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의 삶이 힘겨운 삶이라 여기지 않는다. 마냥 감사하며 살아왔다. 대출금을 밀리지 않고 살아감에 감사했고 월세를 매달 잘 내고 살고 있음에 감사했고 우리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감사했다.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돈이 아닌 사람들이다. (10p)돈이 없어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돈이 없는 것도 그들의 잘못이 아닌 일을 하고도 제대로 대가를 주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돈이 없었던 것이였다.운이 없다고 해야 할까?어쩜 이리도 뺑소니를 자주 당해서 먹고 살기도 힘든데 몸도 마음도 힘들게 하는지...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빼앗는지...'약자를 대변하는 작가' 소재원그가 이번에도 약자를 대변하는 소설인 <행복하게 해줄게>를 출간했다.소설 속 부부는 착해도 너무 착하다. 아니 착하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부족할만큼 선한 마음을 가진 이들로 서로에게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 위로해주며 괜찮다고 말한다.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행복하게 해줄게"고백을 할 때 사랑한다라는 말 다음으로 많이 하는 말이 이 말이 아닐까?하지만 정작 이 말을 실천하며 서로를 이해해주고 사랑하면서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부부는 많지 않을 것이다.특히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유연 아빠.착한 심성의 그는 뼈가 붙을 새도 없이 또 다시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직장을 구해 일을 하려한다.밀린 월급을 받지 못한 그는 노동청의 도움으로 사업장의 사장과 합의를 하지 않고 자신의 밀린 급여를 받아내고 두번째로 당한 뺑소니범이 잡혀서 경찰서에 가서도 욕을 하기보다는 "왜 그러셨어요?"라는 말 밖에 하지 않는 그다.답답한 캐릭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이라지만 현실 속에서도 이런 사람이 있다.모질게 살아오지 못하고 그저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오는 이들이...부창부수라고 그의 아내 역시도 만삭의 몸으로 그의 병원비에 조금이라도 보태고자 부업을 하며 다쳐 아파서 힘든 남편이 자신에게 미안해할까봐 괜찮다고 말한다."행복하게 해줄게"라는 말이 이렇게 먹먹함을 느껴질 줄 몰랐다.젊다면 젊은 작가인 그는 어떻게 이렇게 처절함과 먹먹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을 쓸 수 있는지... 모든 것을 경험한 것이 아닐 것임에도 이런 글을 통해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는 사실에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행복하게 해줄게>라는 소설을 읽으며 한때 이슈가 되었던 '크림빵 사건'이 생각났다.만삭의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가던 남자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 사건.그 사연이 소개되었을 때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은 이가 없다할 만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사건이였다.그저 평범한 일상이 지루하다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는 간절함이요, 특별함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였다.단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패배자로 살아오지 않았음을. 불합리한 일들을 당한다고 받아들이고 살았던 건 아니었음을. 우리 나름대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작게나마 가족만은 지키고 살았음을. 그러니까 불행한 인생으로 낙인찍지 말아줬으면....(176p)타인의 삶을 보고 자신의 기준에서 행불행, 낙오자 등으로 판단해선 안됨을 이 소설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