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 - 자존감, 효능감을 높이는 독서처방전
최희숙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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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 아이가 방문을 잠그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만으로 가슴이 답답해지는 요즘이다.
'사춘기', 누구나 자연스럽게 겪어가야 하는 하나의 관문이라는 생각하면서도 그 강도가 어떠하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며 아이와의 관계에도 많은 영향이 있기에 단순한 지나가는 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보다 불안감이 엄습해올 때가 많다.

주변에서도 아이의 사춘기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엄마들이 많다보니 나 역시도 곧 닥쳐 올 아이의 '사춘기'에 대비하며 아이와의 갈등을 조금은 줄여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심리상담사이자 독서지도사로 20년간 독서를 통해 아이를 지도해 온 저자의 <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은 제목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아이가 걸어 잠근 문이 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의 축적이 필요해서가 아니고, 아이 마음의 정확한 지점을 제대로 들여다 볼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가는 단숨에 또 누군가는 더 오랜 시간이, 더러는 닫힌 채로 살 수 있다. (중략)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방문을 열기 위해 방문 앞에 서 있지 말고 내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서문 중에서)

저자 역시도 아이와의 혹독한 시간을 보냈으며, 그 긴 터널을 빠져 나오기까지 도서관에서의 많은 책들이 그녀를 일으켜세우고 버티게 해 주었다.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 몇 걸음 물러나 자기 내면의 문을 여는 데 마음을 써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 내면의 문을 여는 데 있어 독서는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그녀가 상황에 따른 자신의 이야기와 그 상황과 관련하여 소개하는 책과 그 속에 담긴 구절들을 읽고 있노라면 독서 지도를 통해 쌓아온 그녀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진심어린 조언이 느껴지기에 한 장 한 장 마음을 다해 읽어나갔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책들을 다 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읽은 이가 소개하는 글을 보며, 알지 못해 읽지 못하거나 도전하기 쉽지 않아 포기했던 책들을 다시 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독서를 통한 자기 성장을 통해 내면 속에 억눌린 자아를 위로하고 이해함에 따라 현실 속의 아이의 마음도 조금씩 들여다볼 수 있는 엄마의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더 공감이 되고 매력적인 책이였다.

자녀가 커갈수록 아이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지 못한 미안함과 내가 누릴 수 있었던 기쁨을 스스로 놓친 아쉬움이 커진다. 수많은 자녀교육서를 읽었지만 정작 내게 필요했던 건 할머니가 손주를 바라보는 여유 있는 시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104p)

긍정이라는 말은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러한 것'을 보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긍정이다. 우리는 자녀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편견 없이 긍정할 필요가 있다. (109p)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배우게 된 것은, 아이들은 자신에게 결정할 힘이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자신에게 유익한 걸 선택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겪고 있는 마음 상태를 잘 들여다보고 행동 뒤에 숨은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차려 주는 것, 공감해주는 것, 고개 끄덕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걸 배워가고 있다. (130p)

아이가 잠근 것은 방문이 아닐 것이다. 소통이 되지 않음에 따른 마음의 문일 것이다.
정체성의 혼란과 그에 따른 감정 기복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는 아이가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통제가 아닌 선택에 있어서의 자기 결정권이 아닐까?
그 결정권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과 효능감을 형성시킴과 동시에 책임감도 함께 따름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며 부모로서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은 그저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해주는 독서 지도서가 아니다. 자신이 읽은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자존감뿐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좀 더 살펴볼 수 있었던 저자의 삶의 방식과 독서 처방전을 담고 있는 책이다.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훗날 나 스스로도 "참 괜찮은 삶을 살았다구나!"라고 인정해주며, 아이들에게선 "엄마가 우리의 엄마여서 다행이였어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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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하얀 카페 심쿵 레시피 푸른숲 어린이 문학 9
박현정 지음, 신민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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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말하지 않고 나의 마음을 알고 나에게 맞는 레시피로 편안함과 힐링감을 느끼게 해주는 카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모퉁이 하얀 카페 심쿵 레시피>에서는 마음이 울적하거나 세상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과 말 못할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게 하는 마법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총 4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소설은 각각의 이야기같지만 주인공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들로 사건이 연결되며, 각자의 사정을 알지 못한 채 상처를 주는 일을 잘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글을 읽는 동안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초등학교 딸아이의 학교 생활이 머릿 속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4편의 이야기 중 한 편인 동권이의 이야기를 잠깐 보자면

'됐고'라는 말을 자주 쓰는 동권이를 친구들은 '됐고 대마왕'이라 부른단다.
학예회 사회를 자신이 아닌 다른 친구이 보게 되었다고 심술이 난 동권이의 눈에는 학예회 행사의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야구리그전에서 출전해야하는 친구가 출전하지않아 졌다며 그 친구와 실랑이를 하다 다치게 하는 뜻하지 않은 사고까지 치게 되었다.
그 사고로 동권이는 처벌을 받아야하는 위기를 맞는데....

우주 하니까 문득 카페가 생각났다. 가방을 뒤져 꼬깃꼬깃하게 접힌 광고지를 펼쳤다.

지붕 위로 우주가 춤추는 집!
모퉁이 하얀 카페를 찾으세요.
(74p)

과연 이런 곳이 있을까 하는 마음은 들지 어디라도 가서 속상한 마음을 달래고 싶은 아이들에게 지도 끝에서 하얗게 반짝이는 카페의 유혹은 강했다.

모퉁이 하얀 카페를 찾아간 동권이의 앞에 요리사 가운을 입은 누나가 나타나고 힘든 하루를 보낸 동권의 마음을 위로해주며, 말하지도 않았음에도 동권이가 좋아하는 피자와 매직 슬러쉬를 내놓으며 '환상의 짝꿍'이라 말한다.
허겁지겁 흡입하며 먹던 동권은 마지막 피자를 먹으려도 선유와의 피자 추억을 떠올리더니 자신이 다치게 한 선유를 찾아가야겠다 생각하며, 카페를 나서게 된다.
늘 그랬듯 카페은 자신의 임무가 끝나고 나면 마법처럼 사라지게 된다.

함께 나누면 행복하고 마음의 아픔도 치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식과 동화가 닮았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아이와 함께 부모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같다.

작가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마법같은 카페에서의 심쿵레시피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쯤 그 곳에 가서 마음을 달래고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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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해줄게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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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삶이 힘겨운 삶이라 여기지 않는다. 마냥 감사하며 살아왔다. 대출금을 밀리지 않고 살아감에 감사했고 월세를 매달 잘 내고 살고 있음에 감사했고 우리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감사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돈이 아닌 사람들이다.
(10p)

돈이 없어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돈이 없는 것도 그들의 잘못이 아닌 일을 하고도 제대로 대가를 주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돈이 없었던 것이였다.

운이 없다고 해야 할까?
어쩜 이리도 뺑소니를 자주 당해서 먹고 살기도 힘든데 몸도 마음도 힘들게 하는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빼앗는지...

'약자를 대변하는 작가' 소재원
그가 이번에도 약자를 대변하는 소설인 <행복하게 해줄게>를 출간했다.
소설 속 부부는 착해도 너무 착하다. 아니 착하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부족할만큼 선한 마음을 가진 이들로 서로에게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 위로해주며 괜찮다고 말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행복하게 해줄게"
고백을 할 때 사랑한다라는 말 다음으로 많이 하는 말이 이 말이 아닐까?
하지만 정작 이 말을 실천하며 서로를 이해해주고 사랑하면서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부부는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유연 아빠.
착한 심성의 그는 뼈가 붙을 새도 없이 또 다시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직장을 구해 일을 하려한다.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한 그는 노동청의 도움으로 사업장의 사장과 합의를 하지 않고 자신의 밀린 급여를 받아내고 두번째로 당한 뺑소니범이 잡혀서 경찰서에 가서도 욕을 하기보다는 "왜 그러셨어요?"라는 말 밖에 하지 않는 그다.
답답한 캐릭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이라지만 현실 속에서도 이런 사람이 있다.
모질게 살아오지 못하고 그저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오는 이들이...

부창부수라고 그의 아내 역시도 만삭의 몸으로 그의 병원비에 조금이라도 보태고자 부업을 하며 다쳐 아파서 힘든 남편이 자신에게 미안해할까봐 괜찮다고 말한다.

"행복하게 해줄게"라는 말이 이렇게 먹먹함을 느껴질 줄 몰랐다.
젊다면 젊은 작가인 그는 어떻게 이렇게 처절함과 먹먹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을 쓸 수 있는지... 모든 것을 경험한 것이 아닐 것임에도 이런 글을 통해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는 사실에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행복하게 해줄게>라는 소설을 읽으며 한때 이슈가 되었던 '크림빵 사건'이 생각났다.
만삭의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가던 남자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 사건.
그 사연이 소개되었을 때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은 이가 없다할 만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사건이였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 지루하다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는 간절함이요, 특별함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였다.

단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패배자로 살아오지 않았음을. 불합리한 일들을 당한다고 받아들이고 살았던 건 아니었음을. 우리 나름대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작게나마 가족만은 지키고 살았음을. 그러니까 불행한 인생으로 낙인찍지 말아줬으면....(176p)

타인의 삶을 보고 자신의 기준에서 행불행, 낙오자 등으로 판단해선 안됨을 이 소설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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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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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브레이크 다운>이라는 작품을 알게 된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기뻤다.
심리스릴러이자 반전의 스릴러로 유명한 작가이기에 이번 작품은 어떤 스토리로 이 모든 요소를 담아내고 있을지 기대되었다.

표지 속 머리가 깨어진 러시아 인형은 소설의 시작 전부터 섬뜩함을 느끼게 하며 이번 작품도 심상치 않은 내용이 아닐까 추측케 했다.

첫 눈에 반한 사랑하는 여인인 레일라와
여행을 떠난 핀.
여행은 예상치 못한 상황과 함께 레일라의 실종으로 끝이 나고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레일라의 실종과 관련하여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핀의 말할 수 없는 진실은 그를 용의자로 몰아갈 수 있는 여지가 되었다.
그녀의 실종과 관련해서 두 사람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으며, 어떻게 12년이라는 시간동안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가 있는 것인가?

사라진 레일라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던 핀은 12년이라는 시간동안 나타나지 않는 그녀가 죽은 게 아닌가하는 마음으로 추모식을 하고 그곳에서 레일라의 언니인 엘런을 만나 결혼 발표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어떻게 죽은 동생의 남자친구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레일라와는 모든 것이 정반대인 엘런의 핀을 향한 사랑이 어쩌면 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게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엘렌과의 결혼 발표 이후 두 사람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실종된 레일라를 보았다는 제보와 레일라가 지니고 다니던 러시아 인형이 집 앞과 그들이 다니는 음식점이나 차에서 발견이 되는 등 이해되지 않는 일이 일어날 뿐 아니라 핀에게 이상한 메일이 오면서 새롭게 꾸려가던 삶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보냈다는 걸 당신이 알아볼 수 있게 특별히 고른 거였어.
아직도 날 사랑한다면 모를리가 없는데
안녕 핀
(146p)


이들에게 장난을 치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죽었다고 생각했던 레일라가 정녕 살아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직접 나타나지 않고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면서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며, 모든 인물들이 의심스럽게 만드는 이 소설 속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소설은 총 3부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1부는 현재와 과거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되어 있으며, 2부에서는 핀과 레일라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게 만들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듯 쉽사리 진실을 드러내지 않았다.

<브링 미 백>은 이전의 작품들이 그랬듯 '데이트폭력'과 같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서 자행되는 '정서적 폭력'의 심각성과 그로인한 내면 깊숙한 상처가 또 다른 비극을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였다.

사랑은 소유의 개념이 아님에도 삐뚤어진 사랑관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꾸미거나 상대를 옥죄이다 못해 살해하는 끔찍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앞선 내용들은 마지막 반전의 결과를 알게 되면서 모든 의심이 풀어지고 사건의 여러가지 알 수 없는 일들이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듯 완성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읽을수록 궁금함에 계속 읽게 되고 피가 마르듯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핀의 감정만큼이나 읽는 독자에게도 스릴감과 압박감을 주는 <브링 미 백>
알듯 모를 듯한 결말이 당신을 작품 속으로 빨려들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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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 널 만난 건 행운이야 -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며 사는 법
앨리슨 데이비스 지음, 윤동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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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모두가 비슷할 것이다. 거의 움직임이 없는 듯한 그의 모습에서 '게으를 것이다.' , '움직이는 할까?' 등등.
그러나 그의 이런 모습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독성이 강한 나뭇잎을 먹고 살아. 그래서 식사가 끝나면 느긋하게 휴식을 취해야만 해. 조심스럽게 천천히 소화시키면서 중독을 피하는거지. 이건 누구도 생각지 못한 아주 천재적인 방법이야.

나무늘보가 공중에 매달려 멍하니 있을 때는 자신의 여러 개의 위장이 자기 역할을 다하여 독을 분해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거란다.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잖아.'
나무늘보는 우리에게 '빨리', '대충'이 아닌 모든 일에도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 들어야하기에 스스로에게 느긋한 시간을 주어보는 게 어떠냐고 말한다.

앞만 보며 달려왔고, 달려가고 있는 이들에게 나무늘보는 천천히 느리게 가는 자신의 시간표에 맞추어보라 한다.
이 무슨 황당한 말이고 가능한 일이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며,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뒤쳐질까봐 겁먹지 말고 안심해. 해보지 않아서 두려운거야. 막상 해보면 어렵지 않아. 마음과 손이 떨린다면 한번 더 크게 심호흡을 해봐 (23p)

라고 말한다.
사실 '빨리' 일처리를 하면 일찍 일을 끝낼 수 있는 면도 있지만 실수를 하는 면도 많고 일을 빨리 끝냄만큼 또 다른 일이 주어지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되면 더 여유가 없는 삶에 지쳐가고 공허함마저 들 때가 많아 점차 몸도 마음도 병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하루쯤 햇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바람을 느끼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그 말을 한지 일년이 넘어가고 있어. 대체 언제쯤 그 일이 가능한가? 엄청난 시간을 내야하는 것도 아니잖아. (36p)

돈은 우리에게 쓴맛, 단맛과도 같으며, 늘 갈증을 느끼게 한다. 이 돈을 쫒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불만족과 공허함,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거나 득보다 실을 많이 안겨준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며 나무늘보는 안타까워하며 돈보다 더 귀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건 바로 '너'라고

<나무늘보 널 만난 건 행운이야>는 우리에게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며 사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나무늘보의 생태를 통해 배운 지혜를 우리의 삶에 결부시켜 보면서 그동안 감당하기 버거웠던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미소 짓을 수 있는 삶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감동을 받은 저자가 자신의 이러한 감동을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나무늘보의 단순히 느긋함만이 아니라 그가 나무에 거꾸러 매달려 변화하는 자연을 느끼는 것처럼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알지만 용기낼 수 없고 행동할 수 없었던 많은 부분에서의 내 자신 찾기와 저당잡혔던 오늘의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한 템포만 느리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면 보이는 많은 것들을 이제는 놓치지 말고 '나'를 더 챙기고 사랑하며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있는 삶을 살기 응원하고 있다.

행복하니? 이 질문 앞에 깊은 한 숨을 내쉬는 건 아니지?
어쩌면 눈물이 핑 돌 수도 있고, 코 끝이 찡해질지도 몰라.
행복? 행복이 뭐지? 라고 반문하면서 멍해질 수도 있어 왜냐하면 지금까지 행복을 잊고 살았으니까.

나무늘보는 오늘의 행복을 저당잡히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 과연 이게 옳은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행복을 갈망하고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음에도 정작 행복이라는 감정조차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저자의 이 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파랑새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내 안에 있을 뿐
삶의 중심에 항상 자신을 두지 않고는 행복을 누릴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모두 읽은 후 나는 내 자신에게 말했다.
나무늘보 지금이라도 널 만난 건 행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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