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의 향기
강옥구 지음 / 강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그 고움만 보았네>

 

산보하다

한 송이 들꽃을

보았네.

 

이름을 모르기에

그 고움만

보았네.

 

시인 자신이 가장 사랑한 시이며, 어느 책에서 인용된 것을 보고 감탄하며 거듭 읽었던 시, 그 고움만 보았네를 쓴 강옥구 시인의 책, 무위의 향기.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니 어느 사이 내 마음이 깨끗해져 있었다. 복잡한 잡념에 속수무책, 무책임하게 내내 자신을 내버려두고 있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언뜻 본 것만 같다. 시인의 정갈하고 고운 인품이 그대로 배어있는 글의 향기가 나를 감화시켜 침묵하게 한다.

 

시인의 이 글들을 너무 종교적이라 싫어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인의 구도적인 삶은 사실, 제사상에 엎드려 부모님을 생각하고, 대 자연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잃고 생각을 잃고, 어렵고 큰 일을 무사히 마친 뒤 어딘가에 감사하고 싶을 때의 바로 그 마음과 결국 통하지 않을까.

 

초보 운전자로서 주말마다 고속도로를 달려야 했을 때가 있었다.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 서너 시간을 달려 무사히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왔을 때, 낯익은 편안한 작은 도로로 접어들며 나는 반사적으로 기도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신자도 아니었건만. 내가 주말에 몇 초 동안 감사하던 그 마음을 시인은 더 오래, 더 진지하게,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 같다.

 

시인이 노래한 '그분'은 누구나의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있는 귀한 것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분의 서늘한 옆모습>

 

오늘

미어 숲에서

잠시 훔쳐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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