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다 생각하지는 말아요, 우리 시간 속에 남은 순간을 믿어요."
커널형 이어폰을 통해 담백하고 꾸미지 않은 목소리가 나긋히 내 귀에 울려퍼진다. 이미 수백 번이고 들어온 노래가사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들어올 가사일 것이다.
영원, 생각해보면 영원이란 것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굉장히 뚜렷하고 구체적인 개념인 것 같다. 끝 없는 지속, 그 것이 영원인 것이다.
우리는 꽤나 많은 것을 영원히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영원히 지속하고 싶다는 그 마음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이 쯤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겠다. 당신은 영원이 존재하다고 생각하는가? 내 생각을 말해보자면 당연히 '아니다' 일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대의 끝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다음 세대의 끝도 존재할 것이며 세대의 지속의 끝도 존재할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세계의 끝도 존재할 것이다.
영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영원을 이어가기 위한 동력, 즉 에너지 아닐까. 영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한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영원과 무한은 꽤나 유사하므로 대충 같은 개념이라고 치면 영원하기 위해선 영원이 필요하다, 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꽤나 아이러니한 말이 아닐 수가 없다.
영원만큼 속 편한 말은 없을 것이다.
서로를 만나 서로에게 영원을 약속하고, 그 약속은 처음부터 없었던 듯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에는 끝이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끝 다음에는 시작, 시작 다음에는 끝,
그리고 다시 시작이 있을 것이다.
그런 무한루프가 있기에, 영원을 믿는 사람도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