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먼저 챙기고 싶을 때 읽는 책
이시노 미도리 지음, 김은선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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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지 마! 담아두지 마! 마음 쓰지 마!"

어떻게하면 이게 가능할까?
주문같은 이 말이 나를 유혹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이 말을 외치면 하루가 달라질 것같은 상상을 하게 했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사는 삶보다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는 삶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어릴 적 왜소한 체격과 힘이 약해 따돌림도 당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이혼과 사업 실패로 전 재산을 날리고 술독에 빠져 지내는 등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돌아보게 되고 그 원인이 '필요 이상으로 주위를 의식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라' 여기며 '나 다운 삶'을 위해 심리 공부를 하고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며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상담사'가 되었다.

크게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때문에, 타인때문에, 일때문에, 연애때문에 등 여러 이유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심리 처방을 해 주고 있다.

심리와 관련한 많은 책에 나오는 사례나 처방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닌 뻔한 답이잖아 하는 것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왜 심리 치유서들을 찾아 읽게 되는걸까? 그건 아마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게 아닐까?
누군가에게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같아 불편한 마음과 함께 어쩌면 나의 고민에 진정으로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자신과 비슷한 고민이나 상황으로 힘든 이들의 이야기나 사례가 담긴 심리 치유서를 읽으면서 위안을 받게 되는 것같다.

<내 마음 먼저 챙기고 싶을 때 읽는 책>
제목만으로도 우선 위로와 힐링이 되는 책이였다.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상담사'라 말하는 이시노 미도리 작가의 처방은 유쾌하면서 명쾌하기까지 했다.
남을 의식하며 눈치를 보거나 상대가 한 말에 상처를 잘 받는 나에게 있어 그의 이야기는 당장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해도 읽는 동안만이라도 위안이 되고 "그래 그래" 고개 끄덕이게 하면서 그의 말에 피식 웃기도 하였다.

한 예로 상대로 인해 짜증이 나는 경우 짜증이 폭발하기 전에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 말하며, 그런 경우 "말씀 중 죄송하지만, 화장실에 다녀와도 될까요?"라고 말하고 자리를 피한 후 마음을 평정을 되찾거나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경우 화장실 변기를 향해 이렇게 소리친 후 변기 손잡이를 내리라고 말한다.
" 방금 짜증났던 것, 없던 일로 치자!"

알면서도 잘 안되기에 고민하고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이다. 누군가의 처방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내 자신을 챙겨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내야 한다.
조언은 말 그대로 참고사항이기에 꼭 그렇게 해야함이 아니다.
이 책 역시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이나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찾아서 읽어도 좋다.
그러면서 위안이 되고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 아닐까?

세상에 존재하는 책이나 사람들 중에 진정으로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기에 이제부터라도 내 마음을 먼저 챙기면서 눈치를 전혀 안 볼 수 없으니 적당히 보고 마음에 담아두거나 마음 쓰지 않음이 쉽지는 않으니 잠깐만 그러면서 조금만 담아두고 마음 쓰면서 조금씩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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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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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왜 인간에게 도와달라고 말했을까?

한스 리트 작가의 시리즈의 세 번째작품인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를 통해 작가와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시리즈의 경우는 보통 앞의 내용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선택을 할 때 고민을 하거나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경우는 그런 고민과 부담보다는 제목에 한 번 이끌리고 스토리 소개에 또 한 번 이끌려서 읽어보고 싶었다.
읽고 난 후 나의 선택에 후회가 없었을 뿐 아니라 앞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다.

작가의 재치있는 표현과 유머감각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때문에 소설의 내용이 무겁거나 종교적인 색채가 지나치게 강해 읽을 때 반감이 들거나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조금 있었는데 그건 나의 노파심이였음을 깨닫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돈 내놔!」 내앞에서 빨간 모자를 쓴 산타클로스가 명랑한 표정으로 가짜 수염을 바로 잡으면서 말한다.
- 7p

이야기는 심리치료사인 야콥 야코비가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가는 길에 노상강도를 만나 자신이 가진 시계, 핸드폰과 지갑 등을 강탈당하는 상황에서 두 명의 노상강도를 설득하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런 장면을 읽을 때면 섬뜩함과 긴장감이 들어야함에도 세 사람의 대화를 보면 그럴 수 없을 뿐 아니라 웃음도 나게 된다.

불행은 겹쳐서 오는 것일까?
강도를 만난 그날 야콥의 눈을 의심해야하고 있을 수도 있어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건 전편에서 자신을 '신'이라고 말한 옛 상담환자인 아델 바우만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그는 4년 전에 세상을 떠났기에 이 세상에 존재해서도 야콥의 눈 앞에 나타나서도 안되는 인물이다.

그런 그는 정말 '신'인 것일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상상해도 섬뜩하면서도 황당할 것같다.

"아주 간단해.
자네가 새로운 메시아가 되어
이 세상을 구하면 되는 거지"

그런 상황에서 죽었다 부활하여 나타난 아델은 야콥에게 자신과 함께 타락한 세상을 구원하고 인류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그가 새로운 '메시아'가 되어달란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야콥은 농담이라 여겨며 자신의 입장과 심정을 아무리 이야기하지만 아델은 진지하기만 하고 야콥을 설득하기에 나서는데....

아델의 일명 '인류 구원 프로젝트'에 야콥은 정말 '메시아'가 되어 그와 함께 타락한 세상과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을까?

'메시아'라는 역할을 두고 계속적으로 옥신각신하는 야콥과 아델, 야콥을 도와줄 사도의 등장, 자신의 의지인지 알 수 없으나 지하철에서 이유없이 폭행을 당하는 이를 구하게 되는 야콥의 이야기 등 소설 속에는 다양한 사건와 인물들이 등장하고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가독성도 좋고 재미도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황당하고 어이없다 여길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아델이 짜놓은 판에 야콥이 걸려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유쾌하고 스릴감마저 들게 한다.

그러면서 계층간에 존재하는 빈부의 차이나 동물 보호관련 이야기, 인간의 마음 속의 선과 악의 존재에 관한 사회비판적이고 철학적인 면도 담고 있어 결코 우스꽝스럽고 가볍지만은 않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세상은 아무리 나빠도 악마와 계약을 맺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인생은 회색 톤이야. 단순히 흑백톤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고"
- 267p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말 중 일부인 이 문구에서 인생은 흑백논리로만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주면서 색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작가의 회색톤이라는 표현이 이색적이고 마음에 들었다.

이 작품을 통해 한스 라트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그가 쓴 시리즈를 모두 읽고 싶어졌고 그가 궁금해졌다.
아델과의 첫 만남과 안톤 아우어바흐라는 악마와 야콥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전편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는 오랜만에 웃으면서도 이것 저것 생각하며 읽었던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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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야상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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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소나타」 그건 전초전에 불과했다.
미코시바 레이지, 그에 대해 알려주는 전초전이자 진정한 '속죄'의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보게 했던 작품이였던 「속죄의 소나타」
드디어 2탄이 나왔다. 그리고 미코시바의 매력에 빠져 들게 하는 묘한 작품이며,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필력 덕분에 몰입도와 가독성이 최고였던 작품이였다.

미코시바 레이지
그는 실력은 최강, 평판은 최악인 불량변호사이다.
포커페이스에 능한 인물로 그의 표정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이들에게는 헛수고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악질이더라도 돈이 많은 자산가라면 OK였던 그가 이번에는 돈도 없고 승산없는 싸움에 변호를 하겠다고 자처하고 나서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쓰다 아키코 사건 - 주부 아키코의 남편 살해 사건
남편을 살해한 아키코는 두 아이의 엄마로 파트타임 일을 하며 가정을 꾸려가던 주부였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할 의지가 없으면서 아이들과 자신에게 폭력까지 행사하는 남편에 대한 분노가 쌓여 살해했다는 그녀.
그런 그녀를 변호해서 무죄 판결을 받아 내거나 최소한 감형을 받아서 아이들 품으로 빨리 돌려보내려는 마코시바.
아키코는 재력이 없고 볼 것도 없는 자신을 변호하려는 이유가 뭐냐 묻자 미코시바는 유명해지기 위해서라는데...

나도 궁금하다. 돈이 되는 일에만 변호를 했던 그가 왜 자선사업가도 아니면서 재력도 없고 생활에 찌든 얼굴로 삶의 의지마저 없어보이는 그녀를 변호하려는건지....
아니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한 것인지...
이것도 혹 과거의 자신의 잘못에 대한 속죄를 위함일까?

의문의 남자, 미코시바 레이지
그가 궁금하다. 그리고 빠져들게 된다.
분명 그는 용서받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를 만났다면 나 역시도 그를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을만큼의 파렴치한 범죄 경력을 가졌다.
어두웠던 과거만큼이나 현재의 화려함 뒤에 그는 아직도 어둡고 냉혈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이 작품의 관전포인트는 심리전이 아닐까?

미코시바 VS 아키코
자신에게만을 진실만을 말하라는 그와 들키면 안된다. 의심을 사서도 안된다. 경계를 늦추지 말자.
들춰서 밝히려는 그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그녀의 심리전은 이야기가 끝이 날 때까지 계속된다.
그녀가 숨기려는 것은 뭘까? 말 못할 사정으로 범인을 자처하는 것은 아닐까? 들켜서도 들어나서도 안되는 진실은 무엇일까?

미코시바 VS 미사키
변호사와 검사의 대결로 포커페이스에 능한 미코시바를 상대로 결코 지지않는 인물인 미사키, 두 사람의 법정 공방과 법정을 벗어나 사건을 두고 불꽃튀는 심리전을 벌이는 모습은 작품을 읽는 내내 흥미롭고 긴장감마저 들게 했다.

이번 작품에는 어느 정도 예상가능한 반전과 전혀 예상 못한 대반전이 담겨 있다.
이것은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트릭 중 하나가 아닐지...
예상이 가능한 반전을 주면서 이것으로 끝이 나는가 싶었는데 모든 것이 밝혀진 상황에서 또 다시 반전을 내보이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님을 보여주는 묘미와 전편과 연결이 되는 진정한 '속죄'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하고 생각해함이 담긴 「추억의 야상곡」

음악이 누군가에는 추억을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기억하기도 떠올리기도 싫은 일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중반에 등장하는 '쇼팽의 야상곡'은 아키코에게는 외롭고 무서웠던 시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한 어떠한 잊고 있던 기억의 파편 한 조각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야상곡'이였다.

「추억의 야상곡」은 미코시바 레이지의 법정 대활극으로 법정이라는 신성한 장소로 포장된 도박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증거와 논리로 다투는 법정에서 미코시바의 속임수와 심리전이 미사키의 기분을 언짢게 하는 모습은 상대방의 표정에서 심리를 읽어내는 게임인 도박을 연상케하였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시사하는 바도 컸다.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들의 단편적 사실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속 사정이 있기에 섣푸른 판단으로 그들을 비난하거나 멸시해서는 안됨을 상기시켜주는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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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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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인지 눈의 결정체인지 알 수 없는 반짝이는 밤하늘이 참 아름답다.
그 밤하늘 아래 설원이 펼쳐지고 작은 마을인 듯 나무들과 집들이 그려져 있는 그림 속에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하키'와 관련된 그림이 있는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평온하기만 할 것같은 작은 마을 '베어타운'
책장을 열어 읽기 전까지는 그 속에 드리워진 어둠을 알지 못했다.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오베라는 남자」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등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베어타운」의 첫장이다.
늘 우리에게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주는 그였기에 "시작부터 뭐지? 미스터리 소설인가?"라는 섣부른 판단을 하였다.
하지만 모든 소설은 끝까지 읽어봐야 하는 법...

'하키'라는 스포츠, 그것이 시작이였다.
작은 마을인 '베어타운'은 하키가 전부였다.
점점 쇠락해가는 마을의 유일한 희망은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의 승리.
과정보다는 결과, 구단이 원하는 것은 승리 뿐이였고 그것을 위해서는 코치 교체도 서슴치 않는데...
이는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경기에 패하는 경우에는 감독의 경질도 서슴치 않는 스포츠계의 모습이기도 했다.

우리도 한때 스포츠에 온 국민이 열광한 적이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온 국민이 붉은 물결을 이루며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외치고 하나같이 승리를 외쳤던 그때의 함성과 장면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벅차고 떨린다.
스포츠는 그런 것이다. 흩어져있던 마음을 모으기도 하고 찰나의 순간을 위해 온 국민들이 두 손 꼭 모으고 간절히 응원하며 울고 웃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살아남는자와 살아남지 못하는자,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할 뿐 중간은 없다.
실력을 인정받고 부각이 되면 스타덤에 올라서 부유한 생활을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이름조차 모르고 묻히게 되는 것.

하키는 반복의 보상이 따르는 종목이다. 골수에 새겨진 본능적인 반응이 될 때까지 똑같은 훈련,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중략) 빙판 위에서는 방향과 생각을 누구보다 빨리 변경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최고의 선수와 그 나머지라 분리된다.
- 56p

페테르는 묻는다.
"그럼 우리가 그 아이들한테 바라는 게 뭘까요? 그 스포츠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뭘까요? 거기에 평생을 바쳐서 얻을 수 있는 게 기껏해야 뭘까요? 찰나의 순간들....몇 번의 승리, 우리가 실제보다 더 위대해 보이는 몇 초의 시간,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된 것처럼 상상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그리고 그건 거짓말이에요.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정적을 깨고 라오나는 말한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뿐이지. 하지만 페테르,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인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과정보다는 오로지 결과 즉 승리만을 강조하는 구단, 하지만 강적을 상대로 싸워야하는 하키 청소년팀을 생각하면 고뇌가 많은 페테르, 하키가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더 나아가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은 승리만이 아닌 인생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사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뒤에 일어날 사건을 예상하지 못했다.

베어타운에는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이 있다. 팀의 에이스이자 천재적인 자질을 가진 케빈을 중심으로 아이들은 구단과 마을 사람들의 염원대로 승리만을 위해 노력하고 강자를 상대로 치룬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승리를 하면서 마을은 축제분위기로 아이들도 축하 파티를 가진다.
하지만 이 축하 파티장소에서 베어타운 하키단 단장인 페테르의 딸 마야가 케빈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이 일은 한 아이의 인생뿐 아니라 하키만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베어타운에 위기를 가져오는데...

그들은 죽을 때까지 자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페테르, 하키 때문이 아니야. 사람들이 뭐라고 하더라....'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던가?"
그녀는 속삭인다.
"어쩌면 그게 문제일지 몰라. 우리가 마을을 잘못 고른 걸지 몰라."
그가 대답한다.

정말 그들은 삶의 터전이라 여기며 온 베어타운이라는 공동체를 잘못 선택한 것일까?
마을의 명성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리며 숨기기에 급급하고 옳은 일이 아닌 줄 알면서도 잘못된 선택에 동조하는 공동체라는 이름하에 이루어지는 범죄행위와도 같은 일들...
이 문제는 비단 베어타운에서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씁쓸함이 들었다.

상당한 두께의 소설이였음에도 프레드릭 배크만의 특유의 스토리 전개 방식 덕분인지 "언제 이 책을 다 읽지?"에서 시작한 것이 "벌써 끝났네"라고 말할 정도로 중반을 넘어서면서 몰입하며 읽어나갔다.

사건 이후에 전개되는 스토리에서는 분노하기도 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그리고 프레드릭 배크만 특유의 문체와 명대사들 덕분에 빠른 속도로 읽어나갔으며, 소설이 끝났음에도 여운이 오래갔다.
이 소설은 나에게 「오베라는 남자」이후 좋아하게 될 또 하나의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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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당 사건수첩
정재한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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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은 사람을 잡고 박수무당 한준은 거물급 사건을 해결한다?

수련한 외모에 신의 아들이라 자처하며 박수무당 노릇을 하는 한준, 그의 정체는 뭘까??
정말 신내림을 받은 용하다 소문난 신의 아들이 맞는 것일까?
딱 봐도 뭔가 포스가 다름이 느껴지며, 그를 찾아오는 고객들은 돈 많은 재벌로 말 안해도 척척 맞추는 그의 신통방통한 능력에 혼을 빼고 복비가 비쌈에도 계속해서 그를 찾아오는데... 그의 정체가 궁금하다 궁금해.

미남당은 박수무당 한준의 점집 이름
미남당에는 한준만이 아닌 그의 여동생인 혜준, 그리고 친애하는 파트너이자 협력업체(소규모 흥신소)의 수장인 수철이 손발이 척척맞게 일하고 있다.
눈치채는가? 미남당은 신을 모시는 곳이 아닌 그들의 아지트이자 좋은 길로 안내한다는 명목하에 돈 많은 이들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기가 막히는 점괘로 한 번 발길을 하면 또 찾게 만드는 남한준은 잘 생긴 외모와 깔끔한 차림 그리고 수련한 말솜씨로 연기력도 최고인 전직 프로파일러되시겠다. 그럼 진짜 무당이냐? 노노노~
흥신소를 운영하는 친애하는 파트너 수철과 비상한 능력을 가진 천재적인 해커인 여동생 혜준이 예약받은 의뢰인들의 정보를 미리 알아보고 그에게 알려주면 그 뒤는 그의 진짜같은 연기력이 한몫을 하면서 가짜가 아닌 진짜 무당같이 점괘를 내려주는 것이다.

고공행진을 하던 미남당 3인방은 의뢰인 중 한 명이 집에 기이한 일이 있다며 도와줄 것을 청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의뢰인의 집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도망가는 누군가를 잡으려다 형사인 한예은과 맞닥뜨리며 오해를 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의뢰인의 집 근처 하수구 안에서 불탄 시체가 발견되고 이것이 자신들이 다음으로 의뢰받은 고객과 관련이 되면서 거물급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처음에는 '따로 국밥'처럼 미남당 3인방과 형사인 예은과 두진이 각각 자신들이 맡은 사건을 해결을 해 나가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계속 부딪히게 되면서 나중에는 '섞은 국밥'처럼 서로가 맡은 사건이 연결된 것을 알고 협력하게 되는데...
반전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장자연 사건'과 비슷한 거물급 인사들이 연루된 성매매 문제를 다루고 있는 사회파소설이면서 잘못된 신념으로 인생을 망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박수무당이라는 컨셉으로 전직 프로파일러와 흥신소수장 그리고 천재 해커가 예기치않게 휘말린 사건속의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웃음과 통쾌함을 준다.

사건을 보자면 씁쓸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자칫 무겁거나 불편함을 가질 수 있는 문제를 위트있게 다루는 작가의 솜씨 덕분에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느낌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미남당 3인방과 '한귀(한예은 귀신- 촉이 너무 좋음)'라는 별명을 가진 형사 한예은의 활약상을 보고 싶다면 「미남당 사건수첩」을 한 번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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