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슬픈 것이다. 좋아한 친구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친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다만 생명이 너무나 연약하다는 사실에. 살아서 무엇을 한다는 것보다 살아있음 자체를 직면해야 하는, 그 실존적 상황을 대면하는 일이 너무나 버거운 것이다. 어린 마음은 그것을 감당하기가 너무나 버거웠던 것이다. 나의 존재가, 나의 생명이 거대한 죽음 앞에서 오롯이 혼자로 남아야 한다는 사실이.
이태원 사고가 난 지 이제 2년이 되었다. 158명이 사고로 생명을 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사고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사고 소식을 접한 모든 이들에게도 그것은 충격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희생자 한 명이 더 추가되었다. 그날 축제에 갔던 고등학생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같이 갔던 친구 둘을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아이에게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고, 죽음을 이길만한 고통이었나보다, 추측할 뿐이다.
이태원 사고의 159번째 희생자 소년과 박지리 작가에게 마음으로 깊은 위로와 안식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