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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앤 위트포드 폴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17년 3월
평점 :
창작을 지도하는 책들을 몇 권 읽었다. 이런 책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글을 쓰고 싶은 영혼을 자극하고 기쁨으로 춤추게 만드는 류.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와 어슐러 르귄의 <글쓰기의 항해술> 같은 책들이 내게는 그랬다. 그리고 다른 편에, 지극히 실용적인 글쓰기 지도서들이 있다. 낸시 크레스가 쓴 <소설쓰기의 모든 것>이 이런 류의 책이고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도 또한 그렇다. (이 두 성격을 다 취한 책이 하나 있는데, 나탈리 골드버그의 <뻐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나로 하여금 당장 글을 쓰고 싶게 만들었던 동시에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해야 할지도 알려줬다. 하지만 이런 흥분이 얼마나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진정으로 정말로 중요한 문제겠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책 글을 쓸 때의 핵심적 사항들을 깔끔하게 추려내서 설명한다. 우선, 기본요소들(시점과 화자, 표현, 시공간, 인물)에 대한 설명, 그런 뒤에 글의 뼈대인 구조(혹은 플롯), 그리고 뼈대에 부드러운 살을 입히는 문장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끝으로 마무리. 여기서 마무리라고 함은 이야기의 결론이 아니라 그림책만의 독특한 마무리 작업을 말하는데, 저자는 그림책 글을 완성한 뒤에는 반드시 가제본을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 (마무리 작업에는 제목짓기도 들어가는데, 제목은 무릇 모든 글의 화룡정점이 아닐까 싶다.) 한데, 마지막으로, 진짜 마지막이 더 있다. 완성된 원고가 책이 되어 나오기까지 거쳐야하는 냉혹한 현실... 내 글의 객관적 수준을 알기 위해서는 원고를 읽어줄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그들의 평가를 쓴 약 삼키듯 꿀떡 삼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림책 시장의 수요와 공급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저런 비지니스적 측면들을 마지막 장에서 다룬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는 마음에 드는 것과 아쉬운 점이 하나씩 있다.
마음에 드는 것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당장 내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과제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2장의 그림책 쓰기의 기본요소에 관해 읽은 뒤에 내가 할일: 1. 내 원고의 도입부를 여러 시점에서 써보기; 2. 이중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이 시점으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써보기; 3. 새로운 그림책을 한 권 읽기.
아쉬운 점은, 그림책 지도서도 그림책처럼 아름다울 수 없을까 하는 것. 표지를 보며 나는 거듭 안타까울 뿐이다. 조금만 더 개성있게, 조금만 더 세련되게 꾸밀 수는 없었을까. 그래서 표지만으로도 날 설레게 해줄 수는 없었을까. 하지만 이건 지극히 내 개인적 취향이니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분들이 아마도 훨씬 많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