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좋은 이별 후에 온다 - 더 나은 나를 위한 이별 심리학
선안남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지금 난, 이별(?)중임으로...

 

이별의 순간을 조금 더 유예시킬 수는 있어도 이별을 피할 수는 없다.

단지 사람과의 이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정들었던 장소(직장)나 환경, 물건 혹은 애완동물 등과도 언젠가는 이별의 순간이 오고야 만다.

상담심리사인 저자는 이처럼 피할 수 없는 이별일지라도 우리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서 상처를 줄일 수도 있고 오히려 더 한층 성숙해질 수 있다고 속삭인다. 

 

그녀의 속삭임은 메마른 대지를 촉촉히 적시는 빗물처럼 가슴 깊이 스며든다.

 

이별은 우리가 아이일 때 품었던 원초적이면서도 맹목적인 아픔을 건드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를 어른스럽게 만들어 준 모든 사고의 진화와 통제력을 이별 앞에서는 잃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아이로 퇴행한다. 퇴행이란 '미성숙하고 아이 같다고 생각되는 마음으로 돌아가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나의 퇴행은 물론 타인의 퇴행도 가만히 지켜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별은 크나큰 사건이니 이별 앞에서는 나 자신에게든, 다른 사람에게든 조금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p23

 

 

'그래, 조금은 관대해질 필요가 있어.'

 

그렇지만 전문가인 그녀 역시 몇 번의 이별을 겪으면서, 이별은 아무리 여러번 겪는다하더라도 익숙해지지도 아픔이 줄어들지도 않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모든 이별은 '처음'일 수밖에 없기에 한 번 해봤다고해서 이별이 쉬워지지 않으며, 이전의 이별이 그 다음 이별의 '예행연습'이 될 수도 없고 모든 이별은 그저 '실전'일 뿐이다. -p30

 

♡ 과거에 이별을 경험했다고 해서 현재의 이별 익숙해지거나 그 아픔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깨달은 첫번째 통찰이다.

이별은 아무리 반복 연습을 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라는 거... 그리고 애착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이별의 상처도 커지며 애도의 기간 또한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

 

애도는 모든 의미있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다. 애도란, 있었다가 사라진 것, 머물렀다가 떠나간 것, 가졌다가 잃어버린 것, 알았다가 잊어버린 것, 품었다가 밀쳐 낸 것, 살았다가 죽어 버린 것 등 세상의 모든 변화에 대한 아쉬움, 상실감, 그리움을 의미한다. -p246

 

마음껏 울고 충분히 아파하는 애도의 기간이 끝나면, 다시 밥도 먹고 웃기도 하고 또 다른 만남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마음 속 이별의 대상이 영원히 지워지는 건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다.

 

 

♡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스토킹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별 후의 흔적은 처음엔 피가 철철 나는 상처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잊고 싶은 아픈 기억이지만, 여기서 또 다시 시간이 흐르면 아련한 추억이 된다. 사랑을 포함한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굳이 지워버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세월에 흐릿해지다가 결국엔 망각(?) 속으로 빠져 나간다. 그러나 지구가 하루에 한번씩 회전하여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듯... 잊혀졌던 망각은 어느날 불쑥 떠오른다. 

 

추억이란 실제 일어났던 혹은 겪었던 사실에 개인의 감정과 해석이 뒤섞여 마음 속 깊숙히 가라앉은 '어떤 것'이다. 그러므로 기억과 추억은 엄연히 다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별은 우리에게 아픔과 상처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추억과 행복을 전해주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님은 갔지만 님을 떠나보내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여유로워질 수 있다. 만약 '이별'이라는 게 없었다면, 이 세상 모든 예술작품은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한때는 내 눈앞에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사람들은 모두 어디엔가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몫을 다하며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와 이별했다고 해도 우리들 마음속에는 그대로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리울 때마다 사람들은 눈을 감는 것인지도 모른다. -p71

 

♡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말없이 떠난 이별만큼 당사자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일도 없다

 

과거의 이별은 현재의 만남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관계가 어떠했는지, 특히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끝이 났는지에 따라 우리는 다음 관계를 잘 해 나갈 수도, 못 해 나갈 수도 있다. 잘 이별해야 잘 만날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와 이별을 할 때, 그 이별의 방식이 상대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이별이 이토록 중요함에도 사람들은 이별 앞에서 쉽게 비겁해지고 염치없어지고 유치해진다.

 

이별이 끝을 의미하고 또 이별을 하고 나면 잘못을 만회하거나 설명하거나 번복할 기회를 다시 얻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별은 만남보다 더 강도 높은 예의를 갖춰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든 이별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게 되는 아픈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남보다 더 신중하게 이별의 방식을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다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기습적으로 쪽지만 달랑 남겨 놓고 도망치는 것은 남겨질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러면 상대방 역시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됨으로써 제대로 이별하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별 앞에서 작아지고 마음 약해진 탓에 예의를 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이별 앞에서 비겁하고 무례하며 성급하게 등을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이별 방식으로 자존심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상처 받은 사람들이 많다.

 

이별앞에서 버겁해지고 예의를 차리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고 이를 이야기할 내면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면의 힘이 약한 사람은 '진지함과 솔직함'이 필요한 순간에 도망치거나 변명하기 바쁘다.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거나 불편한 진실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그 결과를 감수할 만큼의 결단과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p93~95

 

'이별의 방식이야말로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이 문장 앞에서 오랫동안 서성였다.

 

그동안 나의 뒷모습은 어떠했을까...? 

상대방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겨졌을까...? 아니면, 떠올리고 싶지도 않을만큼 안 좋았을까...? 

 

사랑하면 누구나 아이처럼 유치해지지만, 이별 앞에서 만큼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 또 공감한다.

 

 

♡  만남이 아닌 이별에 이르러서야 한 사람의 본질과 그 만남(관계)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

 

결단력과 용기는 이별을 고하는 예의 바른 어른들 뿐 아니라 사랑을 원하는 모든 어른들이 갖춰야할 마음의 덕목이다. (...) 물론 마음을 다시 열어도 또 상처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는 결단과 용기는 원하는 관계와 만남(사랑)을 얻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우리는 이렇게 상처를 딛고 서는 경험을 통해 이별하고도,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이별을 해도 괜찮다고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누군가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며 '함께'를 약속할 수 있다. 그 약속은 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에게 어른이 되어 준다면 그 약속은 지켜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 -p99~100

 

사랑을 얻기 위해서만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사랑에 이별을 고할 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예의 바른 어른으로서 예의 바른 뒷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말이다.

만남이 아닌 이별의 시점에 이르러서야 한 사람의 본질과 그 만남(관계)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  이별은 발 밑에, 사랑은 심장 위에

 

 

이처럼 이별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이별을 참 쉽게도 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어지럼증이 몰려왔다.   

 

재미있는 것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외면한 채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관계에서는 명백한 권력자이자 상처의 가해자이며 잔인한 폭군과 같았던 인물도 다른 관계에서는 맥없이 가슴을 짓밟히는 고통을 감내하고, 그러면서도 상대를 원하고, 그럼으로써 무기력한 피해자가 된다. 권력을 덜 가졌거나 혹은 권력을 전혀 갖지 못한, 이미 피해자이거나 앞으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랑의 포로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관계에 있어서는 항상 권력자가 되는 일도 항상 포로가 되는 일도 불가능하다. -p133

 

'관계는 곧 권력이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관계에는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는 뜻이다. 더 먼저 더 많이 더 오래 마음을 준 사람이 언제나 더 아플 수밖에 없는 게 사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얼마나 불공평한 이치란 말인가. 그래서 차라리 사랑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굳이 분류하자면 나 역시 이런 부류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잃어버리는 아픔과 고통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애초부터 관계에 많은 기대를 걸지 않고 스스로를 단독 행동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해 온 사람이 있다. 또 한편에는 관계가 끝나기도 전에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워 여러 관계에 발을 디디고 서 있거나, 하나의 관계가 끝나면 충분히 애도할 시간도 가지지 않은 채 허겁지겁 다른 관계에 발을 내딛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별이 두려워 혼자임을 택하는 것도, 이별이 올까 봐 서둘러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것도 결국에 마음에 상처가 된다. -p247

 

 

인생은 '그래서'로 이어지는 인과적 관계가 분명한 과학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이어지는 윤리적 관계 즉, 철학이라고 한다.

우리의 삶에서 이별이 아무리 아픈 상처를 수반한다 하더라도 만남과 사랑을 피할 수 없다면, 정답은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할 것!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하자

 

사랑한 만큼 아프겠지만 또 아픈 만큼 굳건해진다.

상실을 두려워한다면 다시 사랑할 수 없다. 여전히 아프고 아직도 아프지만 언제나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해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있는 동안 만남에 충실했듯, 이별 후에는 충분히 애도함으로써 상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p253

 

 

책으로부터 많은 위안과 위로를 받곤 했지만, 이번만큼 도움이 되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사람과의 인연처럼 책 역시 인연, 즉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잊기로 했고 잊었다고 생각했으나,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별 것 아니지만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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