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아리(임현경) 지음 / 북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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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제도적인 틀 속에서 '나 답게 살아간다'라는 것이 힘든 가운데 그런 감각을 다시금 살릴려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으로 여행을 떠난 저자의 솔직한 결혼 생활과 우붓에서의 일상을 그린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짧게 떠났던 여행이였던 우붓의 매력에 빠져서 다시금 그곳으로 떠나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경험을 하게 되는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가 읽는 동안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 둔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일탈을 꿈꾼다.
결혼을 해서 생활하는 동안 늘 가슴 한 편에 자리잡고 있던 생각들이 요즘은 더욱 강하게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갖기'
어쩌면 모두가 꿈꾸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요즘은 이런 에세이책이 많이 나오는 것같다.

관찰하는 관객의 자리에서 무대 위로 올라오니 배터리에는 늘 빨간 경고등이 커졌다. 결혼생활은 받아치기 힘든 애드리브가 난무하는 공연이었다. 예측 불가의 애드리브에 어떻게든 대꾸할 방법을 찾기 위해 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41p)

결혼과 출산으로 여성들은 힘겨움을 호소하며, 일상 생활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결혼 전 자신의 일을 하던 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결혼이라는 굴레가 자신을 옥죄옴을 느끼기 시작하면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결혼생활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여행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다.

발리섬 산 중턱의 시골 마을이지만 우붓은 예술 마을답게 전통 춤부터 다양한 소셜 댄스까지 발리의 각종 춤을 선도하는 지역이다.  - 58p

우붓이라는 곳을 처음 들어보았다. 여행도 잘 다니지 않는 나라서 그런가하기도 했지만 발리의 작은 마을이라 하니 한국으로 보자면 작은 시골 마을이 아닐까 싶다.
잠깐 다녀왔던 여행지가 좋아서 다시 가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게 신기하지만 그게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붓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도 '여자니까' '엄마니까' '어른이니까'라며 나를 제한하지 않았다. 대신 내 삶을 찾으라 했고, 즐기라 했고, 꿈꾸라 했다.   -  51p

그녀가 우풋에 다시 갈 때도 쉽지 않았으나 그 곳에서의 삶은 열악해보였으나 행복함을 느끼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 곳 사람들과의 관계, 여해을 통해 알게 된 이와의 재회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에서 오는 여유로움까지 우붓은 그녀에게 새로운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음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떠나고 싶다. 하지만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많고 가장 큰 걸림돌은 코로나와 주변인들의 우려, 그리고 신랑의 이해이다.

혼자서 시작했던 우붓에서의 생활이 딸과 둘이 시작하다 마지막엔 신랑이 들어오면서 셋 사람이 우붓에서 완전체를 이루게 되는 모습을 후반부에 보여준다.
하지만 좌충우돌 그들만의 우붓 생활 속에 새롭게 상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에선 나에게도 많은 생각과 메세지를 던져 주었다.
 
우리는 모두 독립된 개인이다. 결혼을 해도 개인의 독립성은 사랑지지 않는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기본적인 생활을 전부 책임질 필요도 없고, 책임져서도 안 된다. 두 명의 성인은 가족을 이룬 후에도 엄연한 개인으로 존재해야 하고, 기본 생활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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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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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당신에게 꾀죄죄한 옷차림의 아이가 자신은 외계에서 왔으며, 잠시 죽은 아이의 몸을 빌렸다고 말하며 함께 살기를 요구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건가요?

글렌디 벤더라의 <숲과 별이 만날 때>라는 소설은 이런 황당한 상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글을 쓰기 전까지 멸종 위기 조류 전문가로 활동했다는 그녀.
새들의 둥지를 찾아 다니는 조애나 틸이라는 여자 주인공의 직업 또한 조류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로 나오는데 소설 속 전반에 그 방면으로 작가의 전문성이 돋보이고 있다.

소설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구성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의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불완전한 몸을 가진 여자 조애나 틸과 마음이 병든 남자 개브리엘, 자신은 외계에서 왔으며 죽은 아이의 몸을 빌렸다는 이상한 말을 하는 아이 얼사 이렇게 세 명이다.

아직 돌아갈 수 없어. 다섯 개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 지구에 머물러야 해. 나이가 차면 누구나 거쳐 가는 훈련 중 하나야. 학교랑 비슷하다고 할까.
(15p)

"우리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어.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할 수 있다고!"  (21p)

다섯 개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는 떠날 수 없다 말하며 자신은 바람개비 은하라는 행성에서 온 이어푸드-나-아스루라고 소개하는 아이.
소설 속 인물 중 미스터리함으로 가득한 이 아이는 소설의 중심에서 조와 게이브를 연결하며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진짜 이름을 알려달라는 조의 요구에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며 화를 내거나 화제를 돌리는 말을 하는 아이.
정말 잠시 아이의 몸을 빌려 지구에 온 외계인인걸까? 그럼 지구에 온 목적은?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를 경찰에 신고해서 어디든 아이가 보호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고 싶어하는 조의 마음과는 달리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는 도망치고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조는 경찰의
'그 애를 우리 밖으로 끄집어내서 불 위에 던져 넣지 말라'
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무엇이 정말 아이를 위한 선택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의 또 하나의 매력은 천문학과 조류학의 만남으로 천체와 자연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독자가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여기 꼭 둥지 같아. 나는 아기새고."
"근데 둥지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240p)
그리고 아름다운 문체와 잘 알지 못하는 조류학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어 소설을 읽는 동안 지루함을 덜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숲과 별이 만날 때>에는 아픔을 가진 세 사람이 처음과 달리 조금씩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충격적인 비밀이 4부에서 서서히 드러나면서 미스터리함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얼사도 물론 찾아야 하겠지만 두 사람도 얼사만큼 길을 잃은 게 아닐까? 어쩌면 얼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그들 자신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먼저 풀어야 할지도 몰랐다.(292p)

얼사의 네 번째 기적은 조와 게이브가 서로 아픔을 이겨내고 사랑에 빠지게 만든 거다.
다섯번째 기적은 더 좋은  거를 위해 아껴둘거라 말하는 얼사의 그 기적은 뭘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종영된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드라마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 드라마는 각각의 아픔을 지닌 어울릴 것같지 않은 세 사람이 아픔을 이겨내고 진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소설의 상황은 다르지만 아픔이라는 공통 분모 속에 이들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기적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소설가 조지 앨리엇은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의 명언처럼 소설 속의 조와 게이브, 얼사는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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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
김영미 지음 / 치읓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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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었다. 이런 나는 무슨 재미로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한 <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

저자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딸의 엄마로 자신이 평범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라는 인생 모토를 가지고 늘 '뭐 하고 놀지?'를 외치는 진짜 잘 노는 마흔 넘은 여자라 소개하고 있다.

꾸미지 않고 관리하지 않으면 듣게 되는 '아줌마'라는 소리
마흔이 넘으면서 아이의 학교를 가도 꾸미든 안 꾸미든 아이들의 입 속에서 터져 나오는 '아줌마'

아줌마들은 오전 시간, 잠시나마 수다를 떨고 고민을 풀어놓으며 서로 같은 처지임을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다. 묵었던 감정을 털어내고 치유까지 받는다. 떠나갈 듯 박장대소 한 번으로 스트레스를 날린다. 꿈도 이름도 잊고 웃는다. (14p)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며 즐거워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 건설적이거나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시간때우기를 위해 앉아 있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지만 분명 엄마들 사이에서는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합리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꿈도 이름도 잊은 채 아내, 엄마, 며느리, 딸 등의 여러 명찰들과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가는 그녀들에게 그 시간만큼은 누구도 방해해서는 아니 방해받고 싶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는 '마흔'이라는 특정 나이를 정한 채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에세이라 여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어느 새 '마흔'이라는 단어는 머릿 속에서 사라진 채 결혼과 육아, 그리고 꿈과 재미 등의 그녀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거나 겪고 지나간 이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도 '마흔'이 넘으면서 이전과 다른 삶이 펼쳐지고 그로 인한 좌절과 우울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좋아했던 것과 지금 하고 싶은 일 등을 떠올려보면서 그녀가 써 내려간 삶의 이야기에 울컥하기도 하고 버럭하기도 하면서 '다들 이렇게 살고 있구나!'라는 마음에 한편으론 위안을 받기도 했다.
 
그녀의 책 속에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또 다른 책이 존재했다.
각 파트별로 에피소드를 읽어가는 재미와 책 속에 담긴 좋은 글귀와 그녀가 소개하는 작품들은 또 하나의 볼거리와 감동을 준다.

인생에 굴곡이 없는 사람이 없다지만 평온하고 동화같이 행복할 것같았던 자신의 삶에 균열이 생기고 벼랑 끝에 몰리게 된 그녀가 찾은 삶의 재미는 글을 쓰는 작가였다.
작가가 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위한 그녀의 노력과 재능이 합쳐져 지금은 인생 2막의 인생이라는 재미를 느끼며 살고 있다.

성공은 때로 어이없이 찾아온다. 뼈를 깎는 노력과 인내가 아니더라도 대박을 맞이하는 일이 있다. 열심히 놀다가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유명해져 있었다. (164p)

유명 블로거가 되어 맛본 성공의 짜릿한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는 그녀.
그녀의 말처럼 어쩌면 아이들만 잘 노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 역시도 재미있는 것을 찾아서 잘 노는 것이 필요한 것같다.

'무슨 재미로 사나?'가 아닌 '뭐 하고 놀지?'라는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기분좋아지는 삶을 기대하게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남들처럼 잘 놀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살면 되지 뭐 그리 난리야?"라는 생각만 하지 않음 절반은 유쾌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은
당신이 꿈꾸는 삶을 사는 것이다."
- 오프라 윈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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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여행
양국희 지음 / 쿠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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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 Anne이 살던 초록지붕집인 그린게이블즈가 아닐까?
어린 시절 TV애니메이션을 통해 알게 된 Anne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된 것이 성인이 되어 다시금 읽게 된 소설을 통해서다.

이런 나의 롤모델과도 같은 Anne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담은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여행>은 나에게 선물같은 책이였다.

갑작스럽게 생긴 휴식기동안 무얼 할지 고민하는 그녀에게 Anne의 흔적을 떠나보라는 남편의 권유가 일주일라는 짧은 여행이지만 용기를 내어 떠날 수 힘이 되었고 그것이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된 게 아닐까?(이 부분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네요^^)

​펜드로잉과 수채물감이 어우러져 그려진 그림과 여행을 다니면 느낀 그녀의 생각과 흔적들을 기록한 글은 나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키가 큰 나무사이로 보이는 초록지붕 하얀 집은 내가 애니메이션과 소설을 통해 보아온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었다.

​이름을 다 알 수없는 수많은 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초록지붕 집을 보고 있자면 창가에 턱을 받이고 웃음짓고 있는 Anne의 모습과 그녀가 생활했던 방이 떠올랐다.

그리고 매튜와 마릴라가 사용한 공간과 빨강머리앤의 소설을 탄생시킨 루시모드몽고메리의 생가와 그 안에 남아있는 그녀의 흔적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직접 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한 작가의 배려가 느껴졌다.

너무도 당연하게 해 오던 것을 당연하게 할 수 없는 지금. 마음만 먹으면 어디라도 떠날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는지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나 가보고 싶은 곳을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 등 '여행'이 주는 힐링감과 에너지 충전의 힘을 알지만 모두가 힘들게 버티며 이겨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직접 떠나는 여행이 아닌 누군가가 다녀와서 써내려간 여행관련 서적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양국희작가님의 글과 그림이 담긴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여행>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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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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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시작하면서 생각지못한 이별을 두번 경험하였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이는 단순히 '이별'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힘든 경험이다.
태어남이 있음 그 끝은 죽음이라고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가 쉽지 않다.
특히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갑작스러운 이별이라면 그 고통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만큼 클 것이다.
준비된 이별이란 없는 것같다. 아니 준비하라는 말을 들어도 사랑하는 이를 영영 볼 수 없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고인을 잘 보내드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만난 나가쓰키 아마네의 <머지 않아 이별입니다>라는 소설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냄에 있어서의 절망과 슬픔, 이들의 절망과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정중하면서도 예를 갖추어 일하는 장례디렉터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장례디렉터는 우리말로 장례지도사로 상을 당한 유족의 요청에 따라 장례절차를 주관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로 장례의식, 시신관리, 빈소설치, 의례지도 등종합적인 장례의식을 관리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반도회관'은 장례식장으로 그 곳에서는 장례와 관련한 이를 하는 이들이 많으며, 전문 장례디렉터의 지도에 따라 원활하고 엄숙한 장례가 이루어지도록 모든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취업난에 고생하고 있던 주인공인 시미즈 미소라는 예전에 아르바이트로 일을 했던 '반도회관'에서 일을 도와달라는 연락을 맞고 출근을 하게 된다.
그 곳에서 사토미스님과 우루시바라를 만나게 되고 이들과 함께 고인들과 유족들의 슬픔을 달래주며 장례를 무사히 치룰 수 있는 일을 하게 된다.

분신 자살을 통해 생을 마감한 이의 장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생을 마감한 만삭의 임산부의 이야기, 병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하는 아이와 그 아이를 떠나보내지 못해 붙잡고만 싶은 엄마의 이야기,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성의 이야기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어느 하나 감동을 주지 않는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 세상을 떠났다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이런 식으로 후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승화하는 수밖에 없지. 장례는 그런 자리이기도 해."

장례는 고인을 위한 의식이기도 하지만 남은 가족을 위한 의식이기도 하다.

"(중략) 소중한 가족을 잃고 힘든 상황에 놓인 유족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들이 저희들이죠. 저희는 그런 유족들이 슬픔을 받아들이고 그 슬픔에 매듭을 지어줌으로써 그들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장례디렉터가 되겠다는 미소라를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장례디렉터로써의 그들의 역할을 설명해주는 우루시바라씨의 말을 통해 그들이 하는 일이 고인과 유족을 위해 노력하는 일임을 알 수 있다.

나라마다 장례문화가 다른 부분이 있지만 그 마음만은 같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이별'이라는 말처럼 언제고 예고없이 찾아오는 이별 앞에 맥없이 무너진 유족들을 곁에서 도와주는 장례디렉터의 역할의 소중함과 이별 뒤 남겨진 이의 아픔과 절망감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는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게 했다.

작가 나가쓰키 아마네는 남편의 기일이자 음력 9월을 뜻하는 나가쓰키와 하늘의 소리를 뜻하는 아마네를 합쳐 만든 필명이란다.
슬픔을 딛고 앞으로 향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저자의 그러한 마음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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