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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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더러운 것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우리는 즉시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얼른 자리를 옮길 것이다. 사실 지저분하거나 끔찍한 것을 목격하지 않으려는 욕망 자체는 새롭지 않다. 우리 사회는 혐오스럽고 오염되니 것을 부단히 '뒤편'으로 격리시켜왔다. '문명화'의 이름은 물리적으로 더러울뿐 아니라 규범 문화에서 벗어나거나 '야만적'인 모든 부적절한 것들을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 사회 역시 불결한 것들을 '치워버림'으로써 번듯하고 깨끗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존재는 보이지 않을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날 비가시화된 더러운 존재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은 누구이며, 무엇이 그들을 '더럽다'고 낙인찍었는가? 어떻게 그들은 대중의 시선 너머에 방치되었는가?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이얼 프레스는 바로 그런 질문들을 가지고 사회 뒤편의 장면들, 대중이 고개 돌린 채 알려고 하지 않는 '더러운' 문제들로 끊임없이 우리의 시선을 돌려놓는다.

책 <더티 워크>는 교도소 정신병동, 대규모 도살장, 드론 전투기지처럼 사회의 뒤편으로 숨겨진 노동 현장부터 바다 위 시추선과 실리콘밸리의 첨단 테크기업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 곳곳의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필수노동을 다룬다. 마치 거대한 실뭉치의 끝을 놓지 않고 풀어가는 것처럼, 저자는 르포르타주의 형식으로 낙인찍힌 노동자 '더티 워커'의 초상과 이를 감추는 권력의 그림자를 생생하고 집요하게 써내린다. 교도관, 드론 조종사 등 노동자의 말에서 시작해 노동 환경에 대한 세밀한 묘사, 관련 전문가와의 인터뷰, 자료 조사와 문헌 연구를 촘촘히 덧붙임으로써 개인의 맥락을 사회적 의미로 확장시키며, 마침내 이러한 '더티 워크'가 결국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떠맡겨지는지 그 불평등한 구조를 드러낸다.



저자는 일상의 대화에서 '더러운 일'은 자랑스러워할 수 없는 일 또는 불쾌한 일을 뜻하지만, 이 책에서 '더티 워크'는 더 구체적인 뜻을 가진다고 말한다. 첫째, 다른 인간에게 또는 인간이 아닌 동물과 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노동으로, 이따금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둘째, '선량한 사람들', 즉 점잖은 사회 구성원이 보기에 더럽고 비윤리적인 노동이다. 셋째,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낮게 평가되거나 낙인찍혔다고 느끼기게 함으로써, 아니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스스로 위배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상처를 주는 노동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선량한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에 기반한 노동으로, 그들은 사회질서 유지에 그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명시적으로는 그 일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만약의 경우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그 더티 워크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야 하는데, 이는 다른 누군가가 매일같이 고역을 치르리라는 것을 그들이 알고 위임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교도소의 더티 워커, 나아가 모든 더티 워커가 담당하는 또 하나의 필수적인 기능은, 그들로서는 결국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는 비인도적인 시스템에 대한 비난을 받아내는 것, 그럼으로써 그들보다 훨씬 더 힘센 사회적 행위자들이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글이 눈길을 끈다. 힘센 행위자란, 그들의 윗사람만이 아니라 국민의 포괄적인 동의하에 일하는 판사와 검사, 선출직 공무원이다. 또한 저자는 시스템의 폭력을 은폐함으로써 '선량한 사람들'이 담장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훨씬 더 쉽게 모르는 척하거나 잊을 수 있게 하는 감옥이 문명화된 감옥이라고 이야기한다.

"미국 교도소의 잔혹한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는 비단 거기 갇힌 사람들의 존엄성 때문만이 아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교도관들이 공포화 위협을 동원하여 권위를 행사하지 않게 하고, 자신이 일하는 환경에 오염되었다고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계속되는 전쟁에서 기지에 격리된 채 드론 영상을 분석하고 표적암살을 돕는 드론 전투원들이 마주한 현실을 다루는 글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저자는 정신의학자 조너선 셰이의 1994년 저서 <베트남의 아킬레우스>에 처음 등장한 '도덕적 외상'이라는 용어를 소개한다. '도덕적 외상'은 의학적 병명은 아니라, 전쟁의 도가니 속에서 사람의 정체성과 영혼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파악하려는 시도다. 이 책에서 저자는 드론 전투 경험으로 도덕적 외상과 트라우마로 얼룩진 삶을 살아간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하여 깊은 여운을 남긴다.

"드론 부대의 '조이스틱 전사들'은 전쟁터에 직접 나가 죽음을 무릅쓰는 진짜 병사들보다 덜 명예롭고 덜 용감하다고 여기는 군부와 사회 전체의 시각이었다. 또한 드론 전투원의 열등한 지위는 다름 아니라 정치가와 대중이 드론 전투를 옹호하는 바로 그 이유(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무릅쓰지 않고도 외국 땅에서 치명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아이러니가 한층 분명해졌다. 원격으로 사람을 죽이는 드론 조종사는 수천억 달러와 수천 명의 목숨이 낭비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오랜 분쟁 이후, ('우리 편'에서만큼은) 인명 피해와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를 바라게 된 이 사회의 대리인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도축 노동자는 닭고기 체인점의 소비자를 계속 만족시키기 위해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불쾌한 일, 그러나 미국 본토인은 비위가 약하거나 수완이 없어 하지 못하는 일을 함으로써 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가금류 정육공장에서는 관리자가 전권을 휘두르며 이주 노동자를 가혹하게 취급한다. 고된 노동으로 물리적 상처뿐만 아니라 감정적 상처도 남는다. 이밖에도 저자는 미국인이 원하는 것은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저렴한 고기이며, 이 저렴한 가격 뒤에는 일련의 대가가 숨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환경과 공중보건이 그 대가를 치른다. 또한 살아 있는 동물이 그 대가를 치른다. 고기를 먹는 소비자는 도축 노동자가 매일 같이 마주하는 불쾌한 광경을 볼 수 없다.

"내가 인터뷰한 도축 노동자들은 그들이 혹사당하는 이유가 운영진이 그들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했다. 윤영진의 눈에 그들은 절대로 자신의 권리를 수호하지 못하는 유순한 이주민이었다.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우리가 영어를 잘 못하니까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요." 리비아 로조의 말이다.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는 사람, 또한 사회의 눈에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은 스스로를 변호하기가 어렵다고 여러 노동자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다. 브라조스 카운티에서는 오히려 무척 눈에 띄는 존재다. 이들은 '타자'로 공격받는다. 텍사스주는 이들 '그림자 인간'에 기대어 살아가면서도 이들을 비방한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모든 현대 사회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더티 워크가 한 가지 있다. 여기서 시민은 고용주가 아니라 소비자로서 그 노동을 뒷받침하고 이익을 취한다. 플로르 마르티네스는 정부 기관이 아니라 사기업에서 일했지만, 이 산업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은 바로 미국인의 식욕이다.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를 먹어치우지만 그 고기가 생산된 현장에는 근처에도 갈 필요가 없다."

"가처분 소득이 많은 사람에겐 윤리적 소비가 쉬운 일이다.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에겐 그렇지 않다. 푸드 스탬프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지 않다. 소비에서 발생하는 윤리 격차는 계급 격차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KFC와 월마트에서 나쁜 고기를 소비할 때 부유한 사람들은 멋진 식당과 홀푸즈 같은 상점에서 윤리적인 고기를 소비한다. 그런 소고기와 닭고기에 붙은 라벨은 소비자가 스스로에게서 순수함과 미덕을 느끼게 해준다. 삶의 다른 많은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미덕은 특권과 한 쌍을 이루어, 부유한 소비자는 공장식 축산에서 벌어지는 불순하고 더러운 관행에 가담하는 기분을 돈으로 떨쳐낼 수 잇다. 불순하고 더럽게 생산되는 식품은 미덕, 윤리가 부족한 소비자의 몫이다. 누가 미덕이 부족한 소비자인가 하면, '해체 라인'에서 간을 걸고 내장을 뜯어내며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도축 노동자들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석유시추선 '딥 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 이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시추선 생존 노동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사람들이 석유산업계의 탐욕을 비난하기는 쉬워도 그들의 생산품을 쓰지 않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풍력,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로서의 전환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지만 2019년 전 세계에서 소비된 에너지원의 84퍼센트는 여전히 화석연료였으며 화석연료 소비량이 전보다 늘어난 지역도 많았다. 그리고 저자는 사람들은 환경을 순수함 그 자체로 생각하여 시추선에서 죽은 노동자보다 죽은 돌고래에게 더 쉽게 공감한다고 이야기한다.

"세라의 남편이 시추선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이제 채굴산업의 더러움은 물리적인 더러움이 아니라 도덕적인 더러움과 연관되었다.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석유산업은 1989년 알래스카주의 프린스 윌리엄 해협을 시커멓게 뒤덮은 엑슨 발데스호 원유 유출 사고 같은 환경 재난과 탄소 배출로 지구를 위협하는 산업이다. 송유관 건설, 시추 산업은 알래스카주의 국립북극야생동물보호구역 같은 연약한 생태계를 위협한다. 대학과 자선단체 등 사회의 권의 있는 기관들이 점점 더 이 산업과 거리를 두고 있다. 지구의 앞날을 걱정하는 살마이라면 누구나 석유 산업에서 일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석유산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아이오와주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시위에는 "더러운 기름 말고 깨끗한 에너지를 만드는 일자리를 달라"라는 팻말이 잇었다. 점점 더 많은 환경주의자, 과학자, 젊은 시민이 이러한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저자는 더티 워크는 특정 계급에게 불균형하게 배정될 뿐 아니라 특정 장소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한다. 교도소는 주로 '시골 게토'에, 정육공장은 외딴 산업 단지에 지어진다. 누구에게나 눈엣가시인 정유공장과 시추선은 캘리포니아주에는 들어서지 못하고 '저항성이 가장 낮은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 들어선다. 저자는 더티 워크의 지리는 인종 불평등과 계급 불평등을 반영하는 동시에 한층 강화하기에, 낙인 찍힌 산업과 시설을 빈곤한 지역에 집중되기 마련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더티 워크는 그 일을 하는 개인만을 더럽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속한 가족과 지역사회 전체를 더럽히고, 그가 만나고 교유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과 기억에 오래도록 흔적을 남긴다. 과밀하고 폭력적인 교도소에 사람을 가두는 더러운 노동은 교도관만이 아니라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헬파이어 미사일이 사람을 조각내는 장면을 지켜보는 불결한 일은 가까운 가족이 죽었다는 소식에도 둔감한 사람을 만들어낸다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는 더티 워크는 타인에게 또는 자연 세계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힌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 자신이 피해를 입는다. 더키 워크는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낮게 평가되거나 낙인찍혔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혹은 자신의 핵심 가치를 스스로 위배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피해를 입힌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성공한 능력주의자가 오만한 이유는 그처럼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마저 자신을 부러워하고 우러러본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노동이 더티 워크가 되려면 '선량한 사람들', 이른바 점잖은 사회 구성원이 도덕적으로 더럽다고 여겨 그들 스스로는 절대 하려 하지 않는 일이어야 한다. 저자는 교도소와 정육공장의 노동, 드론 전투원의 노동, 시추선 잡역부의 노동이 그런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실리콘밸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사이트 안정성 엔지니어의 노동, 월스트리트 은행가의 노동은 그런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는 '더티 워커'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고 죄책감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노동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겐 상황을 바꿀 힘이 없지만, 집단으로서의 우리는 무력하지 않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더티 워크는 법과 정책의 산물이며, 예산 편성의 산물이며, 그 밖에 우리의 가치와 우선순위에 따라 우리가 집단적으로 내리는 여러 결정의 산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결정 중 하나는, 더티 워크가 무고한 사람들과 환경만이 아니라 그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끼치는 막대한 위해를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은 일을 하는 더티 워커들을 우리의 대리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빚, 그들의 섬뜩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빚을 졌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더티 워크의 핵심 특징 한 가지는 '선량한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에 기초한 노동이라는 것으로, 이들은 궁극적으로 그 결과에 얼마간 만족하기에 이 문제를 아주 깊이는 따지지 않는다. 이 동의는 중요하다. 하지만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태도와 전제가 바뀔 수 있고 실제로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 전국의 교도소를 붐비게 만든 징벌적 양형 정책이 지난 10년 사이에 인기를 잃었다. 정신질환자를 교정시설에 몰아넣는 관행은 여전히 용인되고 있지만, 우리가 대량감금의 사회적, 도덕적 비용을 따지기 시작한 지금은 이 또한 바뀔 수 있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태도 또한, 비록 당장은 도축 노동자가 처한 비참한 환경을 문제 삼기보다는 '유기농' 고기를 집착적으로 소비하는 쪽으로 더 기울어 있긴 해도, 바뀌기 시작했다. 화석연료에 대해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지구의 앞날을 위해 어서 그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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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예술 - 붓으로 금기를 깨는 예술가가 전하는 삶의 카타르시스
윤영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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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금기를 깨는 서예가 윤영미의 삶과 예술을 담은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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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예술 - 붓으로 금기를 깨는 예술가가 전하는 삶의 카타르시스
윤영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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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본성이나 하는 일의 본질을 깨닫고 정의 내리는 사람들만이 이르는 경지가 있다. 어릴 때부터 붓을 갖고 놀며 '글씨가 곧 사람이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한글 서예가 윤영미. <인격예술>은 서예를 단순히 글씨를 잘 쓰는 기술이나 기교의 행위가 아니라 인격을 담는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작가 윤영미의 삶과 작품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제도권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견딘 30년의 시간이 만든 독특한 '순원체'로 쓴 작품 47점과 고독한 예술가로 살아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가 쓰는 글씨는 어떤 금기도 없어 자유롭다. 붓이 주는 강렬한 힘과 서예가의 감정선이 합쳐진 글씨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예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1장 무엇을 위하여 삶을 견디는가, 2장 금기를 깨면 편안해진다, 3장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 내 것이다, 4장 고독하기에 자유로울 수 있다'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먹을 간다는 것은 생각을 돌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운동선수는 뛰기 전에 준비운동을 하고, 요리사는 재료를 준비하면서 만들어질 요리를 상상하고, 검객이 칼을 갈 듯 서예가는 먹을 갈면서 붓의 움직임을 미리 읽어낸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오래된 벼루에서 먹을 돌디며 자신을 위로했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자신이 가장 자기다울 수 있는 시간,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재편되고 확장되는 몰입의 경지가 주는 충만함보다 더 큰 보상을 아직 모른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반복을 좋아하지 않는 기질이지만, 유일하게 즐기는 반복이 먹을 가는 일이다. 적당한 속도로 둥글게 팔을 돌린다. 내 감정의 리듬을 맞춰가며 돌리고 있는지 모른다. 멈추려 하지 않는 관성이 붙으면 팔은 무의식적으로 돌고, 머릿속은 깨끗하게 비워진다. 무아지경이 찾아온다. 무당이 신내림을 받고 뛰고 있는 모습이 겹쳐진다. 반들반들하게 벼루를 연마하듯이 생각의 응어리를 갈고 있었다. 누군가가 부드러운 손으로 나를 만져주고 조금씩 나는 순한 어린아이처럼 온순해진다. 벼루 바닥이 훤히 보였던 맑은 물이 점점 검어지더니 제법 먹물로서의 이름값을 하려 한다."

저자는 인생에 진로를 변경해 버리는 것만큼 황홀한 자유는 없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제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게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첫째는 서예가가 된 것이고, 둘째는 40대 후반에 서예원을 폐원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무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자유를 누리고 싶었고, 해야만 하는 것들이 일정표에서 지워지는 자유와 계획되지 않은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여전히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고, 작업을 하고, 공부를 한다.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음껏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자유가 생겼고, 사람들을 마주할 자유를 누린다. 마음껏 글을 쓰고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 이제는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여전한' 것들에 '그렇지만 마음껏'이 일정표를 채우기 시작하고부터 내 인생에 꿈같은 평화가 찾아왔다."

저자는 무척이나 평화로운 날 갑자기 고독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그 고독은 불안하지 않았고 너무도 완전해서 가슴 시리도록 안전한 고독이었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작업실에서 안전한 고독을 느끼고 있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무척이나 평화로운 날이었다. 나만의 작업실 공간이 생긴 이후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는 안전한 고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허락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 공간은 오롯이 나로만 채워져 있다. 내가 쓰는 붓, 내가 쓰는 종이, 내가 쓰는 노트북, 내가 아무렇게 적어 놓은 쪽지들, 내가 꽂아 놓은 필기구들, 내가 듣는 스피커까지도 다른 누군가의 손때라고는 하나 없다. 난방기가 돌아가는 소리까지도 조용히 듣고 있으면 이젠 내 숨과 맥박 소리만큼 익숙해졌다. 지나가는 차의 속도가 느껴지고 간혹 폭주족의 오토바이 굉음까지도 안전한 고독 속 나의 일상이 되었다."

저자는 아무 일 없이 산다는 것은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경계선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어제와 똑같은 시간에 침대에서 일어나고 똑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똑같은 계절을 느끼고 똑같을 일상으로 들어가는 것, 아무 일 없이 산다는 것은 축복이며, 특별한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무위자연은 글씨를 쓸 때도 기운생동 못지않게 매우 귀한 요소라고 말한다. 저자는 의도하지 않고 인위적이지 않은 아름다움은 일부로 흉내 내어 만들어 낼 수 없는 최고의 경지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삶에서도 글씨에서도 이것만 제대로 된다면 자신 있게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고 말한다. 저자는 화려한 듯 고고하고 안정적인 궁서체보다 '순원체를 닮은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했다고 이야기한다. 자유로우면서도 대범하고, 변화무쌍하면서도 일관되고, 촌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사람이기를 원한다는 저자의 글이 흥미롭다.

"나의 글씨는 나를 닮아 있다. 어설픈 듯 자유롭지만 질서가 있다. 삐뚤빼뚤하지만 어지럽지 않다. 재미있지만 엄격하다. 힘이 있지만 부드럽다. 사람들은 이전에 본 적 없는 나의 글씨를 '순원체'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쓰이기 때문이다. 서예사 문헌을 뒤져도, 교본을 뒤져도 찾아볼 수 없는 글씨다.

매일 나를 닮은 글씨를 쓰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느낌이 바뀌고 해가 지나가면 또 달라져 있다. 나 역시 매일 변하기 때문이다. 문득 깨달았다. 이제는 글씨가 나를 닮은 게 아니라 내가 점점 글씨를 닮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순원이라는 본질은 그대로인데 내가 글씨대로 변해 하고 있었다."

저자는 '아님 말로'라는 단어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단어라고 말한다. 저자는 힘 있는 필체로 아무렇지도 않게 O를 돌리고 세로획을 내려 그으니 마음이 평온해지기 시작하다가 '고'의 마지막 가로획을 마무리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치유가 되곤 했다고 이야기한다. '아님 말고'는 저자 자신이 남과 조금은 다른 서예가로서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다스려 주고 당당할 수 있는 방편이라고 말한다.

"'아님 말고'는 끝없이 부정적일 수 있는 내 마음에 '스톱'을 걸어주었다. 이것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다. 욕심을 버려도 괜찮다는 뜻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욕심이 자리하는 순간 마음은 지옥이 된다. 스스로 그 지옥에 들어앉아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특히 사람에 대한 욕심은 별안간 누군가를 미워하게도 만들고 뭔가를 계획하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가며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저자는 글씨 값은 작가의 작품에 품격을 더해 주고,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도록 응원하는 개인의 사회적 기부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게으른 서예가가 열심을 부렸던 것은 하고자 할 때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가 글씨 값과 연결이 돼 있음을 깨닫고부터였다고 이야기한다.

"젊은 작가들의 열정페이를 원하는 단체나 사람들을 보면 인상을 찌푸렸다. 예술가가 이슬만 먹어야 진정한 예술가 취급을 받는 시대는 끝났다. 배고픈 예술가가 되기를 원하는 예술가는 없다. '헝그리 정신'이라니. 작업자가 돈이 있어야 많은 정보가 오고가고, 작업자가 돈이 있어야 공부를 더 하고, 작업자가 돈이 있어야 후견인도 만들 수 있다. 세상에서 오직 자기의 작품 앞에서는 영원한 갑이 되어 대중을 마주하길 바란다. 예술가의 돈을 속물처럼 마주하는 어른을 대하면 난 그들을 퇴물로 대접한다."

저자는 하얀 화선지가 까만 글씨로 채워질 때 불안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머릿 속으로 만들어지는 글자의 획을 만족스럽게 살겨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붓을 가지고 마르게도 흥건하게도 세워서도 눕혀서도 그어 보다가 이거다 싶은 획을 만나면 강박은 비로소 사라진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그저 붓을 들고 있으면 불편한 것이 사라지고 헛헛한 감정도 사라진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것이다. 붓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느낄 때 불안감이 사라졌다. 마른 붓이 흥건히 적셔지는 기쁨을 볼 때 불안감은 사라졌다."

"강박은 내가 해야 할 것,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나를 데려가 주었다. 일종의 자석이다. 자석의 힘에 저항하는 것은 무모하다. '유혹을 이기는 것은 유혹에 넘어가는 것이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강박을 이기는 것은 강박에 저항하기보다 순순히 넘어가는 것이다. 그 강박이 가리키는 곳이 내가 지금 있어야 할 곳임을 알려 주는 유용한 지표로 삼으면 된다. 강박에 넘어가면 강박이 사라진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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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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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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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는 뼈를 사랑하는 정형외과 의사 로이 밀스의 열정적이고 유머러스한 뼈 교양서이다. 뼈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 자재다. 뼈는 스스로 자라고 가벼우며 내구성이 좋다. 부러졌을 때 스스로 회복되기까지 한다. 그리고 생명체가 살아 있을 때 숨겨져 있던 뼈는, 주인이 죽은 후에 밖으로 나와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층 속에 묻힌 뼈는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 말해주고, 동굴 속에서 발견된 뼈는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말해준다. 또한 뼈는 생활용품, 농사도구, 사냥도구, 무기, 장식품, 악기, 놀이기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이 책은 인간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인 '뼈'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이야기한다. 1부에서 저자는 뼈의 생물학적 구성, 뼈가 어떻게 성장하고 부러지고 치유되는지 등의 기본적인 과학 지식부터 의학적 혁명과 최신 정형외과 혁신들까지, 살아 있는 신체 내부의 '숨겨진 뼈'에 대해 소개한다. 2부에서는 화석, 납골당, 도구, 악기 등 신체 외부에 '드러난 뼈'의 역사를 통해 뼈가 지닌 역사적, 종교적, 관용적 의미를 탐구한다. 뼈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측면을 다루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살아서 만큼이나 죽어서도 흥미로운 비밀을 간직한 뼈의 신비로움을 파헤치고, 그 중요함을 간과했던 뼈를 다시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뼈는 어디에나 있고 다재다능하지만, 살아 있는 상태에서 포착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약간 불가사의한 측면이 있다. 주인을 섬기고 보호하는 임무를 완료한 후, 그 경이롭고 불가사의한 물체를 수많은 장소에서 수많은 목적을 위해, 때로는 수억 년 후에 모습을 드러낸다. 벼는 지구의 역사와 지구상에서 동물이 살아온 과정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문명이 탄생한 이후 뼈의 용도는 더 다양해져서, 인류는 뼈를 섬기고 보호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뼈로부터 즐거움과 영감을 선사받고 있다. 뼈의 내구성과 편재성은 '드러난 상태'를 '숨겨진 상태'만큼이나 흥미롭게 만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은 뼈가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 겸 문화재임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뼈의 말단에서 연골모 바로 아랫부분을 성장판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성장판은 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성장기 동안 새로운 뼈세포를 신속히 만들어내며 연골모를 앞으로 밀고 나간다. 저자는 성장판은 궁극적으로 소진되어 청소년기 말이 되면 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소년보다는 소녀들의 성장판이 더 일찍 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전문가들이 운동을 권하는 이유는 신체활동이 빗발치는 듯한 암전력을 생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설사 가벼운 산책을 하더라도 다리, 골반, 척추에서 암전력이 생성되도록 가극할 수 있다. 저자는 커팅콘이 그 전기적 메시지를 감지하고 '저 뼈가 걷기의 시계적 외력에 저항할 필요가 있겠구나'라고 인지하면, 반복적 부하를 경험하는 뼈를 강화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수산화인희석이 압전력을 생성하려면 약간의 강항 충격이 필요한데, 조깅이나 활보 같은 적당한 충격을 주는 활동이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수영과 사이클링은 여러 면에서 건강에 이롭지만 뼈의 커팅콘을 자극할 정도의 충격을 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한다.

저자는 치아와 뼈는 모두 단단하고 고밀도의 칼슘을 포함하고 있지만 화학성분과 구조가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전신의 뼈 개수에 치아가 포함되지 않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저자는 코끼리의 앞니에서 지속적으로 자라는 상아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동물의 발굼과 발톱, 우리의 손톱은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고 방어적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뼈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그것들은 모두 각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질은 콜라겐과 유사한 또 하나의 섬유단백질이다. 각질의 경우에는 섬유 그물 위에 칼슘 결정이 축적되어 있지 않으므로 뼈보다 탄력적이고 가볍다. 우리의 피부도 섬세한 각질 그물로 덮인 채 우리의 귀중한 뼈를 보호해준다. 거북의 껍데기, 새의 뿌리, 소의 뿔은 더욱 두꺼운 각질층으로 뒤덮여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는 저자의 글이 흥미롭다.

저자는 만약 커팅콘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반복적인 압박을 가한다면 뼈가 강화되기는커녕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격렬한 운동은 실금과 국지적 통증 및 압통을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리 몸에서 흉터 없이 치유될 수 있는 조직은 뼈와 각만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티타늄은 스테인리스강과 마찬가지로 내식성이 있는 데다 스테인리스강보다 탄력성이 높아 뼈에 두르기에 유용하다고 말한다. 만약 판이 부드럽고 쉽게 구부러진다면 골절 부위를 안정화할 수가 없다. 그와 반대로 만약에 판이 완전히 뻣뻣해서 골절 부위를 꽉 잡아준다면 수산화인희석 결정이 기계적으로 변형되지 않으므로 칼슘 결정이 압전력을 생성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판이 부하를 감당하게 되는데, 나중에 판이 제거되기 전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판이 제거되었을 때 한동안 일손을 놨던 커팅콘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 그러면 뼈가 약해져 다시 부러진다. 저자는 커팅콘을 오래 놀리는 것을 전문용어로 응력 차단이라고 하는데, 티타늄은 스테인리스강보다 탄력성이 약간 높아 응력 차단 효과가 작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골절 치료의 목표는 뼈의 말단을 안정화하는 것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골정 부위의 정렬을 유지할 정도로만 안정화하고 약간의 미세한 움직임을 허용하여, 커팅콘을 왠만하면 놀리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매장은 질병과 악취의 확산을 줄이고 일부 문화권에서는 죽은 사람이 사후 세계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토양 조건이 괜찮으면 매장된 뼈는 화석화되어 그 후로도 수천 년 동안 발견과 분석의 대상으로 남게 된다. 저자는 팔찌, 구슬, 도자기 등의 부장품이 유골과 함께 발견되면 학자들은 그에 기반하여 뼈 임자의 사회경제적 신분과 그가 속한 문화권의 신념 및 의례를 유추하지만 발굴된 골격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최근까지 대체로 간과되었던 윤리적 이슈만큼이나 심오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뼈를 영적, 실용적, 기분 전환용 목적으로 변형하기도 했지만, 오로지 미적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공예품으로 빚어내기도 했다고 말한다. 뼈의 단단하고 차갑고 창백한 표면은 시각과 촉각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나무와 돌의 중간쯤 되는 굳기 덕분에, 가공하기가 비교적 쉬우면서도 수 세기 동안 견뎌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예술가들은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경의, 배우자에 대한 사랑, 심지어 주름이 잘 잡힌 파이에 대한 기쁨 등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뼈를 사용해왔다고 이야기한다. 이밖에도 저자는 에스파냐의 안토니 가우디는 포물선 아치를 자신의 경이로운 건축에 도입했을 뿐 아니라, 뼈의 매끄러운 윤곽을 자신의 기발한 건축물인 카사바트요의 외장에 광범위하게 도입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삶을 영위하는 뼈는 숨겨진 상태를 유지하고, 임자가 죽은 후 부여받은 제2의 삶에서, 드러난 뼈는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활동에 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많은 것을 드러내 보인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뼈는 인류의 유산인 동시에 전설이며,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라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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