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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 혼돈의 연대기
론 파워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9월
평점 :
얼마 전 한 남자에 의해 아파트의 주민들이 살해되고 공포에 떨었던 사건이 있었다. 이유없이 사람들을 찌르고 그것도 모자라서 도망가는 사람들까지 무자비하게 공격했던 그는 '조현병'환자라고 했다.
'조현병'이란 어떤 병인걸까?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조현병(정신분열병)이란 사고(思考), 감정, 지각(知覺),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이라 정의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현병'이라는 단어와 그저 정신상태가 이상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알고 있다. 나 역시도 정확한 증상이나 발병이유 등을 모른 채 그저 정신과 관련한 무서운 병이라고 여겼다.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과 관련됨이 없다면 알고 싶지도 알 이유도 없다고 여겼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이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 저널리스트이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작가인 론 파워스 자신의 가족의 이야기이자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정신질환을 둘러싼 공방과 이슈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정신질환의 세계를 의식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하면 정신질환은 선명히 초점에 잡히며 불쑥 시야 안으로 들어온다. 그것은 어디에나 있다. 눈에 띄지 않게 숨은 채 알아봐줄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정신질환을 보이지 않게 가미는 위장색은 그 측은한 존재들, 두려운 존재들, 입에 담을 수 없는 존재들에게 관여하기를 거부하는 인간의 본능,그들이 처한 상태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의무 앞에서 눈을 감아버리려는 인간의 본능이다. (40~41p)
두 아이의 아버지였던 그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2005년 7월.
조현병에 시달리던 둘째 아들인 케빈이 자살한 것이다.
그는 다짐했다.
절대로 이 책을 쓰지 않겠다고.
그런 그가 공청회장에서 조현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요구를 듣게 되면서 더 이상 침묵을 통한 자기 방조에서 벗어나 10년동안 지켜왔던 책을 쓰지 않겠다는 결심을 재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현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희생자가 되어 느끼는 고통을 함께 느껴달라는 것도 동정해달라는 것도 아닌 자신들도 인간이라는 것을, 전체 인구의 관점과 나란히 놓고 고려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미친 사람이라 여기며 신경쓰지 말라는 것이아닌...
그는 말한다.
이 책을 '즐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이 상처입었던 것처럼 상처입고 행동하기를.
57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책 속의 내용 어디에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침묵하며 한장 한장 책장을 넘겨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떠한 의견도 낼 수 없었으며, 어느 편에도 설 수 없었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선입견, 고정관념과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도덕적 기준으로 인해 누군가 고통받고 양지가 아닌 음지로 움츠려 들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분명 우리가 아는 역사적 인물들 중에는 정신질환을 앓은 이들이 많다.
통념적으로 창조성과 정신질환(조현병)을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도 학계에서는 수수께
끼이자 논쟁의 대상이기도 함을 그는 여러 연구와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우리의 수많은 형제자매에게 사실상 그들이 범죄를 구성하는 행동을 피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해놓았다. 우리는 그들을 치료하는 대신 감옥에 집어넣고 있다. 그러다 형기를 채우고 나면 지지 시스템이라고는 없이 또는 최소한의 지지 시스템만을 갖춘 채 석방하여 다시금 철장 뒤에 갇힐 때까지 시간만 때우게 한다. (357p)
정신질환에 시달린다는 이유로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나 악행이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분명 처벌을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감금하는 것만이 답일까? 제대로 된 시스템의 마련은 어려운 것인가?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론 파워스, 그는 당당하게 말한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라고.
조현병에 시달리던 두 아들 중 작은 아들은 가슴에 묻었지만 큰 아들은 서른 다섯이 되었고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을 잘 통제하고, 자신의 한계를 잘 알며, 더 넓은 세상에서 스스로 살아갈 준비가 된 것같다고.
꺼내기 어려운 아픈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호소력있게 전하고 있는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를 통해 그동안 혐오와 멸시의 대상으로 여겨온 정신질환에 대해 조금은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