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사회 - 순 자산 10억이 목표가 된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임의진 지음 / 웨일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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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미친 사회가 되어 가는 현실에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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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사회 - 순 자산 10억이 목표가 된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임의진 지음 / 웨일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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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최고다!", "경제적 자유만이 살길이다"라고 외치며 부동산과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일이 당연시된, 노동의 가치를 상실해 버린 사회가 도래했다. 이제 자산을 불리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소리를 하면 바보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지경에 이른 것이 바로 한국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어쩌다 우리는 숫자로 검증되는 돈의 양의 사활을 걸게 되었는가.

비교에 민감한 한국 사람들은 신뢰가 사라진 사회에서 남보다 더 나은 위치를 선점하는 데서 만족을 찾게 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외적 가치를 손에 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들보다 뒤쳐지는 삶은 용서할 수 없는, '중간은 해야 한다', '최소한 평균은 넘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돈에 목숨 거는 삶으로 몰아세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좇는 것은 바람직한 상이지만 돈에 눈이 멀어 불공정한 상황을 공정하다고 착각하며 사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책 <숫자 사회>에서 여러 나라의 빈곤과 불평등 등 사회 문제를 다룬 ODA 전문가 임의진 저자는 믿을 구석이 돈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린 한국의 '숫자 사회'에서 우리가 얻을 상실값이란 무엇인지를 논한다. 또한 자산 축적에만 온 힘을 쏟고 있는 현시대의 모습은 어디서 왔는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자산에 대한 목마름은 헛된 욕심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왜 우리가 전과 달리 추구하는 바가 달라졌는지는 짚고 가야 한다. 이 책은 현 세태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 준다. 강박적 숫자 사회는 우리를 더 절망으로 밀어 넣고 개인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지만 이는 우리가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이 책은 '1장 돈에 미친 사람들은 누구인가, 2장 숫자 이면에 숨겨진 생존 투쟁, 3장 한국형 성공에 얽힌 욕망, 잠복기는 끝났다, 4장 숫자 너머 새로운 도약'이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욕망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어떻게 하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확실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러한 현상이 매우 심화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던 사람들마저 이 방향으로 확 쏠렸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불안과 두려움, 비교와 질시, 소외감과 패배감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과 같은, 개인의 진정한 '자유'를 억압하는 부정적 감정들로 가득한 억압 속에서 경제적 자유는 삶의 목적 그 자체이자 인생의 맹목적 목표가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적 신뢰가 사라지고 숫자로 표현되는 물질적, 외형적 가치만 남은 현실에서는 오직 경제적 자유만이 나와 내 가족을 살리는 확실한 수단이 된다고 말한다. 돈이 가장 중요할지언정 다른 가치들 역시 존중 받아야 마땅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너 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래야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먹고 사는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회를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는 각자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서툴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분명히 독창적인 내면이 실재함에도 물질적이고 외형적인 가치 외에는 자신의 삶에서 그 어떤 의미도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면 계좌에 얼마가 있는가, 자산은 얼마가 되는가, 어디에 혹은 어느 아파트에 사는가, 어떤 차를 모는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 등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점점 심화하는 결과 중심 사회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경제적 자유를 향한 맹목적 욕망이 분출하는 데는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마음 역시 크겠지만, '다른' 가치가 없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돈으로 환산 가능한 숫자 이외에는 행복이나 만족을 찾기 어려운 사회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돈을 더 버는 데 있지 않으며, 삶에서 어떤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결핍에서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극한 경쟁과 부족한 사회 안전망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각박해지고 피폐해지며 외로워진다. 믿음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숫자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는 사회의 지속 가능 여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러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구성원이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인들은 평범을 선망하면서도 싫어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소위 '튀지 않는' 선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남들과 다른 점을 발견하고 개성을 추구하며 존재감을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욕구이자 보편적 욕망이라고 한다면, 아무 특색 없는 '다수 중 하나'로 남기보다 자신만의 무언가를 부각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저자는 우리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점은 튀는 것을 싫어하고 지양하는 성향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남과 달라서는 안 된다. 다른 것은 곧 틀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중간과 평균(이상)에 집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튀고 싶지 않아서, 남과 다르고 싶지 않아서다. 그랬다가는 공동체에서 배척당하기 십상인 까닭이다. 우리에게 가장 두려운 상황은 주변 사람이 나만 빼고 모이는 것이 아니던가. 괜히 나대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나 혼자 배제당한다. 특히 예전의 농촌 마을 공동체에서 소외는 곧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저자는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필수 요건을 뒤집어 말하자면, 한국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시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은 중간보다 못하는 것 또는 평균에 미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대부분의 사람에게 뒤처지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기준은 '남들보다 뒤처지지는 않았는가'이며, 중산층은 그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이들이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란 굉장히 어렵다. 중산층의 기준은 현실적으로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어려서부터 학습되어 뼛속까지 내재화된 계급의식이 반사적이고 자동적으로 평생 등급과 계층을 나누고 우월감과 자격지심의 진자 운동을 계속한다고 이야기한다.

"차별화는 무의식적인 집단화와 편 가르기를 동반한다. 사회적으로 합의되었다고 여기는 일정 평균 범위에 속하는 사람보다 뒤처지지 않았으며, 특히 중간도 못 가는 '그런' 사람과 나는 다르다는 인식에 기반해 우리는 항상 나와 너를 나누고 '우리'에 집착한다. 울타리를 친 뒤 밖에 있는 사람을 타자화하고 때로는 비인간화하며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대신 냉혹한 비판과 비난을 가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감은 피곤하고 불필요하며 '비효율적인' 일일 뿐이다. 그저 나와는 다른, 이상하고 비상식적이며 개념 없는 사람 혹은 집단으로 몰아붙이면 그만이다."

저자는 자산과 소비 수준으로 계급이 형성되고 오직 눈에 보이는 가치를 바탕으로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지위를 확인하는 사회, 나와 타인을 비롯한 세상 모든 것을 가르는 기준이 숫자로 일원화되는 사회에서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그 행동이 돈이 되는지' 여부라고 말한다. 돈 안 되고 성적에 중요하지 않은, 대입과 취업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삶의 요소가 경시되는 사회적 시선과 분위기를 뿌리 깊이 체득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알지 못한 채, 세상을 숫자로 환산 가능한 외적 조건으로 구분하는 데 익숙해지고, 그럴수록 돈을 제외한 무언가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기고 힘들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공정에 대한 요구는 '내가' 성공할 기회,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을 기회를 보장하는 의미, 즉 생존 투쟁이라고 말한다.

"신뢰할 수 있는 영역이 일부 주변인에 한정되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존재에 대한 믿음은 부족한 사람들에게 돈은 신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며,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항상 가진 것들을 비교하고 질시하며 불행해진다. 뒤처지지 않기 위한 과시적 소비와 그것을 통한 정체성 확인, 그리고 인정욕구 충족은 저신뢰 성과 중심 사회의 단상이다."

저자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위기는 선조들이 국가를 대신해 기대고 의지하 수 있었던 지역, 마을 공동체가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사회 안정망의 부재와 더불어 사람들은 각자 마음속에 불신을 품은 채 고립되어 '섬'이 되었고, 이 섬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가족에게만 주어진다. 저자는 이것이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불신 사회의 본질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낮은 수준의 신뢰는 필연적으로 불안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이전보다 더 돈과 자산에 탐닉하는 한편 각자도생에 내몰리며 생존 투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변화의 이유는 결국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실제적 변화, 즉 '사실'보다 '인식'이 더 큰 폭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로는 아파트를 비롯한 자산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사회적 신분과 '어디에 사는지'를 기반으로 일어나는 의식적, 무의식적 서열화를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2020년대 2030세대의 관점이 10년 전 2030 세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무엇보다 극적으로 달라졌지만 주목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간과되고 있는 세 번째 인식 변화는 바로 현재 젊은 세대가 지각하는 '삶의 기본값'이 이전 세대와 상당한 사이를 보인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현재의 20대와 30대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에 있던 시기의 성장한 윗세대와 달리, 어느 정도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이후 태어나 상대적으로 훨씬 풍족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이전의 한국 사회를 알고는 있지만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이다. 이들은 삶의 디폴트값이 이전 세대와 다르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만한 최소한의 조건, 다시 말하면 가정을 꾸리는 시작점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현재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어릴 때부터 누렸던 '삶의 기본값'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있다. 결혼과 육아 기피 역시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의 연장 선상에 놓여 있다. 결혼하고서도 내가 원하는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리를 낳는다면 그러한 삶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집값 안정은 물론 각종 육아 수당 제공, 육아휴직 활성화, 경력 단절 대책 등 여러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나 이 모든 것에 앞서 기저에 깔린 심리를 읽어내야 한다. 부동산 대책은 출산율 제고 역시 이러한 인식 변화를 정면에서 마주하고 인정하는 데서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주변에 의미 있는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가 복원하려는 공동체가 무엇인지에 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 형성이 잘되지 않았던 여러 이유가 존재하고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많았으나, 가장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않은 공동체를 회복하려 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추구하려던 노력과 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한국형 공동체의 핵심 가치는 넓은 범위의 구성원 간 신뢰에 기반한 다양성 확장이다. 현대적 마을 공동체는 우선 불안과 불신의 완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얻은 사람들이 각자 사회로 나가 다양한 사람과 더 건강한 소통과 교류를 하도록 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역할은 그러한 소통과 교류를 바타응로 더 나은 사회적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토대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전 방식을 따르는 공동체 구현만으로는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니즈를 맞출 수 없다.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는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 신뢰와 관용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가진 사회경제적 욕망의 강도를 줄이려면 굳이 자산을 늘리지 않아도, 돈을 더 벌지 않아도 괜찮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숫자' 외에도 삶의 충만한 기운을 전해주고 의미를 찾아줄 매개체들이 다양하게 존재해야 한다. 저자는 사람들의 욕망을 완화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돈과 자산을 기준으로 나와 남을 가르고 그들과 비교해 더 많은 외적 가치를 확보하는 데서만 만족을 얻는 '만족 메커니즘'을 바꾸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가진 결핍 혹은 인정욕구를 채울 수 있는 다른 방도를 확립해 가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기득권층이 감히 기어오를 생각을 하냐며 자신들의 계급을 고착화하는 사이, 못 가진 자들 역시 우리가 어떻게 저기까지 가냐며 '감히' 넘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점점 경계가 선명해지는 사회적 신분과 그에 기반한 차별에 분노하면서도 이미 기존의 구조를 깊이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전제를 바꿔서, 경력 초반에 남들 다 알아주는 간판을 달지 못하면 점점 삶이 어려워지고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나와 다른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여러 형태의 성공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한국 사회라는 배를 틀어야 한다고 말한다. 간판 취득과 유지 방법에 변화를 주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삶의 다양성을 보장함으로써 좁고 제한적인 기회에 모두가 매달려 다수의 실패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서 탈피해야 하며, 나아가 삶의 '만족'을 가능케 하는 루트를 폵넙게 열어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늦게 시작하더라도 충분한 시회가 주어져야 한다. 예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 해도 나이나 출신에 따른 차별은 여전히 시재한다. 당장 간판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회 인식을 허물기는 어렵다. 신입으로 시작하지 않더라도 여러 방면으로 정규직이 되어 공평한 승진 기회를 보장받고, 동시에 자격과 간판을 획득하는 문호 역시 개방하는 방향으로 걸음을 떼도 좋을 것이다. 즉 성안에 들어가 내부자가 될 수 있는 문 자체를 활짝 열어야 한다."

저자는 '인간다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직종 간 격차를 줄여서 사회가 제시하는 정답을 좆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먹고사도록,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삶에 만족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하도록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우회로가 불러온 다채로운 성공의 모습은 직접적인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산 외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복구해 계급과 계층성을 약하화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처럼 특정 직업군에 사람이 몰리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현태의 지속 가능한 삶이 가능하도록 만들어간다면 그러한 직업적 다양성이 사람들에게 미래를 꿈꾸도록 해줄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성공의 다양화를 넘어, 근본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하지만 실상 모두가 동시에 누릴 수는 없는 경제적 성공을 꼭 이루지 않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그쯤 되면 돈과 자산 이외에도 만족을 주는 다른 요소들을 삶에 추가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키워질 테고, 그 요소들이 풍성해질 때 굳건한 기존 만족 매커니즘에도 서서히 균열을 내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결과 중심 사회에서 탈피해 인생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늘려갈 수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교류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단절이 아닌 연결 가능한 거주, 생활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한다. 주거 공간의 다양화는 사람들 사이 접촉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이는 신뢰 회복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현대적 공동체와 다채로운 성공의 모습을 가져가려는 노력은 모두 주거 공간의 다양화와도 연결되오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접촉을 늘려 사회적 신뢰를 조성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사람들이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근육을 키우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높은 신뢰 수준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배제를 완화하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등 사회적 포용성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포용은 상대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 관용 등을 두루 포함하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안정된 소속감을 갖도록 한다.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기꺼이 끌어안음으로써 갈등을 해소하는 신뢰와 포용은 다양성의 존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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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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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를 쓴 앨리스 피니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고, 15년간 BBC에서 기자, 리포터, 뉴스 에디터, 예술 오락 프로듀서, 1시 뉴스 담당 프로듀서로 일했다. 2017년에 출간한 데뷔작 <Sometimes I Lie>가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사가 사라 미셸 겔로 주연의 TV 드라마로 제작했다. 현재 여섯 권의 소설을 집필했고, '뉴욕타임스' 1백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30여 개국에서 책이 출간되고 있다. 2021년 작인 소설 <가위바위보>는 넷플릭스 TV 시리즈 제작이 결정되었다. 앨리스 피니는 '트위스트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변화무쌍한 전개와 놀라운 반전이 있는 스릴러로 유명하다.

소설 <가위바위보>는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의 평온한 일상 속에 깃든 놀라운 비밀을 밝혀내며 독자들을 서늘한 공포의 세계로 데려한다. 작가 앨리스 피니는 이 소설에서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친구, 형제 사이가 뒤틀린 욕망에 사로잡힌 계획적인 사건에 이용될 경우 어떤 비극이 초래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소설 <가위바위보>의 주인공 애점은 안면실인증이 있어 친구, 가족, 심지어 아내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인물이다. 애덤은 젊은 시절 노팅힐의 극장에서 영화 티켓과 팝콘을 팔다가 스물한 살에 처음 시나리오를 썼고, 그가 쓴 <가위바위보>는 제작 단계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계약 과정에서 에이전트가 붙게 되었고, 그때부터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각색하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애덤이 처음 각색한 시나리오는 저예산 영국 영화로 만들어져 바프타상(영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했고, 그 결과 더는 극장에서 팝콘을 팔지 않고 전업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 무명 시절을 보내던 애덤은 유명 작가 헨리 윈터의 소설을 각색해 대박을 터뜨리며 일약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 대열에 합류한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일하는 아내를 만나 단칸방에서 경제적으로는 힘겨운 날들을 보내지만 서로 사랑하기에 훈훈하고 행복했던 신혼을 보내다가 시나리오의 성공과 더불어 수입이 늘어나면서 런던의 부촌으로 이름난 햄스테드에 저택을 마련한다. 애덤은 비록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각색하는 작업을 하지만 영화판에서 명성을 얻어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나간다. 그러던 중 예기치 않은 외도로 미래가 알 수 없는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고, 하필이면 애덤의 외도 상대는 아내의 친구이자 유기견 보호소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어밀리아다.

소설 <가위바위보>는 이번 주말여행이 소원해진 부부 사이를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는 어밀리아, 안면실어증으로 아내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애덤,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부치지 않는 비밀 편지를 보내는 애덤의 아내, 예배당 밖에서 은밀하게 어밀리아와 애덤 부부를 지켜보는 로빈이라는 네 명의 화자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 책은 이들의 각자의 시점을 통해 캐릭터의 내면을 들어다보는 동시에 긴장감과 몰입력, 그리고 반전 스릴러의 묘미를 선보이는 소설로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소원해진 부부 사이를 회복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애덤과 어밀리아 부부가 산간벽지 예배당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일들을 마주하는 장면들은 책을 손에 놓을 수 없을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여기에 더해 이 책은 안면실인증이 있는 남자 애덤 뿐만 아니라 진실을 바라보려고 애쓰기 보다는 각자의 눈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 주변의 관계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안에 숨겨진 다양하고 비밀스런 욕구를 파헤치는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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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세계사 -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등 넷플릭스로 만나는 세계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오애리.이재덕 지음 / 푸른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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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콘텐츠로 만나는 다양한 세계사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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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세계사 -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등 넷플릭스로 만나는 세계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오애리.이재덕 지음 / 푸른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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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세계사>는 미국, 멕시코, 스웨덴,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스무 편의 콘텐츠를 통해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보혁 갈등 등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세계사의 주요 이슈를 어렵지 않게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기묘한 이야기>, <퀸스 갬빗> 등 내로라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뿐만 아니라 <로마>, <맹크>, <메시아> 등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에서 세계사의 가장 특별하고 중요한 순간들을 담았다.

이 책은 '1장 인종차별과 저항, 2장 전쟁과 테러리즘, 3장 보혁충돌과 화해, 4장 빈부격차와 분노, 5장 현대사의 특별한 순간들'이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멕시코의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무한한 사랑으로 돌봐줬던 원주민 도우미 여성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이자 한 여성의 삶, 한 가정의 일상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20세기 멕시코의 치열했던 역사를 들여다보는 영화 <로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로마>에는 멕시코 원주민들이 겪는 일상적인 차별과 착취가 잘 드러나 있다. 클레오가 도망간 애인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멕시코시티 외곽의 처참한 모습도 멕시코의 일상화된 차별을 보여준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로마'와 달리, 원주민과 가난한 메스티소(백인과 원주민 혼혈)들이 모여 사는 그곳은 상수도 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도로는 진흙투성이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판잣집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영화 <맹크>를 통해 영화 <시민 케인>의 탄생과 배경에 대해 소개한다. <맹크>는 영화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늘 거론되는 <시민 케인>이 탄생하는 과정 속에 1930~1940년대 할리우드의 막강한 '스튜디오 시스템'과 언론 권력, 대공황과 나치즘의 부상, 미국의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충돌 등 묵직한 이슈들을 구석구석 촘촘히 박아 넣은 작품이다.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20세기 초중반 미국의 대중문화와 정치, 사회상을 들여다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맹크>의 주인공은 <시민 케인>의 오슨 웰스 감독이 아니라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실제로 썼던 허먼 맹키위츠다. 이 책은 영화 <맹크>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오르간 연주자의 원숭이' 우화라고 말한다. 오두막 안에 사실상 갇혀서 <시민 케인> 시나리오 초고를 탈고한 맹크에게 존 하우스먼이 찾아온다. 하우스먼은 이 영화를 감독할 오슨 웰스에게 고용된 인물로, 방대한 분량의 초고를 읽고 솎아내는 일을 맡고 있다. 이 책은 영화 <맹크>에서 오르간 연주자의 원숭이 우화가 놓치지 말아야 할 키워드인 이유는 맹크는 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시민 케인>을 쓰려고 했고, 창작자는 어떤 정신을 가져야 하는가,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과연 무엇인가 등의 정신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의 막강한 파워는 1948년 연방대법원이 '셔먼 반독점법'을 근거로 스튜디오 시스템을 불법적인 독점으로 규정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고 말한다. 1890년에 제작된 이 법은 자유로운 거래를 제한하는 독점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대법원은 영화제작은 물론 배급과 상영까지 하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독점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하우스먼은 맹크에게 "하필이면, 왜 허스트냐"라고 묻는다. 언론재벌이자 미국 사회와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허스트를 왜 <시민 케인>의 주인공으로 삼았느냐는 이야기다. 맹크는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자네 오르간 연주자의 원숭이 이야기를 아나?" 맹크는 아마도 이 말이 하고 싶었을 것이다. "허스트 같은 권력자를 건드리면 어떤 화를 입을지 알지만, 나는 권력자가 시키는 대로 춤을 추는 원숭이가 아니며, 내가 생각하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글을 쓴다네.""

"스튜디오 시스템은 1920년대 초부터 1950년대까지 일명 '황금 시대'에 미국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사들이 배우와 작가 등 장기 독점계약한 인력들을 토대로 제작은 물론 배급까지 장악했던 방식을 말한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막강했다. 특급 스타조차 스튜디오의 눈 밖에 나면 배우로서의 생명을 잃을 정도였다. 그러니 시나리오 작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걸출한 작품들을 쓴 맹키위츠의 이름이 영화 크레디트에 오르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은 당시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에서는 작가 개인의 명성보다 스튜디오의 이름이 더 중요했고 '집단 창작'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관행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영화 <두 교황>을 통해 가톨릭 내분과 두 교황의 지적이고 아름다운 공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베네딕토 16세와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톨릭 교단의 보수와 개혁을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두 사람 중 그 어느 쪽도 틀리거나 맞다고 할 수 없고, 둘은 그저 다른 성향과 성격을 가졌을 뿐 성직자로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는 점에서는 똑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2000여 년에 걸친 바티간의 역사에서 음모와 스캔들은 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사제 성추문, 바티칸은행의 돈세탁 의혹, 권력 암투 스캔들 등은 가톨릭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들었고, 이러한 상황이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퇴위 결심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두 교황>은 사실과 상상을 정교하게 혼합한 작품이다. 베네딕토 16세가 퇴위를 결심한 후 별장과 바티칸에서 베르골리오 추기경을 따로 만난 적은 없다. 이는 순전히 작가의 상상이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중요한 사건이나 두 사람의 발언 대부분은 사실에 충실하다. 두 사람이 직접 만났다면 영화 속에서처럼 진짜로 불꽃 튀는 토론을 벌였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는 팩트를 존중하는 작가의 자세와 유려한 글솜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감독의 세련된 연출력, 그리고 두 노장 배우 안소니 홉킨스와 프라이스의 열연이 더해져 아름다운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프란치스코는 교황이 되자마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 "흙을 묻혀 더러워진 교회"를 선언하고, 자기 자신도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으로 감동과 격찬을 불러일으켰다. 바티칸의 화려한 궁전 대신 수도사들이 머무는 소박한 숙소에서 생활하고, 노숙자들을 불러 함께 식사를 하는가 하면, 신자들의 집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는 파격적인 행보도 보였다. "내가 누구를 심파할 수 있겠는가"라며 동성애자들과 이혼자들을 포용하는 발언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는가 하면, 성범죄를 저지른 사제들에 대해 단호한 자세를 취했고, 온상으로 꼽혔던 바티칸은행에 대한 개혁을 단행했으며, 환경파괴를 곧 생명문제로 이슈화했다. 규제 없는 자본주의를 '새로운 독재'로 비판하면서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이 인간 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 것처럼 오늘날 (불펼등한) 경제가 사인을 저리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이슬람 전통을 가진 나라로부터 존중받기 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 온 이슬람 이민자들은 존중하고 사랑으로 포용하라"라고 요구했다."

"2021년 6월, 교황청은 사제의 신자 성추행 등을 범죄로 규정하는 새 교회법을 발표했다. 38년 만에 개정된 교회법에 따라 해당 범죄를 저지른 사제는 성직 박탈과 동시에 교회법상 처벌을 받게 됐다. 기존 교회법은 교회 내 성범죄를 다루는 절차가 너무 복잡한 데다가 고위 성직자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허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개정된 교회법은 직접적인 성적 학대뿐만 아니라 신체 노출 강요, 음란한 사진의 습득, 보유, 유포도 범죄로 규정했다. 성직자가 신도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성적 착취를 하는 이른바 '그루밍'도 범죄임을 분명히 했다. 또 범죄가 발생하면 관할 교구의 고위 성직자가 사건을 다뤘던 관행을 없애고, 무조건 교황청에 즉각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 책은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캠빗>을 통해 체스판 위 미국과 소련의 냉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여 눈길을 끈다. 체스에서 '퀸스 캠빗'은 첫수를 두는 방식 중 하나다. '갬빗'은 미끼를 던져서 자신의 수를 버는 것을 말하는데, '퀸스 갬빗'은 퀸 열에 있는 폰을 먼저 움직여서 상대에게 일부러 빼앗기려는 전략이다. 폰을 희생함으로써 뒤쪽의 기물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중앙의 공격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퀸스 갬빗'이 드라마의 제목이 된 이유는 체스 대국에서 뻔한 수를 두지 않고 상대편을 무자비할 정도로 몰아붙이는 스타일이지만 일찍부터 겪어야 했던 쓰디쓴 상실의 트라우마에 여러 차례 넘어지고 처절하게 좌절한 후 아픔을 딛고 일어나 여왕이 된 주인공 하먼의 인생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퀸스 캠빗>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벌였던 냉전과 체스 경쟁을 시대 배경으로 한다고 말한다.

"젠더 이슈는 이 드라마의 중요한 이슈다. 하먼의 생모는 코넬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지만 불우한 삶을 살다가 어린 딸을 홀로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다.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지만 '잘못된 사랑' 또는 실패한 결혼생활에 좌절한 듯하다. 정신적인 문제도 있어 보인다. 하먼을 입양한 양어머니 알마도 비슷하다. 피아노 연주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무대 공포증 때문에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고, 아이를 잃은 후에는 알코올중독에 빠져 살아 결혼생활이 파탄 났다. 당시 대다수 여성들이 그랬듯이 스스로 돌벌이를 하지 못하는 알마는 냉담하지 짝이 없는 남편의 눈치를 보며 살지만 결국 버림받고 만다. 하먼의 회상 장면에서 생모는 어린 딸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남자들을 온갖 것들을 가르치려고 해. 자기 면을 세우려는 거지. 너는 네 생각대로 가는 거야. 자신이 누군지 잊지 말아야 해.""

"1961년에는 독일 베를린을 동서로 가르는 장벽이 세워져 미국과 소련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았다. 이듬해인 1962년에는 쿠바 미사일 위기사태가 발생해 핵전쟁의 발발 가능성에 전 세계가 떨었다. 미국 측의 첩보기 록히드 U - 2에 의해 쿠바에서 건설 중이던 소련의 SS - 4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 기지의 사진과 건설현장으로 부품을 운반하던 선박의 사진이 촬영된 것.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은 쿠바의 소련 미사일 기지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였고, 이를 강행한다면 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자세를 취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지만, 양국이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소련은 체스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체스는 전통적으로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는 게임인 만큼 자국민의 우월성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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