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순탄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당신에게 꾀죄죄한 옷차림의 아이가 자신은 외계에서 왔으며, 잠시 죽은 아이의 몸을 빌렸다고 말하며 함께 살기를 요구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건가요?

글렌디 벤더라의 <숲과 별이 만날 때>라는 소설은 이런 황당한 상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글을 쓰기 전까지 멸종 위기 조류 전문가로 활동했다는 그녀.
새들의 둥지를 찾아 다니는 조애나 틸이라는 여자 주인공의 직업 또한 조류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로 나오는데 소설 속 전반에 그 방면으로 작가의 전문성이 돋보이고 있다.

소설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구성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의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불완전한 몸을 가진 여자 조애나 틸과 마음이 병든 남자 개브리엘, 자신은 외계에서 왔으며 죽은 아이의 몸을 빌렸다는 이상한 말을 하는 아이 얼사 이렇게 세 명이다.

아직 돌아갈 수 없어. 다섯 개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 지구에 머물러야 해. 나이가 차면 누구나 거쳐 가는 훈련 중 하나야. 학교랑 비슷하다고 할까.
(15p)

"우리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어.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할 수 있다고!"  (21p)

다섯 개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는 떠날 수 없다 말하며 자신은 바람개비 은하라는 행성에서 온 이어푸드-나-아스루라고 소개하는 아이.
소설 속 인물 중 미스터리함으로 가득한 이 아이는 소설의 중심에서 조와 게이브를 연결하며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진짜 이름을 알려달라는 조의 요구에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며 화를 내거나 화제를 돌리는 말을 하는 아이.
정말 잠시 아이의 몸을 빌려 지구에 온 외계인인걸까? 그럼 지구에 온 목적은?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를 경찰에 신고해서 어디든 아이가 보호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고 싶어하는 조의 마음과는 달리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는 도망치고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조는 경찰의
'그 애를 우리 밖으로 끄집어내서 불 위에 던져 넣지 말라'
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무엇이 정말 아이를 위한 선택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의 또 하나의 매력은 천문학과 조류학의 만남으로 천체와 자연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독자가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여기 꼭 둥지 같아. 나는 아기새고."
"근데 둥지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240p)
그리고 아름다운 문체와 잘 알지 못하는 조류학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어 소설을 읽는 동안 지루함을 덜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숲과 별이 만날 때>에는 아픔을 가진 세 사람이 처음과 달리 조금씩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충격적인 비밀이 4부에서 서서히 드러나면서 미스터리함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얼사도 물론 찾아야 하겠지만 두 사람도 얼사만큼 길을 잃은 게 아닐까? 어쩌면 얼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그들 자신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먼저 풀어야 할지도 몰랐다.(292p)

얼사의 네 번째 기적은 조와 게이브가 서로 아픔을 이겨내고 사랑에 빠지게 만든 거다.
다섯번째 기적은 더 좋은  거를 위해 아껴둘거라 말하는 얼사의 그 기적은 뭘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종영된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드라마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 드라마는 각각의 아픔을 지닌 어울릴 것같지 않은 세 사람이 아픔을 이겨내고 진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소설의 상황은 다르지만 아픔이라는 공통 분모 속에 이들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기적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소설가 조지 앨리엇은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의 명언처럼 소설 속의 조와 게이브, 얼사는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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