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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책으로 가는 문>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가장 재미나고 감동적으로 읽은 세계 명작 50권을 가려 꼽아 짤막한 독후감을 덧붙여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추천한 에세이이다.

 

이 책의 1부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비매품으로 만든 소책자로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고르고 정리한 <이와나미 소년문고 50권>을 기초로 만들었다. 제2부의 '나만의 책을 만나다'는 앞서 말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마려한 인터뷰 그리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지브리의 책장>에서 아가와 사와코와 대담한 내용을 기초로 재구성한 것이다.

 

"소년문고 50권을 추천하는 글을 쓰면서 즐거웠습니다. 계기는 뭐든지 좋습니다. 이 순서대로 읽겠다는 생각도 버리면 좋겠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읽다보면 무척 재미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 테니까, 그것이 계기가 된다면 충분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마루 밑 아리에티>의 원작 <마루 밑 바로우어즈>를 읽은 것이 스물두세 살 때였다고 말한다. 그는 이 작품은 우리가 평소에 '집이 참 좁구나' 생각하며 생활하는 아주 평범한 공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루 밑 바로우어즈>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이제 어른들 아니 인간들이 마치 세계에 대해 무력한, 소인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모두가 소인이 되어버린 겁니다. 세상에 대해 무력해져서 한 푼이라도 싼 게 낫다는 둥 하찮은 문제로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시야도 정말 좁아졌습니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 논하던 거대한 주제는 지금 건강이나 연금 이야기로 바뀌어버렸습니다. <마루 밑 바로우어즈>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영국의 혹독한 시절을 배경으로 쓰였으므로, 물질적인 면을 포함해 살아가는 어려움이 생생히 담겼습니다. '이대로는 애니메이션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기대에는 다른 의미의 어려움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면 애니메이션이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한 것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러스트의 시대를 지나자 영화의 시대가 되고 텔리비전의 시대가 되고 또 다른시대가 되어 영상은 개인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니 현실에 접근하는 방식은 점점 취약해져가고 날것 그대로를 포착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는 전기가 끊기고 영상이 사라지고 정보가 막히면, 모두 불안하고 병에 걸려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렇게 까다롭고 복잡한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잔뜩은 아니여도 책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세계를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일 때, 자신의 눈으로 실물을 직시하지 않고 간단히 '뭐 사진으로 됐잖아' 해버리는 거죠. 사진도 색이나 음영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 자기 좋을 대로 만들어냅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자신의 눈이 어떻게 느끼는지 멈춰서 바라보지 않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책 한권을 만나는 일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자신이 그 책의 세계 안으로 들어갈 정도까지의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에는 효과 같은 게 없습니다. '이제야 되돌아보니 효과가 있었구나' 하고 알 뿐입니다. 그때 그 책이 자신에게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었음을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입니다. 효과를 보려고 책을 건넨다는 발상은 그만두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닙니다. 책만 읽는 아이는 일종의 외로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놀면 바빠서 그럴 겨를이 없으니까요.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는 말은 생각하지 말기로 합니다. 책을 읽는다고 훌륭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독서라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어렸을때 '역시 이것'이라 할 만큼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한 권을 만나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번에 고른 소년문고 가운에 카렐 폴라체크의 <우리는 개구쟁이 5인방>이라는 작품을 소개한다. 이 작품은 '다시 해볼 수 있는 이야기'라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생각하는 어린이문학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어 어떤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대'의 바람이란 상쾌한 바람이 아닙니다. 무섭고 요란하게 지나가는 바람입니다. 죽음을 안고 독을 품은 바람입니다. 인생을 뿌리째 뽑으려는 바람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린이 문학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다'하고 인간 존재에 대해 엄격하고 비판적인 문학과는 달리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살아도 된다'라는 응원을 아이들에게 보내려는 마음이 어린이문학이 생겨난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글귀가 인상적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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