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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 윌리엄 밀버그 지음, 홍기빈 옮김 / 미지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새해들어 이책 저책 읽다가 손에 든 책이 로버트 하일브러너의 [자본주의, 어디서와서 어디로 가는가]다. 책의 두께가 만만하지 않았지만, 지루한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게 되었다. 경제학 서적이지만, 세계경제사를 두루 다루면서, 저자의 뛰어난 글솜씨때문에 어려움없이 보게 된 것 같다.
구제역 파동으로 신년벽두부터 나라안이 시끌벅적하다. 그러면서도 주가는 연일 지칠줄모르고 상승국면을 타고있다. 돈있으면 주식이나 사 둘걸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돈있는 사람들의 만찬처럼 보인다.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전세집이 없어 월세라도 올려줘야 쫒겨나가지 않을 형편이다.
한 세기만에 자본주의를 접하고 고속성장을 거둔 우리나라지만, 여기저기 자본주의의 폐해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신자유주의니, 보수와 진보 대결이니, 다 좋지만,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걱정없이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하다. 어떠한 이념보다 현실적으로 국민들에게 가장 행복을 줄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이제 세계는 싫든 좋든 자본주의가 대세가 되어버렸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밖에 나가 돈을 벌어야 가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러까지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통, 명령, 시장을 들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어느 사회나 이 세가지 모두가 존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고대에는 재화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과정이 전통, 관습, 명령에 많이 더 의존하고 있고, 중세역시 봉건제나 장원등 관습과 명령에 규제되어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시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 사는 구성원들은 돈벌이를 하찮게 여기고 정태적 생활에 안주하고 있어,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시장이 들어서고 본격적으로 변화가 일어났던 요인은 유랑상인이 등장하고, 십자군 원정으로 새로운 화폐지향적인 민족을 만나고, 정신적 철학적으로 칼뱅주의 덕분에 내부적으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시장경제가 가장 먼저 일어났던 이유도 울타리치기 운동으로 기존의 소작농이 일자리를 잃고, 도시로 유입되면서 자신의 노동력을 파는 임금계약이 생성되었다고 한다.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이렇게 경제사를 역사적흐름에 따라 자본주의 생성과정을 다루고 있다. 비록 자본주의의 태동이 유럽에서 시작되었지만, 신대륙발견으로 미국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다. 짧은 시간내에 정치적 통일을 이루었고 자원이 풍부하고 단일 거대시장을 독자적으로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은 계급의식과 봉건제의 뿌리가 남아 경제적 발전에 제약을 있었고, 이념과 종교간 갈등으로 두차례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
저자는 미국이 1944년 브레텐우즈회의를 통해 유럽을 지원한다는 목적하에 달러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여러 세계경제기구를 미국중심으로 이끌면서 자본주의 황금시대를 만든다고 하고 있다. 이후 베트남전쟁과 스태그 플레이션으로 인해 자본주의는 새로운 어려움을 맞게된다. 지금껏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시장만능주의에 안주했던 미국경제는 크게 휘청거린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미국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만다.
[자본주의, 어디서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단순히 자본주의의 발전과정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운영될 수 있는지도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알게 해주고, 단순히 자본주의가 정해진 틀로 이루어진 이념적 도구가 아닌, 각 나라의 고유한 역사, 관습, 문화에 따라 자본주의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게 된다. 이 책과 [죽은 경제학자들의 만찬]을 같이 읽어보면서 참조해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