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당신들의 나라 -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저자의 책 <긍정의 배신>이 가져다 준 충격의 여파가 아직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충격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부가 상향 재분배 되는 나라 미국,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직설적인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미국은 더 이상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델이 될 수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지금이야말로 정치인과 자본가의 영악함과 권모술수 그리고 말바꾸기에 언제까지 속아 넘어가기만 할 것인지 자문해야 할 때라고 호소하고 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월가 점령 시위의 도화선과도 같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노동의 배신>의 저자이다. 그녀는 빈곤의 악순환(혹은 워킹 푸어 현상)을 증명해내기 위해 무려 2년 동안이나 직접 비정규직 일자리를 체험하였으며 그 경험담을 책으로 엮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혹시...?' '에이, 설마 아니겠지....'

의혹을 부인해 버리면 마음은 편해질지 모르겠지만 몸은 피곤해진다.

단순히 몸만 피곤하면 괜찮을 텐데 아예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초상류층으로의 부의 쏠림 현상은 생산과 소비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중산층의 붕괴를 불러왔다.

사무직이건 생산직이건 해고의 위협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재화-부자들이 다 빼먹고 남은-를 놓고 죽을 둥 살 둥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 협력해야 할 사람들이 서로 대립하고 개개인으로 분열되어 고립되는 것이다. 

 

연이어 밀려온 아웃소싱과 대량 해고의 물결에 떠밀린 중산층은 날로 상승하는 의료비, 연료비, 대학 등록금을 대기 위해 버둥거렸다. 이미 탈산업화에 희생된 전통적인 노동자 계층은 저임금 서비스 직종으로 내몰려 안전모를 벗고 대걸레를 손에 쥐었다. 빚을 갚기 위해 고금리 재대출 담보로 잡힌 집은 성인이 되어서도 독립하지 못한 자녀와 손자들로 북적거렸다. 일터에서는 작업 효율만 강조되고 임금은 오히려 떨어졌다. 의료보험료가 주택 대출금이나 집세보다 더 높아지자 보험을 포기하고 진통제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오! 당신들의 나라> 머리말 中-

 

 

저자는 미국처럼 규제가 거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노동자는 더 가난해지며 중산층은 몰락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헨리 포드 같은 100여 전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야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들을 살 수 있고 그래야지만이 회사가 더 많은 이윤을 챙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처럼 아이러니컬하게도 노동자의 고용보장과 임금인상은 기업가의 이윤추구의 결과로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은 어떠한가.

무엇보다도 공장에서 물건을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판매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이윤을 거둘 수 없는 구조로 바뀌었다.

현 재 세계 최고의 부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놀이로 거액의 연봉과 스톡옵션 그리고 배당수익을 거둔 자들이다. 그런데 금융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으므로 즉 사회 재화의 총량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누군가가 돈을 벌었다는 건 그만큼 누군가는 돈을 잃었다는 의미다. 바로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

 

공장을 떠난 자본가들은 고용 비용을 줄이고 시장을 장악함-여기에는 노동시장까지 포함됨-으로써 돈을 벌어야 한다.

이처럼 노동자를 쥐어짜면 창의성과 그것의 부산물인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그렇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발전과 인류의 진보는 창의성과 혁신을 밑거름으로 한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절대 다수인 노동자의 '인건비 삭감'을 통한 기업 운영은 지속될 수 없다.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청년 고용을 늘리기 위해 해고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지금 생각해 보면 터무니 없는 억지논리에 우리는 왜 좀 더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월가로 행진하라고 주장했듯 우리 역시 뭔가 행동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사람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외쳐되는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를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이민자의 저렴한 노동력으로 먹고 사는 그곳은 더 이상 우리의 목적지가 될 수 없다.

의료와 교육 등 공공분야에 대한 책임을 민간에게 떠넘기는 정부가 다스리는 그곳이 우리의 롤모델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설득과 협박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더 잘 사는 그런 그곳을 향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행동을 멈춰야 할 때이다.

우리는 이제 벼랑 끝에 서 있다.

 

단비뉴스 취재진의 현장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벼랑에 서 있는 사람들> 역시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용기 있는 도전에 얼마간의 '빚'을 지고 있디. 여러명의 그것도 젊은 예비 기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취재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절감했는데, 환갑을 훌쩍 넘긴 저자는 홀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저자의 열정과 용기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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