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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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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작가이자 화가이고 한때 포도농사로 생계를 꾸렸을 만큼 솜씨 좋은 원예가인 헤세가 31~77세 사이에 자연에 대해 쓴 글을 모은 것이다. 대문호 헤세는 일생 동안 그리고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꼭 정원을 만들고 가꾸었는데, 그 일은 혼란과 고통에 찬 시대에 영혼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헤세는 정원에서는 모든 생명의 짧은 순환이 다른 어디에서보다도 더욱 빠르고 명확하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땅 위의 모든 창조물 가운데 유독 인간들만이 사물들의 순환으로부터 어딘지 제외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헤세의 말을 통해서 자연을 닮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는 내 작은 정원에 봄이 온 것을 기뻐하면서 콩과 샐러드, 레세다, 겨자 따위의 씨앗을 뿌린다. 그리고 앞서 죽어간 식물들의 잔해를 거름으로 준다. 그러면서 그 죽어간 것들을 돌이켜 생각하고, 앞으로 피어날 식물들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본다. 다른 모든 이들처럼 나도 이 질서정연한 자연의 순환을 자명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씨앗을 뿌리고 수확을 하는 이따금의 순간, 내 마음 속에는 땅 위의 모든 창조물 가운데 유독 인간들만이 이와 같은 사물들의 순환으로부터 어딘지 제외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물들의 덧없음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을 위해서 개인적이고 개성적인 특별한 무언가를 갖고 싶어하는 욕구가 너무도 기이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헤세는 자연을 접하는 기쁨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헤세는 고개를 들어서 어디서나 한 그루의 나무 또는 적어도 한 줌의 멋진 하늘을 보고 어떤 식으로든 하늘의 햇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헤세는 '그대들의 눈은 서서히 힘들이지 않고도 수많은 작은 유혹들을 알아채서 중재해주고, 자연을, 거리를 관찰하고, 작은 생명이 꿈틀거리는 무수한 재미있는 모습들을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자연을 바라보기 시작한 사람은 거리를 걸어가면서도 단 1분도 허비하지 않고 소중한 것들을 바라볼 수 있다.

 

"'작은 기쁨'을 누리는 능력은 절제하는 습관에서 나온다. 이런 능력은 원래 누구나 타고났으나 현대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왜곡되어 잃어버린 채 산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얼마간의 유쾌함, 사랑, 그리고 서정성 같은 것들이다. 이런 작은 기쁨은 이른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으로, 눈에 띄지도 않고 일상생활 속에 흔하게 흩어져 있어서 일에만 열중하는 수많은 사람의 둔한 감성으로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것들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찬사를 받지도 못하며, 돈도 들지 않는다."

 

헤세는 기술을 믿지 않고 진보의 이념이라는 것도 믿지 않고 그 무슨 '지도적인 이념'이라는 것도 믿지 않았다. 반면에 헤세는 '자연'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무한한 경외심을 갖았다.

 

"우리는 세계의 역사가, 다시 말해 우리 시대의 역사가 비대한 국가들의 모습을 띠고, 무의미한 자원 전쟁을 벌이고, 무수한 동식물을 멸종시키고, 도시와 시골의 아름다움과 쾌적함을 사라지게 하고, 또한 공장들이 악췰르 풍기고 물을 오염시키고, 그뿐만 아니라 언어와 가치, 사고 체계와 신앙의 체계가 병들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조용히 빠르게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붕괴의 맞은편에서는 기술적인 지능과 성과가 눈부시게 높은 발전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기계화된 현존재의 원심력에서 벗어나 우주로 쏘아 올려질 수 있으리라는 것은 사색가들보다 오히려 대중들에게 더 위안이 되고 있는 듯하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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