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공화국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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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모두 잠든 고요한 시간에 책을 읽었다.
쌀쌀한 가을 바람과 풀벌레 소리가 어울어지니 가을밤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이런 날은 왠지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나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소설을 읽는 것이 좋을 것같다는 생각에 선택한 책이 오가와 이토작가의 <반짝반짝 공화국>이였다.

표지부터가 반짝반짝하니 마음을 사로 잡으면서 전작인<츠바키 문구점> 감동이 다시금 살아났다.
그 후속작으로 출간된 이 책은 출간 전부터 전작을 읽었던 독자들의 기대를 한껏 받았던 작품이기에 나 역시도시작도 전부터 전작에 이어 어떠한 감동을 주려나하는 생각에 살짝 들뜨기도 했다.

<츠바키 문구점>을 통해 대필작업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한 글자 한 글자에 들어가는 정성도 대필이지만 대필을 부탁한 의뢰인의 마음까지 헤아리면서 자신의 일인 듯 작업을 해 나가는 포포의 모습이 인상적이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반짝반짝 공화국>은 포포의 '츠바키 문구점'에서의 생활과 전작과 달리 그녀 혼자가 아닌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나 '가족'이라는 새로운 울타리가 생기면서 그 속에서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행복과 지켜야할 소중한 무언가가 생겼음을 깨닫게 되었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전작에서는 선대와의 갈등을 보여주었다면 후속작인 이번 작품에서는 선대가 그녀에게 알려준 것들을 자신도 모르게 큐피에게 알려 주면서 조금씩 선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자신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선대에 대한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여전히 '츠바키 문구점'을 운영하면서 대필 작업을 이어가는 그녀에게 새로운 의뢰인들이 찾아오고 그들의 사연 또한 어느 하나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것이 없이 감동과 치유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누군가의 부탁을 대신해서 쓰는 편지가 아닌 포포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들을 써서 전하는 모습과 미츠로의 전부인이자 큐피의 엄마인 미유키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뭉클함마저 들게 했다.

인생은 어지럽도록 빠르게 바뀌는 순간이 있다. (11p)

피아노는 소리를 연주하지만 타자기는 문자를 새긴다. (158p)

잃어버린 것을 찾아 헤매기보다 지금 손바닥에 남은 것을 소중히 하면 된다고 (182p)

전작에서도 느낀거지만 작가의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표현 하나 문체 하나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읽는 동안 감동과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태어난 지 8일만에 세상을 떠난 아이의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부탁하러 온 부부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책장을 덮은 지금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그렇지만 사람한테 8일은 너무 짧아. 본인은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줄곧 그 생각을 했다.
"그야 행복했겠지. 인생은 길든 짧든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가의 문제니까. 옆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은 행복하네 불행하네 판단할 게 아니라,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꼈는가 어떤가 하는 문제지. 겨우 8일이었어도 그 아이가 행복의 강보에 싸여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면 분명히 행복했을 거야."
(209p)

평범하고 단순한 일상이라도 내가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단순함이 잊지 못할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임을 느끼는 요즘의 나에게 미츠로의 이 말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반짝반짝 공화국>은 표지만큼이나 나에게 반짝반짝함과 지금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준 또 하나의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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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배종훈 지음 / 더블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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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그 단어 자체만으로 설레임을 준다.
누군가와 함께여서, 때로는 혼자여서...
여행을 떠나볼까라는 마음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설레임과 두려움이 시작되는 것같다.

늘 생활하던 곳을 떠나 새로운 환경으로의 떠남에 있어 사실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여행이 마냥 행복하고 평탄한 길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돌발 상황조차도 여행의 일부라 여기며 자신을 시험해보는 것도 여행을 통해 내 자신이 한 뼘 더 성장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예전에는 여행이라하면 뭔가 꼼꼼히 계획하면서 널리 알려진 곳으로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특별한 계획없이 떠나는 소도시로의 여행이 주는 매력을 느낀 뒤론 때로는 사람들의 이동이 많지 않고 한적한 소도시 여행도 좋다는 것으로 생각이 전환되었다.

나의 이러한 생각과 마음을 자극하는 책을 만났다.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배종훈 작가의 소도시로의 여행에세이인 이 책은 혼자 떠나는 소도시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느긋하게 즐기는 여행이 가는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인 여행에세이와 달리 사진이 아닌 자신이 그린 드로잉에세이로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의 작가 자신의 여행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여행의 감동과 특별한 순간에 얻은 감성, 그리고 공간의 향기와 이곳에서 떠올린 사람의 얼굴, 스치고 지나간 때의 생각들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을 무엇일까?
(150p)


사람마다 여행하는 동안 느낀 감동의 순간을 기억하는 방법이 다르고 다양하지 않을까?
그 순간을 스케치해서 그림으로 담아두거나 짧은 메모를 통해서 그 순간을 적어두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는 그 장소와 순간에 어울리는 노래를 고르고 오랫동안 한 곡을 반복해서 들어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맞다. 그의 이야기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노래를 듣는 동안 뭔지 모를 감정과 그 시절로의 되돌림을 통해 그때 느꼈던 감정이 떠오를 때가 있다.

해가 지고 골목에 가로등이 깜박이며 켜지는 순간, 이 골목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평범한 하루하루의 일상 안에선 반복되는 매일이 지루하고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국의 땅에선 특별할 것없는 일상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하다니.
이 마음을 기억해 두었다가 일상에서 꺼내 봐야겠다.
(166~167p)


나의 일상이 처음에는 특별하게 느껴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함으로 변하면서 점점 일탈을 꿈꾸게 된다.
그런 순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여행이다.
우리는 직접 떠나지 못하는 상황의 경우 타인의 여행기를 통해 그의 여정을 따라가며 힐링을 하기도 하고 여건이 될 때 떠나게 될 여행지를 선정하기도 한다.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행이라면 거창한 계획없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의 장소이동만으로 여행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같다.
타인의 여행기만으로 만족이 되지 않고 계획을 실행하고자 하는 이라면 국외가 아닌 국내의 이색적이면서 한적한 장소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비움을 위한 여행이 새로운 에너지로의 채움의 여행이 되기도 하도 하는 여행이 주는 힘을 알기에 늘 마음 속으로 여행의 떠남을 꿈꾸게 된다.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를 읽는 동안만이라도 답답했던 일상을 잊고 설레임과 느긋함을 느끼며 시간을 보내도 괜찮다.
무조건 떠나는 것만이 떠남이 아니다. 답답한 마음으로부터의 해방도 떠남의 한 방법이라 여기는 나에게 배종훈 작가의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다>는 또 다른 일상 탈출의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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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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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이야기함에 있어 늘 들어오던 말이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세상의 수 많은 역사학자나 역사가 조차도 그 답을 찾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러하기에 유시민작가는 다르게 질문하길 권한다.
"사람들은 역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위의 질문보다는 조금 쉽게 느껴지는지....

역사의 역사란 무엇인가? '인간과 사회의 과거에 대해 문자 텍스트로 서술하는 내용과 방법이 변화해 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더 정확하게는 '역사 서술의 역사'라고 해야 하겠지만 편의상 간단하게 '역사의 역사'라고 하자.  (15p)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라는 제목을 보며 이 책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했다.
그가 유명해서, 그가 쓴 작품이 인기가 있어서가 아닌 '역사'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집어들게 된 책이 <역사의 역사>였다.

이 책에서 언급되어지는 역사가와 역사서를 보며 내가 읽어본 책이 몇 권있나 훑어보면서 역사를 좋아한다고 했으나 그가 언급한 책에서 본 것이 한 두권 정도였다.
그마저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읽은 것도 있었다.
그러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우선 역사학자와 역사가, 역사이론서와 역사서에 대한 개념 이해가 필요했다.
그가 설명해놓은 개념을 읽고 이해한 후 본격적인 역사가와 역사서에 대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

작품을 읽지 못했더라도 이름은 들어봤을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그는 두 역사가의 태도와 서술 방식의 차이에 대해 면밀하게 짚어서 이야기해 주고 있으며, 서술의 차이는 있지만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서술에 있어 공정성을 기했다는 점이다.
헤로도토스의 경우는 그리스와 페르시아를 공정하게 대했고, 투키디데스는 델로스동맹과 펠로폰네소스동맹을 공정하게 다루었는데 어느 한쪽으로 감정적으로 편들어 편향적으로 기록되었다면 그들이 저술한 역사서가 인류의 자산으로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는 역사가의 목적과 사실, 사실에 대한 해석과 역사가의 상상력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복합적 피드백의 산물이라 본 카는 매우 간결하고 우아한 문장으로 그 생각을 표현했다.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48p)

이 상호작용에 있어 '서사의 힘'이 발휘되는 것이다.
'서사의 힘'은 역사서뿐 아니라 모든 글로 표현하는 장르에서 강조되고 중요시되는 부분이다. 아무리 훌륭한 글이며, 다작을 남겼다고 하더라도 독자에게 지적 자극과 정서적 공감을 주지 못하면 그 작품은 세상에 존재했는지 조차 모르게 사장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물과 사건이 역사의 뼈와 살이라면, 제도와 문화는 혈관과 신경이다. 사회와 시대를 입체적으로 재현하려면 제도와 문화를 함께 보아야 한다. (75p)

60억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곳에서 촬영한 지구는 말 그대로 우주의 어둠 속을 떠다니면서 태양 빛을 받아 희미하게 보이는 '창백한 푸른 점'에 지나지 않는다. (286p)


그는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할 때 비유적인 표현을 간혹 쓰기도 했다. 적절한 비유적 표현은 글을 읽는 재미를 줄 뿐 아니라 좀 더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가 언급한 역사가와 역사서 중 생소한 인물이 있었는데 <역사서설>을 쓴 이븐 할둔이라는 역사가였다.
그에 대해 설명하고 이야기하는 부분 중 눈에 띄는 구절이 있었다.

역사학자는 많은 자료와 다양한 지식, 예리한 시각과 철저한 조심성이 있어야 실수와 오류를 피하고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전해오는 정보를 액면 그대로 믿고 관습의 원리, 정치의 법칙, 문명의 속성,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비슷한 시기의 자료와 비교하지 않는다면 진리의 길을 벗어나 발을 허디디게 될 것이다. (88p)

이 부분은 할둔의 역사서를 집필함에 있어서의 자세를 보여줄 뿐 아니라 역사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수 많은 문헌 기록 속에서도 가치있는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이 있을 것이며, 편향적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있을 것이기에 그에 대해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닌 비판적이고 비교가능한 자료를 찾아서 심사숙고하여 기록하는 자세가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랑케를 표현함에 있어 대단한 역사학자이자 볼품없는 이야기꾼이라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로 유명한 그의 서술 방식과 '배운 사람'이라야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을 자주 썼던 그의 문체를 보자면 저자의 표현이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역사가 역사를 쓰는 사람의 철학과 연구 방법에 따라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새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옳은 역사, 과거에 있었던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202p)

<역사의 역사>의 곳곳에는 저자의 역사관과 역사에 대한 통찰에 관한 견해가 담겨 있다. 사람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다르겠지만 대체로 그가 언급하고 있는 역사에 대한 생각은 역사를 배울 때나 접할 때면 하게 되는 생각과 의문이였기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역사의 역사>는 단순히 역사학자나 역사가의 서술 태도나 방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총 9장에 걸쳐서 우리에게 역사의 변천을 보여 주고 있으며, 역사를 기록함에 있어서의 한계와 그로인해 빠질 수 있는 함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 속에 제시되어 있는 역사서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읽고 난 후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저자의 집필 의도를 다시금 보았다.

역사가 무엇인지 또 하나의 대담을 제시해 보려는 의도는 없다. 위대한 역사가들이 우리에게 전하려고 했던 생각과 감정을 듣고 느껴봄으로써 역사가 무엇인지 밝히는데 도움이 될 실마리를 찾아보려 했을 뿐이다. (5p)

역사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역사학자, 역사가가 아닌 역사를 애호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역사는 단순한 학문의 한 분야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처세술이요.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세지가 아닐까?
단순히 역사서를 읽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역사서에 담긴 역사가의 시각과 주관적 견해 및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하여 제대로된 역사의식을 기르는 것이 중요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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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는 것
베스 켐프턴 지음, 김지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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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는 것이 뭘까?

제목을 보고 나 자신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과연 뭘까?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이 제목을 봤다면 어떠한 생각도 망설임도 없이 '자유'라고 말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자유롭다 할 수 없을 때가 있지만 내게 없는 것을 떠올려보면 거의 대부분이 관념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라 이렇다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같다.

베스 켐프턴 작가의 <스무 살 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는 것>에는 두 아이의 엄마로, 작가이자 기업가로 살아가는 그녀가 겪은 삶의 롤러코스터가 담겨 있으며, 새장 속에 갇히 새와 같은 생활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마음과 그녀 자신과 같은 탈출하고픈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것이 지금이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우리는 오늘이 어제보다 낫고 ,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새장 안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닐 거라고, 영원히 지금처럼 살아야 하는 갓은 아닐 거라고 말이다. 더 이상 갇혀있다는 느낌, 짓밟히고 작아진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우리 모두가 탈출을 원한다. (33p)

우리는 모두가 자유롭기를 원한다.
갇혀 있는 느낌이 드는 순간 그 곳에서, 그 일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며 그러기위해 애를 쓴다.

예전에 나 역시 새장 속에 갇힌 새와 같은 생활을 했다.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경력단절자의 삶을 살면서 단 30분이라도 좋으니 조용한 곳에서 혼자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유를 갈망하며 하루 하루 버티며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든 생각은 진정으로 나에게 자유가 주어졌던 그 시절에는 자유로움이 주는 감사함을 모른 채 살아오다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자유를 갈망하며 현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만이 가득하구나...

저자 역시 결혼과 일에 지친 삶을 살다 새장을 탈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보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웃었던 일도 드물었다는 생각과 새장을 열고 나올 수 있는 열쇠도 어쩌면 자기 자신에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새장을 열 수 있는 열쇠 찾기에 돌입하게 된다.

그녀의 책 속에는 새장의 잠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여덟 열쇠가 제시되어 있다. 그 여덟 열쇠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일도, 하지 못하는 일도 아닌 삶의 방식과 인식의 전환 및 주의를 조금만 살피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여덟 열쇠 중 '이미 가진 것에 주의 기울이기'의 경우는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을 깨닫고, 주고 받는 것에 열린 마음을 가지며 모든 것에 감사하는 즉 '발견'의 열쇠이다.
감사와 수용의 자세는 쉬운 듯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이 가져다주는 결과와 파장은 크다는 것 느낄 수 있다.
세상을 보는 마음이 달라지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나 겪게 되는 상황이 달라짐은 누구나 알 것이다.
알면서도 안 하는 것과 몰라서 안 하는 것은 천지차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것, 갖지 못한 것에서 답을 찾기보다 자신이 가진 것에서 답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열쇠를 통해 새장을 탈출하고 난 후 느끼게 될 자유 이면에 숨어 있는 예상치 못하는 상황들에 대한 대처능력을 기르는 것도 탈출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당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문제에 휩싸이고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종종 이런 일들은 너무 순식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이미 문제 안에 빠져들어 간 후에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기도 한다. (270p)

괜찮다. 괜찮아질 것이다. 숨을 쉬고, 날개를 접고, 한데 모이자. (283p)

어려움 속에서도 비상할 준비를 하고 힘껏 날아올라서 힘겹게 얻은 자유를 만끽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져서인지 처음을 책을 읽기 시작할 때와는 달리 진정으로 얻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자유는 내 안에 있음에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외부로부터 찾으려했던 것같다.
지금은 엄마로써의 나, 며느리로써의 나, 딸로써의 나, 아내로써의 나라는 사람도 '나'를 이루는 여러 '나'라는 존재임을 깨달으면서 이들이 모여서 또 다른 '나'가 완성이 되고 그 속에서 자유를 찾고 있다.

당신의 경우 스무 살 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는 것이 무엇인가?
자신에게 조용히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면서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임을 깨닫고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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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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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파이 살인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이다.비가 내리던 8월의 그날 저녁 내가 첫 장을 펼쳤을 때는 아직 원고 형태였고 그 원고를 교정, 출간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임무였다. (9p)

이렇게 액자식 구성의 소설의 서막을 암시하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앨런 콘웨이에 의해 씌여진 퓐트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맥파이 살인 사건>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면서 이 소설에서 이야기되어지는 2편의 소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과 또 하나의 살인 사건, 그것을 추적하는 퓐트 탐정과 제임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을 주민들은 모두 용의선상에 올려진 용의자로 그들에게 질문하고 답을 듣는 것이 임무인 퓐트의 행적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새 나도 그와 함께하며 범인은 누구이며, '왜' 그들은 죽음을 맞이 해야했을까하는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졌다.

두꺼운 페이지답게 한 소설의 이야기가 끝나는데 반 페이지정도가 할애되었음에도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맥파이 살인사건>은 정확한 범인을 밝히지 않고 이야기가 끝나고....

사장님, 마지막 장이 왜 이래요? 범인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탐정 소설을 읽으라고 주신 이유가 뭐예요? (13p)

페이지를 달리하며 원고를 읽던 수전의 현실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분명 탐정 소설임에도 우리가 기대했던 반전이나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없었다.
하지만 묘하게 빨려 들어가게 하는 매력을 지닌 작품이였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을 손에 들었을 때는 분량에 놀라면서 가독성이 좋기를 기대했었지만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뭔지 모를 진부함에 살짝 읽는데 지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슬럼프를 극복하고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조금씩 이제껏 접해왔던 탐정소설과는 다르면서 액자식 구성의 소설이라는 걸 깨닫게 되자 점차 재미가 붙으면서 두 편의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찾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늘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범인 누구인지 예상하게 되고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큰 이변이 없는 한 내가 예상했던 방향으로의 전개와 범인 공개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읽어 왔다.
그런 나에게 앤서니 호로비츠 작가의 <맥파이 살인사건>은 정형화에서 벗어난 색다른 구성의 작품으로 작가가 단서 나열과 답의 유추를 통한 사건 해결이 쉽도록 하는 것이 아닌 독자가 탐정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보록 하는 작품이였다.

탐정소설의 진정한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앤서니 호로비츠의 <맥파이 살인사건>을 펼쳐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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