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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스 - 기만의 시대, 허위사실과 표현의 자유 ㅣ Philos 시리즈 17
캐스 선스타인 지음, 김도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라이어스>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은 오늘날 가장 자주 인용되는 법학자이자,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이며, 전 세계 학계와 정계에서 혁신적인 사상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캐스 선스타인은 이 책에서 창의적인 관점, 풍부한 연구물을 바탕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해 면밀히 고찰하며, 허위사실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그것을 처벌,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처벌이나 검열이 오히려 허위사시에 땔감을 공급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이 입장을 잘 이해해야 최악의 거짓말을 도려낼 방안을 찾을 수 있음을 역설한다. 책 <라이어스>는 우리의 법이 '거짓'과 '허위사실'의 해악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관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주제를 다룬다.
이 책은 '1장 거짓말과 허위사실, 2장 논의의 기초, 3장 거짓말의 윤리학, 4장 가짜 유공자, 5장 진실, 6장 가짜뉴스가 더 빠르다, 7장 당신의 명예, 8장 해악, 9장 진실을 중요하다'라는 9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많은 거짓말이 나쁜 이유는 대부분 그런 거짓말이 일으키거나 일으킬 수 있는 피해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어떤 거짓말을 다른 사람의 자유나 재산, 가장 심각한 경우에는 생명까지도 '박탈하는' 행위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취소 문화(cancel culture)'는 공인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나쁜 행동에 대응하여 그들을 욕하는 것으로, 이제 많은 사람이 거짓말 때문에 '취소'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장 흥미롭고도 복잡한 거짓말쟁이는 온정적인 경우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이 볼 때 당사자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그 사람이 하게 만들려고 하고, 온정적 거짓말쟁이는 친절한 것일 수 있다. 진심으로 돕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사람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면, 거짓말을 할 게 아니라 선택하는 사람 스스로 그런 비교를 행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온정적 거짓말쟁이의 심각한 문제는 그들에게 적절한 지식이 없다는 점이다. 선택하는 사람의 상황, 취향, 가치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지식이 없으면서도 그들은 선택의 당사자가 자신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왜곡한다. 만일 거짓말쟁이가 선택의 당사자가 아닌 자기 자신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하는 거짓말쟁이는 다른 사람의 것을 훔친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행위자성을 제약하고 그들의 자원을 자신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온정적 거짓말쟁이가 그런 의도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틀렸을 때가 많다."
저자는 우리는 듣는 것에 따라 판단을 새롭게 바꾸지만, 우리가 들은 정보의 제공자가 품은 의도 또는 그 정보력의 한계를 충분히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만일 누군가 어떤 의사는 범죄자라거나, 어떤 학생이나 교수가 심각한 비행에 연루됐다거나, 어떤 공직 후보자는 부패했다고 주장한다면, 많은 사람은 어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설령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뭐든지 믿지 않고, 그런 법칙을 따르지 않더라도, 단순히 허위 진술의 존재만으로도 의심의 구름, 일종의 부정적 감정이나 정서적 후유증이 남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믿음과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는 명백한 허위이며 즉각 피해를 일으키는 진술이 퍼지는 것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부가 허위사실을 처벌하거나 차단하려고 할 때 그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허위사실이 아니라 반대 세력이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만일 허위사실이 처벌된다면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확실한 것이 아닌 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며, 이는 말하는 사람은 물론 사회 전체에도 상당한 손해라고 이야기한다. 처벌 가능성을 앞에 두고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경우에도 침묵을 지킬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표현을 보호하는 중요한 이유는 다른 시민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들을 수 있을 때 유익을 얻는 수많은 시민 때문이라고 말한다. 허위사실을 억압하는 일이 진실 또한 억압한다면 우리는 여러 허위사실을 용인할 수 있다. 발언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이다.
"필요한 것은 최적의 위축효과이다. 허위와 진실 모두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고려해 딱 맞는 수준의 억제력을 찾는 것이다. 어떤 방식을 써서 매우 파괴적인 허위사실이 매우 많이,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진실이 약간 위축된다면, 아마 우리는 그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진실에 대한 위축효과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런다고 최적의 위축효과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잘못된 사실을 믿고, 그것들을 무시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뭔가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들이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는 '진실 편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들은 것을 믿지 않을 이유가 충분한 경우에조차 그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1차 정보'에 훨씬 주목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진실한 소문에는 슬픔, 신뢰, 기대라는 감정의 댓글이 더 많이 담기고, 허위사실에는 놀라움과 혐오의 감정을 담는다고 말한다.
"대체로 허위사실은 확실히 매력적이고 생생하다. 왜냐하면 허위사실은 새롭고 흥미로우며 예쌍을 벗어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허위사실이 분노와 혐오를 비롯해 어떤 감정적 반응을 일으킬 경우, 머지않아 수많은 사람이 그 허위사실에 접하게 된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런 점이 진실 편향과 만나게 되면 상당한 문제가 일어난다. 만약 허위사실이 특히 더 퍼지기 쉽고, 사람들은 자신이 듣는 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의 편향이 있다면, 사람들이 허위사실을 믿을 위험은 극적으로 커진다. 이는 허위 사실을 보호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관한 밀의 생각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저자는 거짓으로 드러난 것을 믿는 '기준선'은 사람마다 다르며, 기준선이 낮은 사람이 먼저 어떤 믿음이나 행동에 이르게 되고, 다음에는 기준선이 약간 더 높은 사람이 가세하고, 이런 식으로 어떤 집단, 조직, 공동체, 정당, 심지어 나라 전체가 '넘어가는' 임계질량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눈덩이 효과, 혹은 폭포 효과가 나타나고 소수, 아니 많은 사람조차 그저 남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거짓을 믿는 결과를 낳는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사람들이 말하거나 침묵을 지키거나 행동하는 이유는 자신의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 때문에 자신의 진짜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다. 저자는 잘못된 믿음은 이런 식으로 자라나고 강화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집단 극단화 현상은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이 집단 내 토론을 벌일 때가 많은 온라인에서 허위사실의 확산에 특히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가 파편화되고, 서로 다른 집단이 각각 자신들이 선호하는 소통 방식을 만든다면 그 결과 사회는 사실을 두고 더욱 분열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를 최초의 믿음에서 더욱 극단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다양한 토론 집단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단지 그들의 토론이 대부분 내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실의 문제를 두고 어떤 당, 또는 여러 주요 정당들의 당원들은 내부 토론의 결과 극단화될 수 있다. 당론 투표가 일어나는 이유도 이것으로 일부 설명할 수 있다. 극단적 집단은 더욱 극단적으로 될 때가 많다. 가장 심한 집단 극단화는 대개 이미 극단적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들의 극단주의가 잘못된 믿음의 결과일 때 위험은 더욱 커진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정치와 선거운동에서 벌어지는 명예훼손 이외의 허위사실, 디프페이크, 합성 조작 영상, 공중보건을 해치는 허위사실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라이어스>는 가짜뉴스, 혐오표현이 난무한 시대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거짓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낸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