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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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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든 게 노래>는 소설가 김중혁이 이야기하는 음악에 관한 유쾌함을 담은 에세이이다.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뮤지션과 음악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 책을 통해서 음악 뿐만 아니라 소설가로서의 김중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태풍이 몰아치면 늘 듣던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는 저자의 말처럼 음악과 계절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 책에서도 계절에 관한 음악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여 인상적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장으로 나누었다. 계절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니지만, 계절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많다. 채소에 소금을 치면 샐러드가 되듯, 날씨에 노래를 쳐야 비로소 계절이 되는 것 같다. 노래가 없었다면 우리의 계절은 훨씬 흐리멍텅했을 것이다. 봄꽃은 덜 아름다웠을 것이고, 여름은 덜 더웠을 것이며, 가을은 덜 외로웠을 것이고, 겨울은 덜 추웠을 것이다. 모든 글에 계절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노래가 품고 있는 계절을 감지해서, 네 장으로 나누었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뮤지션들의 시간을 생각한다'는 김중혁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음악을 들을때 음악인들의 노력과 땀을 이해한다면 스킵하면서 듣는 음악은 줄어들 것이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뮤지션들의 시간을 생각한다.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고, 연주를 하고, 녹음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발매를 하는 뮤지션의 시간을 생각한다. 모든 노래들은 시간을 이겨내고 우리의 귀로 전송된 음악들이다."

 

김중혁은 자신이 좋아하는 보컬은 대부분 무심한 목소리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김중혁과 비슷한 취향 때문에 이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보컬은 대부분 '무심한 목소리'다. 이게 참 설명하기 쉽지 않은데, 감정이 없다기보다는, 옳고 그런 것이나 좋고 나쁜 것에 경계를 두지 않는 목소리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감정을 애써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던져두고 멀리서 바라보는 목소리라고 해야 할까. 도무지 설명하기 힘들지만, 롤링 스톤스보다 비틀즈를 더 좋아하고, 재니스 조플린보다 니코를 더 좋아하는 것도 다 이런 취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공부하듯 음악을 듣는 바람에 얻게 된 게 있다고 한다. 그는 기타를 한 덕분에 음악을 열심히 들었고, 음악을 열심히 들었던 덕분에 소설가가 되었다. 소설가 김중혁은 기타를 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게 됐고, 음악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아하는 걸 깨닫게 됐고, 그렇게 소설을 쓰게 됐다.

 

"필사적으로 음악을 들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어쩐지 부끄럽고 웃음이 나지만, 그게 또 나였다는 걸 인정하고 싶다. 어떤 친구는 집안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를 했고, 어떤 친구는 필사적으로 여자들의 꽁무니를 쫗아다녔으며, 나 같은 녀석은 현실을 잊어버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음악을 들었다. 그건 부끄럽다기보다 애달픈 일이었다. 이제는 조금 여유 만만해졌지만, 필사적인 시절을 보내지 않았으면 이런 날이 오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는 저자인 소설가 김중혁이 이야기하는 사람과 소설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여 흥미롭다.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의 위로가 있으며 다양한 위로를 위해 여러 명의 예술가가 필요하다는 그의 말이 눈길을 끌었다.

 

"십 대의 나는 아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단정 지었지만, 사십대의 나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위로'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됐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위로할 수는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행동이 위로라고 생각한다. 위로는 죽으려는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 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을 완전히 알지는 못해도 위로할 수 있다. 나는 '위로'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위로'의 '로'는 애쓴다는 뜻이다."

 

"이야기의 본질은 어쩌면 사람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고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다 거울인 셈이다."

 

저자는 음반이나 책이나 미술 작품을 만나는 데도 운명 같은 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물에 걸린 큼지막한 고기들이 내 운명의 작품들이 되는 순간은 얼마나 짜릿할까.

 

"동시대 작품들을 부지런히 챙겨 읽고, 보고, 듣느 건 참 재미난 일이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 건져낼 수는 없다. 그래다간 허리 부러진다. 그물코를 널찍하게 만든 다음 큼지막한 것들만 챙겨야지. 그물코를 너무 촘촘하게 만들어두면 걸리는 고기들이 너무 많아서 그물이 찢어질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와 함께 무지비한 시간을 견뎌낸 책과 디브이디와 시디와 그림들의 형상을 친구들로 인해 우리는 좀 더 풍성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의 음악, 책, 영화들과 함께 나도 계속 이 무자비한 시간들을 견녀내리라.

 

"세월을 보내고 나이를 먹으며 우리가 쌓아가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몇 시간의 기억이다. 밤을 꼴딱 세우며 책을 읽었던 시간들, 처음으로 가본 콘서트장에서 10분처럼 지나가버린 두 시간, 혼자 산책하던 새벽의 한 시간. 그 시간들, 그리고 책 속, 공연장, 산책길처럼 현실에 있지만 현실에서 살짝 어긋나 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시간을 견뎌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견딘다. 시간의 속도를 더디게 만들기 위해 필름 속에다, 컴퓨터 속에다 풍경을 담는다. 우리는 소설을 쓰고 읽으며 시간을 견딘다. 소설 속에 거대한 시간을 담아 시간의 처음과 끝을 파악하려 애쓰고, 시간을 되돌리고 빨리 흐르게도 하며 시간의 민낯을 보려 애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견딘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모습과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의 속도를 화면 속에서 보며 우리의 시간을 잊는다. 그렇게 견딘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견딘다. 아니, 이 말은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을 배운다.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과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시간을 견딘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짜릿한 마법이다."

 

이 책 뒷부분에는 가을과 겨울에 어울릴 만한 노래에 관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읽어보면 유쾌하고 따뜻한 음악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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