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씽킹 - 단순한 생각을 멋진 아이디어로 성장시키는
윤태성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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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은 갑자기 툭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이런 행운은 항상 오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계속 생각해야 그중에 좋은 생각이 나타난다. <미라클 씽킹>의 저자인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윤태성 교수는 "좋은 생각을 하려면 먼저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많은 생각을 하려면 간결한 요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어떻게 생각할지다. 책 <미라클 씽킹>은 메모법, 이름표, 1구 2언, 이미지, 사분법, A3 생각법, 매트릭스 등 좋은 생각을 어떻게 뽑아낼 수 있는지, 단조로운 생각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키우는 '미라클 씽킹' 습관 11가지를 소개한다. 미라클 씽킹 생각 습관은 저자 윤태성 교수가 실제로 사용하면서 효과를 본 방법들로, 카이스트 학생들 수업에도 활용하고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사람 대신 결정하고, 사람은 편리함에 젖어 들어 생각하지 않는 모습에 익숙해진 지금이야말로, 미라클 씽킹은 의식적으로 키워야 할 생각 습관이라고 강조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11가지 생각 습관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굿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상황에 자신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미라클 씽킹 습관으로 이제 뇌를 자극해보자.

저자는 '1장 좋은 생각은 습관에서 나온다, 2장 생각을 틀을 깨고 균형을 맞춰라, 3장 미라클 씽킹, 창조적 생각의 조화를 만든다'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메모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다빈치와 에디슨을 비롯한 메모왕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첫째, 생각이 떠오르면 일단 메모하며, 우연히 떠오르는 생각을 중시한다. 둘째, 생각을 그림으로 그린다.

"그림을 그리면 생각의 핵심이 단순하게 표현된다. 복잡한 생각일수록 문장으로 적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든다. 문장은 끝까지 읽어보지 않으면 의미를 알기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나중에 새로운 내용을 생각하고 의미를 덧붙이려고 할 때다. 문장으로만 작성된 자료에는 여백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문장을 덧붙이거나 추가하기 힘들다.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면 노트에 여백이 많이 생긴다. 그림을 그리는 가치는 여백에 있다. 여백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거나 기존 내용을 수정하는 작업을 매우 쉽게 할 수 있다. 여백을 두지 않고 너무 복잡하게 그리면 활용하기 어렵다."

저자는 인공지능은 사람이 생각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특정한 방향으로 생각을 유도하는 필터 버블 문제로, 미국 작가인 엘리 프레이저가 제시한 개념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은 나에게 특정한 사건이나 뉴스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그 중에서도 관심 과는 뉴스만 보는 것은 인공지능이 질문하고 내가 대답을 한 셈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다양한 내용을 보지 않고 한가지 방향으로 쏠린 내용만 계속 보면 내 생각은 버블 속에 갇혀버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신념을 더욱 굳어진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필터 버블은 세뇌의 첫걸음이며, 세뇌는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이 있는 거의 모든 상품은 나를 중독시키려고 한다. 배후에는 인공지능이 있다. 인공지능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내가 더 좋아하게 만든다. 가끔은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일부러 방해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나와 밀당하면서 때로는 내가 이겼다고 느끼게 한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인공지능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유도한다. 인공지능은 나를 중독시키기 위해 여러 개의 알고리즘을 구사하면서 나를 조용히 유도한다. 인공지능이 나를 유도하는지조차 내가 알지 못해야 기업에 유리하다. 기업은 한번 잡은 고객을 놓아주지 않는다. 고객을 중독시켜서라도 오랫동안 고객으로 머물기를 바란다."

저자는 생각의 균형을 맞추는 훈련으로 1구 2언을 한다고 말한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훈련이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각각 생각하고 논리를 전개한다. 한입으로 두말하지만 내 감정이 어떤지와는 상관 없다. 기준은 단 하나다. 얼마나 완벽하게 논리를 전개했느냐만 평가한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서로 반대인 주장을 완벽하게 전개하는 수준이 훈력의 목표다. 저자는 1구 2언은 두 가지 생각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훈련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상반된 두 가지 입장에서 생각하는 훈련이라고 이야기한다. 1구 2언을 하는 순서는 '첫째, 주제를 정하기, 둘째, 하나의 주장을 전개하기, 셋째, 반대 주장을 전개하기, 넷째, 1구 2언 디베이트를 하기'이다.

저자는 이분법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말까'로 묻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왜 해야 하는지 혹시 한다면 언제할지 등 다양한 관점이 필요한데 이분법은 이를 무시하기 때문에, 이분법의 폐해를 인식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하나의 이분법이 있다면 여기에 새로운 이분법을 하나 더 추가하여 사분법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처음에 만든 이분법은 관점이 있으나 새롭게 추가하는 이분법은 관점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다양한 관점에서 주제를 만들 수 있다. 관점을 바꾸어가면서 여러 개의 이분법을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이분법을 두 개 모아 세로축과 가로축으로 나열해서 사분법을 만드는 방식은 뇌가 기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그림으로 그리면 생각의 핵심을 표현하기 수월하며, 생각의 핵심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림을 보면서 생각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기 쉬우며, 지금까지 놓치고 보지 못한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그림을 보면서 생각을 더 깊고 넓게 확장 시킨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생각이 아니라 그림에 집중하고, 그림을 다양한 형태로 바꾸면 이에 맞는 생각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심리학에서도 중요한 주제인 연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융이 말하는 콤플렉스는 강장 감정이 실린 복잡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어떤 단어를 들으면 기분이 좋고 어떤 단어를 들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단어를 연상하면서 마음속에 복잡한 반응이 나타나고, 이런 마음을 다른 사람이 지적하면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콤플렉스라고 했다.

"연상은 심리학에서도 중요한 주제다. 스위스의 의학자인 카를 융은 유럽 최고 수준인 취리히 부르크휠츨리 정신병원에서 근무했다. 융은 많은 환자를 대하면서 강박관념과 환각에 관심을 가졌다. 이런 증상이 왜 일어나는지 원인을 찾기 위해서 언어 연상 실험을 고안했다. 사람은 어떤 단어를 보면 무엇인가 연상한다. 금방 연상하는 경우도 있고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연상하면 즐거운 기분이 되는 경우도 있고 불쾌한 기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단어를 연상했는데 이 단어에는 기억하기 싫거나 나쁜 기억이 있다면 입 밖으로 꺼내서 말하고 싶지 않다. 말을 주저하거나 말을 제대로 못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증상을 융은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연상을 하며 마음속의 콤플렉스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연상 훈련을 할 때 '1단계는 출발 단어를 제시하기, 2단계는 연상한 단어를 적기, 3단계는 왜 이 단어를 연상했는지 이유를 적기, 4단계는 출발 단어에서 시작해서 적어도 스무 개 이상 연상하기'의 순서로 진행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연상 훈련에서 주의할 사항은 '첫째, 연상하는 시간은 20분 이내로 하고, 둘째, 나 혼자 보는 건지 공개하는 건니 미리 밝히는 것이며, 셋째, 기차 방식으로 연상하기, 넷째, 연상은 지능과는 상관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기차 방식은 연상하는 단어가 마치 기차와 같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기차 방식 연상은 끝말잇기와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끝말잇기는 발음으로 연결되지만 기차 방식 연상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주어진 단어에서 어떤 단어를 연상한 후에 새로운 단어에서 연상되는 단어를 적는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보고 파괴를 연상했다면 다음에는 파괴라는 단어에서 창조를 연상한다. 이어서 창조하는 단어에서 역사하는 단어를 연상한다. 종이에 파괴, 창조, 역사를 순서대로 적고 각 단어를 연상한 이유를 적는다."

저자는 도요타자동차에서 활용하는 A3 매니지먼트를 소개한다. 문제 정의에서 표준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A3 용지 한 장에 명확하게 표현한다. 두꺼운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핵심만 쉽게 파악하는 방식이다. A3 한 장이면 원인과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저자는 A3 매니지먼트의 목적은 린 변환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린 변환은 가치를 만들기 어려운 활동은 제거하고 핵심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도요타 생산 방식이 원조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구조화하면 지속적으로 개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저자는 일상에서 A3생각법을 활용하려면 요령이 있다고 말한다. 용지는 접지 않고 펼친 상태로 책상 위에 옆으로 길게 놓는다. 책상 위에는 A3 용지 한 장과 3색 펜만 놓아둔다. A4 용지는 많이 사용하므로 눈에 익지만 A3 용지는 막상 눈앞에 있으면 낯설다. 책상 위에는 물건을 두지 않고 공간을 여유롭게 만든다. 저자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지고, 이미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라고 새로운 생각과 연결하면 의미가 새롭게 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참고 자료에 있거나 강연에서 들은 내용은 검은색 펜으로 적는다. 적는 위치는 용지의 어디라고 상관없다. 나중에라도 내용을 추가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여백을 두고 적는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인상적인 내용만 적는다. 한 가지 자료에서 한 가지 내용만 건지면 된다는 마음으로 적는다. 그러나 검은색 펜으로는 가급적 적지 않는다. 그 대신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파란색 펜으로 많이 적는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자료나 강연과 연결할 수 있으면 좋다. 파란새 펜으로 적는 내용이야말로 내가 생각하고 생성한 아이디어다. 자료나 강연은 지식 촉매가 되어 내 생각을 자극한다. 나중에 찾아볼 내용은 빨간색 펜으로 적는다.

A3 용지에 적는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자료에 있거나 강연에서 들은 내용, 지식 촉매로 인해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나중에 추가로 적은 내용, 자료나 강의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 머릿속에 떠오른 세렌디피티다."


<미라클 씽킹>의 저자인 윤태성 교수는 미라클 씽킹을 반복하면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은 습관이 되고 습관을 인생을 바꾼다고 말한다. 독자를 향해 생각하지 않는 습관을 버리고 미라클 씽킹을 새로운 습관으로 받아들여 문제를 해결하고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바란다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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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탐구 생활 -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에 대하여
사월날씨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왼쪽주머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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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에 관한 저자의 내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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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탐구 생활 -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에 대하여
사월날씨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왼쪽주머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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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탐구 생활>은 <결혼 고발>, <서른에 얻은 말과 버린 말>로 여성의 삶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드러내 온 에세이스트 사월날씨 작가가 자신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을 고통스럽게 들여다보며 쓴 책이다. 사월날씨 작가는 건전하고 생산적인 수치심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고 과도하며 내면화된, 그리하여 성격처럼 고정되어 버린 수치심에 대해 탐구한다. 수치심은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한 깊은 불안이다. 자신이 세상과 타인과 묘하게 어긋나 있는 느낌이자 나라는 존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다. 수치심은 어느 부분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그 완벽을 충족하지 못한 자신에게 불안과 자책을 안겨준다. 그렇기에 수치심의 탐구는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에 대한 고찰이 된다. 자신의 수치심이라는 특정한 심리적 상태를 탐구해 나가는 이 과정은 심리학과 문학의 경계에 서서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탁월히 활용하고 있다. 상처를 드러내고 살점을 베어낸 이 글을 읽는 독자 또한 마침내 용기 내어 자신의 수치심을 들춰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1장 완벽에의 환상, 2장 집에 두고 온 나, 3장 가치 증명 전쟁, 4장 여자라는 몸, 5장 완벽과 충분 사이'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수치심이 불러일으키는 왜곡된 자기애는 자꾸만 나 아닌 무언가가 되려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내면의 불완전감이 타인의 인정에 목매달레 만들지만 바로 그 불완전감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드러내지 못하니 인정도 받을 수 없는 모순의 고리 안에서 끝내 나를 채워줄 것을 충분히 얻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주제에 맞지 않거나 틀리게 해석하는 말을 내뱉는 건 내가 할 만한 일이 아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나를 미숙한 사람, 경솔한 사람, 생각이 짧은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아야 한다. 사랑은 못 받아도 존경은 받아야 한다. 가장 뛰어나기까지는 못해도 적어도 가장 못나지는 않아야 한다. 나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완벽하지 않은 모습에 수치심을 느끼고 그걸 들킨 사람들 앞에서 완전히 위축되어 버린다."

저자는 수치심은 나에 대한 평가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를 바라보는 기준은 자신이 아닌 타인이며, 언제나 타인의 시선 앞에 노출되어 있다고 느끼고 타인의 눈을 통해 나를 바라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수치심은 관계적인 감정이며, 대인 관계의 사건 없이 스스로 생겨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성이로서의 나라는 몸 하나에 서로 다른 기대와 모순되는 잣대가 들이대어질 때, 그리하여 나는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는 완벽한 사람이 되지 못하겠다는 희미한 예상이 어렴풋이 밀려올 때, 내가 믿어왔던 나라는 사람이 더 이상 나의 무기가 되어주지 못할 때, 그때가 바로 수치심이 서식하기 몹시 좋은 환경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뭐든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여자다운 여자가 되어야 하는 과제를 받아 든다. 여자다운 여자란 무엇이든 되려고 나서고, 돌진하고, 주관을 갖고 밀어붙이고, 탐험하고 깨지고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성나게 일어나는 사람은 아무래도 아니다.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란 카테고리를 만들어놓고 그것은 제한이 아니라 너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포장한다. 무엇이든 해보라고 말하면서, 실패했을 때는 더 가혹한 비난을, 성공했을 때는 덜 화려한 상찬을 내린다. 앞길을 닦아줄 생각은 없이 그저 뒷짐을 진 채 진정으로 원한다면 어떤 방해물로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거라고 내게로 책임을 넘길 뿐이다. 모름지기 여자란 잘남을 현명하게 숨겨야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되기를 진실로 격려받을까?"

저자는 여자를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하는 시선이 부족한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존중하기 위하여, 몸을 수치스럽지 않은 존재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하기 위하여, 내 몸이 외부에 의해 마음대로 점령되거나 가르고 나뉘고 재단되는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담긴 나 자체임을 선언하기 위하여, 우리는 여자의 몸에 가득 덮인 기호와 상징을 비판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내면화되어 버린 세상의 시건을 걷어내기 위하여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저 존재하는 것이라고, 정신과 영혼을 담고 있으며 나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물리적 실체라고, 너에게 보이기 위해 있지도 너를 홀리기 위해 있지도 않으며, 너에게 쉬이 모욕당하지 않으며, 나의 몸에 가한 너의 행동은 나의 모욕이 아니라 너의 모욕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내 몸은 기쁨과 슬픔과 고통과 환희를 느끼는 몸이며 자유로이 표현하는 몸이고 너의 존재에서 몸이 차지하는 의미와 다르지 않은 몸이라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타인의 존엄성과 결정권을 침범하는 너라고. 이것이 여자의 몸에 관해 알아야 할 전부이다."

저자는 우리가 억지로라도 자만을 만들어온 이유는 지금껏 약점을 드러내지 말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약점을 공개하는 건 남들에게 공격할 수단과 빌미를 제공할 뿐이며, 취약한 건 약한 거고 약한 건 나쁘고 부끄러운 거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존하려면 다름 아닌 바로 그것들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취약함을 말하고 감정을 나누고 깨져 있는 나를 드러내야 한다. 꼿꼿하게 무장한 채로는 기댈 수 없다. 하지만 무장해야만 세상이라는 전장에 나갈 수 있다고 믿는 우리에게 건강한 의존과 도움 요청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마음 놓고 취약함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굳건한 조건이 필요하다. 흔들리지 않는 애정에 대한 믿음,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나의 약함을 무기로 삼아 나를 비난하거나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게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취약해질 수 있다."

저자는 나름의 확고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에서 상정하는 일반 노동자가 아닌 조금 어긋난, 조금 부족한 노동자가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왠지 모르게 나를 숨겨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프리랜서 수치심이란 능력주의와 실용주의로 인한 수치심의 연장이고, 존재에 대한 수치심이 옆에서 이를 살짝 거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수치심에 대해 탐구해오면서 발견한 것은 지금처럼 성취를 존재의 목표이자 가치로 삼는 경우, 나는 영영 지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는 성취의 개념을 작고 눈에 보이지 않고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로 넓게 확장시킨다면 나는 좀 더 자주 기분이 좋고 좀 더 스스로를 믿어주고 좀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후 세 시쯤 집을 나서서 병원에 가거나 은행 업무를 처리하거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거나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한 산책을 하거나 택시를 잡아타고 운동 스튜디오로 향하는 일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부끄럽다. 남들이 한창 일하고 있을 시간인 오전 아홉 시에서 오후 여섯 시 사이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신경 쓰인다. 병원과 은행과 마트의 직원에게, 택시 기사에게, 그저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는 것이다. 스스로 밥법이를 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기대어 지내는 존재처럼, 잉여의 존재처럼 여겨지지는 않을까? 오후 세 시의 집 밖의 나는 어딘지 당당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되새기고 싶은 건 프리랜서로서 일하는 내용을 떠올려보면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에세이를 쓴다는 건 주류에서 멀어지는 기분을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창작 지원 프로그램이나 작가 지원 사업, 책 발간 사업, 도서 선정 사업 등등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낄 자리가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니까. 공고문 안에 '산문', '수필'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말이다. '등단'이라는 말이 주는 권위와 소속과 허라과 인정을 받을 기회조차 없는 에세이란 분야는 문학의 범주에 당연하게 끼어 있지는 않은, 애매하게 걸쳐있는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세이가 당당히 문학의 범주에 들어가고, 에세이로 상을 받고 에세이로 축제가 열리고 에세이로 전시가 열리는 문화 풍토가 생겨나기를 바라며, 나는 에세이 쓰기를 계속해나갈 것이다."

<수치심 탐구 생활>의 저자가 수치심에 대한 글을 쓰면서 새롭게 깨달을 건 수치심을 가져도 괜찮다는 글이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고, 수치힘을 느끼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정말 믿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고통스러웠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것의 구덩이를 손을 들어 파헤쳐야 했다. 힘들어도 이 파헤침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고 되뇌었다. 손톱을 바짝 세우고 손을 높이 쳐들자, 충분히 파헤치고 나면 나는 잔인하게 꺼내놓은 것을 다른 땅에 옮겨 묻고 떠날 것이다. 다른 땅이라고 해봤자 여전히 내 마음 안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것을 새로운 땅에 넓게 펴 바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이다. 그 땅에서 천천히 걸어 나올 것이다. 이것이 나의 쓰기의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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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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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알레르기인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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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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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형 인간'이라는 유행여를 만들어낸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와 함께 꾸준히 국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심리 고전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원제: 인간 알레르기)의 최신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긍정적인 일보다는 부정적인 일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 조금만 불편해도 얼굴에 금방 티가 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모자란데 싫어하는 사람을 생각하느라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는 사람, 급기야는 인간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갉아먹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원인을 분석해주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이 책에서 사람에게 분노와 혐오감이 드는 현상을 몸의 알레르기 반응에 밋대어 '인간 알레르기'라고 표현한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사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사람, 인생을 살다 보면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물론 불편한 사람은 그냥 빨리 손절하고 접촉을 끊으면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인간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사람은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것이 문제다. 즉 상대를 아무리 바꿔도, 회사를 아무리 옮겨도 또다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애착 이론'을 통해 인간 알레르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수많은 임상 사례 그리고 유명인의 사례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생텍쥐페리, 니체, 쇼펜하우어, 나쓰메 소세키, 해리 할로, 서머싯 몸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유명인들의 인간관계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2015년에 출간된 이후 아마존 심리 분야 1위에 오른 바 있으며 국내에도 2016년에 소개된 이후 자기계발>인간관계 문야 베스스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이번 2023년 개정판에는 가족치료 전문가인 이남옥 레지나 교수의 해제 원고가 추가되었으며 2023년 현실에 맞게 심리 용어를 통일하고 원고를 매끄럽게 정리했다.

이 책은 '1장 나는 인간 알레르기일까? : 어제까지는 좋았는데 오늘이 싫어지는 이유, 2장 왜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가? : 인간 알레르기의 역사, 3장 나는 왜 너를 싫어하게 됐을까? : 인간 알레르기의 매커니즘, 4장 아무래도 싫은데 어쩌라고! : 인간 알레르기와 애착 시스템, 5장 나는 나를 조종할 수 있다! : 이유를 아는 순간, 인간관계의 봉인이 풀린다'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이 고뇌하는 이유는 대부분 인간 알레르기 때문이며, 그것과 싸우는 데 많은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고통이나 고독, 그리고 마음을 심랄하게 하는 부정적인 감정까지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에는 인간 알레르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위화감이나 고통을 느끼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반드시 인간 알레르기를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인간 알레르기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 저작물이다. 그동안 선인들이 쌓아온 연구 성과를 되짚어보고, 새로운 기각과 발견도 가미하여, 현대 사회뿐만 아니라 근대 사회에 퍼져 있는 인간 알레르기의 본질 속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취지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는 특정 물질에 대한 몸의 면역 반응이 아니라 사회심리적 존재인 인간에 대한 마음의 면역 반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몸의 알레르기 반응과 상당히 흡사하다. 저자는 어떤 물질을 이물질로 인식함으로써 알레르겐이 되는 것을 의학적으로는 '감작'이라고 하며, 일단 감작이 발생하면 알레르겐이 존재하는 한 증상은 점점 심해진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인물에게 감작이 발생하여 알레르기가 시작하면 거부 반응이 더욱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그 결과 알레르기 증세는 더욱 강력해진다. 저자는 사소했던 위화감이 마침내 격렬한 혐오감이나 증오가 담긴 공격으로 증혹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타인이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외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으려고 너무 경계하며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에 동료들한테 따돌림당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인 사람의 특징은 편안함이나 밝고 온화한 감정이 줄어들고 부정적인 감정만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라는 증상의 관점에서 대인 관계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 부분을 개선하는 조치를 강구할 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인 사람은 타인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엄격하며 과도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말한다.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을 먼저 발견하고,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뿐만 아니라 인간 알레르기란 공격할 필요가 없는 존재마저 유해한 이물질로 파악하여 거부하고 없애려는 상태를 가르킨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인 사람은 자신과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작은 차이를 결정적인 차이라고 확대해석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만 받아들인다. 백점 이외에는 빵점,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의 본질적인 특성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자기에 대한 강한 집착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돌이켜보는 것보다 자기방어를 우선하고, 자신의 잘못조차도 정당화하는 논리나 신념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 타인을 적이나 라이벌로 인식하고,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들이 악의를 품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야 마음이 편하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인 사람은 가족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불신감와 위화감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지 못하고, 결함투성이에 무능하고 사랑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겉으로 내보이는 것은 자신의 거짓된 모습이며 행동과 마음이 일지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진 것도 중요한 징후라고 말한다. 겉으로는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듯 행동해도 사실 모든 것은 눈속임일 뿐이며, 그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공포와 불신히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 알레그리와 관련된 증상은 현대 정신의학에서 사회 불안 장애, 적응 장애, 인격 장애, 기분 변조증, 강박성 장애, 신체 추형 장애과 같은 병명으로 명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의 특징으로도 행동, 감정, 인지 면에서 특유의 편향성이 있으므로 수많은 종류의 인격 장애에는 인간 알레르기가 내재되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여 눈길을 끈다.

저자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질투심과 불행감에 주목했으며 그것을 '르상티망'이라고 불렀다고 말한다. 니체는 기독교 도덕 그 자체가 타인의 행복을 질투하는 르상티망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선악을 초월한 피안의 세계에 서 있는 초인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상은 훗날 나치 세력이 권력의 도구로 잘 이용했다. 저자는 애당초 니체의 주장 자체에도, 변변찮은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랑받지 못한 고독한 잉ㄴ간의 르상티망이 내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도 보통은 심리적인 방어벽이 존재하고, 이 방어벽 바깥에 있는 것에는 경계 반응도, 거부 반응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무언가가 마음의 방어벽에 상처를 내거나 보호가 약해진 틈을 타 침입하면, 그것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이때부터 공격과 제거의 대상으로 보게 된다. 저자는 마음이 마음이 약해졌을 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쾌한 생각이나 고통을 맛보면 지금까지 무해했던 존재가 안전을 위협하는 이물질로 인식되어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하던 사람이나, 곁에 없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좋아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끔찍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저자는 타인을 자신이 아닌 이물질로 인식하여 제거하는 동안에 나타나는 과잉 반응인 인간 알레르기가 애당초 자신(가족)인지 자신이 아닌지에 대한 인식을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기준에 대해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람인지의 여부다. 폭력 같은 신체적인 위협은 두말할 것도 없고, 기분이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것,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판정 기준은 상식과 규칙을 공유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상식과 규칙이 다르면 자신의 기대가 어긋나기도 하고, 상대의 기대를 져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관심사와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단순히 이물질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을 허락해도 좋은 동료로 인정해 나의 영역 안으로 불러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때 중시하는 기준이다.

저자는 '자신이 아닌 것=이물질'을 제거하는 반는은 내가 나이기 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나도 모르게 나답지 않은 것에 물들거나 나답지 않은 생활 방식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존경하며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사람과 만나는 편이 좋다. 저자는 같은 노력하여 평생을 함께하려면 깊이 관계할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엄격한 눈으로 간파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거부 반응이 과도하게 생긴다는 단점도 있지만, 상대방을 정말 신뢰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분간해낸다는 장점도 있다. 특정인에게 불신감이나 위화감을 갖기 시작했을 때, 내 마음 속에서 무엇을 경고하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길을 잘못 들지 않도록 당신을 이끌어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활 방식이나 가치관 같은 근본적인 문제로 갈등하는 경우에는 지금까지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거부 반응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대개 내 뜻대로 살 것인가 상대방의 뜻대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피했던 문제와 드디어 마주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건지도 모른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는 한 번 나타나기 시작하면 반응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점차 악화되는 성질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쁜 감정의 연쇄 반응에는 거부감의 확산, 도미노 현상, 확대재생산, 변질이라는 크게 네 가지 유형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 알레르기는 마음을 허락해도 좋은 사람까지 이물질로 취급하고, 그 결과 도 다른 인간 알레르기를 만들어낸다. 인간 알레르기인 사람은 좋은 점보다 나쁜 점에 주목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같은 체험을 해도 쉽게 불만이나 분노를 느끼며 부정적인 반응이나 공격적인 대응을 하기도 하는데 그 결과 부정적인 감정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염된다. 상대방도 똑같은 인간 알레르기를 가진 경우에는 사소한 부정이나 공격을 당하면 격렬한 반응으로 응수한다."

저자는 철학자가 작가 중에는 기본적으로 회피형 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 인간 알레르기인 사람이 적잖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작가란 직업은 사회에서 가장 살기 힘든 이 유형의 사람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와 야쿠타가와 류노스케는 평생 고독감에 사로잡혔고 자기 부정에 시달렸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타인의 악의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대인 관계의 번잡스러움 때문에 애태운 적도 많았고, 둘 다 막연한 불안감과 정신병적 증상에 고통스러워했다.

"나쓰메 소세키는 태어나자마자 어느 집의 양아들로 보내졌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한 살 반 때 또다시 다른 집의 양아들로 보내져 일곱 살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양부모의 사이가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애물단지 취급을 하는 친부모에게 정을 느끼지 못했다. 양가와 본가 사이에서 호적을 되차즌 문제로 분쟁까지 일어나 소세키는 주눅이 든 채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또 야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생후 7개월 만에 어머니가 정신병을 앓아 삼촌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어머니다운 친밀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서술했든 애착 관계 같은 건 전혀 없었던 듯 하다."

저자는 아버지의 부재와 보살핌의 부족도 불안형 애착 성향을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어머니의 보살핌이 부족하거나 불안정해도 아버지가 그것을 보완해주면 아이는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보완해주지 못하면 아이는 애정 결핌을 느끼고, 그것을 어머니에게 보상받으려다가 불안형 애착 성향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오이디푸스 관계라고도 하는 이 삼각관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아이는 아버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갖게 될 뿐 아니라 삼자 관계에서도 불편함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즉 일대일 관계에 제삼자가 끼어들면 왜지 모를 긴장감을 느껴 그 존재를 제거하고픈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의 문제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권위적 존재, 아버지와 같은 존재에게 반발심과 증오심을 품게 된다. 자칫하면 어머니마져 이율배반적인 존재로 여겨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도 손상되고, 인간 전반에 대한 분노나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의 소유가 되지 않은 어머니를 되찾는 동시에 폄하하기 위해 어머니 대신 다른 여자를 정복한 이후 경멸하며 내침으로써 복수하려는 경우도 있다. 그의 눈에 그 여자는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잡균이 없는 청결한 환경이 알레르기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이 부족하고 격리되어 있는 환경은 인간 알레르기를 촉진한다고 말한다. 개개인이 통제 가능한 여러 시스템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자기 뜻대로 조종할 수 없는 타인이란 존재는 불쾌감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저자는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도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지금 일본에서는 홀로 사는 세대가 전체의 절반쯤을 차지하는데 ,애착이 약해지는 건 인간 알레르기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학대. 집단 따돌림, 괴롭힘, 가정 폭력, 이혼 같은 비교적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문제들은 인간 알레르기의 증가를 알려주는 지표라고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밖에도 저자는 혼인율 저하나 섹스리스 부부, 핵가족화, 연애하는 젊은이의 감소 등등의 현상도 또 다른 지표일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는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이물질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에 먼저 과거의 인식(원인)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또 하나의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에게는 과도한 이물질 배제를 억제하고, 또한 가족을이물로 보지 않기 위한 시스템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애착 관계'이다. 저자는 애착 관계가 약하거나 없으면 인간 알레르기가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저자는 타인을 과도하게 이물질로 인식하는 습관을 바꾸기 위한 기본은 이물질을 분해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정신적인 소화 능력이 미숙한 시기에는 타인의 말과 행동이 그대로 마음속 깊이까지 들어가 알레르기 반응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저자는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지면 말과 행동을 분해하여 해독한 이후 소화하기 때문에 영양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인간의 마음은 자연 면역처럼 자기 회복 장치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에 의한 분해, 소화의 첫 단계는 수면과 꿈이다. 또한 잊는 것도 중요한 마음의 자연 면역이다. 하지만 저자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게끔 타격을 받을 때는 감정을 표현하고 말함으로써 분해, 소화의 과정을 진행하면 강력한 회복 수단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그 후에는 괴로운 체험과 그로 인해 생긴 마음의 상처를 제대로 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인간 알레르기를 극복하고 안정된 신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물질에 대한 적극적인 분해와 무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신이 거북해하는 사람의 이물성은 본래 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나 고통을 받음으로써 일어난다. 그것이 반복된 결과 상대의 인격에 대해서까지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이런 거부 반응을 없애려면 발단이 된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체험 하나하나를 곱씹어보고 무해한 수준이 될 때까지 분해해야 한다."

"첫 번째 단계는 감정과 기분을 모조리 털어내는 것이다. 울고 화내고 억울해하다가 항의하고 한탄하는 것이다. 주변에 적당한 사람이 없으면 심리 치유사나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혼자 외롭게 억울해하고 한탄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주고받아야 더 잘 극복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하는 것이다. 부조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그 체험을 일부라도 공유해야 한다. 동시에 말로 표현함으로써 일어난 일을 객관적인 사건으로 재현한다. 그러면 괴로운 체험은 더 이상 그 사람을 위협하지 못한다. 몇 번이나 말하는 동안 마음이 진정되므로 그 일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인 사람은 상대의 표정을 나쁜 쪽으로 해석하기 쉽다고 말한다. 대인공포증이나 자기 부정이 강한 사람, 학대방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이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하고 있어도 화났다고 잘못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추측은 거의 맞지 않는다로 생각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사실과 추측을 구별하는 과정에서, 추측 부분에 대해서는 '어차피 추측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저자는 나쁘게 생각하며 고민하는 것은 그만두자'라고 되풀이해서 자신을 타일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추측이나 확대해석을 멈추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정리하는 작업에 집중해보라고 말한다. 우선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눠보면 내가 왜 그 사람을 싫어하는지가 명확해진다. 저자는 모든 인간을 믿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감 상실, 인생에 대한 절망으로 점점 확대되고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점,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는 점, 좋은 점(나에게 도움이 되는 점), 이 세 가지를 분명하게 구별해보고 내가 그 사람의 어떤 점에 불편함을 느끼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를 예방하고 또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과 자기 성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상대방에게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을 돌이켜봄으로써 언뜻 상대방의 문제로 보이는 것도 자신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왜 저 인간의 싫을까?>의 저자는 인간의 유대가 붕괴되는 것과 함께 따라는 오는 것은 바로 이 세상이 친절함과 관용을 잃고, 결벽증에 시달리며, 완고하고 극단적으로 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기대나 규칙을 위반하면 강한 분노를 느끼며, 그 존재에게 과도하리만치 공격을 퍼붓는다. 이는 자기 자신 이외에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차 없이 제거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려 하는 특징이다. 저자는 자신이 아닌 것, 즉 이물질에 대한 과도한 거부와 배제는 바로 이 책에서 서술한 인간 알레르기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물질로 파악한 대상이 '악한 것'이 아니라 과도하리만치 이물질로 인식하고 '악한 것'으로 규정하는 인간 알레르기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이 책에 제기한 알레르기라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현대인이 안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고,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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