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의 철학 - 열정의 서른에서 결실의 마흔으로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박혜령 옮김 / 토네이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열정의 서른에서 결실의 마흔으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불혹'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평소 내 생각과 엇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공자가 살던 시절에는 사람이 나이 마흔에 이르면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이 없다고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요즘도 과연 그럴까? 평균 수명이 늘어난 오늘날 마흔은 안타깝게도 '불혹'이 아닌 '유혹'의 시기에 더 가깝다. 세상을 어느 정도 알고 적당한 사회적 지위과 경제를 부를 갖춘 40대는 남여를 불문하고 멋있다. 그래서 그만큼 유혹도 많고 마음도 흔들리기 쉽다. 

그러므로 '불혹'이란 더이상 '흔들림이 없는 것'이 아닌 오히려 정반대로 흔들리기 쉬운 '유혹'으로 읽힌다.


기와키타 요시노리가 꼽는 마흔살의 철학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로 요약할 수 있다. 마흔에 접어들면, 이젠 쉬고 싶고 습관적으로 은퇴 이후를 기웃거리게 되는데 이러면 안 된다. 그럴듯한 노년을 꿈꾼다면 스스로에 대한 책직질을 더더욱 늦추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40대의 노력은 2,30대의 노력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 2,30대의 노력이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인 혜택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40대의 노력은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여야 한다.


돈만 보며 달려가는 인생은 돈만 있는 인생일 뿐이다. 아니 오히려 돈조차 붙들지 못한 채 빈손으로 원망 가득찬 가슴만을 두들길 뿐이다. 돈은 마치 그림자와 같아서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잡히지 않는다. 따라갈수록 그만큼 더 멀리 도망치고 만다. 그래서 돈이 절실하면 할수록 돈을 쫒지 말아야 한다.


중국말에 "女人为钱而变坏,男人有钱而变坏"라는 말이 있다. 의미인즉, 여자는 돈을 위해 나쁘게 변하고 남자는 돈이 생기면 나쁘게 변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사람은 돈에 약하고 또 돈 때문에 변한다.

변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부자가 되면 당연히 빈자 때와는 달라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빈자가 부자가 될 수도 없거니와 설령 운이 좋아 부자가 되었다 한들 빈자의 마인드에 머물러 있다면 금방 빈자로 되돌아오고 말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변하되 어떻게 변하는냐하는 것이다. 좋게 변하면 좋은데 나쁘게 변하기가 쉽다. 주위를 둘러봐도 돈 없던 사람이 정당한 방법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돈을 갖게 되면 열에 아홉은 변하기 마련이고 또 대부분은 나쁜 쪽으로 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마흔에 접어 들면 조급해할 것이 아니라 담백하고 단순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과감히 도전도 해보고,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 더욱 매진해서 일가견을 이루도록 힘써야 한다. 즉,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생리적욕구-안전의 욕구-사회적 욕구-존경의 욕구-자아실현의 욕구) 중, 최고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바로 사십대인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즐겁고...즐거우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주 하게 되니...더욱 더 잘 하게 되고... 이러다 보면, 명예도 얻고 돈도 얻게 되는 것이다. 설령, 돈도 명예도 얻지 못했다 해도 아쉬울 하나 없다. 그만큼 자신만의 삶을 살았기에 삶에 대해 만족하고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추구했기에 자존감 또한 크기 때문이다. 

 

무릇, 나이들수록 멋있어지는 사람은 자존감이 큰 사람이다. 이런 자존감은 젊은 시절의 오기나 패기와는 분명 다르다. 오기나 패기는 사람을 역동적으로 만들긴 하지만 때론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중년에 이르러서도 오기나 패기로 가득한 사람들은 주변사람들에게는 그저 피하고 싶은 골치덩이일 뿐이다. 청년의 열정이 폭발적인 에너지와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구현된다면 중년의 열정은 은근과 끈기 그리고 연륜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채우려면 우선 버려야하다.

버리지도 못하면서 채우려고만 한다면 줄줄 흘려 넘친 술잔처럼 품위가 없다. 자기 스스로에겐 엄격하되, 주변과 공동체에 대해서는 너그러워야 한다. 종종 나이 들어서 보이는 '노욕(老慾)'은 역겹다 못해 사람을 서글프게 만든다. '노욕(老慾)'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것도 아니다. 지하철에서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도 노욕이요, 노인석 비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반석에 앉아 젊은이들 서있게 만드는 것도 바로 노욕이다. 자식 며느리에게 연락 자주 안한다고 불호령을 내는 것도 노욕이요, 주말마다 불러내는 것도 노욕이라면 노욕일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나이 들어가면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돈욕심'과 더불어 '돈자랑'이다. 

 

기와기타 요시노리의 <마흔살의 철학>은 마흔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삼십대를 위한 책이 아닐까 싶다. 삼십대 중반부터 다가올 '마흔'에 대비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나태해지지 않도록 또한 정서적으로 공허해지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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