나의 슬프고 특별하며 갓 아홉 살이 된, 이 세상과 잘 맞지 않는 아들이."

이 책에서 아버지 시오는 아들 로빈에게 불교의 사무량심에서 온 말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생명을 깊이 사랑하고 연민을 느끼는 마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자비로우라. 침착하고 흔들림 없이 있으라. 어디에서든 어떤 존재든 행복을 함께 기뻐하라. 그리고 어떤 고통이든 나의 고통이기도 하다는 점을 기억하라."

천문학과 유년기에 관한 공통점을 이야기하는 아버지 시오의 모습에 공감을 느낀다. 이 책에서 우주 생물학자라는 직업이 자신을 어린아이라고 느끼게 한다는 시오의 말이 인상적이다.

"천문학과 유년기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어마어마한 거리를 가로지르는 항해다. 둘 다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사실들을 찾으려 한다. 둘 다 엉뚱한 이론을 만들고 가능성이 무한히 증식하도록 놓아둔다. 둘 다 몇 주마다 초라해진다. 둘 다 모르기 때문에 움직인다. 둘 다 시간 때문에 혼란해진다. 둘 다 언제까지나 시작점이다."

시오의 아들 로빈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기만의 진실에 더 만족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로빈은 조류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학교는 그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지구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었다. 산수를 하고 과학을 따라 갈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자기만의 진실에 더 만족하는 사람. 하지만 어떤 학교를 다니든 매일매일의 교육에서 우리 모두는 마치 내일이 오늘과 똑같이 반복될 것처럼 살았다."

세상을 떠난 로빈의 엄마 얼리사는 "우리가 다른 것들을 원하게 될 거라고. 저 밖에서 우리가 있는 의미를 찾게 될 거라고." 말했었다. 로빈은 실험 단계에 있는 ‘디코디드 뉴로피드백’ 치료를 받으며 엄마가 꿈꾸던 사명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별들을 올려다보기만 했다. 볼 수 있는 별과, 볼 수 없는 별들의 절반을.

'아빠. 난 깨어나는 기분이야. 모든 것의 안에 내가 있는 것 같아.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좀 봐! 저 나무. 이 풀!"

"'엄마가 이 나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기억해?' 지난 이 년 동안 얼리사가 뭘 좋아했는지 묻던 아들이, 이제는 되려 나에게 일깨워 주고 있었다. '이 나무를 하숙집이라고 불렀어. 이 나무에 사는 온갖 생물들을 다 헤아려 본 사람이 없다고 했어.'

정말 그랬느냐고 물으여 아이의 엄마를 돌아보았지만, 얼리사는 사라지고 없었다. 1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그해의 마지막 반딧불이들이 불을 밝혔고 로빈은 숨을 들이켰다. 우리는 가만히 누워서 반딧불이들이 깜박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반딧불이가 줄을 지어 여름밤의 한가운데를 천천히 떠다니는 모습이 마치 우리가 본 모든 행성에서 찾아온 성간 우주선들이 우리 집 뒷마달을 침공하며 내는 불빛 같았다."

시오의 아들 로빈이 배너 중간에 채운 말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고통에서 해방되기를."이라는 두 줄이었다. 우리들이 해친 생명들을 치유해야 한다는 로빈의 글은 생명에 대한 강력한 존엄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마지막 글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아들 로빈의 죽음 이후 아버지 시오는 우주는 살아 있고, 자신의 아들은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자신이 얼른 우주를 돌아보기를 원한다고 이야기한다. 아들 로빈은 그저 저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함께 방문했던 행성 궤도로 높이 솟아오른다. 로빈도 나도 같은 생각을 떠올린다. '우리가 방금까지 어디 있었는지 믿을 수 있어?'

아, 이 행성은 훌륭한 곳이었다. 그리고 우리도 훌륭했다. 뜨거운 태양과 쏘는 듯한 비와 살아 있는 흙냄새, 어떤 계산으로도 결코 가질 수 없는, 변화하는 세상의 공기 곳곳을 수놓는 끝없는 생명들의 노랫소리만큼이나 훌륭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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