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무
호시노 미치오 지음, 김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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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으면 살을 베어낼 듯 차가운 알래스카의 바람이 느껴지는 듯 하다. 호시노 미치오의 글 하나하나가 진짜(!) 이야기로 다가오는 까닭은 그의 글이 삶 그 자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지어낸 바람이나 이상이 아니라 그의 두 발이 단단히 디디고 선 그 땅에서 나온 글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앞서 <바람 같은 이야기>와 <노던 라이츠>를 읽었다. 그의 글들을 읽으면, 일관되게 그가 잡고 있는 주제가 보인다. 자연, 생명, 그리고 사람.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연의 냉혹함과 위대함, 생명의 눈물겨움, 그리고 사람의 연약함과 따뜻함.

 

그는 자신이 왜 알래스카를 향해 달려갔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무엇, 불가사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저 내면에서 타오로는 불꽃처럼 보였다. 불꽃에게 왜 타느냐 물어볼 수 없는 것처럼 그에게 왜 알래스카를 사랑하느냐고 물어볼 수 없다. 다만 사랑했을 뿐.

 

내 눈에는, 그의 죽음도 꼭 그의 삶과 같아보인다. 곰에게 공격을 당해 죽다니. 마치 내 가족의 일인 듯, 아니 마치 나의 일부분이 당한 일인 듯, 안타깝다. 세상에서 너무나 진실한 한 사람이 죽었고 그것은 세상에게(!) 너무나 안된 일이 아닐까.

 

그의 글을 읽으며 나는 그리워한다. 그 매섭도록 냉혹한 혹한의 자연 속에서 강렬하게 삶의 뜨겁고 단단한 고갱이를 만질 수 있기를 열망한다. 나의 그리움이 단순히 달콤한 감상에 그치지 않기를 염원하며, 이 책의 책장을 가만히 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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