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모두 잠든 고요한 시간에 책을 읽었다. 쌀쌀한 가을 바람과 풀벌레 소리가 어울어지니 가을밤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이런 날은 왠지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나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소설을 읽는 것이 좋을 것같다는 생각에 선택한 책이 오가와 이토작가의 <반짝반짝 공화국>이였다.표지부터가 반짝반짝하니 마음을 사로 잡으면서 전작인<츠바키 문구점> 감동이 다시금 살아났다. 그 후속작으로 출간된 이 책은 출간 전부터 전작을 읽었던 독자들의 기대를 한껏 받았던 작품이기에 나 역시도시작도 전부터 전작에 이어 어떠한 감동을 주려나하는 생각에 살짝 들뜨기도 했다.<츠바키 문구점>을 통해 대필작업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한 글자 한 글자에 들어가는 정성도 대필이지만 대필을 부탁한 의뢰인의 마음까지 헤아리면서 자신의 일인 듯 작업을 해 나가는 포포의 모습이 인상적이였던 기억이 떠올랐다.<반짝반짝 공화국>은 포포의 '츠바키 문구점'에서의 생활과 전작과 달리 그녀 혼자가 아닌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나 '가족'이라는 새로운 울타리가 생기면서 그 속에서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행복과 지켜야할 소중한 무언가가 생겼음을 깨닫게 되었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그리고 전작에서는 선대와의 갈등을 보여주었다면 후속작인 이번 작품에서는 선대가 그녀에게 알려준 것들을 자신도 모르게 큐피에게 알려 주면서 조금씩 선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자신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선대에 대한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여전히 '츠바키 문구점'을 운영하면서 대필 작업을 이어가는 그녀에게 새로운 의뢰인들이 찾아오고 그들의 사연 또한 어느 하나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것이 없이 감동과 치유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누군가의 부탁을 대신해서 쓰는 편지가 아닌 포포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들을 써서 전하는 모습과 미츠로의 전부인이자 큐피의 엄마인 미유키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뭉클함마저 들게 했다.인생은 어지럽도록 빠르게 바뀌는 순간이 있다. (11p)피아노는 소리를 연주하지만 타자기는 문자를 새긴다. (158p)잃어버린 것을 찾아 헤매기보다 지금 손바닥에 남은 것을 소중히 하면 된다고 (182p)전작에서도 느낀거지만 작가의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표현 하나 문체 하나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읽는 동안 감동과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태어난 지 8일만에 세상을 떠난 아이의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부탁하러 온 부부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책장을 덮은 지금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그렇지만 사람한테 8일은 너무 짧아. 본인은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해?"나는 줄곧 그 생각을 했다."그야 행복했겠지. 인생은 길든 짧든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가의 문제니까. 옆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은 행복하네 불행하네 판단할 게 아니라,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꼈는가 어떤가 하는 문제지. 겨우 8일이었어도 그 아이가 행복의 강보에 싸여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면 분명히 행복했을 거야."(209p)평범하고 단순한 일상이라도 내가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단순함이 잊지 못할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임을 느끼는 요즘의 나에게 미츠로의 이 말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반짝반짝 공화국>은 표지만큼이나 나에게 반짝반짝함과 지금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준 또 하나의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