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두려운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 -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의심하는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
아티나 다닐로 지음, 김지아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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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두려운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은 전문 심리치료사인 저자 아티나 다닐로가 자신도 가면증후군을 겪었던 경험을 밝히면서, 완벽주의자들의 고통에 공감한다. 그리고 가면으로 숨긴 진짜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알려준다. 이처럼 이 책은 스스로 가면증후군과 관련된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여러 심리학적 기법들을 활용해 부정적 자기 대화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자기 확언과 응원의 메시지, 혼자서 연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건강한 자신감을 키우고 자기 의심을 멈추는 구체적인 방법을 얻게 될 것이다.



저자는 가면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을 임포스터(imposter)라고 하며, 임포스터들은 자신이 사람들의 생각만큼 유능하지 않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아무리 성과를 내고 자신감을 키워도 본인의 능력을 계속 의심하고 불신한다. 저자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은 보통 '부정적 자기 대화'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을 낙담시키는 말이 내면에서 들려와 스스로 능력을 깍아내리는 심리를 조장한다. 저자는 부정적 자기 대화의 주제는 다양하며, 가면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내면의 비판자가 내는 목소리를 통해 부정적 자기 대화를 듣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면증후군은 단기적으로 번아웃 증후군, 과도한 걱정, 일에 대한 불만족,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에서 오는 괴로움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우울증, 불안증, 타인과의 단절, 심지어 수면 장애나 식이 장애 같은 신체 건강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저자는 가면증후군을 극복하면 번아웃을 피할 수 있고, 건강한 위험을 감내하는 능력이 향상되며, 삶의 열정이 되살아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이 가면을 쓴 가짜인 것 같은 감정이 들 때 우리의 내면은 다양한 반응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가면증후군으로 발생한 악영향에 대처하기 위해 임포스터들이 흔히 사용하는 세 가지 반응 방식을 소개한다. 이는 '한계를 넘어설 만큼 과로하기, 실패가 두려워 회피하기,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하기'이다.

저자는 우리가 내면의 비판자가 속삭이는 비난의 목소리를 진짜 내 목소리라고 착각하지만, 내면의 비판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오랜 세월 타인이 했던 말이나 행동이 층층이 쌓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내면의 비판자가 하는 말을 나와 관련없는 생각이라고 생각하면 진짜 내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게 되고,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 마음을 존중하고 돌볼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내면의 비판자를 사라지게 하고 가면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돌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기 자비를 발휘하는 방법으로는 자신에게 따뜻한 말 건네기, 과거의 실수와 후회를 마음에서 없애기, 나 자신을 잘 돌보기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심리적 방아쇠를 말하는 '트리거'가 작동하는 일이 불쾌한 경험이기는 해도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찾을 수 있는 엄청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은 마치 가면증후군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좋은 무기를 장착한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트리거가 무엇인지 알면 불편한 감정과 부정적 자기 대화를 촉발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트리거가 작동할 때 토끼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략들 중에서 '눈에 보이는 것 5가지를 말하기,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장소를 생각하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기, 길게 호흡하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마음 털어놓기, 산책하기, 차분한 음악 듣기, 안아달라고 부탁하기, 자신에게 긍정 확언 말해주기, 원하는 것을 부탁하기,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은 만족스러운 감정이나 경험뿐 아니라 인생에서 일어나는 불쾌하고 골치 아픈 일까지도 전부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취약성을 드러내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끝없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내면의 비판자가 씌운 가면을 벗도 자신의 본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 저자는 취약성을 드러내는 방법은 다양하며, 타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어리숙한 면을 보여주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모두 취약함을 드러내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인생에는 아름다운 면도 있고 추한 면도 있다. 우리는 기쁜 감정과 괴로운 감정을 모두 느끼며 산다. 가끔은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건네거나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살만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삶이란 나의 진짜 모습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여정이다. 하지만 가끔은 나를 수용하는 일이 어려울 때가 있다. 내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사람들이 비난하거나 거부할 것 같아서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의 명암을 모두 받아들이면 가면을 쓰지 않고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더욱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이밖에도 저자는 내면의 비판자를 없애려면 자기 돌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기 돌봄은 진실성, 용서, 친절과 함께 자기 자신을 너그럽게 대하는 방법 중 하나다. 저자는 자기 돌봄으로 과로와 번아웃을 예방할 수 있으며, 자기 돌봄을 실천하다 보면 자신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기 자신에게 "나는 소중한 존재이고 지금의 나로도 충분해"라고 말해주다보면 내면의 비판자 목소리도 점차 들리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실패가 두려운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의 저자는 자신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정을 떠나다 보면 틀림없이 장애물이 계쏙해서 나타날 것이지만, 그때마다 취약성과 자기 자비, 희망을 잃지 않으면 당신의 내면에 재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분명히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내면의 비판자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고 영원히 빛나는 존재가 될 차례이며, 당신은 충분히 용기 있고 유능하며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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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뉴욕 수업 - 호퍼의 도시에서 나를 발견하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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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기자의 뉴욕 이야기와 다채로운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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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뉴욕 수업 - 호퍼의 도시에서 나를 발견하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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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뉴욕 수업>은 2018년에 처음 선을 보인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의 개정판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저자 곽아람의 뉴욕 생활에 드리웠던 에드워드 호퍼의 영향이 더욱 뚜렸해졌기 때문에 그의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추가해 다듬어 새로이 펴낸 것이다. 단기 이민에 가까웠던 뉴욕에서의 시간 동안 저자 곽아람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접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 예술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지나치게 빠르게 몰아치는 도시의 파도에 떠밀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그림들, 미술관과 거리에서 마주치는 예술작품들이 제 품을 내어주며 위로해주었다. "괴테처럼 살겠다 결심하고 뉴욕으로 떠나 호퍼처럼 산 이야기"라고 자신의 책을 정의하는 저자 곽아람은 <나의 뉴욕 수업>에서 뉴욕에 머물며 들었던 미술 수업, 생생한 아트 비즈니스의 세계, 그리고 스스로 몰랐던 '프로 놀러'의 기질까지, 다양한 경험과 사유를 에드워드 호퍼, 로버트 인디애나, 알렉스 카즈, 조지아 오키프 등 대도시의 흔적을 담아낸 작품들과 함께 풀어낸다.

"이 책은 2018년 출간된 <결국 뉴오커는 되지 못했지만>의 개정판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뉴욕 생활에 드리웠던 호퍼의 영향이 더 뚜렸해졌기 때문에 호퍼의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추가해 고쳐 썼다. 개정판 작업을 하면서 삶을, 예술을 바라보는 나의 시야가 예전에 비해 꽤 넓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기뻤다. 그 성장의 바탕에는 '호퍼의 도시'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이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이 <나의 뉴욕 수업>이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나는 호퍼처럼 도시의 인물들을, 풍경들을, 순간들을 포착하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가 나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해 기록했다. 의식적으로 호러를 따라 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 알아차려보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호퍼의 작품처럼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 나만의 이야기지만 독자들과 함께하면 더 좋을 이야기가 되었다."



저자는 뉴욕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여러 명이 함께 살았지만 잠들 때와 눈들 때는 항상 혼자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방문 밖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 안정감을 주면서도 때로는 외로움을 배가시켰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안방에서 자신이나 룸메이트가 각각 눈을 떠 호퍼의 <아침해>라는 제목의 그림 속 여인처럼 침대에 오도카니 앉아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혼자이면서 넷, 넷이면서 혼자인 풍경, 식사시간에 한집에 있으면서도 자기만의 식탁을 차리던 그 기묘하게 쓸쓸한 풍경과 호퍼의 그림이 자꾸만 겹쳐 보였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아침해>는 뉴욕에서의 공동생활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그림이다. 침대에 앉아 아침 햇살을 받으며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생각에 잠긴 여자. 아무 장식 없는 간단한 침애와 그림 하나 걸리지 않은 텅 빈 벽이 그림 속 여자의 고립감을 더욱 강화시킨다."



저자는 시카고에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과 만난 일은 미국에서 일어난 수많은 호퍼와의 만남 중 정점에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술관에서 호퍼의 그림을 바라보며 제 안에 품은 빛을 쏟아내고 있는 것만 같은 레몬빛 벽을 골똘이 응시하면서, 바텐더마저 사라져 텅 빈 실내를 상상하고, 밤거리의 신호등처럼 홀로 불 밝힌 채 서 있는 식당 풍경을 그려보았다고 이야기한다.

"이 그림을 이야기하며 호퍼는 말했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나는 대도시의 고독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무의식으로부터 고독한 공간을 끄집어내 화면에 재현하고, 무의식 속 외로운 인물들을 그 공간에 배치했다. 심상을 읊어내는 시인처럼, 호퍼는 마음속 이미지들을 화폭에 옮겼다. 그래서 그림 속 식당은 어디에든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환영 같지만, 실재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의 무의식에는 고독한 공간의 이미지가 가라앉아 있고, 호퍼의 식당오 그 중 하나니까."



저자는 뉴욕에서의 일상이 견고해져가자 에드워드 호퍼는 불식간에 자신의 삶 속에 스며들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밤에 창밖을 내다보면서,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다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자주 호퍼를 떠올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뉴욕에 오기 전까지 호퍼는 고독한 사람들이 아니라 고독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가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화가는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저자는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호퍼는 자신에게 특별한 화가가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카네기홀에서 호퍼의 <뉴욕 영화관>을 생각하며 계속해서 안내원을 지켜보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공연 때마다 관객들에게 프로그램을 나눠주고, 자리를 안내하고, 관객들의 돌발 행동을 감시해야만 하는 직업이 지루하면서 외로우리라 섣불리 넘겨짚었지만, 아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공연에 몰두해 있었고, 관객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세우고 있으면서도 피아니스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박자가 빨라질 때는 발을 까딱였고, 흥겨운 가락이 나올 때는 어깨를 들썩였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자 그 누구보다도 뜨겁게 박수쳤다. 저자는 그림 밖에서 그림을 볼 때와 다른 시선으로 다시 <뉴욕 영화관>을 천천히 보았고, 안내원과 함께 그림 속 한 장면이 되고나니 그녀도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싶어 전혀 외롭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언제나 고독하다 여겼던 호퍼의 그림 속 인물에게 청년 쇼팽의 선율과 더불어 다정한 위로가 될 것 같은 장면이었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연주를 감상하던 붉은 제복의 공연장 안내원.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선 채로 무대를 내려다보고 있던 그녀의 모습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 영화관>이 떠올랐다. 영화관에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영상이 떠오르면 푸른 제복의 안내원만 홀로 조명을 받는다. 진짜 영화는 그림 왼쪽 구석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스크린이 보이는 자리로부터 소외된 안내원이 정작 영화 속 주인공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그려진 그림이다. 영화관 입구에 서서 고개를 약간 갸우뚱한 채 오른손으로 턱을 괸 안내원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독과 단절, 지루함과 쓸쓸함을 읽어냈다. '현대인의 만성적 고독'이라는 어구는 호퍼의 그림을 해석하는 데 사용되는 단골 키워드다. 나 역시 호퍼의 그림을 볼 때면 습관적으로 고독을 이야기하곤 했다. 타성에 젖은 게으른 감상일 수도 있겠지만 '호퍼'라고 하면 자연스레 외로움이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자는 호퍼의 <촙 수이>는 뉴욕의 중국 음식점에 앉아 찻주전자를 앞에 놓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두 여성을 그렸다고 말한다. 1920년대 신여성답게 과감하게 보브 커트를 한 머리에 종 모양의 클로슈 모자를 쓴 여자들,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정면을 향한 여자의 얼굴과 연두색 상의, 관람객들에게 등을 돌리고 앉은 또다른 여자의 청회색 등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저자는 뉴욕 시절의 자신이 차이나타운에서 자유를 느꼈던 것처럼, 그림 속 여성들은 촙 수이 식당에 앉아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며 해방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림 속 식당 이름이리도 한 '촙 수이'란 각자기 채소에 고기나 해산물 등을 넣고 볶은 미국식 중화요리를 말한다. 1920년대 미국에는 촙 수이를 파는 식당이 유행했는데, 값싸고 후딱 먹을 수 있서 젊은 노동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여성해방운동이 활기를 띠던 제1차세계대전 직후의 미국, 여성들은 더이상 집에만 머무르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일터로 나섰다. 이전에는 홍등가 여성들이나 자기들끼리 외식을 하는 걸로 여겨졌지만, '모던 걸'들은 남자들처럼 공공연하게 식당에서 식사하며 도시의 풍경을 바꿨다."



저자는 뉴욕에서 생활하는 1년 동안 자신의 방 벽에는 딱 한 점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고 말한다. 우연히 들른 샬롯 브론테 전시를 본 후 모건라이브러리 기프트숍에서 산 샬럿 브론테의 초상화다. 그리고 저자는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그 맹세대로 뉴욕에 있는 동안 정말 열심히 놀았고, 학교도 다니고 크리스티 수업도 들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 시간들은 공부라기보다는 유희에 가까웠다고 이야기한다.

"미로 같은 뉴욕 생활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나는 초상화를 스카치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았다. 침대에 누워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벽에 붙은 샬럿의 얼굴이 보였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죽은 그 여자가 자유롭게 네 맘대로 살아보라고 격려해주는 것 같았다."



저자는 이민자들을 생각할 때면 영국 화가 포드 매덕스 브라운의 <영국에서의 마지막>이 생각난다고 말한다. 라파엘전파의 일원인 브라운은 라파엘 스타일의 원형 캔버스에 영국을 떠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 가는 한 쌍의 부부를 그렸다. 1850년 중반 영국의 오스트레일리아 식민지가 번창하고 1851년 뉴사우스웨일스에 골드러시가 시작되면서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인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곤 했다. 저자는 빈곤을 완화시키고 영국 본토의 인구를 억제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이민을 권장했으며, 그림 속 주인공도 새 삶을 찾아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났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익숙한 모든 것들에 작별을 고하고 갖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완전히 낯선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절박한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이민자들이란 결국 '더 나은 삶'을 찾아온 사람들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브라운의 그림은 마냥 희망적이지 않다. 화가는 고국에서 쫓기듯 떠나와 넉 달간의 고된 향해에 나선 이 부부의 고난에 주목한다. 그림 뒤편의 구명보트에 적힌 '엘도라도'라는 배의 이름이 부부가 미지의 황금 땅, 신기루 같은 미래를 향해 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내의 회색 망토 사이고 살짝 비어져나온 자그마한 손이 부부가 새 생명을 함께하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서양미술 전통에서 고향을 떠나는 부부와 신생아는 헤롯왕의 학살을 피해 베들레헴을 떠나 이집트로 피신하는 성가족을 상징한다. 화가는 자신과 아내 에마를 모델로 해 그림을 그렸다. 교육받을 만큼 받은 세련된 중산층이 이민 떠나는 배 안에서 각종 불편함과 모욕을 견디며 절망하다가 포기하기 직전까지 이르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화가의 의도였다. 우산에 의지한 채, 부부는 아비규환의 배 안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애써 등을 돌리고 있다. 검정 챙 모자 아래 남편의 눈빛을 심각하며, 진홍빛 보닛에 둘러싸인 아내의 얼굴을 무표정하다. 이들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가.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더라도 성가족에 못지않은 수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위스콘신 출신의 조지아 오키프의 1925년 작품 <달이 있는 뉴욕 거리>는 오키프가 처음 그린 뉴욕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번화한 도시 뉴욕이 오키프의 눈에 왜 그렇게 쓸쓸하게 비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위스콘신의 드넓은 평원에서 나고 자란 오키프에게 뉴욕이라는 대도시는 매혹적이면서도 낯설고 삭막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키프와 마찬가지로 지방 소도시에서 자라 대도시 서올로 온 자신은 뉴욕에 올 때 서울 이상으로 고독했다고 말한다. 오키프는 1925년부터 1929년 사이에 약 25점의 뉴욕 드러잉과 회화를 그렸고, 주로 낮 풍경보다는 밤 풍경이었다. 저자는 오키프는 밤의 뉴욕이 빚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심취했고, 그건 곧 그녀 마음속의 풍경이기도 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오키프는 여러 방면에서 모던한 여자였지만, 그중 가장 모던한 것은 그녀가 그려낸 뉴욕 그림이라고 말한다. 나이 많은 남자 예술가의 뮤즈였던 젊은 여자 예술가가 처음으로 뉴욕의 고층 빌딩이라는 남자들의 뮤지를 제 것 삼아 그린 그림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에 의해 조각난 하늘 사이로 구름이 일고 그 구름을 비집고 달이 비죽 얼굴을 내민다. 하늘은 아직 푸르다. 노을의 잔영이 서쪽 하늘에 남아 있다. 교회의 첨탑이 붉은 하늘을 꿰뚫는다. 그리고 달보다 더 환한 도시의 빛, 가로등, 적막한 도시를 지키는 서글픈 외눈박이 괴물 같은 노란 가로등 불빛이 건물의 붉은 실루엣에 우수를 더한다. 맨해튼 47번가의 밤풍경을 그렸지만 뉴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림이 화려한 불빛의 전시작 같은 전형적인 뉴욕 야경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아챌 것이다. 오키프는 언젠가 말했다. "있는 그대로의 뉴욕을 그릴 수는 없어도 느끼는 대로 그릴 수는 있다.""

"오키프가 뉴욕을 그렸던 1920년대,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빌딩은 모더니티와 진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여자가 그리기에 적절한 주제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남자들은 여자 예술가가 건물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꽃이나 그리면 될 일이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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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바바라 포어자머 지음, 박은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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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가슴 위에 코끼리가 앉아 있다. 코끼리가 너무 무거워서 움직일 수 없다. 어둠 속에 누워 인생이 얼마나 허무한지, 내가 얼마나 하찮은지 생각한다. 독일의 가장 권위 있는 언론사 '쥐트도이체차이퉁'의 촉망받는 기자 바바라 포어자머는 30여 년간 앓고 있는 우울증을 '코끼리'로 비유하며 우울과 무력함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고충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는 그의 첫 저서로, 독일에서 우울증을 가장 뛰어난 방식으로 다룬 저널리스트에게 수여하는 미디어상을 수상한 작가로서의 역량을 한껏 발휘한 화제작이다. 그는 우울증을 비롯하여 가면증후군, 감정표현불능증, 번아웃 등 자신의 경험을 상세이 기록하며 각종 언론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이 시대의 우울을 명확히 포착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저자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신 건강에 관한 연구 및 통계를 다방면으로 분석한 뛰어난 저널리스트로서 어떻게 침대 밖으로 나와 일상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우울과 무기력, 공허함이 깃든 시대, 매일 힘겨운 아침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다시 일어나는 법'을 전한다.

이 책은 '1장 코끼리와 함께 산다는 것, 2장 삶은 침대 밖에 있으니까, 3장 슬픔과 우울증은 다르다, 4장 가끔 행복했고 자주 우울했던 이들에게'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우울증을 코끼리에 비유하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자신에 대한 묘사를 전하는 글들이 우울증이란 질환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어 인상적이다.

"나는 더는 미룰 수 없는 때가 되어서야 겨우 일어나 무언가를 걸치고 출근을 해낸다. 그곳에서 그럭저럭 내 역할을 하고 화장실에 앉아서 운다. 나는 모든 따분하고 지루한 업무를 지원해 도맡는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모든 일이 버겁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좀 나아진다. 이렇게 또 하루를 살아낸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잖아. 나는 아픈 게 아니야. 그저 별로인 하루를 보냈을 뿐이지.'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또 새벽 4시 반에 눈이 떠지고 가슴 위에는 코끼리가 앉아 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정상이 아니었다'고 말할 만한 나의 첫 감정에 대한 기억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여섯 살이었던 나는 자전거를 타고 S반 선로를 따라 달리며 자살을 하면 어떨까 하고 상상했다. 같은 해에 코르시카섬으로 떠났던 청소년 캠프에서는 그네에 앉아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가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던 기억도 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집에 가고 싶었던 게 아니었음을 안다. 나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향수병을 앓았던 적이 없다. 당신의 나는 우울 단계에 놓여 있었지만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그 감정을 설명해줄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은 것이다. 나는 그 원인을 스트레스나 연애 문제, 시험의 공포에서 찾았다."

저자는 우울증과 감정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우울증을 슬픔, 두려움, 자기 회의와 쉽게 혼동한다. 게다가 이 중 한 가지만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저자는 우울증은 단순히 명상을 하거나 생각을 바꾸거나 마음 정리를 한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반면 불편한 감정은 약물치료나 상담치료 없이도 극복이 가능하다. 그리고 저자는 우울 단계에 있는 동시에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거기 필요한 감정적 공간을 확보한다면 우울한 감정에서 훨씬 쉽고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경험상 "일단 ......만 하고 나면"이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반복하는 것도 우울증의 증상이라고 말한다. 삶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가가 바뀌고, 그 중 무언가는 언제나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 저자는 자신의 삶과 거기 내포된 행복감을 '일단 ......만 하고 나면'이라는 말과 함께 항상 미루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마치 '숫자를 따라 색칠'하는 그림처럼 대하는 사람은 풍부한 감정의 삶을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느끼는 대신,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떤 것을 느껴야 하는지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태도가 과거의 자신을 우울증으로 한 발 더 밀어 넣었고, 결국 자신으 정신병원을 찾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어떤 감ㅈ어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속한 사회와 자신의 신념이 미리 적어둔 '숫자'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바로 그 색깔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나는 내 감정을 마치 '숫자를 따라 색칠'하는 그림처럼 다뤘다. 마치 밑그림이 있는 것처럼, 어떤 특정한 상황에는 어떤 특정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 것처럼. 집에는 큰 정원이 있고 나는 그걸 좋아해야 해. 3주 후면 이사할 거니까, 스트레스를 받아도 괜찮아. 여기는 17번이니까 분홍색으로 칠해야지. 저기는 53번이니까 검은색이야. 물론 그렇게 색칠할 수도 있다. 숫자를 따라 색칠하다 보면 예쁜 그림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누가 언제 색칠하든 항상 같은 그림이 나온다."

저자는 정신적 질병은 언제나 다인성이라고 말한다. 생물심리사회 모델을 사용하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선 유전자나 호르몬과 같은 생물학적 유발 요인이 있다. 그다음에는 개인의 태도, 기대, 감정, 생각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변 요건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는 트라우마, 생활환경, 인간 관계 등이 포함된다. 저자는 이러한 요인들은 환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가중치에 부여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지금까지도 널리 퍼져 있는 정신적 질병과 관련한 편견과 오해에 대해 말하여 눈길을 끈다. 첫째, 누구에게나 기분이 안 좋은 날이 있고, 그렇다고 그게 질병은 아니다. 둘째, 기분이 자꾸 처진다면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려야 하고, 운동을 해야 하고, 긴장을 하고, 더 건강한 음식을 먹거야 하고, 힘을 내야 한다. 셋째,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기분이 가라앉을 이유가 없다. 넷째,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고통을 느끼거나 심리적 질병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것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고통과 질명이며,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긴장을 이완하면 모두 괜찮아질 것이다. 다섯째,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냈고 트라우마도 없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을 리는 없다. 저자는 수년, 수십 년 동안 자신이 정신과와 심리상담소를 찾지 못하게 발목을 잡았던 것은 바로 이 문장들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면 증후군을 겪고 있으며, 자신에게 비판과 거절은 가장 깊은 곳을 찌르고, 그 순간 자신은 이걸 할 수 없다는 확신, 자신이 모든 걸 망쳤다는 확신,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확신이이 든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존감의 결여가 모든 것의 원인이고, 우울증의 뿌리이며, 어쩌면 그 자체가 우울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우울증 환자는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가족, 친구, 직업, 취미 등 자신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이 그런 사실을 숨기기 위한 쇼라고 느낀다.

"자신이 매일 하는 일을 실제로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기분,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느낌이다. 가면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 느낌은 자신이 백 번, 천 번 성공적으로 해낸 일을 할 때도 나타난다. 나는 이 기분을 자주 느낀다. 심지어 내가 느끼는 기분은 이보다 한 단계 깊다. 나는 어떤 일들을 잘 해낼 수 있을지를 의심할 뿐만 아니라 내가 좋은 사람인지도 의심한다."

"저널리즘에 종사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내가 글을 쓸 수 있는지 확신이 없다. 나는 100건이 넘는 글을 발표했고 상도 받았다. 그럼에도 기사를 제출할 때마다 내 글이 가치있는지 의심이 든다. 상사가 '오케이'라고 말하고 나서야, 동료가 나를 칭찬하고 나서야, 기사가 공개되고 독자들의 메일이 들어오고 나서야 나 또한 만족감을 느낀다."

저자는 오랫동안 우울증과 편두통을 '통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은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싶다는 소망만큼이나 유토피아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저자는 언제라도, 누구에게라도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게 인생이라고 말한다.

"균형을 잡으려면 뒤를 돌아보거나 아래를 보는 대신 시선을 늘 앞에 두고 유연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병을 당뇨나 천식처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떤 원인에 의해 병이 생겼나?'라는 질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현재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은?', '내가 이 문제에 대처할 방법은?'일 것이다."

저자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자신이 도움되지 않는 순간이 언제인지를 알아차리는 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건 좋지만, 계속 들어주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상담사에게 전화해"라고 말해줄 수 있는 건 더 좋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소셜 미디어에서 우울증을 주제로 게시물을 올릴 때 '단지 슬프기만 한 게 아니다'라는 뜻으로 해시태그 #not justsad를 쓴다고 말한다. 우울증을 직접 겪는 이들이 우울증과 슬픔이 다른 것임을 분명히 밝히기 위함이다. 저자는 우울증은 날씨가 좋지 않아 기분이 약간 처지는 것보다 혹독하고 고통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슬픔이나 좌절, 혹은 분노와 같은 불편한 감정과는 반대로, 우울증은 많은 경우에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때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자신을 사로잡은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울증을 겪을 때 자신의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들은 모든 것이 의미 없고, 고통은 사라지지 않으며, 자신은 그런 고통을 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마치 검은 용암처럼 절망과 좌절, 죽음에 대한 갈망이 다른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다른 모든 감정에 엉겨 붙어 돌처럼 굳어지게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느낄 수 없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뭔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 같은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우울증이라는 자신의 질병을 성격의 한 측면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중요한 측면이긴 하지만 자신이라는 사람을 온전히 설명해주지는 못하는 하나의 단면으로 말이다. 저자는 결국 자신에게는 자신의 삶의 행복이 외모에 좌우되지 않는 것, 병적인 생각으로부터 자신을 떨어뜨려놓고 좋지 않은 감정에 바로 굴복하지 않는 것 등이 중요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늘 우울증에 대한 글을 쓰려면 이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질환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고 어떤 수단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야, 독자들에게 우울증 없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우울증을 앓고 있고, 대신 다른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싸움이 아니다. 나는 내 질환을 전혀 통제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우울증에 지배당하지도 않는다. 대신 내게는 우울증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다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때가 되면 나와 내 상담사, 의사는 내게 무엇이 도움이 될지 떠올릴 수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그 증상이 다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살아내는 인생은 아름답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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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어디서 오는가 - 부자들의 교과서로 읽혀온 부의 원리
월리스 D. 와틀스 지음 / 다른상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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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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