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친구 집에서 별을 봤다. 
작은 대포만한 망원경으로 보는 점만한 토성을 봤을 때 느끼는 쾌감과 놀라움이란. 
친구한테 별보자고 자주 졸라야겠다.

커피를 마셨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놓고 여러 변수로 추출해보고 있는데 프로파일링이 
그때마다 달라서 샷마다 기록을 해야겠다. 아 나도 머신 사고 싶다.
모카포트를 샀더니 프레소가 끌리고, 프레소를 샀더니 머신이 사고 싶다. 지금은 이거에 만족해야겠다.

그리고 그녀.
오늘도 그녀가 생각이 난다. 뭐 지난 4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이 안난 적이 없지만 요새 더 그렇다.
작년 이맘때쯤에 그녀를 보며 들었던 에피톤 프로젝트의 봄의 멜로디를 반복해서 들었다.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혼자 청승떨었다.
에효, 너무 감정 기복이 심하다. 그녀와 행복했던 때를 떠올리며 헤벌레하다
지금 현실을 보며 침울해 하고 뭐 그렇다.
처음 그녀를 좋아했을 때 일주일 간 그녀가 생각날 때 마다 '내가 미쳤나? 빨리 잊자'라고 생각했고
일년 째가 되었을 때는 '내년에는 잊자, 내년.'
그리고 지금. 이제는 그리움도, 설렘도 너무 익숙한 감각이 되었다.
아니, 설렘은 빼자. 내가 그녀를 보고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끼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녀가 가까운 곳에 살았더라면 잊을 자신이 있는데,
그녀를 자주 보지 못하니 오래된 기억 속의 그녀를 재조합하고 재조합하고 또 재조합한 느낌이다.
마치 너무도 오래되어 깨어진 유리 조각을 모아 다시 붙이고, 또 오랜 시간이 흘러 또 다시 깨지고, 
다시 붙이고
이젠 유리를 붙일 접착제도 다 떨어진 것 같은데,
너무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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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5-2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에피톤 프로젝트를 들었던 것 같은데 토라자님도 들었군요.
지금도 레쓰비를 마시고 있네요. 언젠가 제게 양질의 커피를 대접할 생각은 없나요.

토라자 2012-05-27 23:32   좋아요 0 | URL
콤 투 마 하우스. 저희 집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