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배울 수 있다면 - 사랑을 이해하는 철학적 가이드북
로버트 C. 솔로몬 지음, 이명호 옮김 / 오도스(odos)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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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다양한 이해를 배울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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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울 수 있다면 - 사랑을 이해하는 철학적 가이드북
로버트 C. 솔로몬 지음, 이명호 옮김 / 오도스(odos)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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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울 수 있다면>은 모든 감정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약속, 기쁨, 실망, 위험에 관한 철학자 로버트 C. 솔로몬의 개인적 탐구이다. 우리는 어떻게 사랑을 발견하는가? 아니 사랑은 우리가 창조하는 것인가? 우리가 때때로 사랑을 발견하고, 사랑을 인정하고, 사랑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왜 사랑은 잘못되고 우리는 잘못된 상대를 선택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사랑은 종종 젊은 날의 성적 열정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지만, 이런 생각과 그 못지않게 해로운 수많은 사랑의 신화들이 성숙한 사랑을 어렵게 만든다. 우리가 사랑의 본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그렇게 모호하게 만든 형이상학적 안개, 오해를 불어일으키는 신화, 위험한 비유를 뚫고 나가 길을 내면서 사랑이 이해할 수 있고 분별력 있으며 행복한 삶과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이 책은 '1장 불가해한 감정, 2장 (사랑에 대해) 잘못된 생각 바로잡기, 3장 사랑에 빠지기, 4장 사랑에 있어서 자아, 5장 사랑의 동역학 : 사랑을 지속하기'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사랑한다는 말이 중요한 이유는 이 말이 결정을 의미하고, 자신의 인생 전체를 바꾸게 될지도 모를 세계로의 초대, 또는 딜레마를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감정처럼 이 말은 그 기저에서 상호적이다. 저자는 사랑한다는 말이 상호적인 것은 그것이 거절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응답해 달라는 간청이자 요구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유쾌한 우정이나 가벼운 관계 이상으로서, 불발되면 그 아래 상태로 변한다는 신호이다. 저자는 "나는 당신을 사랑해"라는 단지 하나의 구정이나 표현이 아니며, 느낌을 묘사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알지 못할 미래로의 열림,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서의 초대이다.

저자는 사랑이 단순히 느낌이 아니고 또 사랑이 우리처럼 자기에 몰입해 있고 지적으로 복잡한 문화에 특별한 한 가지 이유는 사랑이 자기 성찰적 감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랑의 자기 인식은 사랑이 가변적이며 성찰과 비판의 과정에서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사랑은 자신을 개방하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여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다른 한 사람에게 여는 것이다. 사랑은 이 다른 한 사람에 맞춰 자신을 재정의하고자 고투한다. 사랑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발견과 발전의 과정이면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사랑의 황홀감은 궁극적 결합에 다가가려고 하지만 도달하지 못하는 이런 자기 변형의 과정에 대해 우리가 보이는 반응이다."

저자는 사랑과 관계를 구분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사랑과 관계가 두 개의 다른 영역-주관적 영역과 객관적 영역-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각기 다른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랑을 찾는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관계를 찾고 있으며, 사랑과 함께 나타나는 감정적 트라우마로 인해 매우 불행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관계에 대한 욕망은 사랑과는 전혀 다를 수 있으며, 사랑의 흥분과 극적 드라마는 종종 안정되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가 일어나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랑받는 것은 감정이나 경험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랑하지 않고 사랑받는 것은 기껏해야 칭찬이나 편리함일 뿐이고, 종종 원치 않는 의무이며, 최악의 경우 부담이자 저주라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것이고, 그다음으로 사랑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사랑은 약속 없이도 계속될 수 있지만, 관계에는 조정된 행동과 상호 의존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원하면서도 자신이 바라는 것은 사랑이라고 주장해야 한다고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관계는 실용적이다. 관계는 잘 굴러가거나 굴러가지 않을 수 있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거나 그렇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담백하게 말하자면 사랑은 실용적이지 않다. 관계와 마찬가지로 사랑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거나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행복이 사랑의 목적은 아니며, 불행이 사랑의 실패는 아니다. 물론 아무도 비참해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잘 굴러가는 관계는 사랑을 만족스럽게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사랑과 관계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관계는 해결하지만 사랑은 키운다."

저자는 사랑의 이상화는 연인에게 과도하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이 타인의 현실을 압도할 때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 결과 두 개의 비참한 선택지 중 하나-때로는 둘 다-가 발생한다. 즉, 연인은 이룰 수 없는 요구와 기대에 시달리며 존경을 받다가 한순간 넘어지거나, 또는 자신의 "가능성"에 미달하는 것으로 여겨져 설령 사랑을 잃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실망과 분노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이 두 개의 선택지 중 어느 하나는-혹은 차례로 둘 다-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불안과 결함을 투사한 것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랑이 모든 의혹에 답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모든 분쟁을 진정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면 과도한 이상화가 생긴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사랑은 '답'이 아니다. 사랑은 답을 주는 만큼이나 많은 문제를 노정한다. 사랑하는 것은 거친 말과 언쟁과 성격 불일치와 실망이 하나도 없는 청정한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영적이고 고양될 수 있으며, 인생에서 가장 완전한 경험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 "순수"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저 인간일 뿐이다. 평생에 걸쳐 지속되는 감정은 삶이 노정하는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저자는 사랑은 생명을 구할 뿐 아니라 생명을 파괴할 수도 있고, 우리에게 해답을 줄 뿐 아니라 끔찍한 문제를 안겨 주기도 하며, 다른 세상을 열어줄 때에도 세상의 일부를 닫기도 한다고 말한다. 사랑은 우리 삶의 특정한 자리에 맞는 매우 특수한 현상이다. 저자는 사랑은 치러야 할 대가는 없이 늘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아름다움의 문제는 그것이 우리가 사랑에 대해 믿고 싶은 것들을 모조리 허무는 것 같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은 심오한 것 대신 피상적인 것들, 평생에 걸친 재능과 업적 대신 자연의 이점과 화장의 인공성을, 경험 대신 젊음을, 인격 대신 시각적 "외모"를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아름다움은 가장 자의적인 토대 위에서 반평등주의적이며, 덕, 선, 염려, 동정심, 동반자 관계, 그리고 사랑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온갖 좋은 것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사랑에 빠지기(falling in love)'는 제약받지 않은 환상이라는 호사를 누릴 수 있지만, 관계의 매개를 통해 사랑을 발전시켜나가는 '사랑에 빠져 있기(being in love)'는 지속적으로 '조정'의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시작 단계에서 사랑은 언제나 조정의 문제이며, 서로를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삶과 환상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사랑의 빠져 있기는 열정에 상태를 가리키지만, 사랑하기는 확립된 관계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따라서 "사랑에 빠져 있기"는 흔히 절박하게 다가가려는 속성을 보이는 반면, 사랑하기는 평온하고 편안한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사랑은 우리에게 우리의 "진정한" 자아 의식을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완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타인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리는 자아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양상들과 사랑에 빠지기 전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점 사이에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배경과 기질, 서로 다른 연애의 역사와 파국과 짝사랑과 좌절을 겪은 다른 존재이다.

저자는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생각만큼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속으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한다. 사랑을 잃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잃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좀 더 긍정적으로 말하면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새로 태어났다는 감각을 얻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것은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지속적 사랑을 통해 더 새롭고 견고한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미덕 중 일부는 공적인 것이나 우리 자신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인과 맺는 친밀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랑은 덕과 자아와 세계에서 우리의 고유한 위치를 사적이고 개인적이고 상호적으로 결정하는데, 사랑이 우리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세계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규정해주기 때문에 지속된다.

"우리는 인생을 함께 보내고 육체와 시간과 마음을 나눈 사람들에 의해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지는 존재이다. 우리가 가진 본질적 튻어들 중 많은 것들은 공적이거나 합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가 예민하거나, 사랑스럽거나, "좋은 사람"인지의 여부는 흔히 사적으로, 우리가 살아하는 사람과 혼자 있을 때 결정된다."

저자는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염려를 통해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배타적인 정체성(들)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의 인생이 의미 있는 것은 우리가 가진 것과 아는 것과 우리 "자신 안에" 들어 있는 것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무언가를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사랑의 의미뿐 아니라 삶의 의미는 우리가 타인을 염려하고 또 타인의 염려를 받으면서 자신을 규정하는 방식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당신은 내 거야"라는 말은 무엇보다도 나는 너에게 어떤 것을, 이를테면 어느 정도의 관심, 보살핌과 애정, 특별한 대우와 배려를 기대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당신거야"라는 말은 당신이 나와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관계가 몇 년 지나고 나면 친근감은 오래 확정된 기대감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기대감은 자격의 요구가 되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특별한 경우 이런 자격의 요구에 의미를 제기하 수 있지만, 사랑에 소유 감각은 거의 불가피하다는 생각에 반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랑에 있어서 소유가 항상 불확실한 이유는 사랑이 변덕스럽거나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자율성과 공유된 정체성의 변증법과 마주하여 언제나 불안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에서 소유 감각은 욕망과 기대가 공격적으로 합쳐진 것이다. 흔히 사랑은 부드러운 감정이라고 이야기되지만, 사랑은 부드러운 감정보다 더 많은 양상을 띠고 있다. 예컨대 사랑은 굶주리고, 영토적이며, 움켜쥐는 감정이다. 이것은 사랑이 잔인하다거나 짐승 같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부드러운 성향을 지닌 이상주의적 시인과 철학자들이 종종 시사하는 것처럼 사랑이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어처구니없이 과도한 요구, 배타성의 요구, 이 세상 누구보다 "특별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한다."

"어느 정도의 소유 감각은 사랑이라는 공유된 정체성을 이루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부분이다. 반면에 소유욕은 이런 소유 감각이 지나친 것이다. 소유욕은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사랑의 고발이자 사랑의 위반이다. 그러나 소유욕은 사랑에 늘 존재하는 바로 그 소유 감각에 기초해 있다. 둘 사이의 차이라면 관계가 잘 굴러갈 때는 소유욕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사랑의 규칙을 재사유하고 자신을 위해 사랑을 재발명해야 할 필요성은 사랑이 주는 가장 강력한 영감 가운에 하나라고 말한다. 사랑은 사랑에 대한 사유가 일어나면서 번성하고, 사랑은 우리가 사랑에 관심을 기울이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저절로 일어나는 감정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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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3
더글라스 케네디.조안 스파르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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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는 세계적인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쓴 베스트셀러 '오로르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첫 책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는 오로르와 오로르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두 번째 책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는 처음으로 학교에 간 오로르의 친구 사귀기와 형사 사건 수사를 중점적으로 다췄다. 세 번째 책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는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한층 더 긴박한 모험이 펼쳐진다. '오로르 시리즈'의 주요 주제인 다름과 두려움에 대한 유쾌한 통찰은 물론이고, 자폐인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오로르 시리즈'는 흥미진진한 모험담과 깊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한국과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는 '오로르 시리즈' 전편에 흐르는 '다름'에 대한 다양한 울림을 전달하며 팬데믹으로 움츠러든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것에 더하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에 일침을 가한다. '다르다'는 것은 '틀리다'는 것이 아니며, 이 세상에 차별받아도 되는 사람은 없음을 강조한다.

사람들의 눈을 보고 마음을 읽는 신비한 힘을 가진 오로르는 소리 내어 말하는 대신 태블릿에 글을 써서 말한다. 오로르의 새로운 가정 교사로 온 다이안 선생님은 오로르처럼 자폐 스펙트럼 안에 있는 스물세 살의 여성으로 오로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눈치채지만 그 비밀을 지켜 주려 한다. 어느 날 다이안 선생님이 오로르를 찾아와, 자폐 아동으로 자라면서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강연 요청을 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 책에서 다이안 선생님과 함께 뉴욕으로 간 오로르가 바비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바비의 새엄마 저니나가 돈벌이에 눈이 멀어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며 활약하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어 인상적이다.

"그래, 루이는 토끼의 왕이야. 아주 똑똑해. 내가 아주 외롭고 사람들이 다 나를 이상하다고 말할 때, 루이는 남다른 거, 이상한 것도 멋지다고 나한테 말했어. 예술적인 사람이나 남다른 사람은 '이상하다'는 말을 들어, 그리고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이상하다'고 말해."

이 책에서 성소수자인 다이앤 선생님에 대해서 오로르의 부모님이 차별과 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오로르의 아빠는 여자가 여자를 사랑한다고, 남자가 같은 남자를 사랑한다고 해서 범죄자 취급을 받는 건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말한다.

"오로르 어머님 아버님은 아주 멋진 분들이세요. 사랑하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아시네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무도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평등해야 해요. 오로르, 오늘 새로운 단어를 배우네. '차별'과 '평등'."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오로르가 뉴욕에서 만난 기사 살 아저씨가 오로르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로르가 말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더라도 오로르한테는 오로르만 낼 수 있는 목소리가 확실히 있어. 그리고 우리는 틀림없이 좋은 친구가 될 거야."

이 책에서 참깨 세상에 다녀온 오로르가 아주 차분해지고, 힘든 세상에서 겪는 온갖 문제에 맞설 기운이 생기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오로르는 참깨 세상에 가면 자신이 말도 할 수 있고 정말 좋은 친구도 있고 문제나 걱정을 짊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다른 사람한테 화내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오로르가 언니를 향해 "우리는 자신을 믿어야 해. 닥쳐오는 어려움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을 믿는 것뿐이야."는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는 우리는 각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고, 모두가 특별하다는 것을 전하는 책으로 여운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프랑스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시사만화가인 조안 스파르의 그림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다.

"내 태블릿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세상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내 태블릿 덕분에 나는 많은 사람과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내 태블릿 덕분에 나는 내일 연설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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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2023.봄 - 56호
자음과모음 편집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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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를 맞는 계간 <자음과모음>에서는 '목소리'를 키워드로 삼아 마지막 게스트 에디터로 돌기민 소설가를 모셨다. 이번 기획에서 돌기민 소설가는 '물리적인 현상으로서의 목고리, 타인의 목소리를 어떻게 감각하며 목소리와 관계 맺는지에 관해 묻는다. 목소리는 젠더(혹은 지정성별), 세대(나이), 출신지(사투리), 계급, 건강 상태, 장애 유무, 감정, 목소리를 전하는 대상과의 친밀도, 발성 연습 등 폭넓은 사회적 조건과 의미가 달라붙는 한편, 몸과 떼어놓을 수 없는 신체적인 현상이고 수많은 상호작용의 현장에서 함께하지만 말의 내용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게스트 에디터 지면은 각기 다른 목소리에 주목하여 일곱 명의 필자들과 함께하였다. 언젠가 팟캐스트를 하고 싶은 작가 김괜저, 여성, 엄마, 기획자라는 세 가지의 정체성을 지닌 김다은, 감정사회학 연구자 김신식, 하루 종일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이다울, 소설가 정용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 최태규, 구술생애사 작가인 최현숙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책에서 소설가 정용준의 '내게 없는 내 목소리'라는 제목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정용준은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 후 목소리가 없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다. 정용준은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 자신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됐고 엄마는 사람들에게 복음과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됐다고 말한다. 정용준은 이제 거의 더듬지 않고 말도 잘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더는 아이가 아니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가 가져간 많은 기억과 생각과 언어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한편으론 고맙지만 한편으로 서운한 이제는 내 것이 아닌 내 목소리에 관한 쓸쓸함에 대해 말한다.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시간을 자주 생각해본다. 깊은 물속에 무엇이 살고 있나 싶어 오래도록 물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기어이 물그림자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사람처럼. 나는 내 기억의 동공과 말 없는 말과 내게서 떠나간 목소리를 자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이 떠오른다. 엄마는 그것이 허구라고 했고 아빠는 그것을 착각이라고 했고 죽은 동생은 그것을 부정했으며 목소리는 그것에 관해 끝까지 침묵했다. 나는 알면서 모르고, 보면서 볼 수 없다. 이제 나는 이 이유를 안다. 목소리. 그가 내게서 떠나갔을 때, 떠나기로 결심했을 대, 내 기억도, 기억에 붙어 무럭무럭 자라나야 했을 여러 감정과 감각도, 함께 데려간 것이다."

"어떤 이의 목소리를 들을 때 종종 복잡한 감정과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건 목소리에는 몸이 있고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듣기가 아닌 보기. 보기를 넘어선 만지기. 목소리를 들으면 그의 표정이 떠오른다. 목소리를 혼의 얼굴, 말은 백의 영역, 그러니까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혼이 실렸다는 하는 것은 비유가 아니다. 얼굴에서는 찾을 수 없는 얼굴, 표정에서는 볼 수 없는 표정, 목소리에서는 찾고 발견할 수 있다. 목소리에 실린 감정. 피의 온도. 어제의 일기. 오늘의 예감과 예상. 그가 걸어온 길의 풍경과 머리 위 하늘과 구름과 바람.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이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고 그가 말하지 않은 말을 들을 수 있다."

이 책에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 최태규의 '애써 들어야 설핏 들리는 목소리'라는 제목의 글이 흥미롭다. 최태규는 곰을 돌보는 작업은 조용한 동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의 목소리를 곰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최태규는 인간처럼 체계화된 언어를 갖지 않는 동물들에게 목소리는 몸의 각 기관을 이용해 낼 수 있는 소리의 일부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전혀 다른 목소리를 가진 곰들이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는 희망을 갖으며, 곰들이 의도하지 않은 목소리까지 들어야 할 책임도 있는 것 같다는 최태규의 말이 인상적이다.

"곰이 목소리를 낼 때의 감정을 '다급할 때'라고 묶는다면, 그 외의 일상에서는 목소리를 쓰지 않는다. 소리보다 냄새로 신호를 남기면 더 긴 시간 동안 많은 대상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어서 경우에 따라서 소리는 효율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곰이 조용하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가 쉴 새 없이 떠드는 인간이나, 인간에게 호소하는 것이 생존에 중요한 개나 고양이, 소, 닭과 같은 동물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다. 혹은 인구밀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한국에서 대부분의 포유동물이 몰살당하고, 새들만 가까스로 남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새는 일상적 의사소통에 목소리가 중요하다. 결국 우리 주변엔 목소리를 내는 동물들 위주로 남았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동물들은 존재한다고 여기지도 않고 도시를 만들었다. 곰도 그렇게 사라졌던 동물이다."

이 책에서 황시운의 '엄마의 집'이라는 제목의 글이 깊은 여운을 전한다. 황시운은 산책을 하다가 난간이 없는 작은 다리에서 추락하여 평생 신경병증성 통증을 앓게 되었고, 만에 하나의 사고로라도 떨어지지 않을 곳으로 1층의 집을 얻어 이사를 했던 엄마의 집에 대해 이야기한다. 황시운은 난독으로 놓쳤던 글을 되찾아준 엄마의 집에서라면 다시 추락할 위험 없이 안전하다고 말한다. 느릴지언정 읽고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나 역시 언젠가는 하나의 세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황시운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놀랍게도 글을 되찾고 싶다고 생각하자 살고 싶어졌다. 뜻하지 않게 치료 의지라는 게 생긴 셈이었다. 잃어버린 몸을 되찾는 것은 포기했지만, 글마저 영영 놓쳐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설령 죽더라도 글을 잃은 채 죽고 싶지는 않았다. 우선은 침대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휠체어로 옮겨 앉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휠체어로 옮겨 앉는 게 가능한 시간 동안에는 책상 앞을 지켰다. 틈틈이 집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래된 아파트는 온종일 고요에 잠겨 있었고 간혹 내려앉는 새들과 나른한 고양이들만이 그 시간 속의 나를 지켜봐 주었다."

"다시 글을 읽는 게 가능해졌던 순간을 기억한다. 고마운 선배가 보내준 <달팽이 안단테>라는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바로 어제까지도 파사삭 부서지며 흩어졌던 글자들이 어느 순간 머릿속에 들어와 의미를 품은 채 조금씩 단단해지는 걸 느꼈다. 물론 처음부터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나는 며칠에 걸쳐 간신히 그 책을 완독한 후 감격에 겨워 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해준 약을 꾸준히 먹은 덕일 수도, 가능하면 자주 햇볕 아래 있으려 했던 노력일 수도, 끝도 없이 반복했던 맥락 없는 단어들의 나열 덕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시간 동안 나는 나무가 우거져 빛이 잘 들지 않지만 결코 추락하지는 않을 엄마의 집에 있었다. 나는 사고 이후 모든 순간 나와 함께했던 엄마의 강박에 가까운 돌봄과 엄마와 내가 떠난 빈집에서 혼자 생활비와 병원비를 감당하며 조용히 병들어갔던 아빠의 희생이 어떤 순간에도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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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고통 - 현대 의학의 그릇에 담기지 않는 고유하고 다양한 아픈 몸들의 인류학
이기병 지음 / 아몬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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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전용노동자전용의원 환자들의 삶과 연결된 고통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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