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소년 첸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8
고정욱 지음, 김기석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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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아무도 없는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아이 책을 읽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니 괜시리 부끄러워서요.

사막 소년 첸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어떤 내용일까 궁금함을 갖고 첫장을 폈습니다.

중국 깐수성 둔황시의 지도가 나오더군요.

둔황......중고등학교때 배운 둔황 석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이곳에 사는 첸이라는 아이의 이야기인가 보구나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구걸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아픈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소년 첸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나마 공안이 뜨면 그 구걸도 힘들어서 버려진 야채나 과일을 주워 먹어야 하는

아주 가난한 생활을 하는 아이였어요. 그런 첸이 우연히 한국에서 나온 촬영팀을 만나고

며칠동안 촬영팀을 따라다니면서 도와주는 대가로 돈을 받기로 합니다.

첸 덕분에 멋진 모래언덕을 촬영할 수 있었고 여기서 감독님은 첸의 친구 샤오밍의 목숨도 구해주세요.

그리고 촬영이 금지된 월아천도 첸의 도움으로 찍을 수 있게 되지요.

감독님은 어린시절 자신을 보는듯한 첸을 특히 예뻐합니다. 첸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니

낙타 주인이 돼서 관광객들에게 낙타를 태워주는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더이상 굶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함께요.

촬영이 모두 끝나고 헤어지는 순간 감독님은 가난했던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첸에게 해줍니다.

어린시절 보았던 촬영팀을 가슴에 품고 결국은 그런 사람이 됐으니 첸도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꿈을 꼭 이루라고요.

첸은 모래 언덕에서 감독님과 촬영팀이 마시고 싶어하던 맥주 다섯병을 그날 받은 일당 5달러를

털어서 선물로 줍니다. 낙타 주인이 꼭 될테니 다시한번 찾아 달라는 말과 함께요.

떠난 일행의 차가 중간에 갑자기 서고 첸에게 보따리 하나를 던집니다.

그 안에는 돈, 볼펜, 전자시계 같은 촬영팀의 작은 정성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의 감독님과 사막 소년 첸의 이야기인데 짧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큰 감동을 전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어려워도 좌절하지 말고 꿈을 간직하고 살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진다는 감독님의 격려와 첸의 작은 선물은

별 생각없이 책을 펼친 엄마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어요. 

내 꿈은 뭐였을까......지나간 시간들을 반성하게 만들기도 했고요.

똘망똘망하고 눈치 빠른 친구 첸은 분명히 멋진 낙타 주인이 되겠지요?

 

큰 아이가 가끔 엄마 아빠에게 묻습니다. 어릴적 꿈이 뭐였냐고요.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마는데 아마도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부끄러움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래요. 뭐가 되든 중요한건 꿈을 손에서 놓지 않는거라는거요.

첸을 통해 그 사실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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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르와 아스마르의 이슬람 박물관 - Azur & Asmar, 초등용 정보책
미셸 오슬로.상드린느 미르자 지음, 조성천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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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그림자 애니메이션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마르고 닳도록 보았던 큰 아이 입니다. 자연스레 미셸 오슬로의 팬이 되어버렸죠. 물론 엄마인 저도 감탄을 연발하면서 보았기에 미야자키 하야오에 이어 기억하는 감독중에 하나입니다. 




아주르와 아스마르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색채의 마법사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영화다  
※영화제 소개글.
파란 눈에 하얀 피부의 아주르와 검은 눈에 검은 피부의 아스마르. 둘은 유모가 들려주는 요정 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난다. 어느 날 성주인 아주르의 아버지는 구실을 찾아내 갈 데 없는 유모와 그녀의 아들 아스마르를 성에서 내쫓는다.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된 아주르는 요정 진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나지만 배가 난파되어 낯선 땅에 도착한다. 이국적인 배경 속에 펼쳐지는 미셸 오슬로의 환상적인 애니매이션.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2006년에 탄생한 영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필모그라피를 통해서 이미 그 색채에 반해버렸기에 바로 볼 수 없다는거에 많은 아쉬움을 느꼈었죠. 그랬던 영화가 드디어 올 봄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남산 아래 애니메이션 전용극장까지 일부러 찾아간 수고로움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 색채와 환상적인 이야기는 어른인 저 조차도 한눈에 쏙 빠져버리게 하는 힘을 발휘했죠. 영화속에서 우리는 동양과 서양, 기독교와 이슬람의 만남을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볼거리와 환상적인 내용에 빠져 시간가는줄 모르고 영화를 볼 수 있었지만 영화를 뒷받침 해주는 기본 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만난 <아주르와 아스마르의 이슬람 박물관>은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이미 영화를 본 후 검색을 통해서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책이기도 했고요
 







책의 겉표지예요. 무라샤비에를 본떠 책 겉표지를 만들었어요. 정교함하면서도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 봤습니다. 이 창문 양식이 무라샤비에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화려한 이슬람 궁전의 건축 양식중 하나입니다. 이런 형식으로 다듬은 섬세한 나무 판자들은 창문을 가려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었었다고 하네요. 이 밖에도 책속에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을 통해서 사치스럽다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화려한 이슬람의 궁전을 볼 수 있습니다.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아주르와 유모와 친구였던 제난과 아스마르가 살았던 이슬람 시대의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문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이슬람 문화가 융성했던 시기의 유럽과 이슬람 제국의 정세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가 있어서 세계사까지 동시에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요 지도만 들여다봐도 이 시기 세계가 돌아가는 이야기, 이슬람제국의 세력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영화속에서 무심히 넘어갔던 부분들이 모두 역사속에 실제로 존재했던 것들이라는것을 속속들이 알려주고 있어서 마치 숨은그림을 찾는거 같습니다. 진요정을 찾아 모험을 시작하면서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만나고 고대 페르시아의 최고의 신인 아푸라 마즈다의 상징물도 볼 수 있었다는걸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답니다. 아주르가 말을 타고 지나갔던 무너진 교회는 비잔틴 제국 시대의 비실리카 성당의 폐허였다는 것도 알았네요. 영화속의 숨겨진 진실을 보는 재미와 함께 역사공부까지 할 수 있는 일석 이조의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스트교 문화와 이슬랆교 문화를 빼고서는 세계사를 이야기 할 수 없지요. 알게 모르게 접해온 기독교 문화는 익숙해져 있지만 이슬람 문화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생소하고 낯선게 사실입니다.  이 책이 인상깊었던 것은 그렇게 낯선 이슬람에 대해서 문화사적인 측면으로 접근하여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재미있게 이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이용해서 말입니다. 영화속에서 보았던 배경들을 하나하나 풀어주는데 그게 바로 이슬람 이야기입니다. 영화속의 집을 통해 이슬람 건축을, 제난을 통해서 이슬람 여성들의 삶을, 시장의 장면을 통해서 이슬람의 무역과 상업을, 제난과 아주르의 만남을 통해서 이슬람의 음식과 정원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이 먼저냐 영화가 먼저냐 누군가 묻는다면 먼저 이 책을 보고 영화를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대배경과 이슬람 문화를 알고 영화를 접한다면 훨씬 더 재미있고 깊이있는 영화감상을 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더불어서 아이들에게 이슬람을 접하게 해 줄 수 있는 책으로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처음에 등장하는 이슬람의 역사는 세계사를 좋아하는 저도 모르고 있던 구체적인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정도로 간략하면서도 깊이있는 지식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단일 문화권인 이슬람. 요즘도 심심치않게 뉴스에 등장하는 여러 사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하는 이슬람에 대해서 알고 싶을때 처음 만나는 책으로 이 책을 본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영화가 갖는 문화적인 힘, 하나의 종교가 갖는 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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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소중해요
국제앰네스티 지음, 김태희 옮김, 니키 달리 외 그림 / 사파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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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뭔지 모르게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때문에 한참을 숨을 골랐다. 우리집 아이들은 아홉살과 다섯살이다. 아직은 마냥 좋을 나이. 좋은것만 보고 좋은것만 생각할 나이라지만 우리 부부는 세상의 어두운 곳을 보여주기를 주저 않는다. 늘 국제 뉴스나 다큐 프로를 함께 시청하면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접하게 한다. 왜? 세상의 이면, 어두운 곳,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다는것을 알고 고통이든 기쁨이든 함께 나눌수 있는 깨어있는 인간으로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엠네스티라는 말은 지난 봄 촛불집회를 통해서 처음 알았다. 사실 국제인권위원회라는 단체는 알아도 엠네스티라는 말은 생소해서 일부러 찾아 보기까지 했다. 그래서 알게된 국제 엠네스티에서 세계인권선언 채택 60주년을 맞아 이번에 너무나도 귀한 책을 발간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인권 그림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내 손에 들어온 이 책은 세계인권선언문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존 버닝햄을 비롯한 28명의 세계의 유명 그림책 작가들의 그림과 함께 하고 있어서 더욱 뜻깊게 다가오는 책이다. 

지금도 세계의 곳곳에서는 인종과 종교와 사상의 차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총뿌리를 겨누기도 하고 테러를 감행하여 고귀한 생명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나라없이 난민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속에서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와 여자들은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각종 테러들도 알고보면 서로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무서운 사건들이다.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는 세계인권선언들을 읽고 있노라면 지금의 그 상황들이 가슴 깊숙히 스며들면서 진심으로 안타까움이 들게 한다. 


1조항 우리는 모두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요.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과 사상을 갖고 있지요. 우리는 모두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해요. 
2 조항 우리는 서로 다릊리만 누구에게나 이런 권리들이 있어요.
3 조항 우리는 모두 생명을 존중받으며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그림 존 버닝햄)

5조항 아무도 우리를 다치게 하거나 고문할 수 없어요.(그림 제인 레이)

18조항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믿고, 종교를 가질 권리가 있어요. 또 원한다면 종교를 바꿀 권리도 있어요. (그림 제시카 수하미)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던 인상깊은 조항들이다. 약자가 보호받고, 소수의 의견이 무시당하지 않으며,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 자유롭게 사고하고,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나 많은 차별과 보이지 않는 아픔들이 숨어있다. 세계인권선언이 그대로 지켜지기만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평화로워질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엔 인간으로서의 평등과 존엄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고 행사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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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비의 유혹
이명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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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니 다시 로맨스소설이 많이 당깁니다. 올 3월까지 읽고 근 3개월만에 손에 잡은 글이네요. 이명우님의 글은 출간작 <배춧잎 사랑>을 정말로 즐겁게 읽었기에 마음에 기억하고 있는 작가분 중에 한분입니다. 그래서 다시 잡는 로맨스소설의 첫번째 작가분이라 정말 기대를 많이 했었죠. 

프랑스 속옷 D.D의 매니저 고나비양. 늦은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고 친구 오랑의 고의적인(?) 부탁으로 오자마자 패션쇼 무대에 서게 됩니다. 디자이너의 아들이자 J몰의 상무 여민준과의 만남도 여기서 시작되죠. 무대에 선 나비의 모습에 매혹당하고, 키 175센티미터에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인 나비에게 껄떡대던 찌질한 놈 하나를 멋지게 날려버리는 모습을 보며 민준은 나비에게 무작정 끌립니다. 그후로 보기와는 다르게 순애보적인 구애 작전이 펼쳐지고 강렬한 키스 한번을 나눈채 나비는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죠. 한달후 한국지사 매니저로 나온 나비와 민준은 우연처럼 다시 만나고 결국 함께 합니다. 이후 상황은 마음을 속이면서 절대 사랑이 아니라고 여기는 나비 자신과의 갈등, 거기에 민준이 친구 오랑의 오랜 짝사랑상대였다는 오해가 겹쳐지면서 나비가 마음을 깨닫고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주기를 기다리는 민준을 떠나버리죠. 뭐 혼자 생쑈했던 나비는 오해라는것을 알고 바고 민준에게 달려가 유혹을 시작합니다.

여기서.......우리의 고나비양 겉모습은 굉장히 화려하고 강한 여자처럼 보이는데 반하여 속은 그렇지 못합니다. 입양아라는 사실과 어릴적부터 끈적이게 달라붙는 남자들의 시선에 대한 거부감으로 남자 기피증이 있어요. 글의 갈등을 유발하는 단서처럼 보였는데 민준과의 사이에서는 별로 크게 작용하지 않더군요. 그런 그녀가 민준에게는 처녀딱지 떼는 듯한 마음으로 몸을 허락하네요. 허락정도가 아니라 고기맛을 안 중이 떠오를 정도로 적극적인 여자로 변합니다. 어려서부터 익힌 호신술로 껄떡대는 놈 한방에 보낼 정도인 나비양이 민준 앞에서는 무릎에 힘도 못줄정도로 흐느적거리죠. 초반부의 똑부러질것 같은 고나비양은 사라지고 민준과의 사랑 앞에서 혼자 생쑈하는 나비양만 남아있더군요. 그러다가 뒷부분에 다시 초롱초롱한 나비양이 나타납니다.  캐릭터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입니다. 글 왠만큼 쓰신 작가분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번 글은 작가분이 글에 끌려가신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건 여민준 상무의 한결같은 모습입니다. 그다지 카리스마가 넘치는 분은 아니신데 필받은 한여자를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모습이 감동스럽다고 할까요. 자상하고 매너있고 자기 여자한테는 끔찍히도 부드러운 남자......이런 남자들 만나는 맛에 로맨스를 읽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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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집 카드 초승달문고 18
김영주 글, 신민재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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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짬뽕 탕수육>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김영주 선생님의 책이다. <토끼집 카드>에는 여러 아이들이 등장한다. 소심한 아이, 씩씩한 아이, 개구진 아이, 똑똑한 아이. 정많은 아이....돌아보면 우리 아이들의 공통적인 모습들이다.   후다닥기차, 토끼집 카드, 아아못동이라는 세편의 단편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때로는 뿌듯함으로 때로는 안스러움으로 때로는 귀여운 모습으로 찾아와 친구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세편의 글 중 <후다닥 기차>의 윤식이는 또래보다 키가 작아 반에서 꼬맹이로 불린다. 친구들도 여자아이와 놀망정 윤식이는 놀이에 끼어주지 않는다. 은미는 공부가 조금 더디다. 아직 한글을 떼지 못해 맞춤법이 서툴다. 그래서 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이런 윤식이와 은미가 뭉쳤다. 혼자일땐 약하지만 둘이면 못할게 없다. 커다란 구멍을 파고 개구쟁이 박호석을 썪은 호박이라고 마음껏 큰소리로 놀려준다. 두 친구는 놀림에도 꾿꾿하게 자신들만의 공간과 시간을 지켜나간다. 이런 윤식이와 은미곁에 하나둘 친구들이 모이고 기차만들기 시간에 아이들은 자신들의 갖혀 있던 마음을 마음껏 터뜨린다. 사실 이 기차놀이는 초등 2학년때 하는 수업이다. 며칠전 우리 아이도 이 놀이를 하느라 준비를 해갔었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많이 와 닿았던 글이다. 큰 상자에 원하는 기차를 만들고 마음껏 달리며 가슴속의 속상함을 힘차게 터뜨렸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토끼집 카드>의 새봄이는 이름도 유명한 엄친딸이다. 흔히 그러하듯 엄친딸 새봄이는 친구들에게 질투의 대상이기에 친구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작은 토끼 한마리가 생겼다. 외롭던 새봄이는 토끼 장미를 자신의 피붙이이냥 정성을 다해 키운다. 엄마는 토끼에게 온 신경을 쏟아붓는 새봄이가 못마땅해 늘 토끼를 없애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다. 외롭던 새봄이는 토끼와 단짝 친구가 되어 둘만의 놀이를 즐긴다. 이름하여 토끼집 카드. 문을 열때 카드를 대고 여는것처럼 토끼집도 카드를 만들어서 열어주는 놀이다. 이 글은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글이다. 새봄이의 친구인 토끼 장미가 새봄이를 따라서 동그라미, 네모를 그리며 뛰어다니고 장미와 함께 손을 들고 벌을 서기도 한다. 수십장의 토끼집 카드를 만들어 뿌리고 노는 새봄이와 장미를 보면서 꽉 짜여진 학원 시간표와 공부에 갖혀 있는 새봄이가 답답한 마음의 문을 열고 탈출하고 싶은 우회적 상징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안스러웠다. 

<아아못동>의 겸이를 보면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온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크다가 예쁜 여동생이 생겼다. 혼자 받던 사랑은 동생에게 돌아가고 심통이 난 겸이는 엄마가 보지 않을때 동생을 못살게 굴기 일쑤다. 그런데 겸이의 말이 참 재밌다. 일명 어른들의 거짓말 , 동생의 똥 냄새가 향기롭고, 갓난아기가 말을 하며, 동생과 똑같이 사랑한다고? 이런....몇년전, 아니 지금까지 우리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너무 같아서 엄마인 나는 큰 아이 몰래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아못동. 아주 아주 못생긴 동생의 줄임말. 그렇게 미워하던 겸이의 아아못동이 배탈이 나자 겸이의 마음속에서 불현듯 숨어있던 동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온다. 동생이 생긴 큰 아이의 스트레스가 배우자를 잃은 사람의 스트레스와 같다던 말을 들은적이 있다. 동생 생긴 큰 아이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글이다.

토끼집 카드라는 조금은 낯설은 제목의 이 책속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고민이 잘 녹아있다. 아홉살 친구라고 고민이 없겠는가, 세상에 대한 불만이 없겠는가.  태어난 이상 살아가야 할테고 그런 속에서 인간사 온갖 감정을 모두 겪어내야 할텐데 왜 아픔이 없겠는가. 다만 그것을 돌아볼줄 모르는 어른들에게 문제가 있는거겠지. 그래서 나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시는 선생님들을 존경한다. 돌아보지 않는 아이들의 구석진 그늘까지 세심하게 어루만져주는 아이들 마음의 의사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끼집 카드를 읽은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새삼 사랑스럽다. 아아못동에게 어의없는 참패를 당하면서도 참아 넘기고 후다닥 기차를 만들어 타면서 씩씩하게 커가는 왈가닥 우리 공주님. 엄마는 정말로 너를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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