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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우선한다 - 사회민주주의와 20세기 유럽의 형성
셰리 버먼 지음, 김유진 옮김 / 후마니타스 / 2010년 12월
평점 :
사회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것은 헌법학 교과서였다. 지금도 헌법학 교과서를 보면 사회민주주의를 민주주의의 한 예로, 수정적 또는 부수적으로 치부해버린다. 사회민주주의가 20세기 들어 중요성이 부각되어 발전된 개념으로 이해하고, 복지국가에서 자유보다 평등을,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가 비대하게 발전하다보니, 더구나 요즘처럼 신자유주의라고 세계화가 떠들어 대는 사회에서는 더욱 관심되는 개념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셰리 버먼 교수의 [정치가 우선한다]라는 책은 '사회민주주의'를 새롭게 조명한다. 역사적 배경부터 착실히 짚어나간다. 19세기 후반의 독일의 민주적 수정주의다. 베른슈타인의 이론은 정치적 우선성과 공통체주의다. 1차대전과 대공황의 경제적 시련을 혹독하게 겪으면서 좌파의 계급성도 우파의 경제적 우월성에서 한계를 느낀다. 그동한 고전적 자유주의를 숭배한 인간에게는 가혹하리만큼 참혹하게 다가온다. 이에 대해 좌파의 마르크스주의 역시 경제의 우월성으로 종국에는 자본주의는 멸망한다고 예언한다. 그리고 투쟁하라고 선동한다.
그러나 현실은 자본주의라는 생물체는 살아남는다. 케인즈주의라는 적극적 개입정책으로 개인의 이기심과 시장에만 맡겨던 경제를 국가가 개입하고 통제하게 된다. 지금도 자본주의는 건재하다. 오히려 자본주의는 내생력을 갖춰 세계화를 빌미로 더욱 확장했고 소련및 동구권은 경제적 파탄으로 역사속에서 사라져갔다. 그렇다고 개인의 생활은 나아졌을까, 오히려 빈부의 차는 심해지고, 최근에는 금융 대공황까지 언급된다. 자본의 유동화와 국제화로 미국의 금융위기는 세계로 확산된다. 경제성장과 개인과 사회가 안정화되고 행복한 삶은 불가능것일까. 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셔먼의 사회민주주의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지금껏 경제의 우월성에 의해 좌우되었던 이데올로기에 대해 사회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다. 셔먼의 주장대로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가장 가혹한 영향들로부터 사회을 보호하고, 사회의 취약 구성원들의 행복 증진을 위해 민주주의를 수단과 목적으로 이용한다. 시장의 영향력을 사회적 정치적 삶에 맞게 최대한 제한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효율성과 시장에 의존하는 '제3의 길'과 다른 점이다. 또한 이는 정치의 우선성을 두지만, 파시즘, 민족사회주의와도 차이를 둔다. 독재적 국가를 이용해 시장을 통제하거나, 민족의 이익강화에만 민주주의를 멀리하기 때문이다.
고전적 자유주의는 그동안 민주주의가 오히려 자유주의를 침해할 우려를 표명했고, 파시스트나 민족적 사회주의도 민주주의가 민족적 연대를 반대할 것이라고 멀리했다. 좌파는 자본주의를 부정만 했을 뿐 적극적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렇듯 사회민주주의는 단순히 좌, 우파의 이분법적으로는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경제적 관심보다 정치적 믿음속에서 보다 큰 그림으로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적 안정을 추구해간다. 여기에서 세계화는 진보적 세계화로 보다 포괄적인 가치와 책임을 공유함을 전제로 한다.
우리가 배운 교과서나 통념적인 사회민주주의는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등 온갖 개념들의 혼동속에서 잘못 이해되어왔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좌, 우파대립이나 진보, 보수 논란등은 이념적인 대립만 키워왔다. 어떠한 전제도 없고 논쟁만 일삼아왔던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국회도 국회의원도 정부도 믿지 못한다. 돈과 경제에만 매달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활은 나아지는 것은 없다. 한발 앞서가는 정치, 경제적 빈곤의 차가 없고 국민들 모두 안정적 생활이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와 정치에 대한 관계를 놓고,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은 흥미로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