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 2 - 죽음에 대한 인문학이야기 : 문학 속 인물편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통합의료인문학문고 5
최성민 외 지음,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기획 / 모시는사람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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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일어나지만 유일하게 나의 죽음만은 직접 경험할 수 없다. '어떤 죽음'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다양한 죽음의 양상을 살펴보아 죽음을 직시하고 성찰함으로써 더 존엄한 삶에 대해, 생명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하는 책이다.

<어떤 죽음 2>는 '문학 속 인물'의 죽음을 다룬다.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신화, 설화, 소설, 시 속에서 발견되는 죽음은 죽음에 대한 현미경적인 접근에서부터 거시적인 안목까지를 간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나의 죽음을 다면적으로 인식하며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에서는 죽음을 마주하며 예감하며 시를 쓰는 김혜순, 허수경 시인의 시, 소설 최인훈의 <광장>, 박상연의 <DMZ>가 그리는 분단의 비극적 골짜기에서의 죽음의 의미,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카프카의 <변신>,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의 자본주의 시대의 비극적 죽음 외에 <제망매가> 등이 그리는 '요절', SF문학이 그리는 미래세계에서의 죽음의 의미, 고대 그리스 신화나 서사시에서의 죽음의 의미를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 김학중은 2019년에 <죽음의 자서전>으로 그리핀 시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의 시들을 통해 '여성의 몸과 죽음의 근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학중은 죽음이 우리 존재의 사건적 상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 데이터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김혜순 시인이 죽음을 바라보는 진지한 성찰을 이야기한다. 김혜순의 시는 '죽음'이 우리를 진정한 대지로 인도하는 애도의 길임을 깨닫게 한다.

"김혜순은 이러한 지금 여기에 '죽음'을 엄숙하고 진지하게 바라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죽음은 우리가 가볍게 처리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죽음'은 우리가 함부로 대해 온 이 세계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공감이며 포옹이다. '죽음'은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우리 존재의 근원적인 지점들을 어둠 속에서 포옹하게 한다. 그것이 김혜순의 시인 것이다."

김학중은 허수경은 시에서 '죽음'의 공간을 가시화하면서 그 공간에서 단 한번도 서로 동일한 시간을 살지 못한 여러 다른 나 자신의 해후와 대화를 표현하고 그 모든 것들을 긍정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기 애도의 행위를 수행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여 '죽음'은 삶을 마지막에 이르러 긍정하고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으로 손을 흔들어주는 작별인사임이 드러난다. 허수경이 노래한 '죽음'은 그런 점에서 단순한 생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고, 오히려 다음에 올 새로운 존재들이 삶을 환대하도록 이끄는 거대한 제의라는 김학중의 글이 눈길을 끈다.

이 책에서 우찬제는 카프카의 <변신>을 이야기하며 '자본세 시대의 죽음의 상상력과 불안'에 대한 글을 전한다. 우찬제는 아버지가 진 빚더미로 인해 고통받다가 벌레로 변신하여 비극적으로 죽어 간 '그레고르'의 이야기를 담은 <변신>에서 빚진 자의 운명적 소외와 환멸적 우수의 풍경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결국 카프카의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자본주의 경제의 희생양에 불과하다. 돈을 벌 수 있을 때 그는 가게에서는 믿음직한 세일즈맨이었고, 가정에서는 사랑받는 아들이요 오빠였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벌레가 된 그는 철저한 소외자이며, 해충에 불과할 따름이다. 더 이상 가족의 일원일 수도 없었으며, 특히 아버지의 가학적 공격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변신 전후에 보이는 이 같은 가족 구성원 간의 부조리한 행위,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횡포, 소외 등의 밑바탕에 돈의 문제가 깔려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아들과 오빠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돈을 사랑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실존적 상황,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단지 돈볼이 수단으로만 세일즈맨을 치부한 비인간적인 고용주의 태도, 욕망하는 기계인 자본주의의 거침없는 톱니바귀...... 이 정도라면 사랑의 상황이라기보다는 벌레의 상황이라고 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책에서 최성민은 다양한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른 죽음과 애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 중에서 이제 겨우 어린이집을 다닐만큼 어린 아이 영우를 잃은 한 부부의 이야기를 남편의 목소리로 전하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 <입동>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다. 최성민은 김애란의 소설 <입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상처가 얼마나 깊고 큰 것인지, 주변의 의례적인 위로조차 얼마나 힘겨운 것으로 다가오는 것인지를 절실하게 표현해 놓고 있다고 말한다. 죽음이란 한 생명체의 소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죽음에 대해 조심스럽게 성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최성민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끔찍할 정도로 아픈 슬픔의 마음을 우리는 종종 '단장'의 슬픔이라 표현한다.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슬픔이라는 의미이다. 슬픔 중에 가장 고통스럽게 아픈 것이라는, 가족의 죽음, 그중에서도 자식의 이른 죽음이 안겨주는 슬픔의 크기는 단장의 슬픔이라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아마도 동서고금의 작가들이 시와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 안에서 자식의 죽음을 다시 표현해 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슬픔을 승화시켜 낸 결과일 것이다. 독자들은 그것을 읽으며 또 한번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며, 슬픔을 정화하고 아픔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요절이라는 죽음은 특히나 비통하고 슬플 수밖에 없다. 그 상실감은 잊으려고 한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고,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애도는 슬픔을 다시 불러내는 것이고, 죽음을 다시 성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다시, 우리의 삶을 위해서, 위로하는 일이다. 사람은 모두가 죽을 것이므로, 우리는 이에 공감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 책에서 이상덕은 그리스와 트로이아는 서로 다른 문화였을 테지만, 호메로스가 아마도 하나의 문화로 혼동하여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기원전 8세기 당시 사람들이 영웅들의 장례에 시신을 화장했고, 뼈를 골라내어 황금 항아리에 담아 화장한 자리에 놓고 봉분을 쌓아 무덤을 만들었다고 믿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덕은 영웅들의 죽음은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자 한 완고함 때문에 영예롭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신들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운명에 놓인 것이면서도 이를 담대하게 받아들임에도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의 슬픔은 여전하다고 말하는 이상덕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어떤 죽음 2>는 다양한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통찰을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외면하기보다는 죽음이 우리에게 남기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문학 작품이 전하는 의미를 통해 생각해볼 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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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단어 수집 - 나의 계절을 어루만지는 마음의 단어들
김민지 지음 / 사람in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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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시인이 경험한 삶이 녹아드는 단어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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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단어 수집 - 나의 계절을 어루만지는 마음의 단어들
김민지 지음 / 사람in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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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단어 수집>은 김민지 시인의 눈으로 단어를 바라보며 그 의미를 새롭게 헤아린 책이다. 번지는 마음으로, 선명한 마음으로, 열리는 마음으로, 움트는 마음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마음의 단어들을 담았다. 그때그때 만끽하고 싶은 계절을 떠올리며 읽어도 좋고, 언제든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좋다. 이 책은 평범한 단어도 섬세한 누군가의 눈으로 보면 이전과 전혀 다른 단어가 된다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

"살면서 몇 개의 단어를 쓸지 알 수 없지만, 하나의 단어를 깊이 체득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볼 수 있는 삶의 국면이 있다. 110개의 단어가 걸칠 옷을 만드는 동안 원단을 제공해준 삶에 특별히 고맙단 인사를 전하고 싶다."



김민지 시인은 '뭉근함'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뭐든 꾸준히 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뭉근한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끈기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끈기가 없다면 부스러기 같은 시간을 흩날리고 다니는 기분이 든다는 김민지 시인의 글이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김민지 시인은 중북이나 약불에서 계속 익혀야 하는 무언가처럼 사소한 것을 지속하는 삶을 살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과일잼을 만들 때 과육들이 형체를 잃어가는 것처럼 긴 시간 초조한 감정들을 스스로 진득하게 졸여낸 사람들이 전해주는 잔잔한 에너지. 그 가치를 체득한 사람들은 점도 높은 삶을 살아간다."

김민지 시인은 '멍'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속에서 맺힌 피처럼 멍의 모양을 한 채 번지는 무표정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한다. 김민지 시인은 표정 없는 표정도 결국 표정일 텐데, 익히 알고 기대하는 표정이 없다고 해서 무표정이라 표현하는 건 그 표정을 깊게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일지로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이의 무표정은 서서히 빠져가는 파란 멍의 가장자리처럼 노랗게 번져 있었고, 이따금 어둠을 둘러싼 안개처럼 핏기 없이 창백한 무표정을 짓는 이도 있었다."

김민지 시인은 '편지'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도 마음에 맴도는 이야기, 정성이 가득한 편지에는 진심의 굴레가 담긴다고 말한다. 김민지 시인은 그 굴레를 벗어나선 좀처럼 읽히기 어려운 감정들이 놓여 있따고 이야기한다. 멀어진 진심은 시간에 온전히 종속되어 흘러갈 뿐이라는 김민지 시인의 글이 인상적이다.

"말로 해도 될 이야기를 굳이 편지로 전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 사람은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일까. 편지로 전해져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 사람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누군가에게 편지처럼 정성스러운 것을 주고 싶은 사람일까."

김민지 시인은 '수줍음'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어려워하는 것과 적대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김민지 시인은 내성적이어도 수줍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김민지 시인은 대체로 수줍어하는 사람들은 매사 어려워하면서 애를 먹는 게 티가 나고, 그 과정에서 사랑스러움이 묻어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어려워한다는 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김민지 시인의 글에 공감한다.

이 책에서 김민지 시인이 '위로'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글이 깊은 위안을 준다. 같은 아픔과 슬픔을 경험한 이들이 전하는 위로야말로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위로가 아닐까?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가 전해주는 응원만큼 적절한 위로가 있을까. 앞서 겪었다는 이유로 어느 순간 어떤 부분에서 무슨 말과 도움이 필요할지 잘 알고 있는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만큼은 부디 건강하고 무탈했으면" 해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챙겨주는 어떤 사람. 어떤 사람의 어떤 위로가 봄기운처럼, 혼자 간직한 억울함을 나른하게 한다. 함께 일렁일 수 있는 게 슬픔의 가치라는 듯, 슬픈 일이 있을 때 함께해준 사람들. 기쁘고도 슬픈 마음이 노인이 어린아리를 보고 짓는 미소처럼 시간이 지나간 주름의 길을 다시 내준다. 고생이 많았던 만큼 보람도 많았다고 함께 이야기해 줄 사람들과 있는 날이 봄날이다."

김민지 시인이 '알람'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은 인간의 정신을 깨우는 소리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담아내어 흥미롭다. 특히 김민지 시인이 우리를 잠든 세상을 깨우기 위해 태어난 알람이라고 비유하는 글은 우리들이 외면하고 있는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눈길을 끈다.

"우리 모두는 잠든 세상을 깨우기 위해 태어난 알람인지도 몰라.

우리를 한꺼번에 울릴 만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슬픔이 세상을 맑게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일 때,

잊지 말고 함께 깨어나자."

김민지 시인은 '죄'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수록 중증에 해당하는 삶의 병. 자신이 저지른 죄에 있어서 아파하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의 마음 속 거울과 같은 양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면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글로 인상적이다.

김민지 시인은 '장면'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공유할 수 있는 장면은 풍경, 초상, 정물, 추상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김민지 시인은 하나하나 모든 장면 가운데 종국에 파노라마처럼 이어질 장면들은 어떤 것이며, 그 모르는 끝을 향해 오직 자신을 위해 개봉될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이렇게 수두룩한 장면들을 스치며 새기고 있는 오늘이라고 이야기한다.

"풍경은 주로 몸소 날씨가 계절을 느꼈을 때 눈으로 깊게 담는다. 바쁜 날들 속에서 늘 치여 있는 듯한 기분으로는 주변을 둘러볼 재간이 없다. 길을 걸을 때 바닥과 정면만 응시하지 않고 하늘을 한 번만 올려다봐도 조급함이 많이 누그러진다.

정물은 주변을 둘러싼 크고 작은 것들.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을 다해 들여다볼수록 동력이 깃들어 다각도에서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어제오늘 같은 자리에 줄곧 놓여 있떤 어떤 것을 생각의 디딤돌 삼아 다른 차원에 다녀오기도 한다.

추상은 앞서 말한 장면들이 뒤섞이거나 번져갈 때, 혹은 나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기운이나 기분 같은 것들이 맴돌거나 하루를 휘저을 때 불쑥 생겨나는 그림이다."

김민지 시인은 '열매'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열매를 헤아려본다고 말한다. 김민지 시인은 나 자신을 수용하고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들을 생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나를 수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열매라고 믿음으로써 나 자신을 수용하게 되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다.

"좋아질 거라는 믿음의 씨앗이 내 안에 있는 것처럼 굴어야 한다. 나는 열매이고, 그것을 증명하는 일은 오직 내가 열매라고 믿는 일뿐이라는 듯. 그 일이 아닌 또 다른 일을 할 때도 예전보다 덜 초조한 마음이길.

그 자체로 말간 존재이길 바란다."

김민지 시인은 '질문'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만드는 질문들, 원래 알던 나를 더 좋아지게 만드는 질문들, 좋아하던 것들을 되찾아주는 질문들, 삶의 허를 찌르는 질문들을 스스로 꺼내고 나면 모든 게 다시 모인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게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는 질문의 힘을 이야기하는 김민지 시인의 글이 질문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보여준다.

"질문이 계속된다는 건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는 방증이다. 피상적인 관심만으로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없다. 좋은 질문은 엉켜 있던 생각을 풀어준다. 좋은 인터뷰 내용만 읽고 있어도 생각이 술술 풀린다. 종종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할 대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를 동시에 자처하면 좋다."

김민지 시인은 '갈피'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갈피는 계획도시처럼 구획을 나누어 관리하고 싶은 분주한 생각이 그 근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김민지 시인은 "마음대로 가보자" 하는 추진력과 함꼐 그때그때 수습할 일들을 수습해 나아가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답은 없다. 미리 준비해 볼 필요도 있겠지만 계획 없이 자유롭게 준비하며 터득해 가는 삶도 있는 거니까.

그 과정에서 얻은 필살의 비결을 책의 가름끈이나 책갈피로 삼아, 읽고 있는 인생의 한 페이지에 놓으면 된다."

김민지 시인은 '그림'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한 폭의 그림, 한 편의 시, 그 위에 여러 겹의 층처럼 쌓인 사람들의 시선이 쉽게 납작해지기 쉬운 세상 속 유일한 구원처럼 느껴질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림이 그림 속에만 있지 않고 여기저기 있다는 사실에 새삼 안도하는 순간이 있다. 실제로 그림이 아닌데 그림 같다고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게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그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 있어서 얼마나 근사한 마음의 폭을 갖기도 하는지 체감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그 행복이 시 쓰기로 채워지기도 한다. 직접 쓴 시를 누군가가 읽고 마음속으로 다채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시를 더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김민지 시인은 '귤'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수록 엉망이 되는 경험을 좀처럼 피할 수 없었고, 그 경험을 멍든 귤처럼 골라내기 바빴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즉시 소화하려는 마음보다 중요한 건 오래하는 것, 마음이 급해도 귤은 하나씩 떨어뜨려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글을 마감까지 미뤘다가 한꺼번에 쓰지 않는 것으로 목표를 바로잡았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김민지 시인은 '재'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글이 안 써질 때마다 종이 인센스에 불을 붙인 뒤 춤을 추는 취미가 생겼다고 말한다. 그리고 김민지 시인은 종이를 태우는 동안 내 안을 수놓던 새하얀 여백도 사라지고 피어오르는 연기 같은 오묘한 동작이 연쇄적으로 어떤 효과를 일으켰는지 이내 몇 줄이 써지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글을 쓰는 것을 '재가 되는 것'에 비유하는 김민지 시인의 글이 인상적이다.

"글을 쓸수록 미온적인 자세를 지양하게 된다. 하나의 재가 될 때까지 나의 글도 촛불 같은 춤을 익히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것처럼 글을 쓰고 나면 살아 있는 기분이 드니까."

<마음 단어 수집>은 다채로운 단어들을 김민지 시인의 섬세한 시선을 담은 글로 만나볼 수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마음에 드는 단어를 깨끗한 종이에 옮겨 적고, 스스로 생각하는 단어의 본 모습을 적어보라는 김민지 시인의 말처럼, 자신의 삶에 스며든 단어들을 만나서 글로 써보는 아름다운 경험을 시도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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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 도심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빈부격차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안종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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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의 모순을 들여다보고 불평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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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 도심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빈부격차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안종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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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문제의 핵심은 모순이다. 사람과 돈이 도시로 모이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불평등은 심화된다. 부동산은 폭등하고 임극격차는 커지고 중산층은 무너진다. 그렇다고 도시를 없앨 수는 없다. 도시가 형성되고 자본과 인재가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위기가 도시에서 비롯되었다면, 해결책도 도시에서 찾아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가 쓴 책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는 오늘날 경제의 핵심 중추로 자리 잡은 현대 도시가 가진 문제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이 책은 '1장 도시의 모순, 2장 승자독식 도시화, 3장 엘리트의 도시, 4장 젠트리피케이션, 5장 도시 불평등, 6장 서열화 확대, 7장 모자이크 대도시권, 8장 교외지역 위기, 9장 글로벌 도시화 위기, 10장 모두를 위한 도시화'라는 10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새로운 도시 위기의 실제적인 핵심은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도시 엘리트들 간의 갈등이 아니라 훨씬 더 열악한 도시인들의 경제적 고립과 불안 증가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결국 세계의 많은 대도시를 바꾸고 있는 것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슈퍼 갑부가 아니라 대거 교외지역의 집을 팔고 슈퍼스타 도시의 콘도, 아파트, 타운하우스를 구입한 스타트업 창업자, 벤처 자본가, 고임금 기술 전문가를 포함한 풍족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도시를 떠나는 사람은 비교적 소수이며, 전반적으로 이들 도시의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도시회귀 현상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도시회귀 현상은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준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중매체의 집착은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인 만성적이고 누적된 도시 빈곤을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젠트리피케이션 자체와 새로운 도시 위기의 심층적인 역학을 이해하는 전제조건으로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은 미국의 새로운 계층의 지형적 분호가 특별히 도시 공간에 나타난 것이며, 또한 가장 활발하게 재도시화 과정이 일어나고 도시 공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장소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많은 주목을 끌고 있고 비싼 슈퍼스타 도시와 태크허브 도시의 중요한 문제다. 이런 도시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유발하는 고통은 실제적이며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훨씬 더 긴급한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거의 관련이 없는 훨씬 더 많은 지역에서 인종적으로 집중된 가난이 계속 심화되는 문제이다.

변화에 반사적으로 저항하거나 새로운 도시 전입자들을 공격하기보다 더 적절한 대응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도시와 도시지역, 특히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 지역에 대한 투자를 막는 것은 아무런 타당성이 없다. 사실, 도시 정책의 실제적인 과제는 도심의 경제적 재활을 도모하는 시장의 힘을 막으려고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주택 옵션, 경제적 기회, 지역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저자는 도시의 경제적 불평등은 경제 질서의 최상이 계층의 과도한 승자독식과 최하위 계층의 고질적인 빈곤이 빚어낸 결과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것은 세계화, 자동화와 같은 경제의 커다란 구조적 변화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과거의 사회적 합의를 무효화하고 미국 노동자의 임금을 축소해온 정책적 선택-세금과 복지 혜택의 축소, 반노동조합의 조치-의 결과이기도 하며, 이런 선택은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되돌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경제 성장을 만드는 요인이 바로 경제적 불평등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도시 위기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불평등은 도시 경제의 우발적인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특징이다. 불평등과 경제 성장은 동일한 경제 동력에 의해 발생한다. 집중과 성장이 함께 가듯이 집중과 불평등도 마찬가지다. 불평등은 도시가 성공하면 따라붙는 역설적이고 고통스러운 지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았듯이 집중은 경제 성장에 필요하지만 불평등은 그렇지 않다.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성장을 위태롭게 하지는 않는다. 사실, 그런 노력은 더 많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불평등과 성장의 관련성은 사전에 고정된 것이 아니다. 국가와 마찬가지로 도시도 선택권이 있다. 그들은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도록 허용하여 최하층 사람들이 구멍이 숭숭 뚫린 사회안전망에서 떨어지게 할 수 있다. 아니면, 경제 성장을 희생시키지 않는 재분배 정책이나 다른 정책 도구를 이용하며 불평등과 싸우면서 성장을 확대할 수 있다."

저자는 소득 분리는 가장 부유한 지역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분리적인 행태를 보인다. 부자들은 원하는 지역을 선택해 장벽을 쌓아 가난한 집단들과 불리시킬 자원이 있다. 부자들은 경기를 관람할 때 전용 고급 좌석을 차지하여 붐비는 옥외 관람석에 앉은 대중들과 자신을 분리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소득에 따른 분리에 더하여 사람들은 교육수준에 따라 분리된다고 이야기한다. 교육은 우리의 소득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며 소득이 제공하는 혜택을 강화하고 재생산한다.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사회에서 큰 장애에 부딪힌다. 이밖에도 저자는 우리의 삶은 교육과 소득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의 종류에 따라 형성된다고 말한다. 우리의 노동은 소득을 발생시키고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경제적 불평등과 경제적 분리의 결합은 치명적이다. 이것은 상위계층의 혜택을 강화하는 한편 하위계층의 열악한 상황을 심화 및 지속시킨다. 이 둘을 함께 고려하면, 이것은 경제적 자원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기회의 영속적이고 역기능적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기회의 차이는 세대를 지날수록 더 악화된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더 부유한 지역에 살고,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보다 더 나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오늘날 젊은 성인에게도 부모의 수입은 자신의 주거지역을 선택하는 데 핵심 요소가 되었다. 슈퍼스타 및 테크허브 도시의 과도하게 비싼 주택가격은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그곳의 주택을 구입할 수 없게 되는 걸 의미한다. (...) 계층과 주거지의 위치는 현재만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서 결헙하여 서로를 강화한다."

저자는 다양한 유형의 경제적 분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몇몇 유형의 대도시 지역에 더 나타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경제적 분리를 규모가 크고 인구밀도가 높고 경제적으로 성공적이며 다양성이 높은 대도시에서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이런 결과는 새로운 도시 위기의 핵심적인 모순을 반영한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즉 대도시는 가장 생산적이고 가장 높은 임금을 제공하고, 첨단기술 산업과 최고의 인재가 가장 많이 모이고, 인구 밀도가 가장 높고, 가장 많은 대중교통을 제공하고, 가장 다양한 문화가 있고, 정치적으로 가장 진보적 성향을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불평등과 경제적 분리가 가장 심한 곳이다.

저자는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충격적인 승리를 거둔 것은, 경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느끼는 백인, 저학력자, 종교적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리적으로 보면 그의 지지자들은 주로 백인과 저학력자가 많았으며, 일반적인 공장 노동계층과 서비스계층이 집중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불안정성이 큰 카운티의 거주자들이었다. 저자는 교외지역에 나타나는 새로운 도시 위기는 실제로 미국 정치를 폭넓게 바꾸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미국의 민주당 지역과 공화당 지역을 실제로 분리하는 것은 주 경계가 아니라 인구밀도라고 말한다. 과거 몇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는 대도시와 인구밀도가 높고 더 많이 도시화한 지역에서 대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반면 공화당 후보자는 인구밀도가 낮은 교외지역, 규모가 작은 도시, 농촌 지역에서 우세했다. 이처럼 인구밀도는 대통령 선거에서 점점 중요한 핵심 단층선이 되었다.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의 놀라운 승리는 이처럼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교외지역, 특히 러스트벨트에서 상당한 차이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그는 오랫동안 유지됐던 민주당의 푸른 장벽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니아에서 승리할 수 잇었다. 이 주들은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통과되고 토론토에서 롭 포드가 등장할 수 있게 만들었던 곳들과 같은 유형의 지역이다. 이 세 가지 사건은 교외지역의 심각한 위기가 초래한 깊은 정치적 불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경고다."

저자는 교외지역의 위기는 오랜 기간 지속됐던 값싼 성장의 시기가 끝났음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성속한 도시에 새로운 지하철, 터널, 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비용에 비하면 미개발 지역에 도로와 인프라 시설, 주택을 건설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제공하는 아주 값싼 방법이었고 이는 현재도 여전하다. 교외지역 확장은 값싼 경제 성장의 핵심 엔진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오늘날에는 확산이 아니라 집중이 혁신과 경제 성장의 동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교외 지역의 위리를 극복하고 경제적 번영을 회복하려면 교외지역이 인구가 더 밀집되고 더 환경친화적인 공간이 되고, 토지이용이 더 복합적이고, 대중교통으로 도심지역과 더 많이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여전히 교외지역에 살기 원하지만 교외지역의 성장은 도시화한 지식 경제의 수요와 부합하지 않는다. 국가의 귀중한 생산 역량과 부가 지속가능하고 질 높은 성장에 꼭 필요한 지식, 기술,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투자하는 대신, 가구당 세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 교외지역에 주택을 건설하고 유지하고 그것을 지원하는 도로와 추가적인 외곽지역을 개발하는 데 너무 많이 낭비되고 있다. 교외지역은 사라지지 않지만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의 절정이나 경제 성장 엔진이 아니다."

저자는 대규모 빈민 지역이 계속 유지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오늘날 가장 빨리 도시화하는 지역 중 가장 큰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빈곤하고 가장 개발되지 않은 곳이며, 반면 1세기쯤 전에 도시화한 지역은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곳이었다. 둘째, 지금 세계는 훨씬 더 넓어졌고, 더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가장 많이 도시화하고 있는 지역들은 인구가 가장 많이 밀집한 곳이다. 셋째, 상당수의 도시화는 사람들이 전쟁, 내전, 극심한 폭력, 자연재해를 피해 기존 도시로 대량 이주한 결과다. 저자는 이주자들의 대량 유입은 그들을 흡수할 수 있는 도시의 능력을 쉽게 초과하고, 그 결과 엄청난 수의 새로운 이주자들은 결국 대규모 빈민 지역의 열악한 주거지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넷째, 세계와 자체가 도시 빈민을 확대시킨 범인이다. 광범위하게 연결된 세계 무역체계의 발전은 과거에 보다 균형 있는 경제발전을 달성했던 도시, 지역 농업, 지역 산업 간의 오래된 연결을 파괴했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열악한 지역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은 기술이나 창의성이 아니라 그것을 더 나은 곳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결국 이런 지역에 필요한 것은 사람들과 지역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활용하고 증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 시설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급격하게 도시화하는 많은 도시의 빈민들은 자신들을 고립시키고 더 폭넓은 경제적 기회로부터 단절시키는 도시 외곽에 갇혀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농촌 지역에서 이주하는 가난한 사람, 특히 아프리카의 팽창하는 도시로 향하는 이들 중 다수는 흔히 도시가 제공하는 기회를 만나기 어려운 도시 주변의 빈민가나 임시 주거지역으로 유입된다.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은 대개 인구밀도가 높긴 하지만, 카이로, 델리, 콜카타, 마닐라, 뭄바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들은 도시 외곽이 확산하는 속도도 서구의 도시보다 훨씬 빠르다.

"도시 문제 해결의 핵심은 연결성이다. 기본적인 인프라, 가령 포장 도로나 대중교통을 추가하기만 해도 경제적 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도시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불법 거주 지역과 택지는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이를테면 도시 블록의 평균 크기는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 도시가 훨씬 더 크다. 그러면 도로 건설에 필요한 충분한 토지가 배분되지 않는다. "

저자는 전 세계 도시의 새로운 이주자들, 그리고 도시 주거지역과 정부는 성장과 발전을 창출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혼자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국제 개발 정책은 도시와 도시 건설을 핵심 주제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국가가 아니라 도시가 경제 및 사회 발전의 기본적인 원천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전 지구적 도시화는 세계가 당면한 엄청난 도전과제 중에서 가장 큰 과제이며, 기후 변화, 에너지 이용, 빈곤, 경제적 기회와 같은 커다란 위기와 과제에 영향을 주고 또 여러 측면에서 이것들과 관련을 맺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더 생산적이고 더 번영하며, 더 지속가능하고, 더 사회통합적인 도시를 건설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당면한 과제 중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새로운 도시 위기는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많은 측면에서 새로운 도시 위기는 그동안의 엄청났던 미국의 변방 개척이 최종적으로 끝났음을 나타낸다. 저자는 이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확장은 더 이상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창출하는 신뢰할만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오늘날 미국 경제의 회복은 도시와 교외지역의 더 집적되고 밀집된 성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의 위기가 도시에서 비롯되었다면 그 해결책도 도시다. 만일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번영을 누리려고 한다면 더 온전하고 공평하게 도시화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필요한 투자 규모는 벅찰 정도이지만 역대 최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좋은 소식은 우리가 이미 사용하는 자원을 활용한다면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새로운 중산을 만들려면 수천만 명이 힘들게 종사하는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를 고임금 일자리로 전환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새로운 도시 위기 중 가장 고통스럽고 심란한 문제는 도시와 교외 지역 모두에 고질적이고 집중된 빈곤이 확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현재의 빈곤퇴치 방법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고 말한다. 하나는 사람중심 접근방법으로 가난한 가정에 자원을 제공하거나 그들이 더 좋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돕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소중심 접근방법으로 학교에 투자하고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범죄와 폭력을 줄임으로써 열악한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저자는 새로운 도시 위기는 역사적인 분수령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도시, 교외지역, 국가가 지속가능하고 사회통합적인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성공적으로 열 것인지, 아니면 점점 심해지는 불평등과 계층 분리의 희생자가 될 것인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승자독식 도시화의 분리와 모순을 원하는지, 아니면 더 온전하고 더 공평한 모두를 위한 도시를 원하는지가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문제이며 싸움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경제와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은 도시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인간은 함께 모여 지역사회를 구축함으로써 매 단계의 인간 진보를 이끌어왔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우리는 도시 주도의 성장이라는 유리한 기본적인 논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단순한 직선 형태로 항상 진보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제 질서의 등장과 그것을 안정화하고 그 혜택을 더 폭넓은 집단에 확산하는 제도와 정책의 확립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오랜 시차가 존재한다. 우리의 마지막 황금시대-1950년대의 대규모 중산층의 등장-은 산업자본주의가 처음 등장한 후 한 세기 동안의 노력과 투쟁의 산물이엇다. 궁극적으로 새로운 경제적 진보와 번영의 길은 우리의 도시와 더 낫고 더 사회통합적인 도시화의 등장에 달려 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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