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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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왜 인간에게 도와달라고 말했을까?

한스 리트 작가의 시리즈의 세 번째작품인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를 통해 작가와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시리즈의 경우는 보통 앞의 내용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선택을 할 때 고민을 하거나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경우는 그런 고민과 부담보다는 제목에 한 번 이끌리고 스토리 소개에 또 한 번 이끌려서 읽어보고 싶었다.
읽고 난 후 나의 선택에 후회가 없었을 뿐 아니라 앞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다.

작가의 재치있는 표현과 유머감각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때문에 소설의 내용이 무겁거나 종교적인 색채가 지나치게 강해 읽을 때 반감이 들거나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조금 있었는데 그건 나의 노파심이였음을 깨닫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돈 내놔!」 내앞에서 빨간 모자를 쓴 산타클로스가 명랑한 표정으로 가짜 수염을 바로 잡으면서 말한다.
- 7p

이야기는 심리치료사인 야콥 야코비가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가는 길에 노상강도를 만나 자신이 가진 시계, 핸드폰과 지갑 등을 강탈당하는 상황에서 두 명의 노상강도를 설득하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런 장면을 읽을 때면 섬뜩함과 긴장감이 들어야함에도 세 사람의 대화를 보면 그럴 수 없을 뿐 아니라 웃음도 나게 된다.

불행은 겹쳐서 오는 것일까?
강도를 만난 그날 야콥의 눈을 의심해야하고 있을 수도 있어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건 전편에서 자신을 '신'이라고 말한 옛 상담환자인 아델 바우만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그는 4년 전에 세상을 떠났기에 이 세상에 존재해서도 야콥의 눈 앞에 나타나서도 안되는 인물이다.

그런 그는 정말 '신'인 것일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상상해도 섬뜩하면서도 황당할 것같다.

"아주 간단해.
자네가 새로운 메시아가 되어
이 세상을 구하면 되는 거지"

그런 상황에서 죽었다 부활하여 나타난 아델은 야콥에게 자신과 함께 타락한 세상을 구원하고 인류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그가 새로운 '메시아'가 되어달란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야콥은 농담이라 여겨며 자신의 입장과 심정을 아무리 이야기하지만 아델은 진지하기만 하고 야콥을 설득하기에 나서는데....

아델의 일명 '인류 구원 프로젝트'에 야콥은 정말 '메시아'가 되어 그와 함께 타락한 세상과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을까?

'메시아'라는 역할을 두고 계속적으로 옥신각신하는 야콥과 아델, 야콥을 도와줄 사도의 등장, 자신의 의지인지 알 수 없으나 지하철에서 이유없이 폭행을 당하는 이를 구하게 되는 야콥의 이야기 등 소설 속에는 다양한 사건와 인물들이 등장하고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가독성도 좋고 재미도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황당하고 어이없다 여길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아델이 짜놓은 판에 야콥이 걸려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유쾌하고 스릴감마저 들게 한다.

그러면서 계층간에 존재하는 빈부의 차이나 동물 보호관련 이야기, 인간의 마음 속의 선과 악의 존재에 관한 사회비판적이고 철학적인 면도 담고 있어 결코 우스꽝스럽고 가볍지만은 않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세상은 아무리 나빠도 악마와 계약을 맺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인생은 회색 톤이야. 단순히 흑백톤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고"
- 267p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말 중 일부인 이 문구에서 인생은 흑백논리로만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주면서 색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작가의 회색톤이라는 표현이 이색적이고 마음에 들었다.

이 작품을 통해 한스 라트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그가 쓴 시리즈를 모두 읽고 싶어졌고 그가 궁금해졌다.
아델과의 첫 만남과 안톤 아우어바흐라는 악마와 야콥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전편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는 오랜만에 웃으면서도 이것 저것 생각하며 읽었던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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